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1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클래식 27
조르주 상드 지음, 이재희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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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자유분방하게 일생을 불꽃같이 살다간 조르주 상드를 이 책을 만나기 전에는 몰랐다. 소개를 보니 유명한 19세기의 작가였다. 여섯 살 연하인 시인 뮈세, 음악가 쇼팽과의 모성애적인 연애와 화가 들라크루아, 소설가 플로베르와의 우정으로 유명했으며 정열의 화신으로도 사랑의 여신으로도 이름을 날린 여성이었다. 한 마디로 끼를 참지 못하는 자유분방한 삶을 살다가 간 문필가였는데, 그녀가 남긴 편지를 책으로 접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총 72통의 편지로 이루어져 있다. 실제로 조르주 상드가 쓴 편지는 무척 많겠지만 발굴된 편지로는 총 26권 1만 8000통 정도 남아있는데, 그 중에서 508편만 뽑아서 우리나라에서는 총 6권으로 「지식을 만드는 지식」에서 선을 보인다. 이 책은 그 중 첫 번째 권이다. 그 방대한 분량에 서간문학의 최고봉이라고 부른다는 상드의 편지는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방대함과 다양성과 복잡성이라는 것과, 둘째, 솔직함과 진실성과, 셋째, 지속성이 그것이다. 실제로 문외한인 내가 그녀의 편지를 봐도 놀라울 정도로 격정적인 표현과 그 편지를 쓸 당시의 상드의 표정이나 어투가 상상될 정도로 생생한 감정의 솔직함이 듬뿍 담겨 있다. 이런 끼가 있는 사람이 보호자가 급히 필요한 시점에 마침 나타나 준 카지미르 뒤드방과 결혼을 했으니, 어마나 그 결혼생활이 무미건조할지 상상이 간다. 1권에 담긴 72통 중에서 가장 압권인 내용은 결혼을 하고 첫째를 낳았을 시점에서도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그에 대해 남편에게 들켜 집을 나간 남편에게 고백을 하는 편지 내용이다. 깊은 사랑이었지만 순수하게 정신적인 사랑이었던 오렐리앙 드 세즈와는 깊은 공감대를 가지게 되고 같은 감성을 가진 인간임을 느껴 어쩔 수 없이 사랑을 하게 되었다는 고백서 같은 편지는 보통의 강심장을 가지지 않고서는 쓸 수 없는 편지인데, 그런 편지를 쓰는 것만 가지고도 충분히 상드를 설명할 수 있겠다. 편지에서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고백하면서 남편더러 당신은 편지도 안 써주지 않았느냐, 당신과는 통하는 것도 없고 그와의 대화 수준도 낮고 그는 책도 안 읽는다고 타박을 할 수 있느냔 말이다. 결혼을 하고 한 남자의 아내가 되었다면 절대로 외간 남자에게 눈을 돌려서는 안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물론 그 당시에 어쩔 수 없어서 결혼을 했다지만, 자신과 취미나 감성이 맞는지조차 확인을 안했다고 고백하는 것은 남편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닌가. 만약 입장을 바꿔서 상드의 취미가 고상하지 못하고 문학에 대해서 알지도 못한다고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남편의 편지를 받는다면 얼마나 상처를 받겠나. 정말 남이 하면 불륜이고 자기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이 딱 맞다.

 

어쨌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상드는 그렇게 남편에게 둘의 사랑을 인정받고자 했다. 절대로 그 몰래 둘이 만나지 않겠으며, 자신은 남편을 사랑하기 때문에 둘의 편지만 허락해주면 편지 내용까지도 허락받고 보내겠다고 맹세까지 했다. 극도로 평범한 상식을 가진 나로선 그녀의 행동이 정말 이해되지 않았다. 그렇게 말하면 둔하고 수준 낮은 취향을 가진 그녀의 남편이 동의해주리라고 생각했던 걸까. 편지로서도 충분히 톡톡 튀는 매력을 발산하는 것을 보니 실제 말로서는 얼머나 날렸을지 안 봐도 비디오다. 그러니 그 남편이 전전긍긍하며 그녀의 바람을 다 들어줬을 것 같단 의심을 지우지 못하겠다. 뒤에 나온 연보를 보니 그 이후에도 오렐리앙을 가끔씩 만나게 되는 것을 보니 둘의 사랑은 계속 유지가 된 것 같은데 편지 속에는 둘의 관계가 드러나지 않는다. 편집했을 때 빼지 않았나 싶다. 그러니까 책의 소개에도 나왔듯이, 순수하게 정신적으로만 사랑하는 관계였던 것이다. 남편에게까지 허락받은 편지로만 이어지는 사랑... 남편이 있는데 그런 남자 친구가 있어야 하는 이유를 나는 도통 모르겠지만 그런 관계를 인정해주는 그 남편이 더 모를 일이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당연히 나를 완전히 이해해주고 같은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대상이 아닌 남자를 남편으로 삼아선 안된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여자로서 삶 자체가 부자유스러운 19세기의 고질병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20세기만 태어났어도 그런 잘못된 남편 선택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만약 그랬다면 평생 한 남자만 바라보고 문학가로서 행복하지만 이름이 나지는 않는 인생을 살았을지도. 결국은 남편과 이혼하는 것으로 나오던데, 그 이후부터는 그녀에겐 거칠 것이 없어졌으니 진짜 결혼을 잘못했다 싶다. 정신적으로 사랑을 나눈 오렐리앙과의 관계도 어쩐지 아쉽고 말이다.

