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2 - 하 - 휘발유통과 성냥을 꿈꾼 소녀 밀레니엄 (아르테)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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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제 잠을 못 잤다. 어질 어질~ 이게 밀레니엄 증후군인가. 자도 자도 끝이 없으니. 내가 잠을 못 잔 이유는 바로 이 책 때문이었으니 누구에게 하소연하랴. 역시 [밀레니엄 2]도 배경 설명이 어느 정도 들어간 뒤부터는 흡입력이 장난 아니였다. 나도 모르게 빨려들어갔으니까. 그런데 1권 때 보다는 사설이 좀 길었던 것도 같긴 하다. 아니면, 여주인공 리스베트 살린데르가 내 뜻대로 행동해주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1권에서 리스베트와 미카엘과 어느 정도 관계가 있었단 것쯤은 알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사랑에 빠진 리스베트가 미카엘에게 가려다가 좌절된 이야기도. 정규 교육은 전혀 받지도 않았던 데다가 외모적으로도 깡마른 소녀같은 인상을 풍기는 리스베트와, 여자라면 누구나 매력적이라고 느낄 만큼 수려한 이혼남인데다가 사회적으로도 명망을 얻는 기자 미카엘은 외모적으로나 사회적 지위로 보나 나이로 보나 연인이 되기엔 부족함이 있다고 여길 수도 있다. 리스베트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니. 아니다. 미카엘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하지만 리스베트는 맺고 끊는 게 확실한 사람이다. 사랑이었지만 그것을 이룰 수 없다면 지지부진하게 관계를 갖느니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구는 속 편하다. 그런 식으로 리스베트는 미카엘의 인생에서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빠져나갔다. 핸드폰 번호도, 주소도, 다 바꾼 채.

 

그리곤 사건이 시작된다. 새로운 인물인 다그 스벤손이 '밀레니엄'을 찾아와서 기사를 내는 동시에 책을 출판하고 싶어했다. 스웨덴에서의 불법적으로 이루어지는 어린 소녀의 성 매매와 그들의 봉사를 받은 적이 있는 각 사회 인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기사와 책을. 마치 1권에서 미카엘이 금융인으로 행세를 하며 세상을 속여먹은 범죄자 베네르스트룀에 대한 고발서를 낸 것처럼. 그런 르포형식의 책을 내자면 모든 정황 증거가 구비되어 있어야 하고, 혹시라도 있을 반론에 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책은 인쇄를 하되 그 모든 대비는 다그가 맡기로 했다. 위험한 일임은 분명했다. 그의 동거녀인 범죄학자 미아 베리만은 각 사회 인사들을 고소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또 한 편의 피해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논문도 낼 것이기 때문에.

 

그러나 그 위험이 이렇게나 직접적으로 다가올 줄이야.. 리스베트는 유능한 조사원이다. 말하자면 전문 해커. 그녀는 누구의 컴퓨터로도 침입을 할 수가 있었는데 사랑하는 마음을 정리하는 중이었지만 1권에서부터 미카엘의 노트북도 이미 잠입을 한 상태였다. 그녀의 흥미를 끄는 일 때문에 미카엘의 컴퓨터에 들어가다가 다그와 미아를 알게 되고, 그들의 논문과 기사, 책 중에 등장하는 '살라'라는 인물을 알고 싶어 그들과 접촉한다. 그러고 얼마 있다가 미카엘이 그들 커플을 방문하지만... 이미 다그와 미아는 살해당하고 마는데... 그 시간적이 간격이 너무 좁아서 혹시 리스베트가 아닐까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1권부터 꾸준히 보신 분들이라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게 당연할 게다. 살해 도구인 총에 그녀의 지문이 묻어있다는 것만 뺀다면 말이다.

 

