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도시를 디자인하다 2
정재영 지음 / 풀빛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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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을 2주동안이나 지지부진하게 읽고 나자, 이제 아둥바둥 오기가 생겼다. 나도 나름 살아남아야 되지 않겠나. 겉표지와 맞게 연두색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다시 읽어야 할 부분을 표시해놓으면서 찬찬히 2권을 읽기 시작했다. 으음, 내용이 쉬운 건가, 내가 정리를 잘한 건가...호..혹시 내가 그새 머리가 좋아진거야..? ㅋㅋ 어쨌거나 1권은 2주일이 걸렸다면 2권은 2일만에 뚝딱 읽어냈다. 역시 고전이 좋아~

 

먼저 목차를 보고 갔으면 한다.

PART 2 근대적 세계관의 출발점을 찾아서_(서양 근대 철학2) - 계몽 철학적 주춧돌을 완성하다 쾨니히스베르크

                                                             - 절대정신의 세계 역사를 정리하다 베를린

                                                             - 근대 프로젝트를 새로운 틀로 바꾸다 런던

                                                             - 근대가 꿈꾼 인간은 허구다 바젤

 

PART 3 서양 철학의 뿌리를 찾아서_(서양 고대 및 중세 철학) - 생각이 막히면 고대 그리스로 떠난다 아테네

                                                             - 유럽이 만들어지다 로마로 가는 길

 

사실 그렇게 어려운 부분이 2권에선 없었다. 1권에서 제일 어려웠던 부분이 [실재의 귀환]이었다면, 여기선 [쾨니히스베르크]가 될 것인데 그 부분도 그렇게 힘들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내심 만족했다. 우리가 임마뉴엘 칸트라고 부르는, 그가 산책하는 시간에 시계를 맞춰도 될 거라니 하루에 식사를 한 끼밖에 하지 않았다니 하는 일화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 부분은 대단히 유명하지만 내가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그에 대한 이야기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철학책을 보는 이유가 저자가 생각하는 '동사'로서의 철학을 하기 위해서라기 보단 뭔가를 알고자 하는, 그러니까 저자가 하지 말라는 '명사'로서의 철학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저 유명한 사람의 이야기라면 좋아라 하는 그런 모습이 보였기에. ㅋㅋ

 

가장 새로웠던 사실은, 칸트부터 직업적인 철학자라는 사실이다. 그전 시대까지는 철학자들은 다른 직업을 가지면서 철학을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난이도가 쉬워 접근하기 용이한 책을 썼다면 칸트부터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새롭고 어려운 철학용어를 만들어 가며 본격적인 철학책을 썼단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쉬울까? 전자는 교양서적이라면, 후자는 전공서적이라는... 그래서 그가 쓴 <순수 이성 비판>은 800쪽이 넘는 대작인데다가, 한 줄 한 줄이 암호문같이 난해하단다. 한 문장이 한 페이지가 넘어가도 끝이 나지 않은 완벽한 만연체로 썼다는데, 아무도 끝까지 읽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실망한 칸트는 6년 뒤 새롭게 고쳐써 재판이 나올 쯤, 해설서라고 할 수 있는 <프롤레고메나>라고 부르는 서설을 냈단다. 이 책은 <순수 이성 비판>의 홍보용 책자라고 하는데, 우리는 이 책으로 칸트가 말하는 철학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칸트의 철학은 저수지다. 데카르트 이후에 시도된 '이성의 기획'으로서의 계몽의 오만한 모습과, 흄이 시도한 '경험의 기획'으로서의 계몽이 무너뜨린 형이상학을 다시 살릴 수 있게 한 것이 바로 칸트의 철학이다. 독선에 빠진 합리주의 형이상학을 구하고, 회의에 빠진 경험주의를 구했는데, 그것은 '선험적'이란 용어를 이용해서 해결한다. 그런데 '선험적'이란 용어가 상당히 아리송하다. 칸트가 그만큼 아리송하게 썼기 때문이지만.. 그의 말을 인용하면,

"지식이 대상과 관계하지 않고, 그것이 대상의 인식 방식과 관계하는 지식,

그리고 그 인식 방식이 선천적으로 가능한 것에 한해서, 나는 그러한 모든 지식에 선험적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선험적이란 말은 어떤 대상을 가리키는 그 방식에 관계한, 그러니까 메타 언어에 해당하는 말이다. 그로써 칸트는 경험적 사실을 선천적 사실로 환원하고, 그것을 '선험적 환원'이라고 불렀다. 이로써 회의주의에 빠졌던 흄의 인과론을 구해냈고, 도덕법칙과 같이 모순된 사실은 그의 또 다른 저작 <실천 이성 비판>으로 마무리짓는다.

 

"생각하면 할수록 늘 존경과 외경심을 갖게 하는 유일한 두 대상은 별이 빛나는 저 하늘과 내 마음속의 도덕 법칙"

이것은 <실천 이성 비판>의 결론이다. 유명하고도 조금은 허무한, 일반적인 이런 결론을 얻기 위해 칸트는 그토록 어려운 저작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것을 증명하는 과정은 어렵더라도 결론은 이렇게 상식적인 것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흔히 철학자가는 상식을 비틀고 다르게 생각한다지만 그런 비틈도 상식에 근거해야 하지 않을까? 어찌보면 꽉 막히고 융통성도 없어보이는 칸트의 철학이 그래서 더 곧고 바르게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또 하나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웠던 것은 중세 전기의 교부철학과 중세 후기의 스콜라철학의 대결구도이다. 뭐~ 세계사 시간에 조금은 들어봤던 이런 철학들이 사제지간이었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과 신학을 각각 결합시킨 것이라는 건 다 알게다. 사실 난 까먹었었다. ㅋㅋ 그런데 그러한 간단해보이는 사실이 지금과도 연결된다면..? 사실은 이 부분은 조금 모르는 내용이 있어서 고민이 되었던 부분인데, 근대와 탈근대에 대한 논쟁을 아시는지.. 난 몰랐다..--; 사실 지금도 잘 모른다. 그래서 휘리릭 넘어가겠지만, 중세를 다스린 교부철학과 스콜라철학에게 영향을 준 플라톤의 철학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 서양에 전해진 순서가 뒤바뀌었다면...? 하고 저자가 상상을 해보는 것으로 보아 크나큰 영향을 주었던 것만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라고 했던 것이 스콜라니까 그것이 먼저 들어왔다면 중세의 카노사의 굴욕이나 아비뇽유수같은 사건들은 안 일어났을까? 어쨌을까? 하긴 그 정도로 내 지식이 깊지가 않아서 이만 하련다. 어쨌거나 역사에선 가정은 쓸모없는 일이니 바뀌었다면...하고 가정을 해봤자겠지. 

 

우리가 흔히 소크라테스는 위대하고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그러나 대가를 받았던 소피스트는 나쁜 놈 취급을 하는데 그렇게 보지 않는 저자의 관점이 맘에 들었고, 서양에 아리스토텔레스라 하는 대학자를 전달해준 이슬람 철학자 이븐 루슈드의 이야기도 살펴볼 수 있어서 숨겨지거나 왜곡된 역사를 바로 알게 되어 기뻤다. 철학을 제대로 접근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선택해도 손색이 없을 듯한 훌륭한 철학여행기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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