 

내게 사랑은 정신적인 것과 육체적인 것이 별개가 아니다. 아마도 현대를 살아가는 건전한 여성들의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은데, 어떻게 그것을 나눌 수가 있을까. 둔하고 말도 통하지 않고 그래서 나눌 대화가 없는 남자랑 어떻게 한 이불 덮고 살겠으며, 말도 통하고 나를 기쁘게 해주고 행복하게 하는 사람이랑 어찌 한 몸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어쩐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재미 없어졌다. 요즘 사람들이 금방 사랑을 했다가 금방 이별을 하는 이유가, 바로 이렇게 사랑 자체를 자신만의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사랑은 속된 인간이 가장 신과 닮아갈 수 있는 경이로운 경험이자 놀라운 감정이다. 사랑을 하면 오래 참을 수 있고 온유해지며 제 것을 자랑하지 않으며 그에게 시기, 질투하지 않으며 교만할 수 없으며 무례하지 않으며 자신의 유익을 구하기 보단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며 화나지 않고 악한 것보다는 선한 것을 생각하길 좋아하며 진리와 함께 하게 된다. 만약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데, 여기 나온 것과 반대 방향으로 나간다면 그것은 자기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지 절대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조르주 상드는 누굴 사랑했을까. 그녀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누군가와 사랑을 했는데 그것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면 그것은 절대로 정상적인 유형은 아니였을 것 같다. 그렇다면 상드는 정상적인 사랑을 한 것은 아니겠다. 예전부터 문학가나 음악가나 화가 같은 예술 계통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도덕관념이라는 잣대를 아예 떼어버렸는지 항상 문란한 사생활로 유명하다. 지금은 연예계와 언론계로 확대되어 더이상 그런 계통에서 도덕적이길 기대하는 것이 신기한 일이 되어버렸을 정도이다. 하지만 그들도 인간인 이상 지킬 것은 지켜야 맞다. 시대가 가고 세태가 달라져도 인간은 인간임을 버려서는 안 된다. 왠지 시대가 인간다움을 버리는 것이 더 멋지고 쿨한 것처럼 보이는 때가 되었지만 인간이 인간이 아니게 되는 때가 아니라면 항상 도덕이란 잣대는 들이대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유명한 사람들에 대한 책에서도 이런 도덕관념에 대한 이야기는 꼭 뺀다. 혹 그들이 도덕적이지 않은 것이 당연한 것처럼, 아니면 비범한 사람들이니까 그런 것쯤은 양해해줘야 하는 것처럼. 이것이 바로 사람들의 눈과 귀를 가리우는 것이다. 누구나 지켜야 할 도리를 버리는 것을 미화시켜서 말이다. 그러니까 아무리 멋진 작품을 썼을지라도 조르주 상드는 아이도 있는 어미였음에도 남편을 버리고 바람난 여편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성경에 보면 해 아래 새 것은 없다는 말이 있다. 간단하게 말해서 누군가 아무리 좋은 것을 발명, 혹은 발견, 혹은 창작했어도 그것이 완전한 새로운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창작자가 인간인 이상 과거 어디에선가 비슷한 것이 있었다는 말로, 인간의 유한함을 드러내준다. 그러니 얼마나 위대한 것을 만들었든 어떤 누구도 인간으로서 해야 할 것에서 면제받을 수도 없고, 그가 만들었던 그 무엇이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어느 누가 다른 사람이 꾼 꿈을 보지도 않고 해석해낼 수 있겠으며, 어떤 이가 외국의 감옥에 13년 동안 있다가 그 나라의 총리가 될 수 있겠는가. 또 어떤 이가 지혜롭다는 이유만으로 전 세계적으로 금은보화과 찬사를 받을 수 있겠으며, 숱한 이적과 기사를 행할 수 있겠는가. 과거에 이미 이런 모든 일이 일어났으니 그 이후에 일어날 일 중에는 이보다 더 대단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자만하지 말고 모든 사람이 똑같은 잣대로 판결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살아야 할 것이다. 결국 상드는 바람난 여인이었고, 그것 때문에 이혼하고 계속 문란한 짓을 계속 했다는 것만이 진실이니까 말이다. 이와 같이 탁 까놓고 말하면 사생활이 문란한 여자에 지나지 않지만, 모델일을 해주며 스스로도 그림을 그리거나 그저 화가들에게 영감만 주어 예술가들의 뮤즈로 이름난 여자들이 몇몇 알고 있다. 처음 봤을 땐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까지 했었는데, 지금은 해 아래 새롭지 않은 일을 위해 자신의 평판을 문란하게 만든 그녀들이 조금은 불쌍하다 싶다.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면 미술책에 이름 하나 알려지지는 않을 수 있었어도 훨씬 인간적으로 숭고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다지 도움이 되는 책은 아니지만 어쨌든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된 것 같아 신기했다. 편지를 그렇게나 많이 쓸 수도 있구나 싶어서... 솔직히 남의 사생활을 캐는 것 같아서 재미있기도 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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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에게 박수를 보낸다 - 세상에 홀로 내던져진 마흔살 여자의 기적같은 이야기
정은희 지음 / 다산라이프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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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 이혼, 빈털터리의 두 아이 엄마가 지금은 핑크벤츠를 탑니다.

