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철학, 소소한 일상에게 말을 걸다 - 일상에서 찾는 28가지 개념철학
황상윤 지음 / 지성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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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유쾌한 철학, 소소한 일상에게 말을 걸다]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상황 속에서 어떤 철학적인 의문이 숨어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 일상이 소소하다고 말할 정도로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철학의 특성상 철학의 잣대를 가지고 바라보면 더 이상 소소함을 벗어나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하긴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지는 사회에 대한 판단이나 생각에서부터 오늘 점심에는 무엇을 먹을건지 선택하는 문제까지 철학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 문제는 없다. 그저 그런 판단을 내리는 과정 중에 자신이 철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할 뿐이다. 이 책은 그렇게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에 내가 결론을 내버린, 스쳐지나간 무수히 많은 철학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런데 그토록 우리가 선택할 때 사용한다는 철학은 도대체 무얼까? 답은 나도 모른다다. 이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 이제까지 역사에 이름이 올랐던 위대한 철학자와 이 책을 쓴 황상윤 저자의 대답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자렌지의 원리를 몰라도 전자렌지를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철학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더라도 철학을 할 수 있다고 한 저자의 말대로 그저 철학을 해보기로 하자. 

 

우리가 사실로 믿어 의심치 않던 과학에 대해 생각해볼까? 과학은 대부분 사실로 막연하게 생각하지만, 과학도 하나의 신념 체계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과학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이유는 예측과 후측을 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것이 가능하려면 과학은 보편법칙의 형식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관찰과 실험으로는 보편법칙을 세우지 못하는 게 문제다. 관찰과 실험이라는 개별적 사물에 대한 진술이 바로 보편적 명제가 될 순 없는 노릇이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무수히 많은 사례를 통해 보편적인 명제를 도출하려는 귀납법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귀납법도 완전하지가 않다. 얼마큼 많은 사례를 찾아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시 관찰과 실험을 살리기 위해 그것은 법칙을 발견해내는 게 아니라 가설을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말을 바꾸었다. 한 명제를 가설로 세운 후에 그에 맞는 개별적인 명제를 연역해내지만, 그것 또한 보편적 정당화가 될 수 없다. 단지 그건 확률적으로만 정당하다고 인정받을 수 있을 뿐이다. 게다가 관찰자가 가지고 있는 개별적인 사물에 대한 생각이 가설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관찰과 실험은 객관적일 수가 없다. 오로지 그것을 통해 정당화하고자 하는 이론에 의존적일 뿐이다. 쿤의 패러다임 이론에 따르면 과학자 집단의 믿음에 따라 과학이 결정된다. 각 패러다임에 따라 믿음이 다르고, 사고방식이 다르며, 세계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결국 과학은 증명 불가능한 믿음에 근거한다.

 