이 상태까진 리스베트와 미카엘은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상태다. 한 달에 한 두번씩 그가 그녀의 집에 가서 소리도 치고 문을 두들기더라도 한 번도 반응해 준 적이 없는데다가, 한 번은 지하철에서 리스베트가 먼저 미카엘을 봤지만 뚫어지게 쳐다만 볼 뿐 인사를 하지도 미카엘이 알아차려 반응할 시간도 주지도 않은 채 휭하니 가버렸다. 그러곤 1년 간 말 한 번 못 붙여본 상태다. 미카엘은 가는 여자 붙잡지도 않고, 오는 여자 막지도 않는, 그야말로 영웅 호걸의 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영웅이라면 여자가 꾀는 게 당연할 터이지만, 어째 그러느냐 말이다. 이미 남편이 있는 여자랑도 애인 관계를 갖지 않나, 자신보다 10살이나 많은 사람과도 좋고, 리스베트처럼 20살이나 어려도 좋은(물론, 그건 리스베트가 강요한 것이 더 강하지만, 그는 일적인 관계에서는 복잡해지려곤 하지 않는 나름의 윤리의식은 있다.) 성적으로 상당히 개방적인 남자이다. 참나 원, 나로선 자기 상대를 못 찾았기 때문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쨌거나 미카엘이 봤을 땐 아무 이유도 없이 그렇게 내빼는 건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그녀의 바람이 뜻대로 해줄 밖에 라며 이젠 신경도 쓰지 않았다. 뭐, 그녀가 자기를 사랑했다가 상처입어서 그렇다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못하겠지? 에이그~ 내가 가서 말해주고 싶네. 워낙 사회생활에선 특이한 여자이기에 그러려니~ 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카엘은 그녀를 인간적으로 좋아하고, 아낀다. 이건 절대 그녀가 자기의 목숨을 구해줘서만은 아니다.

 

하여간 그 지문 하나 때문에 스웨덴 사람들은 연일 그녀의 휘황찬란한 정신병 기록을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사회부적응자로 낙인찍혀 변호인 하나에게 피보호를 받고 있었던 것도 알려지고, 밀턴 시큐리티 사에서도 일을 했다는 것도, 그녀의 여자 애인이 있다는 것도 다 까발려졌다. 기록으로만 본다면 상당히 폭력적이고, 많이 배우지도 못한 사회 부적응자로 보이지만, 그녀를 아는 사람들의 진술은 완전히 다르다. 여기 있는 누구보다도 똑똑하다는 둥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나 자신이 아끼는 것을 지키기 위해선 아낌없이 폭력을 휘두를 수 있지만 디그나 미아 같이 올바른 일을 하려는 사람을 해칠 의도는 없다는 둥 자신만의 윤리가 있는 사람이라는 둥 절대 기록과는 전혀 다른 인물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경찰에서는 단순한 사건이라고 생각했지만 너무 상반된 평가에, 그리고 등록된 주소에 그녀가 없다는 사실에 점점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버렸다. 다만 유일하게 미카엘은 그녀가 절대 범인이 아니라고 하면서 그녀를 위해 자신의 노트북으로 대화를 시도한다. 그녀를 조금 더 오래 알고, 조금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밀턴 시큐리티 사의 사장 드라간 아르만스키도 그녀가 범인일지도 모르나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을 거란 생각을 하는 반면에 말이다.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에, 리스베트는 미카엘의 메세지를 이해하고 그의 노트북에 들어오지만 사실은 그녀도 모르는 일이라 오리무중이었다. 하지만 여기 저기서 그녀를 위한 지원자가 속속 도착한다. 처음엔 드라간 아르만스키가 파견한 두 조사원 - 한 놈은 진작에 해고하라고 리스베트가 충고를 했었는데도 말이다. - 인데다가 두 번째는 그녀의 스파링 파트너인 세계적으로 유명한 복싱선수 파올로 로베르토이다. 이놈은 왜 등장했는가 했는데 아주 중요한 일을 해주었다. 리스베트의 애인인 미리암 우를 만나보라는 말에 며칠동안 잠복을 하다가 우가 무시무시하게 큰 금발 놈에게 잡혀가는 걸 보곤 구해낸 일을 했다. 물론 그 와중에 갈비뼈와 코뼈, 다리뼈가 사이좋게 부러지긴 했지만.. 그가 구하지 않았다면 아마 우는... 그러면서 그 근처에서 시체 몇 구를 찾아내고 사건의 새로운 실마리를 더해주었다.

 

이로써 경찰에서도 새로운 용의자가 대두되게 되고, 모든 실마리는 '살라'라고 하는 흥미로운 인물이 가지고 있었다. 난 여기서 금발 거인을 그렇게 생각했는데 노인이라니까 그건 아니고, 그런 인물의 모든 것을 다른 통로에서 미카엘이 파헤치는데 여기엔 리스베트의 쓰러진 전 후견인 홀예르 팔름그렌도 등장해서 사건의 전모가 될 만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주 흥미로운... 모든 것은 리스베트의 인생사로 돌아간다. '모든 악'이 시작되면서 그녀의 정신병도 시작된 것이다. 그것을 정신병으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녀가 꿈꾸는 휘발유통과 성냥을 꿈꾸는 소녀가 된 것은 바로 그 '모든 악' 때문이었으니... 이것을 어찌 그녀의 탓이라고 볼 수 있을까. 가증스러운 어른이 만들어놓은 것은 아닐런지... 그것도 '남자' 어른이 말이다.