 

 

사람들은 어느 때 죽을 힘을 다해 낼까. 그것은 당연히 절벽 위에 서 있을 때,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을 때, 긴박함할 때일 것이다. 여기 마흔 살의 이혼녀가 있다. 수중에는 백만원이 채 안 되는 돈을 가지고. 11평의 임대 아파트에 사는 하루 하루 무가지를 뒤적여봐야 하는 신세로 전락해버렸다. 대단한 학벌도 없고, 스펙도 갖추지 못한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의 종류는 한정되 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랬던 그녀가 메리케이 화장품을 만나 사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단지 개인 판매자가 회사와 직접 단독 계약을 맺는 방식이었기에 얼마든지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준다는 이유로. 당시 메이케이 코리아가 한국에 들어온 지 4년 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었고, 청주 지역에서는 그녀가 처음이었기에 기회가 좋았다. 메이케이 화장품은 단순히 제품을 전달하는 방문판매의 형식에서 벗어나 피부 상태를 컨설팅하고 각자의 피부 타입에 맞는 메이크업을 제안하는 개인 뷰티 컨설턴트까지 진행하기 때문에 변화하는 사회의 흐름에도 알맞고, 단계별로 직급체계로 판매자에게 도전의식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도 성장하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처음 시작하는 사업자는 뷰터 컨설턴트로 부르고, 이들 개인사업자를 관리하는 관리직은 디렉터, 최고 직급자는 다른 회사로 치면 판매이사급에 해당하는 내셔널 세일즈 디렉터NSD라 하는데 그녀는 시작한 지 3년 6개월만에 최고의 직급인 NSD에 올랐다.

 

이런 류의 성공스토리는 다른 사람에게는 부러움을, 본인에게는 자신을 정리하는 기회를 준다. 그러나 내게는 막연한 궁금증만 든다. 그녀가 성공하기 위해서 버려야 했던 자존심, 두려움, 선입견, 체면 등은 사실 모든 인간에게 버리기 쉽지 않은 것이 아닌가. 그런 것을 단지 한 마디의 말로 ‘버린다’고 그것이 쉽게 버려지냐는 말이다. 그녀가 바쁘게 일을 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하시는 어머니께서 김장을 담가 주신다고 했을 때, 김장을 도우러 간 어머니 집에서 배추가 맛있는 김치로 거듭 나기 위해서는 다섯 번 죽어야 한다는 말에, 그녀가 가졌던 모든 두려움과 체면 등을 버릴 수 있었다고 그 소회를 밝혔다. 그런데 그 순간이 너무나 선명하게 인식되긴 하지만 같은 상황이 아닌 사람의 입장에서는 잘 와닿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책에서 말했듯이, 우리의 체험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전해야 할 그것을 말해야 한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그녀가 전하고 싶었던 것은 분명히 누구나, 학벌 없고 스펙 없고 능력 없는 사람도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을 테니. 다른 자기계발서에서도 이야기했던 것 중에 주의깊게 봤던 것이, 사람이 성공하는데 장애가 되는 것이 성공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김없이 이 책에서도 자신이 승승장구 하고 있을 때 스스로 더 높이 성장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깨달음을 느꼈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변화를 무서워한다는. 그래서 아직도 성공에 대한 이야기가 팔리고 있고, 사람들은 성공을 갈망하기 마련인가 보다.