이 책이 참 좋은 이유는 이렇게 복잡한 이야기를 정말 알기 쉽게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예전에 읽었던 [신을 보여주는 21세기 과학]이란 책에서도 과학은 믿음에 근거한다는 내용을 읽었지만, 물론 더 전문적인 이야기를 소개했기에 훨씬 더 어려운 것은 당연하지만 그래도 열 번을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문장도 있었다. 전문 용어가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은데도 말이다. 반면에, 이 책에선 (2부 매트릭스, 꿈을 꾸다)편에서 우리가 감각으로 인지하고 있는 세계를 하나의 매트릭스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세계를 하나의 시온으로 정해두고, 영화의 줄거리를 따와서 아주 재미나고 흥미롭게 전달했다. 그 와중에 절대 불변할 거라 여기는 과학이라는 것이 사실은 하나의 믿음에 근거했을 뿐이라는 결론을 도출해낸다. 맞다, 말 그대로 도출해낸다. 그저 하나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순차적으로 내용이 물 흐르듯이 연결되어 마지막 우리가 도달해야 할 부분까지 조금도 어색하지 않게 도착한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내가 이제까지 읽었던 철학책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1부에선 철학의 의미를, 3부에선 인간성의 의미를, 4부에선 도덕가치에 대해, 5부에선 유물론의 관점에서 본 역사에서 이제까지 우리가 오해하고 있었던 유물론을 다시금 정리해주고, 6부에선 인민으로서 임해야 할 정치에 대해서 전달한다. 제목으로만 보면 정말 어려울 것도 같지만, 아니다, 정말 쉽다. 이렇게나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전달한 철학책은 처음인 듯 하다. 아무래도 많은 용어와 철학자들을 나열하다보면 어려운 게 인지상정인데, 여기엔 그런 우려가 전혀 없다. 내게 보기엔 철학책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읽으면 철학이 이렇게나 재미있는 것이로구나 새삼 깨달을 수 있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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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왔다가 이렇게 갈 수는 없다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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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즈 네신이라는 인물을 알게 된 인연은 [당나귀는 당나귀답게]라는 책을 통해서이다. 머리가 무지 큰 당나귀 두 마리가 우스꽝스러우나 귀여운 모습으로 한 쪽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심상찮은 제목이, 그리고 얇은 두께가 내 마음을 끌었다. 읽어보니까 단순한 우화 속에서 진리를 전달해주는 게 참 마음을 푸근하게 했다. 인간의 어리석음을 풍자하거나 제 일만 잘하면 세상이 훨씬 살기 좋겠다는 교훈을 주는 이야기나 정말 새로우면서도 감격적인 기쁨을 알게 해주었다. 그리고 곰곰히 훑어본 작가 소개란을 보니 일본인이라고 생각했던, 에이~ 일본만 이렇게 좋은 글을 쓰나 하는 질투심과 함께, 작가가 사실은 터키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터키, 그 나라는 내게 막연히 2002 한일 월드컵 때 알게 된 우리에게 우호적인 나라라고만 알고 있었다. 우리랑 많이 비슷하다는 터키의 이야기를 듣고 응, 그으~래? 했었던 게 다다. 그런데 이렇게 터키 작가를 처음 알게 되니 무지 생소하고 행복했다. 터키인들의 감성과 우리의 감성이 비슷하다고 하더니만 정말 그의 글은 내 심금을 울렸다. 심봤다아~~

 

그의 본명은 메흐멧 누스렛으로, 1915년 터기의 이스탄불에서 태어났고 터키 문학사의 한 획을 그은 풍자 문학의 거장이자 터키인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작가라고 한다. 계엄령 하에서도 권력의 압제에 굴하지 않고 글로써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간 그는, 그처럼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감옥에 갇히게 된 우리나라의 신영복 선생을 떠올리게 했다. 그의 책에 열광하다가 잔뜩 사두고는 꼬꼼 시들해진 터라 자세히는 언급하지 못하지만, 신영복 선생의 글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 따스함, 의지, 사랑 등이 아지즈 네신의 글에서도 느껴진 듯 했다. 내가 확신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의 책을 읽어본 것이 겨우 두 번째이기 때문이다. 옮긴이의 글에서 언급한 [제이넵의 비밀편지], [생사불명 야샤르],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이란 책도 한 번씩 펴들어봐야겠다. 그럼 아마도 새로운 좋은 작가를 알게 된 것이 즐겁고 행복할 것이다. 책 뒷날개에 소개된 [개가 남긴 한 마디]는 풍자우화집이라 내 입맛에 딱 맞을 것 같아 가장 우선적으로 봐야지~~~ 요즘 도서관을 다니고 있는데, 요즘 내가 찾는 책은 하나도 없어서 너무 실망이다. 이 책도 없으면 바로 신청해버리겠어!!

