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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객관동화
무적핑크 글 그림 / 이미지앤노블(코리아하우스콘텐츠)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웹툰은 아마 웹상에서만 봐야 그 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하이테크놀로지로 향한 21세기의 발걸음이 무색하게 난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끝까지 종이책을 고수할 것이기 때문에 웹툰도 책으로 보는 것을 고집한다. 그래서 보고 싶은 것도 꾹꾹 누르면서 웹툰이 책으로 나오길 기다리는데 이게 정말 고역이다. 따라서 웹상으로 한번도 보지 못한 웹툰이 수두룩하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실질객관동화』이다. 이 책을 펼쳐들기 전에 딱 한 번 이 웹툰을 웹상으로 봤는데, 정말 참신하다못해 발랄함이 뒤로 넘어갈 정도의 파격적인 동화/만화/소설이었다. 저자는 처음 등장한 소재가 ‘동화’가 아니라 ‘만화’ 즉, 세일러문을 가지고 이야기했는데도 아무도 태클을 걸지 않은 것에 대해서 무한히 감사를 표했지만, 내가 보기엔 기존의 이야기를 비트는 새로운 시각이 일반인으로선 정말 참신하고 재미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그것을 눈치조차 채지 못했을 것이라 여겨진다. 왜냐하면 바로 내가 그러했기 때문에.
소설을 읽다가 보면 가끔 이 작가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어떻게 이런 식으로 표현할 생각을 했을까? 어떻게 처음과 끝을 이렇게 절묘하게 구성해놓았을까? 등등의 감탄을 금치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 웹툰은 내게 그런 놀라운 질문을 갖게 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어떻게 이런 표현을...? 어떻게 이런 구성을...?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을 정도의 막강한 풍자극 한 편이라 할 수 있다. 혹자는 만화를 다 큰 어른이 본다는 점에서 웃어넘길지도 모르겠다. 종종 아이들 중에서도 만화의 재미가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는 아이도 있으니까. 그것은 취향의 문제이니 왈가왈부할 수 없겠지만, 감성의 시대라 불리는 21세기는 장중한 글보다는 이렇게 그림과 글 몇 자로 촌철살인의 묘미를 전달해주는 것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마치 신문의 만평처럼 울림이 깊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처럼. 사실 이런 기법은 내가 바라는 능력 중의 하나였다.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이야기로 이 세상의 꼬라지를 비틀어 한바탕 웃음을 줄 수 있는 능력을 말이다.
이런 식으로 동시대 사람들에게 웃음과 비판의식을 줄 수 있으려면 매순간 허투루 세상을 봐선 안될 것이다. 단순히 현상에 머물 것이 아니라 그 본질을 꿰뚫 수 있는 자라야만 그런 웃음이 가능할 테니. 일견 엽기로 치부해버리고 혐오를 비출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엔 엽기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고 느껴진다. 풍자가 단순히 조롱으로 끝나고자 생겨난 것이 아니듯이, 이 웹툰도 역시 엽기적인 웃음만 주려고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내가 작가가 아닌 이상,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이 웹툰에는 눈에 보이는 세상 그 이상을 보게 한다. 세일러문 편에서는 세계평화보다도 내신만 챙기길 바라는 학부모를, 선덕여왕 편에서는 군대에 대한 상반된 견해를, 잠자는 숲속의 공주 편에서는 한창 진행되고 있는 역사조작을, 잭과 콩나무 편에서는 이웃 인심의 각박함을, 신포도와 여우 편에서는 허무맹랑해보이는 진실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 흥부와 놀부 편에서는 힘들 때는 도와주지 않고 금은보화가 생기니까 세금으로 긁어가려는 법의 무가치성을 비꼬고 뒤트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말이다.
이쯤 되면 왠지 동화를 패러디한 여러 책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딱 단순히 생각해봐도 바바라 G. 워커가 지은 『흑설공주 이야기』가 생각난다. 완전히 그림 형제 이야기를 여성 상위의 시각으로 재해석했는데 삽화도 아름답고 내용도 여성지향적이여서 참 재미있게 읽었다. 또한 우리나라 여류 동화작가 임정진 선생님이 지은 『상어를 사랑한 인어공주』도 상당히 독특했다. 이 동화는 여성 상위라는 뚜렷한 목적은 없지만 이제껏 우리가 나쁜 놈이라고 생각해왔던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준다. 포식자 상어는 과연 나쁜 놈이기만 할지, 아기돼지 삼형제에 나온 늑대는 난폭하기만 할지, 단군 신화에 나온 호랑이는 정말 참을성이 없었을지에 대해서 나름 억울한 사연들을 상상해서 정리한 것이기에 꽤 새로울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기존의 통념을 비틀고 쪼개어 재해석한 것이니까 독자에게 신선함을 줄 뿐만 아니라 우리의 고정관념까지도 타파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준다. 그런 면에선 이 웹툰은 재미와 파격을 동시에 갖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을 뒤집고 싶다면 꼭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