 

여러 일화 중에서 자기가 NSD일 때, 자기 밑에 있는 한 뷰티 컨설턴트가 그만 둔다고 했던 이유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자신은 3~4개월만 바짝 고생하면 평생을 편하게 살고 싶었다고 말하면서 저자더러 NSD에까지 올랐음에도 무한히 바쁜 것이 못 실망했단다. 뷰티 컨설턴트 때는 새벽 5시에 일어났고, 지금은 7시에 일어난다는 저자는 항상 초심으로 돌아가서 성공에 대해 스스로를 가꾸는데 그것이 그 뷰티 컨설턴트에겐 힘겨워보였나 보았다. 그 때 느꼈다. 과거 나도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을. 평생 놀고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돈만 있으면 뭐 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내 어린 시절의 철 없음을.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그렇게 나 자신을 위해서만 시간을 쓰고 여유를 즐기며 편안히 살아가는 것이 행복인 줄 알았다. 그러나 절대로 그런 것이 아니였음을 요즘에는 느낀다. 사람은 편하면 이상한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내가 이상한 생각을 했던 것은 결코 편해서만은 아니였지만, 대부분 등 따시고 배 부르면 안일해지고 나태해지기 마련이 아닌가. 누구나 편히 있는 것을 좋아하고, 즐기기를 좋아하고, 남에게 베풀지는 못할 망정 남의 배려를 구해야 하는 상황을 무서워하기 마련이라는 생각도 같이 들었다. 그래서 그 뷰티 컨설턴트는 결국 그만 뒀지만, 저자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단다. 당연히 성공이라는 것이 안일하게 느긋하게 여유를 즐기는 삶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항상 생동감이 넘치는 것은 움직여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성공 후 마음껏 시간을 쓰겠다고 하는 것은 웃긴 일일 것이다.

 

아무것도 없었기에 더욱 성공이 빨랐던 그녀를 보면 아마도 누구나 성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문제는 누가 움직이고 누가 움직이지 않는가 하는 것이 아닐까. 항상 움직이고 생동감 있게 살아가는 것이 굳이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행복의 근원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스스로 성공의 키워드를 찾아가며 노력했던 그녀에게 나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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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경제학 - 경제이론과 현실경제의 행복한 만남
그레그 입 지음, 정명진 옮김 / 부글북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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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글books에서 나온 신간, 『달콤함 경제학』은 말 그대로 경제학이 달콤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보통 경제학은 어떤 것이 있는지 잘 읽어보지 않아서 다른 경제학 책과의 비교는 할 수 없지만 확실히 쉽게 읽힌다는 것만은 확고하게 말해줄 수 있겠다. 이 책은 독특하게도 추천인의 글이 두 편이나 실려 있는데 중앙일보 경제연구소 소장인 박의준 씨와 들어본 적도 없는 기업인 PIMCO의 CEO인 모하메드 엘-에리언 씨도 쉽게 읽을 수 있는 경제책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으니, 서문을 보기도 전에 추천사를 먼저 보면 잔뜩 기대하게 된다. 책을 아주 쉽게 읽을 수 있겠구나 하고. 그리고 서문을 보면 그가 어릴 때부터 경제학자이신 어머니로부터 일상생활에서 경제학을 접목시켜서 양육 받았기 때문에 이렇게 실생활에 쓰이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는 쉬운 경제학 글쓰기가 가능하게 되었던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어릴 적에 인플레이션에 따라 용돈을 받은 사람이 누가 있단 말인가. 대단한 경제학자들도 그런 식으로 양육받지는 않았을 것이기에 이 책의 저자인 그레그 입 씨에게만의 강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실제로 보면 정말로 쉽게 읽을 수 있다. 추천사에 나온 것처럼 비유가 예사롭지 않긴 하지만 그런 비유가 두드러지지는 않고 그저 이해하기 쉬운 생활용어로 경제학을 풀어내었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비유를 잘하기 위해 과도하게 신경을 쓰면 비유만 두드러지고 진짜 중요한 내용이 가려지는 느낌을 받은 책도 있었기에 하는 말이다. 이 책은 적절하게 아주 가끔의 빈도로 비유를 사용하되 전반적으로 쓰이는 말이 어렵지가 않다. 다들 이런 책처럼만 경제 책을 쓰면 아무도 경제가 어렵다는 생각은 하지 못할 것이다. 예전부터 나는 확률이나 환율에 대해서, 즉 %가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딱 맞아떨어지는 인식을 가지지 못했다. 내 자신이 그렇게 모호하게 알고 있으니 당연히 다른 사람에게 설명도 딱 부러지게 못한다. 원래 다른 개념들은 잘 알고 있든 제대로 모르고 있든 딱 부러지게 설명해줄 수 있는데 유독 %이 들어가는 개념은 안개 속을 걷는 것 같이 느껴진다. 그런데 이 책에서도 그런 개념이 나오지만 내가 이제까지 봤던 몇 권 안 되는 다른 경제 책들과는 달리 그런 개념을 확실하게 알 필요가 없었다. 계산을 할 것도 아니고 분석할 필요도 없으니 그저 나타난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되는 것을 나는 좀 과도하게 생각했던 느낌이 든다. 실은 다른 책은 그런 부분에 대한 설명이 책에 대한 비중에서 많이 차지했던 것이 내게 그런 느낌을 들게 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이 책은 그런 숫자와 기호들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을 각기 설명해주는 곳에서는 이제껏 들어왔던 배경지식과 그 외에 읽었던 경제 책에서 얻은 지식과 잘 조합해보니 확실히 이해가 잘 된다. 보통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이 더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디플레이션에서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어서 나쁜 경우에는 나라가 지급 불능에도 빠질 수 있다고 나타나있다. 그래서 경제는 과해도 안 되고, 덜 해도 안 되는 것이라는 중용의 미학을 다시금 이해했다. 특히 미국인들은 실업보다도 인플레이션을 더 두려워하는데 이런 인플레이션은 임금 인상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인금 인상이 그다지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역설적인 생각을 했다. 솔직히 임금이 인상되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으니 마냥 좋을 줄만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였다. 그렇게 예측하기도 어렵고, 대처하거나 방지하기도 어려운 경제란 괴물은 그래서 매력적인 학문이 아닌가 싶다. 미국대통령이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이 경제학인데, 그를 보필하는 경제 자문단이 대통령에서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서 그 당시의 경제 정책이 달라진다. 어쨌든 대통령도 사람이고, 사람인 만큼 경제를 확실하게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니까 말이다.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경제이기에 더욱 매력적인 것이 아닌가 싶다. 나도 이해는 못하면서도 계속 경제학 책을 보게 되는 이유가 그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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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첫 번째 선생님 - 1등을 강요하는 대신 방법을 알려줘라
전상희 지음 / 맘에드림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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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이들에게 엄마가 놀아주면서 학습을 유도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아이들이 있다면 내심 공부를 잘하길 기대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안해야지 하면서도 공부하란 잔소리 아닌 잔소리가 터져나오게 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공부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바로 부모라고 한다면, 이게 과연 말이 될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말이 된다. 이 책 서문에 이런 말이 있다.

