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전용복 - 옻칠로 세계를 감동시킨 예술가의 꿈과 집념의 이야기
전용복 지음 / 시공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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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옻칠로 세계를 감동시킨 예술가의 꿈과 집념의 이야기
 
옻칠이라고 하면 어릴 적 외가에서 본 반짝이는 조개 껍질로 만든 장롱이라고 막연히 이해했을 뿐, 실제로 배운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옻칠이 그리 아름다운 줄도 잘은 이해되지 않는다. 아마 그것은 우리 한국에 옻칠로 된 뛰어난 작품들이 부재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우선 나부터가 다른 미술작품에 비해 그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유구한 옻칠의 역사를 가지고는 있지만 그것을 제대로 계승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안목과 재능을 가진 후손들이 없어 이제는 이웃나라 일본에게 그 위상을 넘겨주어야 하는 비운의 나라일지도 모른다, 우리 한국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세계의 유래가 없는, 건물 전체가 옻칠로 된 메구로가조엔을 다시 복원한 예술가, 전용복이 있다.
 
일본에 끌려갔던 많은 조선 옻칠장이들이 노역으로 만들어낸 메구로가조엔은 대중에게 고급 문화를 알리는 데 큰 공헌을 한 연회장이었다. 세계에 그런 유래가 없는 옻칠로 건물 전체를 다 칠한 건물로 목판화나 일본화, 옻칠, 나전까지 모든 예술을 총망라해 전시된 그런 공간이되 대중에게 공개된 개방적인 공간이었다. 연건평 8천여 평, 객실 200여 호에 바닥 길이만 해도 2킬로미터에 이르는 대규모 호화 연회장은 이제 세월의 더께에 바래지고 떨어지고 흩어질 위기에 처했다. 옻칠만 해도 습기가 차면 다 들고 일어나는데 하천 옆에 반지하에 위치한 건물이 습기를 머금을 수 밖에 없었고, 식당으로 쓴 방의 천장화는 그을음과 기름으로 때가 끼여있기까지 했다. 시내 노른자위에 위치해있는 메구로가조엔이기에 건물을 헐기로 하고 부지만 팔아도, 혹은 비즈니스센터 하나만 건설해도 평생을 놀고 먹을 수 있는 장소였는데 창업주측에서는 그 건물을 복원하기로 결정했다.
 
선대의 뜻을 받들어 대중이 즐길 수 있는 예술적인 공간을 헐고 싶지 않아서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해 복원해갔다. 총 공사비가 1조 원에 달했고, 미술품 복원에만 350억 원 정도가 들었던 것. 단지 예술만을 추구하기에는 정말 천문학적인 숫자이다. 하지만 그 명맥을 잇기 위해 그런 노력을 들였는데, 우리가 주의깊게 봐야할 부분이 바로 여기다. 일본 옻칠 장인들을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는데 일본 예술사에 한 획을 차지하는 메구로가조엔을 고작 이름도 없는 한국인 장인에게 맡기고 싶어하는 게 정상일까. 그런데 아니였다. 그의 열정과 꿈과 이상을 녹아들어간 자료를 보고 그의 말을 듣고 돈에만 빠삭하게 알고 있는 실무자들까지 모조리 감동시켜 그가 복원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그가 세계적인 옻칠 장인이 되는데 발판이 되어준 사건의 시작이다. 3년 기간에 5천 여점이나 되는 옻칠 작품을 복원했고, 불과 3개월만에 2천 점이나 되는 일본화나 목판화도 복원해야 했던, 그리고중간 중간 순수창작품도 제작했던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전용복이 있을 수 있었다.
 
