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 해바라기 ㅣ 사계절 1318 문고 44
차오원쉬엔 지음, 전수정 옮김 / 사계절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고통에 대한 책이다. 화재로 인해 실어증에 걸리고 아버지가 물살에 휩싸여 돌아가시고 돈이 없어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집이 무너져 내리고 메뚜기 떼의 습격으로 배고픔에 허덕이는...참혹하리만치 끔찍한 고통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나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읽어본 적이 없다. 맑고 순수한 해바라기와 고독하고 굳센 소년 청동의 만남.  그들은 하나 가득한 자기 만의 외로움 속에서 갇혀지내는 외톨이였다. 그러나 둘이 만남으로 이 세상은 더 밝고 풍요로워졌다...

양녀로 들어가는 해바라기 덕분에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청동네 집은 더 행복했고 더 풍요로웠으며 더 활기찼다. 피를 나눈 남매 사이라도 그렇게까지 애틋할까. <천국의 아이들>의 남매만큼 내가 초등학생 때 봐서 기억도 가물가물한 <초승달과 밤배>의 남매만큼.. 그 아이들도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사이가 되었다. 내가 이런 남매를 볼 때마다 느끼는 오빠가 갖고 싶단 욕망은 아마 당연할 일이겠지.

 그렇다고 해서 비단 남매 사이만 돈독한 것은 아니다. 늙으며서도 위엄을 잃지 않는 할머니도, 강인하며 성실한 아버지도, 인자하며 살림꾼인 어머니도 모두 사랑스러운 존재들이었다. 왜 이리 찢어지게 가난한 모습인데도 궁상맞지 않고 애처로울 만큼 아름다워 보이는 걸까. 아마 요즘에는 가족이여도 서로에게 빛이 되는 관계를 만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우선 나부터도. 가족은 가깝기에 아무렇게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혹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무의식적으로 소홀히 하게 되는 가족 관계이기에 이 이야기가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것 같다.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 속에도 악당은 항상 등장하는 법이다. 그러나 그런 악당까지도 다 포옹해버리는 청동네 집... 그런 결말이야말로 이 소설에 걸맞는 내용이겠지 라고 생각해 본다.

해바라기와 청동처럼 가족이 아니더라도 서로에게 빛이 되어 줄 수 있는 존재...그런 존재가 세상에 한 명만 있으면 아마 울거나 비참해하거나 세상에게 버림받았다고 느껴서 자살하려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을텐데...
.............................................................오늘 나는 누군가에게 빛이 되어줄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