 

우리의 신영복 선생처럼 아지즈 네신도 계엄령 하에서 2쪽짜리 팸플릿을 인쇄하다가 갑자기 잡혀가 수감되고 유배를 당하였다. 그 때가 제2차 세계대전 말, 트루먼 독트린으로 터키를 원조해준다는 미명 하에 착취를 하는 미국은 이 나라에 들어오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그 팸플릿이 문제가 되었던 게 아니라 그가 평소에 <마르코파샤>라는 신문에 싣는 글 때문에 윗사람들에겐 이미 오래 전부터 눈엣가시였던 거였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 어떤 예비역 장교가 와서 은밀히 정보를 주고 갔는데 미처 그 중요성을 알지 못한 것이 실수라면 실수였다. 그 때 다른 나라로 망명이라도 했다면 그런 일은 당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하긴 유배지에서 4개월 동안 지내는 여비도 없어 매일 굶다시피하고 살았는데, 그런 그에게 다른 나라로 망명할 돈은 또 어디 있었겠어~ 그리고 그가 그렇게 조국을 떠났다면 그의 글은 더 이상 살아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나 터키인들이 그를 자랑스러워하지도 않았을 거고~ 그래도 사람은 살고는 봐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평범한 나로서는 외부의 압력에도 꿋꿋이 자신의 신념을 지켜낸 사람들의 정신구조가 신기하지만 아마 그래서 위인과 범인이 나뉘는 게 아닐까. 난 죽었다 깨어나도 그런 위인이 될 소질은 없으니... 불행하게도~

 

중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 나오는 강원룡 목사의 [30년 전의 그 날]이란 수필이 있다. 일제 강점기에 학생 운동과 농촌 운동을 하다가 감옥 생활을 체험한 그는, 이후에 어떠한 어려움을 겪더라도 지옥 같은 감옥 생활을 생각하며 이겨냈다고 했다. 감옥 안에서의 많은 회유와 협박 속에서 자기가 믿는 신을 버려서라도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추방당한 신의 모습이 보이면서 그는 단단히 마음을 다잡았다.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 그를 배반할 수는 없다고 다짐하며 이렇게 기도했다.

그 기도문이 어찌나 가슴 절절한지 모른다.

"제가 이 감방에서 죽게 된다면 육체는 죽어도 영혼만은 더럽히지 않게 해 주시고,

만일 살아 남게 된다면 육체는 감방에서 죽어 버린 것으로 생각하고,

제 심신을 당신의 제단에 오롯이 바친 제물로서 살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아지즈 네신이 어떠한 신에게 자신을 내어놓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도 이 목사처럼 자신의 육신을 도모하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신념을 위해 목숨을 내놓았던 것은 같지 않을까. 이렇게 자신의 신념을 위해 고통을 참는 그런 사람을 존경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독자로서 안타까우니까 그래도 좀 굽히지 하는 맘도 없진 않지만 말이다. 책의 내용은 유배 생활이 전부다. 유배를 왔다는 게 알려지면서 어디를 가도 그에게 아는 척을 하지 않고, 옛 친구조차 그를 반기지 않았다. 유배 생활을 하면서 지원금도 안 나와 굶기를 밥 먹듯 하고 혹독한 겨울 날씨에도 난로를 때우지 못했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를 이렇게 비참하게 했던 옛 친구, 자신을 모른 척했던 주민들, 자신을 조롱했던 학생들, 부당하게 유배를 보낸 정부까지도 어느 하나 원망하지 않는다. 그저 그 때는 그런 상황이었을 뿐이라고, 다들 어쩔 수 없었던 것 뿐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어느 정도냐 하면 자신을 끝까지 외면했던 옛친구도 아주 나중에는 서로 친구로 지내기까지 한다. 이 어찌, 대단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서문에서 그가 말한 단 세 마디가 내 가슴을 울린다.

 

생각하고, 사랑하고, 웃는 것. 삶의 진실이란 이것이 전부가 아닐까요?

인간에게 있어 이것 이외는 모두 거짓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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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의 연인
유민주 지음, 오수연 원작 / 은행나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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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라고 하는 별천지의 인물과 실제로 만나 사랑에 빠져볼 수나 있을까. 아니, 그들과 만나 평범하게 이야기하고 웃고 떠들고 싸울 수나 있을까. 그들의 놀라운 생활방식에 적응하는 것을 고사하고 그들의 사고방식에 황당해지는 것은 아닐까. 물론 내가 보는 스타의 이미지는 어디까지나 카메라에 비친 모습이기 때문에 스타라고 하는 종족에 대한 진실을 알기란 무지 어려운 일일 거다. 드라마 <온 에어>에서 보여졌던 불합리하고 힘들고 외로운 직업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끝내는 모를 것이고~~ 아마도 내가 생각하기엔 나는 죽을 때까지 그 실체를 알지 못하고 죽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스타를 꿈꾸게 되는 건 스타가 우리에게 불러일으키는 행복과 기대심리 때문이 아닐까.