 


없는 것을 넣어주는 것이 아닌, 있는 것을 키워주는 것이 바로 부모의 역할입니다. 

솔직히 많은 아이들을 접하면서 그 정도로 많은 엄마들을 만나왔지만, 제대로 생각이 박혀있는 엄마를 만난 것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내가 있는 곳이 꽤 잘 사는 동네이고 엄마들의 의식도 많이 깨어있다고 하는 곳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서울이 아닌 수도권이다 보니 대치동이나 강남 엄마들 같지는 않겠다. 하지만 극성스러운 것도 옳은 방향은 아니니까 도리어 대치동이나 강남 엄마가 아닌 것이 다행일까. 내가 말하는 의식이 깨어있는 엄마란 아이들의 기본적인 이성을 존중해 주되, 아이들의 선택에 끌려가지는 않는 엄마를 말한다. 내가 있는 곳이 국영수 같은 주요 과목의 성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학원이 아니기에 아무래도 돈 좀 있어야 하고, 당장의 성적에 급급해하지 않아야 하기에 하는 말이다. 딱 까놓고 말해서, 독서와 관련된 학원인데 독서가 좋다는 것을 누가 모르겠냐마는 아이들이 스스로 독서조차 되지 않으니까 이제는 이런 학원도 생기는 이런 현상이 그 학원 선생인 내게도 그리 좋아보이지만은 않는다. 그러나 분명히 확언하는 것은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도, 극성스럽게 좋아하는 아이도 학원에 와서 훈련을 받으면 향상되는 것은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성적처럼 확 드러나지 않아서 시간이 많이 필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향상되는 것은 분명히 있다. 내가 6년째 몸 담고 있으니 그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이런 학습적인 책을 볼 때, 많은 것이 공감된다. 의식이 깨어있지 않은 엄마들이 쉽게 생각하는 것이 국영수처럼 알려주고 외우게 해서 점수를 내는 학원이 아님에도 집어넣으면 공장처럼 바로 찍어서 나오는 줄 안다는 것이다. 그럴 수만 있으면 왜 학습서나 교육관련 서적이 이렇게 판이 치겠나. 그럴 수 없는 것이 교육이기 때문이지 않겠나.