 

이러고 보면 매스컴이 참 무섭다. 같은 내용도 다르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 매스컴인데, 시종 자극적이고 색다른 모습으로만 포장하려고만 하니 그 속에 파묻히 진실이 어디 한 두개 뿐일까. 미카엘이 기자이지만 여성들에게 매력이 통하는 것은, 그리고 사방에서 적을 만들고 다니는 것은, 그가 여성을 존중하기 때문이 아니런지. 같은 기사라도 여성에게 피해가 될 만한 것은 발표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기자로서의 신념을 굽힐 줄도 아는 멋진 남성이기 때문이 아닐까. 여자를 증오하는 남자를 증오하는 건 어쩜 당연한 일이니까. 하지만 이 책에 나온 많은 자극적인 폭력과 협박 수단에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사실 1권에서는 통쾌했던 모습도 있긴 했었지만 2권에서는 눈을 돌릴 때마다 시종 마음이 불편했었다. 아마 이것은 증오라는 감정이, 사람을 상하게 하는 독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이제는 리스베트가 자신을 상하게 하는 독을 품지 말고, 조금은 기회를 주는 여유가 있는, 그래서 자신을 살리는 감정을 가졌으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그녀도 사랑을 해야하는데. 사랑만이 그녀를 치유해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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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탑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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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보다 먼저 나온 작가의 또다른 책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를 보지는 못했지만 그 책도 상당히 유쾌 상쾌 통쾌할 거란 생각은 들었었다. 표지부터가 상당히 익살스럽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모리미 도미히코의 다른 책이 나왔단 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선택했는데 정말 잘한 듯 싶다. 사실 무슨 상을 받았다고 하면 관심이 조금이라도 더 가게 마련이다. 이 책도 '제15회 일본판타지노벨대상'을 받았다고 화려하게 선전을 해놓았던 것이 선택하는데 큰 요소를 차지했다. 그리고 하나 더! 대학생들의 쓸데없는 이야기를 이리저리 비꼬며 재미를 추구한다니, 딱 이거다 싶었는데, 역시나~~ 그런데 상을 받은 이 작품이 그의 데뷔작이란다. 우와~ 부럽네~~ 그의 상상력이...

 

이 소설의 큰 장점은 내용이 없다는 거다. 주저리주저리 쓸 만큼 줄거리는 그리 복잡하거나 깊고 심오한 내용이 아니다. 그저 낙오된 한 대학생과 그들의 친구들이 벌이는 기상천외한 행동이랄까. 딱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는 내용이라, 이 소설의 묘미는 실제로 봐야 느낄 수 있다. 순결을 잃어버릴래야 버릴 수 없어 지키고 있는 네 명의 대학생들이 오히려 여자없이 사는 것이 그들의 인생관이라며 허풍을 큰소리로 치면서 벌이는 행각들은, 안쓰럽기보다는 실소를 머금게 한다. 정~말 아무 생각없이 읽을 땐 딱 좋다!! 여기, 한번 인용해볼까?

 

나는 붕괴해 가는 다다미 넉 장 반짜리 방 한가운데 앉아 이 수기를 쓴다.

내용은 나의 일상이다. '너의 일상 따윈 관심 없어'라고 말하는 분은 읽지 않는 게 현명할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보다 가볍고 편하고 유쾌하게 읽고 던져 버릴 책이 얼마든지 널려 있다.

뭐가 좋다고 이런 사내 냄새 펄펄 풍기는 수기를 숙독하겠는가.

책을 다 읽고 나면 틀림없이 남들보다 곱절은 체취가 짙어질 것이다. 읽고 난 후에 불평해 본들 소용없다.

내 경험에서 얘기하자면, 일단 짙어진 체취는 두 번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구태여 이 수기를 읽는 사람은 귀중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유쾌한 경험이라 말할 수는 없다.

좋은 약은 늘 입에 쓰게 마련이다.

단, 쓰다고 해서 좋은 약이라는 보증은 어디에도 없다. 독약 또한 쓴 법이다.