순수 옻칠은 알지도 못했고, 카슈라는 옻칠 흉내낸 조잡한 기법만 알고 있던 전용복이 거대한 건물 하나를 복원해내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발품을 파는 수 밖엔 없었다. 일본의 옻칠 장인들을 하나 둘 찾아가서 자신의 기법을 보여주고 상대방의 기법을 배워오는 등 그런 수고로움을 다 가진 후에야 그는 진정한 옻칠장이로 태어날 수 있었다. 어쩜,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 무슨 배짱으로 그렇게 일을 맡았을까 생각도 들지만, 아마도 그의 열정과 혼이 담긴 일이기에 그는 그렇게 해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일본에서 하는 일은 시작부터가 힘들었다. 비자 발급부터 복원작업을 하는 장소 물색과 연구소 설립까지 어느 것 하나 쉽게 돌아가는 것이 없었다. 한국에서 데려온 기술자들도 자긍심을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보다는 억지로 끌려왔다고 생각하고 일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으니 정말 힘든 하루였다. 손찌검도 하게 되고 아예 한국으로 돌려보내야 했던 순간들도 있었다. 남의 나라에 와서 뭘 그리 열심이냐고 핀잔을 주던 사람들이었지만 초지일관하는 그의 모습을 보자 모두들 한마음이 되어 철저한 장인정신으로 일을 해냈다.
 
그러면서도 몇몇 대회에 출품하기도 하고, 다른 일도 맡아서 했는데 그 중에 압권은 엘리베이터에 금속옻칠을 한 일이다. 수많은 기술진이 포진한 엘리베이터사와 대결해서 승리해 아주 멋진 창작품으로 그가 해냈다. 금속에다가 옻칠을 하려면 고온에서 말려야 하는데 처음엔 그 크기 때문에 힘들어하다가 아예 가마를 만들어서 엘리베이터를 굽기 시작했다. 미술관으로 운행되는 엘리베이터에는 세 마리의 해태를 그리고, 호텔 로비에 있는 엘리베이터에는 신혼부부를 연상케 하는 암수 공작 두 마리를 그려넣었다. 여기에 응용해 나중에는 옻칠시계에도 손을 대는데 정말 대단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라 안 할 수가 없다. 그가 생각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명예와 돈이 아니라 과거 선조들이 물려주신 이 아름다운 옻칠 전통으로 현재와 접목시켜 더한 아름다움을 발굴해낼 수가 없는갸 하는 것이다. 결단코 쉽진 않겠지만 전통이라는 건, 문화유산이라는 건 현재에까지 끊임없이 사용되었을 때만 그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기에 그는 오늘도 쉬지 않는다. 세계인이 옻칠을 아주 편히 사용하는 그 날까지 그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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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빈리 일기
박용하 지음 / 사문난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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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고 위험한 시인의 끔찍하게 아름다운 날들의 기록

 

이 이야기는 딱 일년 동안의 기록이다. 어느 시골 마을에 귀농하러 갔다가 간악한 텃세에 못 이기고 돌아서서 다시 오빈리라는 마을에 일년동안 머물렀던 기간에 쓴 일기다. 하루에 한 줄만 쓰고 지나간 날도 있었고, 아예 쓰지 않고 넘어간 날도 있지만 대부분 꼬박꼬박 챙겨서 하루 일과를 남겼다. 먹었던 것, 놀았던 것, 일했던 것, 봤던 것, 들었던 것, 읽었던 것들을 갈무리해서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저자 박용하 씨는 이미 알고 있던 분이 아니여서 글을 읽으면서 계속 그의 약력을 보게 됐다. 63년생에 강원일보 신춘문예와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던 분이라더라. 그저 단순한 사람일 거라곤 생각지 않은 내용의 글이었지만 시인인 줄은 몰랐다. 하긴 내 수준이 시인을 논할 처지가 아니긴 하지만.

 

11월, 12월 일기로 본 그에 대한 평가는 뭔가 어설픈 위험 같아 보였는데 봄이 되면서 텃밭에서의 경험이 조금씩은 그에 대한 평가를 긍정적으로 바뀌게 했다. 자연과 소통하는 삶이 그에게 조그마한 숨통을 만들어주었겠지. 다만 처음에는 그렇게도 벗어나고 싶었던 서울을 떠나 그렇게도 원했던 시골로 내려왔다면 뭔가 실질적인 일을 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농사일이 그의 계획이었는지는 몰라도, 그의 하루는 너무 무능력하고 무기력해보이기만 했으니까. 처음 그에게서 받은 나의 인상은. 말로만 듣던, 혹은 1920~1930년대 소설속에서만 들어봤던 고뇌하는 지식인을 갑자기 눈 앞에서 보게 되었으니 내가 적응하지 못했던 것은 당연했던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차츰 눈에 익어가니, 그의 고뇌가, 그의 분노가 누구를 향해서인지 이제 조금은 갈피를 잡겠다.