 

그래서 이 책은 다년간의 아이들을 보면서 느꼈던 부분들을 확실하게 잡아주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되는 것은 맞벌이 부부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이랑 같이 있지 않는데 아이들의 성향이나 성격을 어떻게 파악할 것이며, 감성을 발달시켜줄 수도, 창의력을 키워줄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물론 주중에서는 서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즉, 엄마 아빠는 직장으로, 아이들은 관리해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학원으로 가고, 주말에는 서로 여유를 가지며 이야기도 나누고 이 책에 나온 다양한 활동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주중에도 가끔씩 저녁에 만나서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러 갈 수도 있겠고, 주말를 이용해서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충분히 엄마가 지혜롭게 묘안을 짜낸다면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나 부모들이나 주중에 그렇게나 혹사시켰는데 밖으로 돌아다니고 싶어질까 의문이 든다. 또한 부모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평소에 신경을 못 써주니까 주말에는 외식을 해주고 싶은 유혹도 많이 들게 마련이다. 맞벌이를 하는 목적이 엄마의 자아 실현이라면 모르겠지만, 그것이 아니라 단지 생활비를 더 벌 목적이라면 차라리 일을 안 하고 집에서 아이들을 챙기는 것이 훨씬 돈이 적게 들 정도로 맞벌이 때는 돈이 많이 나간다. 일단 엄마가 힘드니까 저녁은 외식이 되지 않겠느냐 말이다. 그래서 전적으로 전업주부에 한해서만 이 책을 보는 것이 좋겠다.

 

이 책은 총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학습 또는 양육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첫 번째에는 감성의 발달, 감정의 파악, 다양한 경험, 창의력 키우기, 상벌하는 방법, 아이를 인정에 대해 나와 있는데 이는 가장 근본적인 것이지만 요즘 엄마들이 가장 많이 직무유기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보통 엄마들은 제 아이들에 대해 제 배 아파서 낳은 아이라 자기 것이라는 생각이 강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이들이 엄마와는 다른 하나의 인격체이고, 엄마와는 다른 생각과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기준 이하의 생각을 많이 갖는다. 그래서 어떤 교육서나 양육서적에는 아이를 인정하라는 말이 가장 먼저 나온다. 만약 엄마는 시간과 계획을 철저히 따지는 유형이고 아이는 자유분방한 유형이라면 자기와 같지 않은 아이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는 관계를 악화시킬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그리고 두 번째에는 생활 습관에 대해 말하는데, 가장 기본 원칙이 엄마의 습관을 보고 배운다는 것이다. 엄마는 게으르면서 아이들에게 부지런하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알지만, 그런 실수를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우리 속담에도 있을 정도로, 상식적인 말이라는 것만 알아두자. 쓰고 읽는 습관, 할 일을 미루지 않는 습관, 정리정돈 하는 습관 등 기본적인 습관을 초등학생 때까지는 다 들여놔야 한다. 특별히 학습 부진아가 아니라면 초등학교 수업은 어느 정도 따라가기 때문에 이 때 습관을 잡아주지 않는다면 그 이후가 힘들어지게 마련이다. 가장 중요한 세 번째에는 학습 습관이 등장하는데, 아주 세심하게 정리가 되어 있다. 공부하는 목적에서부터 아이들마다 다양한 학습 유형을 파악하는 방법과 각 과목별로 공부하는 방법까지 수록되어 있다. 이것을 보면 공부하는 방법이 뭐가 이렇게나 많아 할 정도로 체계적으로 정리가 되어 있지만, 실은 다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리가 되지 않기에 주먹구구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면 낭패를 보니까 꼭 참고해야 한다. 여기에는 참고서 고르는 방법부터 학원이나 과외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해서까지 나와있으니까 꼭 확인해야 한다. 참고로, 내가 과외로 아이들을 만났을 때 생각했던 것인데 엄마들 중에는 과외 선생님에게 전적으로 아이들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내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본 것은 아니라서 이렇게 표현하지만, 실은 내가 만난 엄마들은 전적으로 내게 다 맡겼다. 그런데 솔직히 처음 본 사람에게 아이들을 다 맡기는 것이 내겐 의아하게 느껴졌다. 내가 전문강사일 때 과외를 했기에 일개 대학생 과외와는 다른 점은 있겠지만, 그래도 엄마가 옆에서 챙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 책에서도 엄마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되어 있으니 그 부분도 확실하게 챙겨야 할 것이다.