 

외국 영화 <노팅힐>은 정말 잘 만들어진 로맨스 영화로, 나는 수도 없이 봐도 또 보고 싶은 몇 안 되는 영화 중에 하나이다. 그건 아마도 휴 그랜트의 바보스러우면서도 귀여운 매력을 유감없이 발산해주었고, 그의 그런 모습이 유명한 스타를 만날 때의 우리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신선한 매력을 우리 한국에서 마구 발산하기 위해 만들어진 드라마가 바로 <스타의 연인>이다. 유감스럽게도 그 드라마는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들었다. 드라마를 잘 챙겨서 보지 않는 나로선 한 회도 못봤기에 뭐라 할 말이 없지만~ 배우의 연기가 문제인지, 스토리가 흡입력이 없었든지, 현실성이 떨어진다든지 드라마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난 잘 모르겠지만, 드라마가 책과 내용이 똑같다면 난 배역의 심리 묘사가 문제라고 하고 싶다.

 

만약 드라마 대본을 손에 쥐고 봤다면 난 다른 견해를 냈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내가 드라마를 전혀 보지 않았기에 단순히 책에 대해서만 평가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류스타인 이마리와 서울대박사 김철수라는 인물에 대한 묘사는 아주 적절했다. 적당히 보여주고 안 보여준 게 잘 드러나서 상황을 유추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살짝 긴장감을 주는 것도 좋았다. 그런데 뭐가 문제냐 하면, 한류스타인 이마리라는 인물이 뭣하러 그런 가난한 김철수랑 엮기게 되는 그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독자는 사랑에 빠지더라도 그 둘이 사랑에 빠지는 그 순간을 정확하게 포착해내고 싶어한다. 백 번 양보해서 모든 로맨스 독자는 안 그렇더라도 나는 꼭 그렇다. 그런데 김철수와 이마리가 한 달도 채 못 되는 시간 동안 대필해주는 책 때문에 같이 일본의 여러 명소를 다니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것까진 좋았는데, 되돌아보면 그 때가 사랑에 빠진 때였는데, 그 부분이 확연히 다가오지 않았던 게 불만이다. 사랑이 찌릿 전기가 통해야만 이루어지는 건 아닐지라도 아니, 그 대상이 한류스타 이마리이면 뭔가 달라야 하지 않나 싶다. 내가 평소에 보는 로맨스 소설에는 그런 의미심장한 부분, 꼭 보고 있는 내 심장이 바닥으로 툭~ 떨어질 것 같은 부분이 등장하는 데 이 소설은 상당히 싱겁게 사랑이 시작된다.

 

물론 김철수란 인물은 가진 것이 없어 자존심 때문에 사랑하는 여자도 떠나보내야 했던 사람이지만, 그래서 그에겐 어쩌면 '사랑'이라는 감정이 사치일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그는 그렇게 이마리에게 모진 말이나 내뱉으며 자신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써왔던 것이지만, 그 속내를 알게 되어도 눈물겹거나 안타깝거나 하지 못했다. 그건 독자와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중요한 부분에서 실패한 거다. 그 남자가 그렇게 모진 말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독자가 알고는 밉지만 정말 미워할 수 없게 만들어야 로맨스가 성공한다. 독자의 응원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그들의 사랑에~ 독자가 김철수란 인물이 이마리라는 보석을 가질 수 있는 자격이 되는지 판단할 때 그에 합당한 이유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독자는 외면할 수 밖에 없는 거다. 