 

그의 글을 보면서 삶의 일상적인 갈피 속에 무심히 끼워져있는 삶에 대한 관심과 한탄을 보고 부단히 인터넷검색창을 두들겨봤다. MBC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의 사퇴논란에 대해서도, 미디어악법 통과에 대해서도 이미 한해 전의 이야기이지만, 바쁘다고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던 내 세계의 일부를 나는 이제서야 마음껏 욕심내어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해 관심을 거둔 것은 마땅히 시민일라고 할 수 없을 터(내가 과연 시민인지, 노예인지는 부차적으로 밀어두고). 이제서라도 우리 정치가 얼마나 방향 없이 떠내려가고 있는지 알았다. 그것을 보고 야유하고 비판하고 범국민적인 지지를 통해 나라를 바꾸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태생이 그렇기에 박용하 시인은 소리없이 분노하고 아파하며 이렇게 시골에서 글을 쓴다.

 

하긴, 너무 분노가 치솟아 글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 처해서 문제이지만. 내가 머릿속에 쓰레기만 집어넣고 있는 사이에 세상은 한 번 죽었고, 또 죽음으로 치솟아 가는구나. 그의 글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노엄 촘스키나 아즈지 네신이나 김규항의 글을 인용하는 것만 봐도 조금은 이 상황을, 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법도 하다. 시인은 뜨거운 감성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게 참혹한 상황을 두고 감정을 추슬릴 수 없지만, 그렇기에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상화을 냉철하게 보는데에 도움이 되겠다. 이 글은 처음에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단순히 시골에서의 유유자적한 삶이 아니라 치열하게 이 나라를 걱정하는 한 뜨거운 감성을 지닌 사람의 냉정한 고백이 아닐까 싶다. 참,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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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여전히 사랑이어서 - 바보 엄마 윤정희의 사랑 이야기
윤정희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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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여전히 사랑이여서 : 바보 엄마 윤정희의 사랑이야기
 
여덟 식구가 우탕탕하고 하루 종일 시끄러운 곳, 바로 바보 엄마 윤정희 씨의 가정의 모습이다. 스스로를 바보 엄마라 부르는 그녀는 자신의 아이 여섯뿐만 아니라 공부방에 들락거리는 스무 명 남짓되는 아이들에게도 엄마이다. 편부모 밑에서 살거나 조부모 밑에서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사는 아이들이 무료하게 있는 것을 보곤 그들을 모아다가 놀아주고 공부도 가르쳐주는 일을 하다보니 그렇게 자식들이 많이 생겨났다. 더불어 형편이 어려운데도 서류 제출하기가 복잡해서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 많은 가정에게도 여러 민원문제를 해결해주는 해결사 노릇도 한다. 그런 그녀를 보면 천사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쉼 없이 그렇게 주변을 돌아보고 어려운 사람들을 두 팔 벌려 안아주기에 바쁜 나날을 보낸다. 그런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볼까?
 