 

 학원에 있으면서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요즘 아이들의 두드러지는 특성은 꿈이 없다는 것이다. 엄마들은 아이들이 꿈이 없다는 것에 대해서 특별히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도 독특한 점이다. 그리고 제 자녀들이 꿈이 없는 것이 꼭 학원 탓인 양 말하는 것도 참 의아할 뿐이다. 아이들이랑 같이 있고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부모일 뿐이며, 학원이나 과외는 부차적인 존재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학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꿈이 없다면 꿈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할 사람은 학원이나 학교 선생님이 아니라 엄마와 아빠인 것이다. 요즘 엄마들은 왜 그것을 알지 못할까 하는 생각을 이 책을 보면서도 했다. 네 번째 부분이 바로 이 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학원 다니느라 힘든 아이들을 위한답시고 친구들이랑 놀게 해주거나 영화 보여주거나 게임을 허락하지 말고 가장 중요한 꿈을 설정하는 활동을 해보면 좋을 듯 싶다. 독서를 중점적으로 훈련하는 우리 학원뿐만 아니라 다른 다양한 논술 관련 학원에서 이런 꿈에 대한 것을 관리해주는 것을 아는데 솔직히 이런 것은 학원에서 할 것이 아니라고 본다. 가장 내밀한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은 바로 가정이 아닌가. 조금 걱정되는 것은 사춘기에 접어드는 여학생들 중에 엄마한테는 이야기 못한다고 하면서 내게, 그러니까 일개 학원 선생님에게 울면서 하소연하거나 상담을 청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나랑 친해진 아이들이라서 가능했던 것이지만 원래 그런 이야기는 엄마에게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아이들이 고민을 상담할 존재가 없어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원래 또래 친구들의 중요성이 더 커지는 때가 사춘기라고는 하지만 이 때 엄마와의 관계가 소원해져 좋지 않은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면 그 아이의 앞날은 어두워질 뿐이다. 그러니 어릴 때부터 자녀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이런 꿈 찾기 활동을 하면서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어두어야 할 것이다.

 