 

어려서 부모가 돌아가시고 고아원을 운영했던 할머니 밑에서 살가운 정도 느껴보지 못하고 고아보다 더 고아인 것처럼 살아왔던 이마리와 밤무대 가수였던 엄마가 돈을 훔쳐고 도망을 가서 엄마의 동료였던 이모 세 명에게서 겨우 연명할 수 있었던 김철수는 생각보다 공통점이 많은 사람들이다. 어쩜 소울메이트라 부를 정도로~ 그런데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은 남에게도 사랑을 베풀 수 없다는 걸 아는가. 여기엔 할머니에게 인정을 받지 못해 허망한 인기로 먹고 살았던 이마리와 사랑은커녕 남에게 싫은 눈치조차도 견디지 못해 자아상이 완전 삐뚤어진 김철수 둘이 있다. 그들 중엔 조금 더 사랑을 받은 사람이 이마리이니까 그녀가 적극성을 띠는 건 좋은데 그것이 머리 빈 여배우의 변덕으로 보이기도 하니, 참~ 이렇게까지 몰입이 되지 않기도 또 처음인 듯 하다.

 

그래도 한 장면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김철수가 이마리에게 돌멩이로 줄을 긋고서 이 선을 넘어오지 말라고, 자신의 아픔을 되새기는 짓을 한다. 그 때 사랑을 찾기 위해, 이제껏 수동적으로 있었던 자신의 인생을 되찾기 위해 강해진 이마리가(사실 그녀가 이렇게 강경하게 나오는 것에 대한 설명이 좀 있으면 좋겠다) 겁도 없이 성큼 그 선을 넘어가버린다. 그 때 풀어난 김철수의 눈빛은 형형했고, 진심이 담겨있었다. 그러나 바로 꼬리를 내려버리고 말았지만~ 아이구~ 좀 강하게 밀어붙일 순 없었나. 물론 철수, 니 마음은 내가 이해해~ 별천지의 여성이니 언감생심 꿈에도 꿈을 수 없었겠지. 잃어버린 것은 그저 잊어버리라고 세뇌하는 너이니까~~ 그러나 사람이 결정의 순간을 알아야 하잖아~ 사람에게 주어진다는 그 세 번의 기회, 그 중 하나였을 텐데 왜 놓쳤어? 나중에 엄청 후회하려고~~~

 

또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이마리와 김철수가 일본의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이마리가 소감을 간단하게 말하면 김철수가 그것으로 초고를 쓰고 나서 이마리에게 보여주었던 부분이다. 둘의 관계보다는 그 초고의 내용이 너무 좋았었다.

그 때 왕궁 터에 해가 지고 있었다.

모든 아름다운 것은 사라지기 마련이고, 그곳은 사라진 것들을 추억하기 좋은 장소였다.

그렇게 서 있자니 시간이 이제는 잊어도 좋다고, 이제 그만 앞으로 가라고 속삭이는 듯 했다. (p. 100)

캬~ 정말 잘 쓴다 싶었다. 그리고 이마리에게 욕심을 품어서 그 뒤로 그녀를 피하는 김철수에게 이마리가 확실하게 대드는 장면이 삽입되었다면 뭔가 썸씽을 바라는 우리 독자에겐 더할 나위가 없었을 거다. 에이~ 아쉽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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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결혼 나쁜 결혼 이상한 결혼 - 결혼에 대한 환상을 뒤집는 기막힌 인터뷰
신은자.신진아 지음 / 애플북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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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미스인 나로서는 '결혼'이란 제도에 대해 어떤 환상 같은 걸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 끌렸던 걸까. 미혼일 때보다야 책임질 것도 많고 봉사해야 할 것도 많고 체력도 더 많이 소모되지만 그래도 미혼여서 갖게 되는 막연한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동경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남자 잘못 만나 패가망신하는 경우도 여럿 들었고, 내 주위에도 결국 남자가 이상해서 이혼까지 가는 경우가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런 여럿 경우의 수를 여기에 다 집어넣어서 정말 '좋은 결혼', '나쁜 결혼', '이상한 결혼'에 대한 여러 인터뷰를 실어 놓았다. 읽고 있노라면 어디 별세계의 이야기 같은 내용도 있고, 추적 24시에 나올 법한 호러물도 있으며, 다큐멘터리를 찍는 경우도 있었는데 정말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가 보았다. 그러나 누가 봐도 상당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아직 결혼을 안한 독자라면 결혼 전에 무엇을 기준으로 남편을 선택해야 할 것인지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고, 결혼을 한 독자라면 지금보다 더 행복한 인생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 듯 싶다.

