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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의 검은 표범
아모스 오즈 지음, 허진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주인공 소년은 조숙하고 말이 많은 아이다. 2살 때부터 히브리어를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줄 수 있을 정도로 능숙한 언어구사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아이가 소년을 지나 혼란스러운 격변기에 꿋꿋하게 자신 만의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 이 소설의 골자다.
대부분의 성장소설이 - 데미안이나 호밀밭의 파수꾼 - 그렇듯이, 이 이야기도 산만하고 열정적이고 현실에 참여하기 보다 관조하는 듯한 독백이 주를 이룬다. 평소같았으면 그런 이야기를 좋아했을 텐데 내가 처한 상황이 그랬는지 이 소설 속에 공감하기 보다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사실 주인공과 내가 무슨 공통점이 있을까. 성별도, 나이도, 국적도, 민족도, 문화도 다 다른데...
어쨌든 성경 속의 내용이 조금 들어가서 그 내용을 알고 있었던 나는 다른 사람보다 쉬이 이해할 수 있었던 부분도 있었지만 공감대의 부족으로 너무 산만했다는 게 내 의견이다. 아니, 내 배경지식의 부재때문일까.
유대인이란 독특한 민족에 대해 약간의 호기심과 약간의 동경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민족의 최근 역사에 대해 알려고 하지도, 알지도 못했으니 이 이상 무슨 이야기를 더 할까.
(지금에서야 공감하지 못했던 이유를 찾았다. 내가 박진감 넘치는 사건을 기대하고 있었나보다. 역시 넘치는 기대감은 소설의 재미를 빼앗아간다.. ㅡ,,ㅡ)
영국인은 타도해야 할 적군이라고 굳게 믿었던 프로피가 한 영국인 경사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면서부터 무엇이 옳은 것인지를, 즉 자신이 배신자인지 아닌지를 곰곰히 생각해보고 더 열린 사고를 하게 되는 과정을 보면서 나도 자문해 보게 된다. 적을 사랑하는 것은 최고의 배신일까. 아니면 사랑을 하면 누구도 배신하는 것이 아닐까. 만약 사랑은 누구도 배신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사랑의 이름으로 저지른 친일행위는 용서가 되는 것일까....답이 쉬이 나올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골치아프다. 일단 패스
또한 이스라엘 민족이 나라를 세우게 되어 다른 나라에서 살던 이스라엘 민족들이 살던 터전을 버리고 속속들이 돌아오는 모습과 와서도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 자살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이스라엘 민족을 이해할 날이 올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스라엘 민족임을 절대로 잊지않는 고집스러움...나에게는 있을까?
어제던가 소련으로 강제로 끌려갔던 고려인들이 소련이 러시아로 해체되면서 다시 연해주로 이주하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을 보았다. 우즈베키스탄으로 바뀐 나라에서 살면서 러시아 말만 알고 우즈베키스탄 말을 몰라 취직조차 하지 못해 이주하는 사람들, 그래서 가족이 헤어지고 연인이 헤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끊임없이 유랑하는 삶이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 느꼈다..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일텐데 주저없이 옮기는 이스라엘 민족들...가만히 있길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내겐 그것 자체가 미스터리이다...마음을 정리하고 다시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