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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첫 번째 선생님 - 1등을 강요하는 대신 방법을 알려줘라
전상희 지음 / 맘에드림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아이들에게 엄마가 놀아주면서 학습을 유도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아이들이 있다면 내심 공부를 잘하길 기대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안해야지 하면서도 공부하란 잔소리 아닌 잔소리가 터져나오게 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공부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바로 부모라고 한다면, 이게 과연 말이 될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말이 된다. 이 책 서문에 이런 말이 있다.
없는 것을 넣어주는 것이 아닌, 있는 것을 키워주는 것이 바로 부모의 역할입니다.
솔직히 많은 아이들을 접하면서 그 정도로 많은 엄마들을 만나왔지만, 제대로 생각이 박혀있는 엄마를 만난 것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내가 있는 곳이 꽤 잘 사는 동네이고 엄마들의 의식도 많이 깨어있다고 하는 곳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서울이 아닌 수도권이다 보니 대치동이나 강남 엄마들 같지는 않겠다. 하지만 극성스러운 것도 옳은 방향은 아니니까 도리어 대치동이나 강남 엄마가 아닌 것이 다행일까. 내가 말하는 의식이 깨어있는 엄마란 아이들의 기본적인 이성을 존중해 주되, 아이들의 선택에 끌려가지는 않는 엄마를 말한다. 내가 있는 곳이 국영수 같은 주요 과목의 성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학원이 아니기에 아무래도 돈 좀 있어야 하고, 당장의 성적에 급급해하지 않아야 하기에 하는 말이다. 딱 까놓고 말해서, 독서와 관련된 학원인데 독서가 좋다는 것을 누가 모르겠냐마는 아이들이 스스로 독서조차 되지 않으니까 이제는 이런 학원도 생기는 이런 현상이 그 학원 선생인 내게도 그리 좋아보이지만은 않는다. 그러나 분명히 확언하는 것은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도, 극성스럽게 좋아하는 아이도 학원에 와서 훈련을 받으면 향상되는 것은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성적처럼 확 드러나지 않아서 시간이 많이 필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향상되는 것은 분명히 있다. 내가 6년째 몸 담고 있으니 그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이런 학습적인 책을 볼 때, 많은 것이 공감된다. 의식이 깨어있지 않은 엄마들이 쉽게 생각하는 것이 국영수처럼 알려주고 외우게 해서 점수를 내는 학원이 아님에도 집어넣으면 공장처럼 바로 찍어서 나오는 줄 안다는 것이다. 그럴 수만 있으면 왜 학습서나 교육관련 서적이 이렇게 판이 치겠나. 그럴 수 없는 것이 교육이기 때문이지 않겠나.
그래서 이 책은 다년간의 아이들을 보면서 느꼈던 부분들을 확실하게 잡아주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되는 것은 맞벌이 부부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이랑 같이 있지 않는데 아이들의 성향이나 성격을 어떻게 파악할 것이며, 감성을 발달시켜줄 수도, 창의력을 키워줄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물론 주중에서는 서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즉, 엄마 아빠는 직장으로, 아이들은 관리해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학원으로 가고, 주말에는 서로 여유를 가지며 이야기도 나누고 이 책에 나온 다양한 활동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주중에도 가끔씩 저녁에 만나서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러 갈 수도 있겠고, 주말를 이용해서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충분히 엄마가 지혜롭게 묘안을 짜낸다면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나 부모들이나 주중에 그렇게나 혹사시켰는데 밖으로 돌아다니고 싶어질까 의문이 든다. 또한 부모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평소에 신경을 못 써주니까 주말에는 외식을 해주고 싶은 유혹도 많이 들게 마련이다. 맞벌이를 하는 목적이 엄마의 자아 실현이라면 모르겠지만, 그것이 아니라 단지 생활비를 더 벌 목적이라면 차라리 일을 안 하고 집에서 아이들을 챙기는 것이 훨씬 돈이 적게 들 정도로 맞벌이 때는 돈이 많이 나간다. 일단 엄마가 힘드니까 저녁은 외식이 되지 않겠느냐 말이다. 그래서 전적으로 전업주부에 한해서만 이 책을 보는 것이 좋겠다.