 

자기의 글을 '독약'에 비유를 하다니...정말 대단한 인물이다. 이게 작가가 한 소리는 아니지만, 주인공의 모습에 거의 작가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으니... 이 인용글은 내가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이다. 정말 좋다!! 자신의 글을 '독약'에 비유하는 저 철면피와 함께 시니컬한 미소가 지어지지 않는가. 주인공은 일년 전 크리스마스 이브날에 '미즈오 씨'에게 채였었다. 무슨 이유로, 어떤 심경의 변화로 채였는지도 알 수 없는 채로 신사적으로 바이~를 했던 그는, 일년 동안 '미즈오 씨 연구'를 해왔던 것이다. 결단코 작금에 자주 화제가 되는 '스토커 범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며 해오던 일상이 거의 일년 째가 될 무렵, 크리스마스 이브날에 끝이 나는 소설이다.

 

주인공을 포함한 다른 세 친구도 있는데, 그들은 사천왕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여자와 같이 생활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세상의 모든 불의에 대항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다른 선후배의 비웃음을 사가면서. 물론 그 세상의 모든 불의는 커플이나 부부를 가리킨다. ㅋ 하지만 세상은 너무도 거대하나 그들은 미약하기에 아무도 그들이 고군분투를 하는지 모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들의 정의로운 행위(?)가 정말 먹혀들어갔다. 연인이 꼭 있어야 함을 만방에 공표하는 크리스마스 이브, 사방팔방에 들려오는 캐롤이나 사랑에 대한 노래를 지우려 시작했던 아주 작은 '말 한 마디'가 거대한 소동으로 변해버렸을 줄은 정말로 몰랐다. 그로써 들려오는 뒷이야기는... 아마 내 상상대로 되었겠지?

 

이 소설의 묘미는 뻔하지 않은데 있다. 정말 누구나 남자와, 또는 여자와 사귀고 사랑을 나누고 싸우고 헤어지는 등 다양한 일상을 겪지만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나. 사실 그건 정말 당연한 게 아닌 데 말이다. 당연한 거면 왜 난 없냐구~ ㅋㅋ 그런데 그 당연한 것을 뒤집어서 홀로 처량하고 쓸쓸하게 독수공방을, 그것도 크리스마스 이브에 한다는 걸 아주 당연하게 여기는 저 뻔뻔함이 난 아주 좋다. 생각해봐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시커먼 남자 넷이 캐롤이 울려퍼지는 거리에 멍~하니 서있는 것을. 그런 당혹스런 순간을 누가 겪고 싶을까마는 그런 상황을 웃음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이 작가의 공상에 감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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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도시를 디자인하다 2
정재영 지음 / 풀빛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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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을 2주동안이나 지지부진하게 읽고 나자, 이제 아둥바둥 오기가 생겼다. 나도 나름 살아남아야 되지 않겠나. 겉표지와 맞게 연두색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다시 읽어야 할 부분을 표시해놓으면서 찬찬히 2권을 읽기 시작했다. 으음, 내용이 쉬운 건가, 내가 정리를 잘한 건가...호..혹시 내가 그새 머리가 좋아진거야..? ㅋㅋ 어쨌거나 1권은 2주일이 걸렸다면 2권은 2일만에 뚝딱 읽어냈다. 역시 고전이 좋아~

 

먼저 목차를 보고 갔으면 한다.

PART 2 근대적 세계관의 출발점을 찾아서_(서양 근대 철학2) - 계몽 철학적 주춧돌을 완성하다 쾨니히스베르크

                                                             - 절대정신의 세계 역사를 정리하다 베를린

                                                             - 근대 프로젝트를 새로운 틀로 바꾸다 런던

                                                             - 근대가 꿈꾼 인간은 허구다 바젤

 

PART 3 서양 철학의 뿌리를 찾아서_(서양 고대 및 중세 철학) - 생각이 막히면 고대 그리스로 떠난다 아테네

                                                             - 유럽이 만들어지다 로마로 가는 길

 

사실 그렇게 어려운 부분이 2권에선 없었다. 1권에서 제일 어려웠던 부분이 [실재의 귀환]이었다면, 여기선 [쾨니히스베르크]가 될 것인데 그 부분도 그렇게 힘들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내심 만족했다. 우리가 임마뉴엘 칸트라고 부르는, 그가 산책하는 시간에 시계를 맞춰도 될 거라니 하루에 식사를 한 끼밖에 하지 않았다니 하는 일화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 부분은 대단히 유명하지만 내가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그에 대한 이야기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철학책을 보는 이유가 저자가 생각하는 '동사'로서의 철학을 하기 위해서라기 보단 뭔가를 알고자 하는, 그러니까 저자가 하지 말라는 '명사'로서의 철학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저 유명한 사람의 이야기라면 좋아라 하는 그런 모습이 보였기에. ㅋㅋ

