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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영혼들의 우체국 - 시대와 소통하는 작가 26인과의 대담
정진희 지음 / 서영 / 2011년 12월
평점 :
스물여섯 명의 작가들을 한 사람 한 영혼으로 만나는 인터뷰어 정진희 씨는 늦깎이 수필가로, <에세이 플러스>에서 ‘화제 작가’ 코너를 맡아 인터뷰를 지속적으로 해가고 있는 이이다. 그가 쓴 글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글에서 바람 냄새가 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을 초월한 듯한 느낌으로 세상을 관조하며 인간사 흩어져가는 바람처럼 생각하는 그의 글은 어쩐지 바쁜 요즘의 세상에서 위안과 위로의 손길을 내밀어 주는 듯 하다. 불혹을 바라보는 21세기가 열리는 첫 날에야 겨우 국문학과에 들어가 문학의 맛을 본 위인이니, 이미 가지고 있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무념무상 같았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한 작가의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마흔 시간은 훌쩍 투자하는 그에게서는 삶으로 살아내는 문학의 정신이 살아 숨쉬고 있다.
처음 이 책을 손에 쥘 때는 고은이라는 위대한 시인의 이름이 있어서였다. 그 외에도 권지예, 김탁환, 장석주, 전경린, 정호승, 조용헌, 조정래, 한창훈 등이 이름도 알고 몇몇 작품은 읽기도 했는데 그 외에 17명의 작가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 처음 들어본 이들이었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한국소설은 어렵기만 한걸. 그렇다고 찾아다 손에 들려주면 안 읽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찾아서 읽을 정도로 부지런하고 그 분야에 끌리는 것은 아닐 뿐이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자부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예 안 읽는 아니니까 그것에 만족하고 이렇게 여러 작가의 인터뷰집이나 찾아서 읽으련다.
그래서 새롭게 알게 된 작가는 단연 고은 시인이다. 예전에 모 방송국에서 나온 다큐멘터리에서 고은 시인이 등장한 적이 있었다. 그 때도 그의 이름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워낙 시와 친하지 않아서 그가 외국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인지도가 있다는 것이 놀라워 그 프로그램에 시선을 고정하고 보았지만 처음부터 시청한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했는데 이 책으로 좋은 기회를 얻었다. 그래서 얻은 중요한 정보 하나, 고은 시인은 단지 시인이기만 했던 것이 아니라 실천적인 문학인으로서 큰 주목을 받았다는 것이다. 마치 터키의 아지즈 네신처럼 글을 쓰고 그 내용으로 감옥에도 몇 번 갔다 온 실천 문학의 대가였다. 글로는 누구나 쓸 수 있고 아는 것은 얼마든지 읊어보라고 해도 가능한 청산유수일 수 있지만, 진정으로 위대한 사람은 그 아는 대로 행하는 사람일 것이다. 시 몇 편 썼다고 감방 다녀오고, 유폐되고, 연금 조치까지 된 사람을 우리는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최근에 펴낸 <만인보>는 그 당시 방영된 다큐멘터리 속에서도 얼핏 흔적을 찾을 수 있었는데 다 쓴 것도 아니여서 제대로 알지는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만인보>가 총 30권, 총 4,001편으로 된 ‘민족대서사시’인 것을 나니까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글을 쓴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노동일 텐데 연배가 높으신 분이 대단하시단 생각이 든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없지만 상에 연연해할 필요 없이 대단한 작가들이 많이 계신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미안해졌다. 나는 한국인이지만 미국소설이나 일본소설에 열광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소설에는 그다지 취미가 없고 또 옆 나라 일본에서는 노벨문학상을 받았는데 우리는 아직 못 받았냐며 타박만 했는데 그것은 내 무지가 빚어낸 일일 뿐이라는 걸 느꼈다. 먼저 작품을 음미할 독자층이 두터워져야 나중에 노벨상을 타도 그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문제였다는 것을 나중에 알아서 이젠 마음이 조금 바빠졌다. 여기 소개된 26인의 작가들의 책을 한 권씩만 읽어도 올해는 깊이 있는 독서를 할 수 있단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먼저 이경희 씨의 수필 <현이의 연극>을 보고 싶다. 전에 중학교 교과서에 실릴 때 읽고는 무한한 감동을 받았는데 그것을 찾아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 너무 아쉬워서 그녀의 작품을 먼저 읽으면 그 감동을 다시 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재미있겠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