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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모든 역사 : 세계사 - 1월에 세계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ㅣ 12개월의 모든 역사 1
이종하 지음 / 디오네 / 2012년 1월
평점 :
역사는 하나의 살아있는 이야기이지만, 후대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는 역사는 그저 활자 속에만 갇혀 있는 사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 현실이다. 학교 다닐 때 연대순으로 외우지 못해 쩔쩔 매다가 역사가 딱딱한 사건의 나열이 아닌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물 흐르듯이 연결된다는 것을 알곤 겨우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흠이라면 그 때가 고3 때였다는 것이 좀 문제였지만 그 때의 기억은 아주 생생하다. 특히 내겐 한국사가 쥐약이었다. 수치스러울 정도로 약해 빠졌던 조선의 역사가 너무나 배우기 싫어서 온몸으로 항거했던 때여서 수능을 보기 위한 것이 아니였다면 결코 타협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나중에는 이해할 만하니까 재미있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사와는 달리, 처음부터 내게 사랑을 받은 존재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세계사이다. 이상하게도 같은 역사인데 세계사는 귀에 들리는데로 쏙쏙 머리에 와 박혔다. 거의 노력 없이 쉽게 이해하고 쉽게 외웠는데 그것은 아마도 한국사보다 내용이 듬성듬성했던 탓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쨌든 고등학생 때는 세계사라면 동경하다 못해 무조건 좋아보이는 장미빛 환상에 젖어 살았고, 한국사라면 진저리 치며 도망다니며 보냈다. 그 이유가 대부분 역사를 '살아있는 현실'이 아닌 '죽은 사건'으로 바라보는 교육계 현실에 있다고 본다.
내가 한국사에 조금 취미를 붙일 수 있었던 것도 고3 때 아주 재미나게 국사를 이야기식으로 풀어서 잠깐 설명해주신 한국사 선생님 덕분이었다. 막연하게 바보 같은 국사라고만 생각했던 그곳에서 살아 숨쉬는 우리네 이야기가 존재하고 있었단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고3이라는 특성 탓에 시간이 없었던 관계로 선생님의 그 구수한 입담을 많이는 듣지 못했지만 잠깐 풀어주신 그 장면이 아직까지 뇌리에 생생하다. 외국 교육 시스템처럼 역사를 배울 때 한 사건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연극이나 신문으로 표현하거나 그에 대해 토론하는 식의 아주 능동적인 방법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런 학습에 따라갈 자신도 없고. 그저 내가 바라는 것은 역사를 딱딱한 사건이 아니라 재미난 이야기로 바꿔 한 자락 구연동화해주실 수 있는 선생님을 발굴해서 아주 어릴 때부터 역사는 재미있는 것이라는 인식이라도 심어달라는 것이다. 내가 만난 이 한국사 선생님도 너무 실력이 좋으셔서 고3만 담당하시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고1 때는 전혀 뵐 수가 없었던 것이 너무 안타까울 따름이다.
어쨌든 그러저러한 사건들로 인해 내가 역사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여러 역사책에 기웃기웃거렸는데 특별히 깊이 있는 책을 볼 정도는 아니여서 깊이 있는 접근은 제대로 못해봤다. 역사의 범위가 무척이나 방대하다 보니까 이것저것 다 볼려니 오히려 벅차다는 느낌에 지레 겁을 먹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이 책은 조금 달랐다. 역사는 어떤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있는 삶의 흐름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우리의 매일 매일이 역사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1월의 모든 역사 : 세계사> 는 1월 1일부터 31일까지 하루하루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자세하게 파헤쳐주는데, 이제껏 읽어왔던 그 어떤 세계사책보다도 훨씬 많은 내용의 이야기들을 전달해주었다. 몇 백 년 전 오늘이나 몇 십 년 전의 오늘에 일어난 세계사를 바라보면서 그저 상식적으로 알게 된 역사적 사건들이 바로 '오늘' 일어난 사건임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당나라 때 일어난 유명한 '황소의 난'이라는 사건이 881년 1월 8일에 일어났다는 사실을 접하면, 예전에는 과거의 모호하고 막연하게만 여겨졌던 먼 나라 이야기에서 어느 덧 생생하게 현실감 있는 이야기로 덧입혀졌다. 당나라의 멸망을 가져온 중요한 난이기만 했던 그 역사에 슬픔과 아픔이 있는 이야기로 변하면서 그 역사에 참여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한 때 좋아했던 애드가 알런 포우가 1809년 1월 19일에 사망했던 소식 앞에서는 그가 어떻게 그런 음울하고 소름끼치는 작품을 쓸 수 있었을지에 대한 단서를 발견할 수도 있고, 꼭 읽어봐야지 했던 <미국 민중사>의 저자인 하워드 진이 2010년 1월 27일 타계하셨단 소식 앞에선 안타까울 뿐이다.
이 역사책 시리즈는 매달의 매일 일어난 일들을 기록한 것인데, 이것이 가장 최근의 일까지도 대부분 수록되어 있어서 현장감도 받을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그러나 아주 큰 단점이 있다면 1월부터 12월까지 다 보지 않으면 그 많은 역사를 다 섭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짤막한 글로 진행되고 있고 순차적으로 볼 필요가 없으니 발췌독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틈틈히 시간이 날 때마다 한 권씩 사모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조금 지나면 2월이니까 슬슬 준비가 들어가야할 것이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