 

가장 새로웠던 사실은, 칸트부터 직업적인 철학자라는 사실이다. 그전 시대까지는 철학자들은 다른 직업을 가지면서 철학을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난이도가 쉬워 접근하기 용이한 책을 썼다면 칸트부터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새롭고 어려운 철학용어를 만들어 가며 본격적인 철학책을 썼단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쉬울까? 전자는 교양서적이라면, 후자는 전공서적이라는... 그래서 그가 쓴 <순수 이성 비판>은 800쪽이 넘는 대작인데다가, 한 줄 한 줄이 암호문같이 난해하단다. 한 문장이 한 페이지가 넘어가도 끝이 나지 않은 완벽한 만연체로 썼다는데, 아무도 끝까지 읽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실망한 칸트는 6년 뒤 새롭게 고쳐써 재판이 나올 쯤, 해설서라고 할 수 있는 <프롤레고메나>라고 부르는 서설을 냈단다. 이 책은 <순수 이성 비판>의 홍보용 책자라고 하는데, 우리는 이 책으로 칸트가 말하는 철학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칸트의 철학은 저수지다. 데카르트 이후에 시도된 '이성의 기획'으로서의 계몽의 오만한 모습과, 흄이 시도한 '경험의 기획'으로서의 계몽이 무너뜨린 형이상학을 다시 살릴 수 있게 한 것이 바로 칸트의 철학이다. 독선에 빠진 합리주의 형이상학을 구하고, 회의에 빠진 경험주의를 구했는데, 그것은 '선험적'이란 용어를 이용해서 해결한다. 그런데 '선험적'이란 용어가 상당히 아리송하다. 칸트가 그만큼 아리송하게 썼기 때문이지만.. 그의 말을 인용하면,

"지식이 대상과 관계하지 않고, 그것이 대상의 인식 방식과 관계하는 지식,

그리고 그 인식 방식이 선천적으로 가능한 것에 한해서, 나는 그러한 모든 지식에 선험적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선험적이란 말은 어떤 대상을 가리키는 그 방식에 관계한, 그러니까 메타 언어에 해당하는 말이다. 그로써 칸트는 경험적 사실을 선천적 사실로 환원하고, 그것을 '선험적 환원'이라고 불렀다. 이로써 회의주의에 빠졌던 흄의 인과론을 구해냈고, 도덕법칙과 같이 모순된 사실은 그의 또 다른 저작 <실천 이성 비판>으로 마무리짓는다.

 

"생각하면 할수록 늘 존경과 외경심을 갖게 하는 유일한 두 대상은 별이 빛나는 저 하늘과 내 마음속의 도덕 법칙"

이것은 <실천 이성 비판>의 결론이다. 유명하고도 조금은 허무한, 일반적인 이런 결론을 얻기 위해 칸트는 그토록 어려운 저작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것을 증명하는 과정은 어렵더라도 결론은 이렇게 상식적인 것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흔히 철학자가는 상식을 비틀고 다르게 생각한다지만 그런 비틈도 상식에 근거해야 하지 않을까? 어찌보면 꽉 막히고 융통성도 없어보이는 칸트의 철학이 그래서 더 곧고 바르게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또 하나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웠던 것은 중세 전기의 교부철학과 중세 후기의 스콜라철학의 대결구도이다. 뭐~ 세계사 시간에 조금은 들어봤던 이런 철학들이 사제지간이었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과 신학을 각각 결합시킨 것이라는 건 다 알게다. 사실 난 까먹었었다. ㅋㅋ 그런데 그러한 간단해보이는 사실이 지금과도 연결된다면..? 사실은 이 부분은 조금 모르는 내용이 있어서 고민이 되었던 부분인데, 근대와 탈근대에 대한 논쟁을 아시는지.. 난 몰랐다..--; 사실 지금도 잘 모른다. 그래서 휘리릭 넘어가겠지만, 중세를 다스린 교부철학과 스콜라철학에게 영향을 준 플라톤의 철학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 서양에 전해진 순서가 뒤바뀌었다면...? 하고 저자가 상상을 해보는 것으로 보아 크나큰 영향을 주었던 것만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라고 했던 것이 스콜라니까 그것이 먼저 들어왔다면 중세의 카노사의 굴욕이나 아비뇽유수같은 사건들은 안 일어났을까? 어쨌을까? 하긴 그 정도로 내 지식이 깊지가 않아서 이만 하련다. 어쨌거나 역사에선 가정은 쓸모없는 일이니 바뀌었다면...하고 가정을 해봤자겠지. 