이 책은 총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학습 또는 양육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첫 번째에는 감성의 발달, 감정의 파악, 다양한 경험, 창의력 키우기, 상벌하는 방법, 아이를 인정에 대해 나와 있는데 이는 가장 근본적인 것이지만 요즘 엄마들이 가장 많이 직무유기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보통 엄마들은 제 아이들에 대해 제 배 아파서 낳은 아이라 자기 것이라는 생각이 강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이들이 엄마와는 다른 하나의 인격체이고, 엄마와는 다른 생각과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기준 이하의 생각을 많이 갖는다. 그래서 어떤 교육서나 양육서적에는 아이를 인정하라는 말이 가장 먼저 나온다. 만약 엄마는 시간과 계획을 철저히 따지는 유형이고 아이는 자유분방한 유형이라면 자기와 같지 않은 아이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는 관계를 악화시킬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그리고 두 번째에는 생활 습관에 대해 말하는데, 가장 기본 원칙이 엄마의 습관을 보고 배운다는 것이다. 엄마는 게으르면서 아이들에게 부지런하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알지만, 그런 실수를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우리 속담에도 있을 정도로, 상식적인 말이라는 것만 알아두자. 쓰고 읽는 습관, 할 일을 미루지 않는 습관, 정리정돈 하는 습관 등 기본적인 습관을 초등학생 때까지는 다 들여놔야 한다. 특별히 학습 부진아가 아니라면 초등학교 수업은 어느 정도 따라가기 때문에 이 때 습관을 잡아주지 않는다면 그 이후가 힘들어지게 마련이다. 가장 중요한 세 번째에는 학습 습관이 등장하는데, 아주 세심하게 정리가 되어 있다. 공부하는 목적에서부터 아이들마다 다양한 학습 유형을 파악하는 방법과 각 과목별로 공부하는 방법까지 수록되어 있다. 이것을 보면 공부하는 방법이 뭐가 이렇게나 많아 할 정도로 체계적으로 정리가 되어 있지만, 실은 다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리가 되지 않기에 주먹구구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면 낭패를 보니까 꼭 참고해야 한다. 여기에는 참고서 고르는 방법부터 학원이나 과외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해서까지 나와있으니까 꼭 확인해야 한다. 참고로, 내가 과외로 아이들을 만났을 때 생각했던 것인데 엄마들 중에는 과외 선생님에게 전적으로 아이들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내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본 것은 아니라서 이렇게 표현하지만, 실은 내가 만난 엄마들은 전적으로 내게 다 맡겼다. 그런데 솔직히 처음 본 사람에게 아이들을 다 맡기는 것이 내겐 의아하게 느껴졌다. 내가 전문강사일 때 과외를 했기에 일개 대학생 과외와는 다른 점은 있겠지만, 그래도 엄마가 옆에서 챙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 책에서도 엄마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되어 있으니 그 부분도 확실하게 챙겨야 할 것이다.
학원에 있으면서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요즘 아이들의 두드러지는 특성은 꿈이 없다는 것이다. 엄마들은 아이들이 꿈이 없다는 것에 대해서 특별히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도 독특한 점이다. 그리고 제 자녀들이 꿈이 없는 것이 꼭 학원 탓인 양 말하는 것도 참 의아할 뿐이다. 아이들이랑 같이 있고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부모일 뿐이며, 학원이나 과외는 부차적인 존재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학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꿈이 없다면 꿈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할 사람은 학원이나 학교 선생님이 아니라 엄마와 아빠인 것이다. 요즘 엄마들은 왜 그것을 알지 못할까 하는 생각을 이 책을 보면서도 했다. 네 번째 부분이 바로 이 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학원 다니느라 힘든 아이들을 위한답시고 친구들이랑 놀게 해주거나 영화 보여주거나 게임을 허락하지 말고 가장 중요한 꿈을 설정하는 활동을 해보면 좋을 듯 싶다. 독서를 중점적으로 훈련하는 우리 학원뿐만 아니라 다른 다양한 논술 관련 학원에서 이런 꿈에 대한 것을 관리해주는 것을 아는데 솔직히 이런 것은 학원에서 할 것이 아니라고 본다. 가장 내밀한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은 바로 가정이 아닌가. 조금 걱정되는 것은 사춘기에 접어드는 여학생들 중에 엄마한테는 이야기 못한다고 하면서 내게, 그러니까 일개 학원 선생님에게 울면서 하소연하거나 상담을 청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나랑 친해진 아이들이라서 가능했던 것이지만 원래 그런 이야기는 엄마에게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아이들이 고민을 상담할 존재가 없어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원래 또래 친구들의 중요성이 더 커지는 때가 사춘기라고는 하지만 이 때 엄마와의 관계가 소원해져 좋지 않은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면 그 아이의 앞날은 어두워질 뿐이다. 그러니 어릴 때부터 자녀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이런 꿈 찾기 활동을 하면서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어두어야 할 것이다.
이미 알고 있던 것도 많았지만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보니, 확실히 머릿속에 정리가 잘 되는 듯 하다. 이런 책은 꼭 한 권씩 옆에다 끼고 보면 자녀들을 지도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예전에 봤던 교육서적 중 가장 으뜸으로 치는 책은 『칼 비테의 공부의 즐거움』인데, 이는 아버지의 양육법으로 회상하는 아들의 입장에서 쓰여진 것이다. 결국 아들을 19세기의 천재로 키워낸 사람이기에 꼭 읽어볼 만하다. 굳이 천재를 만들고자 한 것이 아니라 자녀의 인성을 강조한 그의 교육법은 요즘 시대에 특히 시사하는 점이 크다. 그는 그런 양육법을 실천하기 위해 일부러 결혼을 늦게 해서 아이를 낳았을 때가 쉰이 넘었을 때였다. 그래서 자신이 아이에게 많이 참아줄 수 있을 때 낳은 것이었다. 한 예로, 아이가 잘못해서 낚시바늘을 아버지의 귀에 걸렸을 때, 화내거나 소리치지 않고 아이가 놀래지 않도록 귀를 가리고 다른 이야기로 유도해서 몰래 빼낸 일화는 정말 놀랍다. 아무리 아이여도 자신을 아프게 하면 소리를 지를 텐데, 심지어는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을 수도 있는데 그는 절대적으로 침착함을 유지하도록 자신을 훈련했던 것은 대단하다고 본다. 그러니 제 아이가 천재가 아닌 것에 실망이 될 때, 그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탓이라 생각하면 아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면 실망할 일도 없을 테니 정신 건강에도 좋다고 본다.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은 부모라면, 꼭 이 책을 봐야할 것이다. 별책부록도 주니까 활용도도 높은 책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