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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도 좋아, 달라도 좋아! - 선현경, 이우일, 그리고 딸 이은서의 유쾌한 한지붕 생활 고백
선현경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쓰고 그린 선현경 씨는 내가 몰라서 그렇지 상당한 유명인사였다. 홍익대 도예과를 나와서 그림 그리고 글 쓰는 일로 밥 벌어 먹고 사는 것만도 부러울 지경인데, 벌써 아홉 권의 책을 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으로 겨우 그녀의 이름 석자를 알게 되었는데 역시 난 정보가 참 늦다. 어쨌든 그녀가 낸 다른 책들을 검색해보고 목차나 내용을 읽어보니까 그녀가 왜 그리 많은 책을 낼 수 있었는지, 그리고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의 글과 그림은 너무나 유쾌했고,그 만큼 어이없었으며, 또 너무나 인간적이여서 나는 그러고 싶지 않지만 환경에 따라 점점 조건과 격식만 따지는 속물이 되어 가는 우리, 아니 나에게 작은 행복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무것도 따지지 않은 이야기를 읽고 그것에 깊이 공감하고 크게 웃을 수 있는 나 자신을 보고 “아직은 완전히 속물이 되지 않았으니 괜찮아~”하고 위안이라도 받았던 걸까. 이렇게 읽으며 웃어도 그녀처럼 살 자신은 죽어도 없지만 그럼에도 유쾌한 미소를 지을 수 있게 해준 그녀의 마음씀씀이가 고맙다.
요즘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노빈손 시리즈』의 그림을 담당하고 있는 이우일 씨가 그녀의 남편이다. 유유상종이라더니 같이 그림으로 밥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끼리 좌충우돌 신나게 살아가는 것을 보면 그런 일상이, 그렇게 평범해서 누군가에게 말해줄 이야깃거리도 되지 않는 그런 일상이 참으로 소중하단 것을 느끼게 된다. 그녀가 관찰하여 그리고 쓴 이야기들은 그녀 자신만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편으론 그 안에는 우리가 깊이 공감하고 또 한 번쯤 문제제기를 했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삶에 대해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사람에 대해서, 관계에 대해서, 가족에 대해서, 남편과 아이에 대해서, 그리고 육아나 자녀 교육에 대해서... 요즘 일어나는 일들 중에 비정상적인 것들이 오죽이나 많은가. 따지고 들자면 정상적인 것들이 하나도 없는 것 같고, 덮어두기 시작하자면 하나도 이상한 것이 없는 듯 하니, 휴.... 어쨌거나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그렇게 무리없이 그려내는 것을 보노라면 정말로 그녀에게는 일상을 맛깔스럽게 그려내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듯 하다.
평범한 이야기일지라도 평범하지 않게 표현해내는 능력, 그 능력이야말로 일상을 감내하고 살아가야 하는 소시민에게 꼭 필요한 자질이 아닐까. 매일이 똑같고 심심하고 지루한 일상을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살아내고 다르게 표현한다면 그런 일상이 톡톡 튀는 활기찬 일상으로 변해 버릴 수 있으니까!! 하나를 생각해도 다른 이들과는 좀 다르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려고 하는 것도 좋다. 지루한 설교라도 필요한 것이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듣는 것도 좋다. 의자에 앉는 사소한 일일지라도 좀 더 바르게, 좀 더 활기차게 앉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인사를 하더라도 좀 더 적극적으로, 좀 더 경쾌하게 하는 것도 생활에 활력소가 되어 줄 것이다. 이렇게 매 순간을 지루하게가 아닌 역동적으로 보낸다면 저자처럼 톡톡 튀는 유머를 가지지는 못해 책을 낼 수는 없을지언정 자신의 삶은 행복할 수 있지 않은가. 내가 남과 다른 부분을 꼭 알아두고 조금이라도 벤치마킹 할 수만 있다면 그것도 나에게 유익이 될 것이다. 삶은 살아내는 것이 최고일 테니까 어떠한 일이 닥쳐와도 꾹 참고 살아내도록 하자. 가끔씩 이런 책을 옆에다 끼고 산다면 삶을 살아가는 것이 훨씬 더 견디기 쉬울 것임은 물론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