 

책표지에 대해 한 마디를 하자면, 꼭 외국 소설이나 외국의 통계를 나타낸 결혼 이야기 같아 보이나 이 책은 엄염히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두 여성의 손에서 쓰여진 책이다. 물론 그녀들이 수집한 사례들도 다 대한민국의 기혼녀임에 틀림 없고~ 그러니 표지에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길 바란다. 나 같은 단순한 사람은 이 아름다운 외국 미녀에게 반해서 책을 선택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나처럼 표지에 반해 골랐다고 해도 아쉬울 것은 하나도 없다.

 

총 여섯 파트로 이루어지는데 처음부터 들이대는 내용이 정말 가관이다. 첫째 파트에 기괴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여럿 나쁜 남자들이, 혹은 이상한 남자들이 대거 등장하시기 때문이다. 이름하여, Part 01 결혼한 언니들이 털어놓는 좋은 결혼 나쁜 결혼 이상한 결혼!!! 자신에 대해 자신이 없고, 자신을 사랑하지 못해 그저 반응해준 남자를 만나 결혼을 올렸다가 맞고 산다거나, 점쟁이의 말을 찰떡처럼 믿고 관계에 대해 노력도 안하고 그저 세 번째 만난 남자와 별 감정없이 결혼했거나, 주위에서 하도 성화니까 일하는 게 힘들어져서 그저 가버린 경우도 있고, 짝사랑하는 상대가 있었는데도 아버지의 병환 때문에 적당한 여자를 만나 효도 결혼한 경우도 있고, 자기 주장을 못해서 대충 부모가 정해준데로 결혼한 경우 등 별의별 경우가 있었는데, 한 가지 결론이 나왔다. 절대 남 좋은 결혼을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부모가 될 수도 있고 부추기는 지인들이 될 수도 있지만 자신의 인생이기에 절대 그래선 안 된다는 것!!!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저렇게 줏대없이 결혼할 수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사실 나도 직장일이 힘들어질 때쯤 확~ 결혼하고 싶어했던 경험이 있다. 그 때는 누구라도 나한테 프로포즈만 했더라면 홀라당 넘어갔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큰 날뻔 했던 일이지만. 아직 나는 결혼이라는 인륜지대사를 감당할 만큰 정신적으로도 영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준비가 되지 않았다. 아마 결혼을 하기 전에 체력을 좀 더 키워놓고 정신적으로도 영적으로도 무장을 해야 할테지~ 그리고 문제가 되는 건 또 있다. 결혼 전에는 알 수 없었던 나쁜 놈의 정체를 일찍 간파하기~ 일단 어른들이 집안을 따지는 게 그런 것의 일종이라고 하는데, 정말 완전 호러 수준의 결혼 생활도 있으니 조심해야 할 일이다.

 