 

우리가 흔히 소크라테스는 위대하고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그러나 대가를 받았던 소피스트는 나쁜 놈 취급을 하는데 그렇게 보지 않는 저자의 관점이 맘에 들었고, 서양에 아리스토텔레스라 하는 대학자를 전달해준 이슬람 철학자 이븐 루슈드의 이야기도 살펴볼 수 있어서 숨겨지거나 왜곡된 역사를 바로 알게 되어 기뻤다. 철학을 제대로 접근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선택해도 손색이 없을 듯한 훌륭한 철학여행기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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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랜도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홍규 옮김 / 평단(평단문화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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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올랜도]라고 하는 인물을 처음 알게 된 건 대학시절 <연극과 영화> 수업의 과제물로서였다. 수업 제목이 <연극과 영화>였기에 [올랜도]라는 영화를 보고 레포트를 제출하라는 과제물이었다. 그전까지는 '올랜도'라는 이름을 들어보지도 못했던 터라 그가 책의 주인공이자 책 이름이었는지, 그리고 페미스트로 유명한 버지니아 울프가 지었는지도 까맣게 모른 채 아무런 배경 지식 없이 비디오를 빌려 보았다. 영화에서 나온 '올랜도'는 독특한 취미를 지닌 남자에서 여자로 성전환이 되면서 그나마 남아있었던 그의 위엄이 여자으로서 꼭 지켜야 할,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눈짓이나 관습을 지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사교계에서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그래서 나는 그 비디오의 내용이 상당히 우스꽝스러운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남자로서는 약간 관습에 어긋난 행동을 해도 그 영광이 그대로 남는데 여자로서는 그의 인간성, 지성, 재치보다는 단순히 관습에 따르지 않는 것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다니... 얼마나 당혹스러웠을까. '올랜도'는.

 

그런데 그 비디오가 대단히 유명한, 그러나 내가 읽은 책이 한 권도 없는,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이라는 것은 이렇게 새롭게 포장된 책이 나오는 이제서야 겨우 알게 되었다. 아마 그 비디오를 봤을 때 거의 6년 전이니 이 얼마나 무식한지... 너무 유명해서 고전이라고 불리우는 책들은 거의 읽지 않았기에, 내 무식이야 어차피 만천하에 드러난 거니까 그다지 부끄럽지 않다마는, 그래도 과제를 다 하기 전에 그것에 대해 사전 지식을 찾아놓지 못하고 과제를 해간 것은 좀 부끄럽다. 어쨌거나 나와의 인연이 그나마 조금 있는 책, [올랜도]를 이제야 처음 보았다.

 

나처럼 배경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16세기 사람인 '올랜도'공작은 수려한 미소년인 용모에 아름다운 다리를 가지고 있는, 사색과 문학을 좋아하는 약간 별종인 귀족이었다. 그러던 그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총애를 받아 궁정일도 했다가 보물섬 뒤에서 음녀와 뒹굴어도 봤다가 러시아 공주와 사랑에 빠졌으나 실연을 당하기도 했다가 하는 등 남자라면 누구나 해보고 싶을 만큼 호탕하고 호방한 인생을 살아왔다. 게다가 터키 지역에서 대사로 활동하기도 하면서 뭇 여성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던 그가 홀연히 여성으로 바뀌어버렸다. 남자로서 살 만큼 다 살았다고 생각했는지 어느 집시 여인과 혼인한 증서만 남기고 여성이 되어 버렸다. 과연.. 아무런 생각없이 비디오를 본 내가 얼마나 황당했을지... 상상이 가겠는지... 