그녀는 스무 살 때부터 장애아복지관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그 아이들을 제 아이처럼 사랑해주고 봉사하겠다고 다짐했던 천상 엄마였다. 제 배 아파 아이를 낳지도 않았던 철모를 시절의 일이었다. 그런 그녀를 그렇게 만든 것은 친청 엄마의 역할이 컸던 탓도 있을게다. 짬이 조금만 있으면 어르신들을 모셔다가 음식도 대접하고 소일거리 삼으시라고 공간을 만들어 장구도 가르쳐드리는 등 외로운 노인들을 섬기는 일을 수년 간 해오셨으니 그것을 보고 배운 그녀가 봉사일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어불성설일 것이다. 그래서 결혼도 안한 처자가 복지관에서 살다시피 하는 것을 보고도 말리지 않았던 것이겠찌. 그런 그녀의 일상을 바꾼 것은 뜻밖의 부름 때문이었다. 친구가 불렀던 자리에 나가보니 웬 커다란 남자가 앉아있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데이트나 남자에 대한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던 그녀에게 맡겨두었더라면 아직까지도 시집가지 않고서 봉사일이나 줄창 해댔을 텐데 별다른 감정없이 좋게 봤던 그 남자에 대해 이야기를 친구에게 한 이후로, 장애아봉사일을 낯설어했던 그 남자가 복지관까지 찾아오면서 일이 크게 번졌다. 처음엔 떨떠름하던 것을 아이들이 척척 와 안기는 기쁨을 알게 되니 그 남자는 자신보다도 더 아이들이랑 잘 놀아주기 시작했다. 애절한 연애감정은 없었지만 아이들에게 잘하는 모습을 본 후에는 그녀도 그에 대해 남다른 감정을 품게 되었고~ 그녀를 공략하기 위해 친정엄마에게 뻔질나게 드나들던 그 남자는 아예 친정엄마의 아들이 되어 완전히 한통속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해서 결혼하고 그녀의 바보 엄마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결혼한 그 남자의 이름은, 김상훈. 후에 목사로 부름받게 되는 사람이다.
 
몇 억쯤은 예사로 아는 건축가의 사모님으로 잘 나가던 윤정희 씨의 삶을 보면 한 편의 드라마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 오르막 내리막이 극적이다. 아마도 누군가가 그렇게 하도록 미리 만들어놓은 것처럼. 아예 봉사자로, 바보 엄마로, 목사 사모로 살도록 운명지워놓은 것처럼 앞길이 정해져있었다. 전도사로 한창 신나게 일을 하던 중 몸이 무리를 해서 세 번이나 유산을 했다.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봐주고 살갑게 대해주는 남편은 기도로써 준비를 해보자고 하고, 입양이라는 응답을 받았다. 처음부터 그렇게 운명지워진 것처럼... 그리고 하은이와 하선이를 입양하고 아이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가는데, 뜬금없이 남편이 신학공부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아닌가! 쉽지도 않은 목사일을, 덜컥 하겠다고 나서는 그를 말릴 수도 없이 공부를 하고 개척까지 하게 되었다.
 
돈을 쉽게 벌던 사람이 아니더라도 맨땅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어디 쉽겠나. 개척이 쉽지 않아서 서로에게 많이도 상처를 주었다. 서로의 상처가 심해질 때 하나님께서 도움의 손길을 내미셨다. 사랑의교회 제자훈련반에 들어가 처음부터 다시 하기로 깨달음을 얻은 김목사님은 아내에게까지 치유하게 했다. 그리고선 교회도 성장하기 시작했고. 그러던 중에 여자아이 하나를 입양했고, 나중에 남자 아이 셋을 더 입양했다. 입양하러 갈 때도 한 눈에 제 자식이 보였다고 하는 바보 엄마, 윤정희 씨는 아이를 하나씩 데려올 때마다 마음과 사랑이 한 뼘씩 더 자라갔다.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배우고, 나눔을 배우고, 믿음을 배우고... 엄마가 아이들을 키운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키운 그런 모녀간이 되어갔다. 그러나 입양 사실을 밝히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그래도 밝혀야 더 성장할 수 있는 법.
 
하은이는 4학년 때 알게 되어 힘들지만 동생을 배려하고... 동생 하선이는 사랑하는 가슴으로 낳지 말고 배로 낳았어야 하지 않았냐고 슬피 울다가 강해졌다. 어디 그 속마음이 그리 편했을까. 그저 더 울고 떼 쓰면 엄마가 더 슬퍼하고 아파할 것이기에 스스로 강해졌다. 딱 부러지게 강한 하선이기에 아이들이 입양아라고 놀려도 굴하지 않고 그렇게 사랑으로 강해졌다. 나중에 입양한 이아들은 연장아였기에 스스로 입양된 것을 알고 와서 이런 문제는 없었지만 다섯째 요한이만큼은 상처로 똘똘 뭉쳐서 조금은 힘들었다. 어린 아이이지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갑옷을 단단히 두른 것을 녹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눈물과 기도가 필요했을까. 엄마에게 대놓고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 그 아이를 볼 때면 어른인 내가 더 미안해진다. 얼마나 아팠으면 그런 말로 미리 자신을 보호할까 싶어서.
 