Part 02 결혼한 언니들이 털어놓는 겁나는 결혼의 완벽한 비밀!! 이 내용은 결혼 전에 잘못 가진 선입견으로 기대를 많이 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결혼 전이나 후나 하나도 달라진 것은 없는데 실제로 기대하는 사람의 마음이 달라졌기에 환상이 여지없이 깨지는 것이란다. 그래서 나는 결혼하기 전에는 충분히 대화를 해보고 결혼하고 싶다. 단순히 설레이는 감정이 앞서서 이성에게 잘 보이고픈 본능이 발동해서 내 실체가 아닌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어느 정도 교제의 시간이 지나면 서로를 잘 알아야 하지 않을까. 특히나 언어지능이 발달하지 남편님으로서는 문제점이 생기면 무조건 동굴에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는데 그러면 여자로선 하나도 해결된 일이 없다는 거다. 결혼 생활이 바르게 되려면 아무래도 남자의 언어를 이해해야 한다. 실제로 그럴 수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Part 03 결혼한 언니들이 털어놓는 오빠들에게 말하지 못한 잠자리 뒷담화!! 여기에선 잠자리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여기선 예전에 봤던 신문 기사가 떠오른다. 홍콩인가 대만인가 하는 나라에선 투잡이 추세라서 일하느라 바빠져 부부간의 성관계가 일 년에 몇 번이라는 통계가 나왔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비슷하다고 했던 것 같은데, 여기에 나온 여럿 기혼녀의 이야기를 들으니 일 년에 3~4번 하는 부부도 있고, 한 주에 2~3번 하는 부부도 있었다. 그리고 각지각색이었던 게 남자는 하고 싶은데 여자가 싫다거나, 여자는 하고 싶은데 남자가 싫다거나 하는 경우도 여럿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우려하는 건 부부인데, 물론 미울 수도 있겠지만, 뭐든지 서로에게 맞춰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거부하면 한 사람은 밖에서 출구를 찾지 않을까. 그건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어떤 아내는 자기 남편이랑 같이 간 식당에서 아주 고혹적인 여주인을 보고 남편이 부끄러워하면서 말하는 걸 보고 연애를 해보?? 이해할 수 없었다. 그 기혼녀 본인도 자신이 왜 남편이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귀여워보이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자신이 큰 아들을 키우는 기분을 들었나 하는데 그건 일단 아내로서의 직무 유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Part 04 결혼한 언니들이 털어놓는 참을 수 없는 육아의 무거움!! 정말 현실은 힘들다는 생각이 물씬 든다. 맞벌이를 안할 수 없는 현실에서 아이까지 키우라는 건 정말 여자에게 죽으라고 하는 소리다. 이렇게 할 게 많으니 아까처럼 여자로서 포기할 수밖에 없단 생각도 드니 말이다. 진짜 궁금한 건 여자도 일하고 남자도 일하면, 가사와 육아는 분담하는 게 맞는 게 아닐까 하는 거다. 남편이 일찍 와서 장도 보고 저녁을 차려놓고 여자는 아이를 씻기고 재우고 하는 것을 분담해서 해야 하지 않나? 여기에 나온 여성들은 전혀 아니다. 흠~ 실망인데~~

 

Part 05 결혼한 언니들이 털어놓는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법!!! 고부 간의 갈등은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다고 쳐도, 정도가 심한 경우가 여럿 보인다. 남자가 너무 좋아서 결혼했는데 아내로서의 자리까지 침범하는 시어머니를 볼 땐 그 머릿속엔 뭐가 들었나 싶다. 특히나 돈을 물 쓰듯 쓰는 시어머니와 그것에 대해 한 마디도 안 하는 남편을 볼 때 속이 터지는 건 아내 뿐이니~ 가정 경제는 어떻게 할 건데~ 할부금이나 아이 교육비는? 그 때 남자가 가만히 있으면 함께 적지를 헤쳐갈 동지를 하나 잃게 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남자가 현명해야 한다. 여기에 나온 저자의 어머님과 아버님의 사연을 보니까 정말 통쾌하고 멋지고 대단하다 싶다. 엄마가 시집을 올때 홍수가 나서 혼수품을 하나도 하지 못하고 왔는데 그 때 시어머니가 다른 걸 꼬투리잡아서 완전히 푸념을 했댄다. 그때 아빠가 문짝을 부수며 나오면서 하는 말이, "그러는 어매는, 형수한테는 금목걸이도 해주고, 옷도 해주고, 온갖 것을 다해주더니, 왜 내 각시한테는 아무것도 안 해주는교. 흉년이 들어 사람 굶어 죽게 생겼는데 혼수는 무슨 혼수? 나는 양복 안 입어도 되니까 한번만 더 이걸로 시비 걸면 집구석에 불을 확 질러불거니까 알아서 하슈." 짝짝짝~~ 완벽한 신랑감이지 않나. 새색시가 남편 하나만 믿고 시댁에 와서 식구가 되려는 참에 큰 씨앗이 될 뻔했던 화를 초기에 기선제압을 했으니, 아내로서는 남편에 대한 신뢰가 싹트지 않겠나 말이다. 만약 저 때 시어머니를 두둔하는 말이라도 했으면 아내는 이 남자에게 기대할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거란 불신을 키울 수 밖에 없었을 거다.