 

여성이 된 다음 성별에 관계없이 입을 수 있는 터키식 바지를 입고 얼마간 집시들과 생활하다가 배를 타고 고국인 영국으로 돌아왔다. 물론 아름다운 여성이 된 채로 말이다. 선장이 차양을 갖다 준다거나 고기를 얇게 썰어준다고 제의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이 여성임을 자각하게 된 '올랜도'는, 여성으로서 호의를 수락하거나 거절하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 것인지를 깨달으며, 자신을 버린 러시아 공주 샤샤를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음을 기뻐했다. 시골의 저택에 간 '올랜도'는 대공의 구애를 받기도 하고, 사교계의 휘황찬란함을 즐기기도 했지만 어느덧 그것의 무의미함을 깨닫고는 에디슨이나 포프, 스위프트 등 18세기 여러 작가들과 교제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작가들과의 교제도 '올랜도'가 여성이기에 작가들이 의견을 물어는 보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거나 재치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여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처음엔 어색했던 여성이 이젠 완전히 익숙해져서 남성의 약점, 여성의 약점 모두 꿰뚫어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 양성에 대해 모두 비꼬고 있는 건가?

 

19세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 그게 결혼식 장면인지 정말 몰랐다. 갑자기 무릎을 꿇으라더니 바로 결혼했다 --; - 자신의 시를 인쇄소에 맡기러 도시에 나왔다가 16세기에 '올랜도'가 아직 남성이었을 때 그를 조롱했던 작가, 니콜라스를 만나 바로 시를 출판할 수 있었다. 그러곤 7쇄까지 찍은 유명한 시인이 된 1928년으로 이동해버렸다. 그러니까 1588년에서 1928년이라는 약 300년 간의 시간 여행을 '올랜도'와 같이 한 것이다. 내가 보기엔 사색을 하고 끊임없이 가만히 있지 않는 인물이 '올랜도'이긴 하지만 그의 하녀들이나 집사, 니콜라스만 하더라도 같이 300년을 지나온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사회도 이상했고, '올랜도'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뀐 것에 대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도 너무 어색해서 내용에 대해선 그다지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

 

결론은 내가 보기엔... 남성도 어리석고, 여성도 어리석다는 것은 아닌지. '올랜도'가 끊임없이 외쳤던 영광을 위해 살아야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임을 알려주기 위함이 아닌가 한다. 소소한 규율이나 관습에 얽매여 시간을 낭비하는 여성들이나 허영에 가득차 제멋대로 행동하는 남성들이나 모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치열하게 생각하고 살아간 '올랜도'를 통해 알려준 것은 아닌지. 사실 끊임없이 이어진 '의식의 흐름' 기법은 안 그래도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고, 모호한 표현으로 가득찬 그녀의 작품에서는 그다지 반가운 일은 아니였다. 의식은 말그대로 확고한 형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보니 읽어도 내가 읽고 있는지 자고 있는지 모호한 상태가 계속되어서 몇 번이나 다시 고쳐 읽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렇게 이름난 책을 읽어라도 봤다는 점에서 만족한 소설이다. 아~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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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도시를 디자인하다 1
정재영 지음 / 풀빛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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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좋아한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철학서적을 한 권도 읽지 않으면 안된다는 나름 이상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나는, 철학을 아주 좋아한다. 내가 철학을 좋아하는 이유가 남에게 뭔가 있어보이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나름 심오한 학문의 세계에서 아둥바둥하는 것을 즐기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책을 자주 읽게 되면서부터 철학책은 꾸준히 내 손에 들려있었다. 고등학교 때 윤리 과목으로 한 번 데인 적이 있어, 동양철학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지만 - 모호하게 정리되어 있는 게 어렵기는 아주 드럽게 어렵다!! ^^; -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 이해하기도 쉽고, 내가 살고 있는 현대 사회를 파악하기에도 더할 나위없이 훌륭한 서양 철학은 너무 사랑한다. 그런 서양 철학자 또는 계몽사상가의 이름만 하나 들을라치면 꼭 나도 18세기 프랑스의 어느 카페에서 같이 토론하고 있는 것같은 환상에 빠져드는지도 모른다. 소크라테스는 거의 내 우상이다. ㅋㅋ

 

그만치 철학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런 철학을 완벽히 이해했다곤 말할 수 없다. 뒤에도 말하겠지만, 이 책은 너무 진도가 안나가서 진땀을 흘린 축에 속한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철학책 중에서 가장 어렵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절대 쉽다고는 할 수가 없어서 읽으면서 조금 좌절감을 느껴더랬다. 그래도 내가 누군가. 의지의 한국인이 아닌가. 보통 안 읽히면 읽다가 포기하기가 일쑤인데, 이 책만큼은 매일같이 손에서 놓은 적이 없이 한 쪽이라도 꾸준히 읽어 마침내 끝까지 다 일어냈다는 거다. 사실 읽다가 중도에 포기했던 철학책이 몇 권 있기 때문에 나로서는 상당히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ㅋㅋㅋ