그래도 사랑과 기다림과 눈물과 기도가 있었기에 바보 엄마의 가족은 하나로 다시 태어났다. 서로가 서로에게 그렇게 필요해서 만난 것처럼 운명인 한 가족으로 다시 태어났다. 하지만 이런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책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소소하게 얼마나 많은 오해와 질투를 받았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해진다. 한 가족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겪었던 아픔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을 그런 생채기조차 바보 엄마는 기꺼이 감수하고 감사할 만큼 이제는 품이 넓어졌다. 항상 깊고 깊은 가슴으로 자신을 안아준다는 남편처럼 그녀도 가슴으로 낳은 자식들과, 공부방에 오는 자식들과, 베트남 혼혈인 요한이 덕분에 관심이 생긴 베트남 여성들, 독거노인들을 다 안을 수 있을 정도로 그렇게, 큰 사람이 되어갔다.
 
하나님께서 바보 엄마 윤정희 씨 앞에 펼쳐놓았던 모든 인생은 그녀가 겪고 감내해야 할 과정이었다. 그녀를 더욱 크게 쓰시기 위해 그런 험난하고도 행복한 과정을 겪게 하셨을 것이다. 이제 시무하던 교회도 떠나 명확하지 않은 앞으로의 삶을 가야하겠지만 이 모든 삶도 다 하나님께서 인도해주실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녀가 지금보다도 더욱 행복하게 사랑을 나눌 것이라는 것. 그것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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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을 가다 - 고목나무샘에서 보구곶리까지
신정섭 지음 / 눌와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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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을 가다 : 고목나무샘에서 보구곶리까지 - 한강 생태 문화 답사기
 
이 책은 한국생태문화연구소 소장인 신정섭 박사가 한강의 발원지에서부터 한강의 하구까지 따라가 각각의 강이 간직한 생태문화를 살펴보고자 낸 것이다. 그가 본 한강은 그 모습에 따라 일곱 가지로 구분되는데, 한강의 발원지부터 자연과 생물, 서민의 삶이 녹아있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연의 합리적인 이용이 무엇인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도 했다. 강은 멈추어 있지 않고 쉼없이 흐르기에 생명을 잉태하고 성장시킨다. 그렇기에 어떤 강인지, 주변에 어떤 식물이 사는지에 따라 그 강의 생태환경이 다른 강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한강만 해도 발원지에서 시작해 골지천, 조양강, 동강, 남한강, 한강, 조강 등으로 불리며 각기 강마다 다른 생물을 품어 그 생물과 연관된 먹이사슬은 그 강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형태를 가지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강을 겉에서 볼 땐 푸른 물줄기 그 이상은 보지 못해서 많은 강들이 모두 한 가지 생태환경을 가지는 줄로만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상류로 갈수록 1급수에만 산다는 어종이 있고, 하류에 갈수록 더러운 물에도 살 수 있는 어종이 있을 뿐, 그 이상 다른 요소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곤 했다. 그런데 이 책으로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각기 강마다 다른 생태환경과 문화, 삶이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앞으로 이런 책은 만나보지 못할 것이다. 박사님께서 이 땅의 모든 강을 따라가면서 그 발원지와 하구를 면밀히 살펴보곤 또 하나의 생태답사기를 내지 않으신다면, 내게 이름 없는 강에도 수많은 생명들이 모여 살며 인간이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책은 다시는 없을 것이다. 생태문화란 단어조차 오늘 처음 들었던 내게 신정섭 박사가 말하고자 하는 생태문화의 방점이 무엇인지 오롯이 전달될 순 없겠지만, 그래도 하나의 기회가 아니였을까 싶다. 광교산 입구에서 반기는 광교천을 보고도 비린내가 난다며 그저 얼굴만 찌푸렸던 내가 그 이면의 세계를 볼 수 있도록 하는 호기심을 주신 것은 내겐 다시 없을 기회일 테니 말이다. 하나 아쉬운 것은 상당히 쉽고 간결하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문체로 잔잔하게 소개하는 이 책은, 가지고 다니면서 강의 발원지를 찾거나 솜씨 좋게 조성되어 있는 생태공원을 방문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책만 보면 딱 찾기 쉽도록 설명되어 있고 꼭 찾으러 가고 싶도록 멋진 사진들을 대거 실어놓았지만, 딱 하나 겉표지가 너무 약하게 출간되었다는 단점이 있다. 코팅이 되지는 않더라도 물에 젖지는 않은 소재로 만들어져있으면 마음대로 가지고 다니면서 생태답사를 해볼만도 한데, 이건 너무 아까운 소재가 아닌가. 혹 물에 젖을까봐, 가방 속에서 얇은 표지가 뭉개질까봐 가지고 다니면서 읽지도 못했다. 좋은 스승을 옆에 두고서도 가르침을 받지 못하는 것과 같지 아니한가. 오호~ 통재라.  
 