이미 알고 있던 것도 많았지만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보니, 확실히 머릿속에 정리가 잘 되는 듯 하다. 이런 책은 꼭 한 권씩 옆에다 끼고 보면 자녀들을 지도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예전에 봤던 교육서적 중 가장 으뜸으로 치는 책은 『칼 비테의 공부의 즐거움』인데, 이는 아버지의 양육법으로 회상하는 아들의 입장에서 쓰여진 것이다. 결국 아들을 19세기의 천재로 키워낸 사람이기에 꼭 읽어볼 만하다. 굳이 천재를 만들고자 한 것이 아니라 자녀의 인성을 강조한 그의 교육법은 요즘 시대에 특히 시사하는 점이 크다. 그는 그런 양육법을 실천하기 위해 일부러 결혼을 늦게 해서 아이를 낳았을 때가 쉰이 넘었을 때였다. 그래서 자신이 아이에게 많이 참아줄 수 있을 때 낳은 것이었다. 한 예로, 아이가 잘못해서 낚시바늘을 아버지의 귀에 걸렸을 때, 화내거나 소리치지 않고 아이가 놀래지 않도록 귀를 가리고 다른 이야기로 유도해서 몰래 빼낸 일화는 정말 놀랍다. 아무리 아이여도 자신을 아프게 하면 소리를 지를 텐데, 심지어는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을 수도 있는데 그는 절대적으로 침착함을 유지하도록 자신을 훈련했던 것은 대단하다고 본다. 그러니 제 아이가 천재가 아닌 것에 실망이 될 때, 그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탓이라 생각하면 아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면 실망할 일도 없을 테니 정신 건강에도 좋다고 본다.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은 부모라면, 꼭 이 책을 봐야할 것이다. 별책부록도 주니까 활용도도 높은 책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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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릴리언의 위대한 선물
지미 카터 지음, 에버리치홀딩스 편집부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39대 대통령인 지미 카터의 어머니인 마더 릴리언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다. 릴리언 카터는 일흔 살의 나이에 미국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인도에 다녀오신 대단한 열정을 지닌 분이셨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느꼈던 의문점은 한국과 미국이 무엇이 다르기에 한국에는 일흔 살의 할머니가 평화봉사를 하러 나가는 일이 없을까 하는 것이었다. 태생이 달라서일까, 공동체를 향한 관심이 달라서일까, 아니면 받아온 교육이 달라서였을까. 일단 릴리언 여사가 아들들에게 한 교육과 한국의 어머니들이 아이들에게 하는 교육이 다르다는 것을 볼 때, 적어도 앞으로 30년 동안은 우리나라에는 이런 할머니가 나타날 수는 없을 것 같긴 하다. 학연 지연 혈연을 따지는 한국에서는 평화, 자유, 민주주의, 인권, 환경, 나눔, 사랑, 봉사, 법치 같은 가치를 자녀들에게 가르치는 부모가 귀하지 않은가. 자수성가한 사람들 중에도 사회에 환원하는 사람들도 거의 없을 뿐 아니라 나를 포함해 내 아이, 내 가족, 내 마을의 이익만 챙기는 사람이 더 많은 이 사회에는 아직 이런 분들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저 공공장소만 가더라도 제 아이만 귀해서 시끄럽게 떠들어도 별로 개의치 않은 고등교육 받은 엄마들이 즐비한데 이런 할머니가 나타나길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어불성설일지도. 더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이 릴리언 여사도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고, 미국 자체가 청도교들이 세운 나라인 것을 감안해볼 때 그런 문화 자체가 우리나라에 무르익지 않은 것이 당연한 귀결이다.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들어온 것은 1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오천 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가 동방예의지국으로 인식되어 왔고, 온 나라가 알아주는 부잣집에서는 동네 전체를 아우르는 베품을 미덕으로 삼았던 나라임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평화나 봉사, 사랑이란 미덕을 가지고 표현하지 못했던 것은 아주 가난했기 때문이라는 변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나도 우리 나라를 이기적이라 매도하고 싶지 않기에 아예 못됐기만 한 나라는 아니라고 변명해보고 싶다. 우리가 자식 교육에 열성을 보이는 것도, 아이들에게 최고가 되길 강요하는 것도 못 살고 못 먹었던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를 진저리치게 보고 자랐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자신들은 못 먹고 못 배우지 않았지만 뿌리 깊이 새겨진 가난의 흔적은 그렇게 아들 세대를 쪼아대는 것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실제로 그들을 공부하게 하는 것은 굶주림 뿐인 것을 모르고 말이다. 흔히 말하는 헝그리 정신이야말로 사람들을 강인하게 만드는 것이며, 성공의 열쇠인 것을 조금 생각만 해보면 다 알텐데. 귀하디 귀한 제 자식에게 잘 입히고 잘 먹이고 싶은 것이야 모든 어머니들의 열망이지만, 그렇게 자란 자식이 배고픔이 무엇인지 열망이 무엇인지 선행이 무엇인지 어떻게 알까. 릴리언 여사는 세상에 다시 없을 대단한 여성이지만, 그런 여성을 바로 근거리에서 보고 배우며 자랐기에 지미 카터가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오르고 그 후에도 평화의 전령으로 활동하다가 끝내 노벨평화상까지 받게 된 것이 아닐까. 상을 받고자 해서 분쟁을 조정하고 평화를 옹호하는 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 평생을 그런 삶을 사신 엄마 밑에서 자라왔기에, 그리고 전직 대통령이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기에 세계를 무대로 하는 평화의 전령사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혹자는 일개 땅콩 농부였던 그가 대통령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대표되는 정치계의 불신 덕분이었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준비되지 않은 자의 질투어린 모함일 뿐이다. 아무리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었을지라도 평소에 그가 청렴 결백하고 거짓말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였다면, 선행을 강조하고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아니였다면, 다시 말해 준비된 일꾼이 아니였다면 멍석이 깔려있어도 그가 당선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위대한 사람의 뒤에는 항상 더 위대한 어머니가 있다는 말처럼 확실히 그는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 어머니는 우연히 아들이 대통령이 되었을 뿐, 항상 그렇게 대단하신 분이셨고 말이다. 즉, 그녀가 유명해진 것은 아마도 대통령 아들을 두었기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그녀 자신이 가치 있는 행동을 했기 때문에 그런 유명세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런 유명세를 얻기 위해 했던 행동들은 아니지만. 한 번 생각해본다. 사람이 대단한 가치를 가진 행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하고. 그것이 명예를 얻고 돈을 얻는 등의 개인적인 욕구에서 오는 것일까, 아니면 어떤 외부적인 영향일까. 단순히 편하고 싶고 즐기고 싶은 욕망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들을 위한 행동을 하는 사람은 개인적인 욕구에 휘둘리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일흔이라는 나이에 못 먹고 못 쓰는 인도까지 가서 봉사를 했을리가 없을 테니까 말이다. 마더 테레사에 비견될 수는 없겠지만 마치 그런 열망을 지닌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가. 종교적인 부르심을 받지는 않았지만 종교적인 가르침에 따라 살았으니, 아마도 그녀는 그런 가치관에 온몸을 내던진 사람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만나봤으면 더 대단한 인상을 받았을 텐데 아쉽다. 그나마 그의 아들이 남긴 그녀에 대한 책이라도 옆에 있으니 다행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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