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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그릇으로 살아나다!
박영봉 지음, 신한균 감수 / 진명출판사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도자기엔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투박해보이는 종류를 좋아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대로 지칭하면 계룡산 사발같은 것..
내 취향은 그보다 좀 더 진한 갈색이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물론 청자든 백자든 안 예쁜 게 없다.
흙으로 만드는 도예의 과정이 바로 우리네 인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가끔 드는데...
그런 생각과는 다르게 실생활에서 많이 못 봐서 안타깝다. 우리집에서도 사기 그릇은 깨진다고 잘 안 쓰니, 원~~
중국에서 전해왔다는 도예기술이 중국도, 일본도 아니고 우리 조선의 것을 가장 쳐준다는데
우리의 미적감각이 남달랐던 걸까, 아님 자연환경이 그렇게 만들었던 걸까.
어쨌든 그렇게 다른 나라에서 우러러 봤던 우리의 기술이 지금은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임진왜란을 다른 말로 도자기 전쟁이라고 부를 정도로 일본이 조선의 도자기를 그렇게 탐을 냈지만, 과연 그렇게 나쁜 것일까.
다른 나라를 침략한 것은 정말 나쁜 일이지만 그들의 심미안만큼은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그리곤 거기서 자기 나름의 도예 기술을 만들어 지금은 세계적인 도자기 국가로 위상을 떨치고 있는 것도 말이다.
다른 나라의 기술을 더욱 연구하고 개발해서 자기네 것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배워야 할 것이다.
이 책에는 일본의 도예 기술을 이만큼의 경지로 끌어올린 "로산진"이란 천재를 알려준다.
천재적인 도예가, 요리사, 서예가, 전각가이었지만 이렇다 할 스승이 없었던 그는 진정한 천재가 맞다.
학교 겨우 4년 다녀서 간판을 보고 서체와 글자를 익혀가며, 어린 나이부터 고된 일을 했지만
천부적인 미각과 손재주로 인해 처음엔 간판을 파다가 나중엔 서예가로 유명해지다가 천재적인 요리사로 거듭나게 되었다.
자신의 요리에 맞게 그릇을 준비하다 보니까 창의적인 실력으로 도자기까지 만들게 된 그의 인생 역정은 정말 드라마틱하다.
전세계적으로 그의 인기는 식을 줄 몰라 여러 번 했던 전시회가 호황을 이루고 미국 록펠러와 피카소와도 알게 되었다.
그랬던 로산진도 아픔이 있었다. 유복자로 태어나 찢어지게 가난한 살림에 다른 집으로 양자로 보내졌으나,
양자 생활도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옮겨다녀야 했던 로산진은 그 때의 기억으로 가끔은 서글프게 목놓아 울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 얼마나 불안했을까. 로산진이 유명해졌을 때 괴팍하고 독단적인 성격이라고 비난을 많이 받았지만,
아마 남의 의견을 존중하거나 여린 성격이었다면 로산진이라는 천재는 이 땅에 살아남지 못했을 거다.
가난해서 서예의 기본책조차 알지 못했지만, 배우고 싶어 찾아간 대가들마다 기본부터 연구하라며 박대하길 일쑤였으니,
남의 말에만 의존했더라면 그의 창의력이 크게 발휘될 수 있겠느냐 말이다.
비난을 받았어도 그는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그가 바로 로산진이니까.
여러 분야에 아울러 뛰어난 능력을 보여줬던 그였기에 "위대한 아마추어"라고도 불리는 로산진은,
호시가오카 요정을 열어 최고의 미각을 선보인다. 나카무라 다케시로와 공동경영으로 만든 이 요정은 경영은 그가 맡고,
요리 쪽은 로산진이 맡아서 전국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처음엔 20명이 들어가면 꽉찰 작은 방에서 시작했지만,
지진으로 무너지고 나서 도쿄 아카사카를 빌려 완전 호화롭게 단장했다. 요리에 알맞게 사용해야 할 도자기도 만들기 위해
주문하지 않고 아예 자신의 가마를 박아서 자신이 디자인한 그릇으로만 썼고, 그날 나간 요리는 다시는 올리지 않을 정도로 철저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 그에게 앙심을 품은 사람이 많아졌다. 요리 실력이 조금만 못해도 형편없다고 타박을 주고,
다른 분야의 대가들에게도 글씨가 안 좋다든지, 도자기가 별로라든지, 자신의 생각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바람에
결국 해고되에 이른다. 그래서 그는 전문 도예가의 길로 들어설 수 있게 되었지만....
그런 그가 남긴 말이 아주 유명하다.
내 삶의 방식은 나밖에 모른다.
그것을 모르는 자들에게 동정도 받고 싶지 않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나의 삶을 인정해 주는 사람이 얼마 없다는 것을 나는 잘 안다.
내가 기대하고 있는 것은 1백년 후의 사람들이다.
로산진을 잘 알았던 도예가 천재, 구로다 료지도 이런 말을 남겼다.
내가 죽고 나서 30년, 즉 로산진이 죽고나서 50년이 지나게 되면
지독한 인간 로산진은 사라지고,
위대한 로산진의 작품만 남을 것이다.
정확하게 예언을 한 셈이다. 지금이 로산진이 죽은 지 50년이 지난 시점이니까.
먹는다는 것을 단순히 끼니를 때운다는 의미가 아니라 우아하고 아름다운 경지로까지 끌어올린 예술가 로산진은,
현재의 일본 요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단순히 전시를 위해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쓰기 위해 도자기를 만들었다.
그의 예술관은 지금 이 시대에 태어났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 그렇게나 가치를 인정받을 수가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그의 사발 하나가 1억이나 나간다니... 우와~ 정말 갖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