그래서 생각한 것은 가는 방법이 적혀있는 부분만 발췌를 해서 서울숲이나 한강의 발원지인 고목나무샘에 다녀와야겠다는 것이다. 결코 가벼운 소재는 아니기에 발췌하는 방법도 나쁘지는 않을 거라 여겨진다. 기분이 우울할 때는 책장을 넘기기만 하면서 사진만 봐도 가슴이 시원해질 만큼 아름다운 곳이 참 많이 있다. 우리 가까이에 이런 곳이 있었을 줄은 상상도 못할 만큼 아름다운 경관과 야생화들이다. 요즘은 이렇게 지자체에서 생태공원이나 뭐다 하면서 많은 조경시설을 조성하는데 열을 올리는 터라 우리가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은 많아졌지만, 생태의 기본조차 알지 못하고 무리하게 공사를 이끌어 오히려 자연을 죽이는 곳도 더러 보여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어떤 곳은 최대한 사람의 손을 대지 않고 자생적으로 어우어지도록 조성한 곳이 있어 생태란 말에 걸맞은 곳도 있지만, 점토질의 흙과 자갈, 모래만 쓸려 내려오는 하류쪽에 떡하니 절대 쓸려내려올리 없는 조경석으로 꾸며놓은 고도 있었다. 생각이라곤 조금도 하지 않는 관리인 덕에 생태란 말만 무색해질 뿐이다. 이 책은 인간이 자연에게 가한 모든 짓거리를 가감없이 보여주기에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생태환경을 만들어야 할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한강을 이해하고 아끼는 사람은 자연히 찾아보겠지만, 생태 환경을 조성해야 할 공무원들은 이 책을 꼭 읽어서 앞으로의 계획에 많은 조언을 받았으면 좋겠다. 잘한다고 한 행동이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해버리면 오히려 민폐가 되는 것처럼 우리도 자연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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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객관동화
무적핑크 글 그림 / 이미지앤노블(코리아하우스콘텐츠)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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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은 아마 웹상에서만 봐야 그 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하이테크놀로지로 향한 21세기의 발걸음이 무색하게 난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끝까지 종이책을 고수할 것이기 때문에 웹툰도 책으로 보는 것을 고집한다. 그래서 보고 싶은 것도 꾹꾹 누르면서 웹툰이 책으로 나오길 기다리는데 이게 정말 고역이다. 따라서 웹상으로 한번도 보지 못한 웹툰이 수두룩하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실질객관동화』이다. 이 책을 펼쳐들기 전에 딱 한 번 이 웹툰을 웹상으로 봤는데, 정말 참신하다못해 발랄함이 뒤로 넘어갈 정도의 파격적인 동화/만화/소설이었다. 저자는 처음 등장한 소재가 ‘동화’가 아니라 ‘만화’ 즉, 세일러문을 가지고 이야기했는데도 아무도 태클을 걸지 않은 것에 대해서 무한히 감사를 표했지만, 내가 보기엔 기존의 이야기를 비트는 새로운 시각이 일반인으로선 정말 참신하고 재미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그것을 눈치조차 채지 못했을 것이라 여겨진다. 왜냐하면 바로 내가 그러했기 때문에.