 

먼저 이 책에는 다른 철학책과는 다른 특이점이 몇 가지 있다. 철학책하면 보통 고대부터 중세, 근대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시간적인 흐름에 맞게 내용이 배열되어 있는 반면에, 이 책은 거꾸로 간다. 아니, 이게 바른 것이 아닐까 하는데, 바로 우리가 살아 숨쉬는 지금, 현대의 철학을 먼저 보고 그 다음에 근세, 중세, 고대 순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내가 더 어려웠었던 건지도 모른다. 난 고대 철학자를 더 좋아하기 때문에. 이것이 끝이 아니다. 바로 그것은 도시를 여행하면서 그 도시에서 태어났던 철학에 대해 설명을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지금처럼 국가로 확실히 구분지어졌다기 보다는 도시로 구분지어진 경우가 많아서 지금과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그래서 그 사조가 나타나게 된 배경을 도시로 국한해서 설명을 해주는데 전체 유럽지도에 각각 그 나라의 지도까지 삽입해놓고 아주 친절하게 설명을 하기 때문에 정말 신선하고 재미있고 이해도 잘 되었다. 사실 에든버러라고 하면 그게 어느 나라에 붙어있는지 내가 알게 뭐냐~ 그런데 여기선 영국 철학자 존 로크의 백지설을 에든버러란 도시를 들어 아주 맛깔나게 설명을 해주었다.

 

여기서 간단히 목차를 보자.

PART 1 현대 철학 지도 새로 그리기_(서양 현대 철학)   - 이 세상에 풀 수 없는 수수께끼는 없다 비엔나

                                                      - 철학의 새 천년, 1968년에 시작하다 파리

                                                      - 우리는 하나의 세계에 살고 있다 실재의 귀환

 

PART 2 근대적 세계관을 출발점을 찾아서_(서양 근대 철학1)  - 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피렌체

                                                             - 이성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밝히는 빛이다 암스테르담

                                                             - 하얀 백지에 인간 사회를 그리다 에든버러

 

딱 한 눈에 봐도 무슨 내용이 나올지 알겠지 않나? 내가 체계적인 것을 워낙 좋아한지라 이렇게 나와 있으면 아예 사족을 못쓴다. 헤~

보면 볼수록 뿌듯할 뿐이다. 그런데 저기 [실재의 귀환]은 장난아니다. 정말 어렵다. 내가 '실재'란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표상주의로 대변되는 로티와 신의 관점을 들어 이 세상을 거울처럼 드러낼 수는 없다고 한 퍼트남의 사조는 아직까지도 이해하기가 어렵다. 아무래도 난 현대 철학은 쥐약인 것 같다. 사실 많이 접하지 못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근대 철학으로 오면서 르네상스를 경험하며, 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즉, 원근법에 대해 읽으니 한결 쉬웠다. 원근법이란 단어를 알고 있으니까 아무런 걸리는 게 없이 다 이해가 되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특히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이야기는 예술이었다. 역시 천재는 멋있어~ 그런데 '원근법'이란 단어가 단순히 회화의 기법만을 가르키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것은 예전엔 몰랐던 사실이었다. '원근법'은 어원 자체가 '시각' 또는 '전망'을 뜻하는 '퍼스펙티브(perspective)'를 번역한 것이기 때문에 폭넓은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단어란다. 건축에서 '투시도'라고 부르는 것처럼. 점점 고대로 진입하는 과정을 읽으니 재미도 있고 행복했다. 내가 일주일동안 50페이지도 못 나가면서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역시 철학은 천재들의 학문인 듯하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천재라고 불렸던 사람들은 원래 천재가 아니라 천재 공부법을 연습했기 때문이라는 데 그 방법이 바로 철학책을 매일 읽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 식으로 매일 같은 내용을 읽다가 보면 머리가 좋아진다고. 요즘 가뜩이나 신경쓰는 것을 소홀히 하는지라 더욱 어렵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철학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책에 맨 뒤에도 팁이 있는데, 좀 더 철학을 공부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주는 안내서라 참으로 요긴하게 쓰일 것 같다. 앞으로 꾸준히 철학책을 옆에 끼고 나도 천재의 반열에 오르도록 노력을 해봐야겠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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