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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에 미친 청춘 - 한국의 색을 찾아서
김유나 지음 / 미다스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뉴욕에서 패션디자이너의 길을 마다하고 십수년 전에 떠난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김유나 씨는 천연염색에 꽂혀서 한국의 색을 찾기에 이르렀다. 청바지 한 벌을 염색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물이 12,000리터나 되고 그 때문에 아랄 해가 90%나 말라버렸다는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된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더욱 더 그녀를 "천연" 염색에 몰아대기도 했고, 우연히 보게 된 웹툰 하나가 그녀의 인생 항로를 결정지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 번에 천연염색에 꽂혔다. 물론 그녀가 일했던 뉴욕이나 그녀가 살았던 캐나다에서도 천연염색이 있긴 하겠지만 한국을 떠나 있어도 한 번도 한국을 잊어본 적 없는 그녀이기에 조국의 색은 어떤 것인지, 한국의 천연염색은 어떤 과정으로 되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모든 것을 두고 훌쩍 떠나온 것이다. 누구는 좋은 직장과 좋은 경력과 기회를 버린 별 미친 짓 다보겠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청춘이니까 가능한 미친 짓이 아닐까 싶은 이 일은, 어쩌면 21세기 친환경과 맞물려 여러 분야에서 각광을 받는 새로운 아이템일지도 모르겠다 싶다. 확실히 조금씩 명맥이 이어져 내려온 천연염색이 80년대만 해도 그 중요성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지만 90년대로 지나오면서 점차적으로 그 가치가 새롭게 발견되어 오고 있기에 현대와 잘 접목만 시킨다면 천연염색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할 것이다.
한국의 음양오행에서 말하는 기본적인 색인 오방색을 파트 1으로, 그것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오간색을 파트 2로 설명하고 그 이후에는 자신의 인생 역정에 색을 입혀서 정리해주는 파트 3가 구성되어 있다. 총 359페이지의 만만치 않은 분량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컬러로 구성되어 있고 아름다운 색감으로 찍힌 사진들이 즐비해서 금방 읽히는 편이다. 게다가 일반적인 올 컬러인 책들이 빳빳한 종이로 되어 있어서 무거운 반면에, 이 책은 그에 비해서는 가벼워서 훨씬 읽기가 쉬웠다. 오방색의 백색, 청색, 황색, 적색, 흑색 다섯과 오간색의 녹색, 벽색, 홍색, 유황색, 자색 다섯을 알려주는 데 전국 각지에 다리 품을 팔아 알게 된 천연염색 공방을 하나씩 연결지어 설명해주기는 하지만, 이 책의 주요 골격은 설명문이 아니라 수필에 훨씬 더 가깝다. 자신이 한국에서 어떻게 캐나다로 갔는지, 또 거기에서 뉴욕으로 갔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으로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부터 대구 반짇고리 공부의 김순자 대표에게서 배운 자신의 깨달음을 낱낱히 까발리는 이 책은 단순히 염색에 대한 정보 전달을 하는 책은 아니어서 읽다 보면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색을 워낙 좋아해서 읽게 된 책이지만, 염색에 대해서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읽지 않아도 무방할 정도이다. 그저 여기 나온 많은 공방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배우는 것이 훨씬 빠르겠다.
그러나 색이 좋고 특히 우리 천연염색에 관심이 조금씩 생기는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천연염색에 대한 기대를 마음껏 부풀리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우리 천연염색이 원래는 화학염색보다 채도가 높게 나와서 선명한 색감으로 옷을 지어 입을 수가 있다는데 직접 보고도 못 믿을지경으로 샛노랬다. 그렇게 화려한 색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우리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전혀 몰랐던 과오 때문에 이제서야 빛을 볼 수 있는데, 어쨌든 물도 많이 안 쓰고 자연에서 나온 것들로만 사용할 수 있고 특히 알레르기가 있던 사람들이 깨끗하게 낫기까지 한다니 더할 나위가 없겠다. 앞으로는 여러 방면에서 천연염색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