 

소설을 읽다가 보면 가끔 이 작가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어떻게 이런 식으로 표현할 생각을 했을까? 어떻게 처음과 끝을 이렇게 절묘하게 구성해놓았을까? 등등의 감탄을 금치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 웹툰은 내게 그런 놀라운 질문을 갖게 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어떻게 이런 표현을...? 어떻게 이런 구성을...?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을 정도의 막강한 풍자극 한 편이라 할 수 있다. 혹자는 만화를 다 큰 어른이 본다는 점에서 웃어넘길지도 모르겠다. 종종 아이들 중에서도 만화의 재미가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는 아이도 있으니까. 그것은 취향의 문제이니 왈가왈부할 수 없겠지만, 감성의 시대라 불리는 21세기는 장중한 글보다는 이렇게 그림과 글 몇 자로 촌철살인의 묘미를 전달해주는 것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마치 신문의 만평처럼 울림이 깊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처럼. 사실 이런 기법은 내가 바라는 능력 중의 하나였다.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이야기로 이 세상의 꼬라지를 비틀어 한바탕 웃음을 줄 수 있는 능력을 말이다.

 

이런 식으로 동시대 사람들에게 웃음과 비판의식을 줄 수 있으려면 매순간 허투루 세상을 봐선 안될 것이다. 단순히 현상에 머물 것이 아니라 그 본질을 꿰뚫 수 있는 자라야만 그런 웃음이 가능할 테니. 일견 엽기로 치부해버리고 혐오를 비출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엔 엽기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고 느껴진다. 풍자가 단순히 조롱으로 끝나고자 생겨난 것이 아니듯이, 이 웹툰도 역시 엽기적인 웃음만 주려고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내가 작가가 아닌 이상,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이 웹툰에는 눈에 보이는 세상 그 이상을 보게 한다. 세일러문 편에서는 세계평화보다도 내신만 챙기길 바라는 학부모를, 선덕여왕 편에서는 군대에 대한 상반된 견해를, 잠자는 숲속의 공주 편에서는 한창 진행되고 있는 역사조작을, 잭과 콩나무 편에서는 이웃 인심의 각박함을, 신포도와 여우 편에서는 허무맹랑해보이는 진실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 흥부와 놀부 편에서는 힘들 때는 도와주지 않고 금은보화가 생기니까 세금으로 긁어가려는 법의 무가치성을 비꼬고 뒤트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말이다.

 

이쯤 되면 왠지 동화를 패러디한 여러 책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딱 단순히 생각해봐도 바바라 G. 워커가 지은 『흑설공주 이야기』가 생각난다. 완전히 그림 형제 이야기를 여성 상위의 시각으로 재해석했는데 삽화도 아름답고 내용도 여성지향적이여서 참 재미있게 읽었다. 또한 우리나라 여류 동화작가 임정진 선생님이 지은 『상어를 사랑한 인어공주』도 상당히 독특했다. 이 동화는 여성 상위라는 뚜렷한 목적은 없지만 이제껏 우리가 나쁜 놈이라고 생각해왔던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준다. 포식자 상어는 과연 나쁜 놈이기만 할지, 아기돼지 삼형제에 나온 늑대는 난폭하기만 할지, 단군 신화에 나온 호랑이는 정말 참을성이 없었을지에 대해서 나름 억울한 사연들을 상상해서 정리한 것이기에 꽤 새로울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기존의 통념을 비틀고 쪼개어 재해석한 것이니까 독자에게 신선함을 줄 뿐만 아니라 우리의 고정관념까지도 타파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준다. 그런 면에선 이 웹툰은 재미와 파격을 동시에 갖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을 뒤집고 싶다면 꼭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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