 

Part 06 결혼한 언니들이 털어놓는 그래도 결혼은 부부의 것!! 그러니 어떻게든 맞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남편이 힘들 때 위로해주고, 격려해주고, 기다려주고, 그것도 안되면 생활전선에 같이 뛰어들기라도 해서 우리 가정을 지켜내야 하는 것이다. 이름 한번 써줬다가 평생 어렵게 모은 다락방이 있는 집이 경매로 넘어가 단칸방에서 살게 되었을 때 아내는 남편에게 이때동안 수고 너무 많이 했다고 이젠 좀 쉬라고 편히 자라고~ 위로를 해주는 모습은 정말 진정한 전우의 모습이었다. 남편이 정육업을 한다고 할 때부터 아내가, 친청 식구들이, 괄시와 핍박을 그렇게나 해놓구선 사업이 잘 되니까 자기가 벌어온 돈을 물 쓰듯 쓰는 아내라면 다시는 꼴도 보기 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부부는 동지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서로 대화를 많이 해야겠지? 그런데 요즘 가정에서 부부의 대화가 없다던데~~~ 정말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이 책으로 결혼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특히 결혼은 현실이고 정말 생판 모르던 사람들을 식구로 불러야 하는 이상한 관계라는 것을!! 그러면서도 서로에게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아주 이상적인 관계라는 것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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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성공을 말하다 - 위기를 기회로 바꾼 사람들
랄프 슈필러.게오르그 바이스하우프트 외 지음, 한주연 옮김 / 지상사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총 39명의 소위 말하는 성공한 사람들, 갑부들을 꼽아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 부제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상당한 위기 상황을 어떻게 관리해왔는지 실질적인 기술을 얻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사실 그건 아니였다. 그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 잘 알려진 사람들, 덜 알려진 사람들을 간단히 소개하는 요약문이랄까. 다양한 흥미를 만족시켜주긴 하지만, [비이성적인 사람들의 힘]이나 [어드밴티지 메이커] 같이 사회 사업을 같이 병행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좀 실망이다. 그렇게 대단한 돈을 가져본 적은 없지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뭔가 인류를 위해 공헌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을텐데, 단순히 부유함을 누리기만 하면 그 모든 것이 상쇄될까 싶다. 내가 너무 이상적인 것을 기대했던 것 같기도 하지만, 마지막 쯤에서 봤던 볼프강 베른하르트는 정말 최악이었다. 사진에서 나온 인상도 상당히 못돼 보이기도 하고~ 구조조정의 실력자라고 해서 재정 부분에서 환영을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 줄은 알지 못하는 것일까. 자신에게 주어진 월급의 20%만 덜어도 덜 해고해도 될 것인데, 기업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무시하는 사람 같아 별로 마음에 안 든다.

 

이제야 이 책이 만들어진 의도를 알아냈다. '부와 성공'이란 키워드가 '정직과 인품'이라는 키워드보다 우리가 살아가는 21세기에서는 더욱 각광을 받는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생각하기엔 '부와 성공'을 겸비하고 있으면서 '정직과 인품'을 가진 기업인들도 분명 있었겠지만, 필자 생각에 그 책이 사람들의 구미에 맞지 않겠다고 여겼거나 아니면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낼 만큼 많은 경영인을 알아내지 못했거나 둘 중 하나일 거다. 이 책의 서문에 있듯이, 독일 최대의 경제, 금융 신문 <한델스블라트>에 게재된 기사들을 한데 묶은 거라니까 아마도 정보 수집에 있어서 시간이 촉박했을 수도 있겠다. 바닥부터 치고 올라와 이제는 갑부가 되어 세계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부러워할 가치는 충분하지만 - 그들이 두려움을 이기고 극복하고 행동했기에 - 존경을 받기엔 어렵지 않을까. 단순히 돈이 많다는 것이 인간의 존경을 받을 만한 덕목은 아니니까 말이다. 얼마 전에 본 <성대중 처세어록>에 보니까 과한 것도, 모자란 것도 별로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역설하던데, 그것이 비록 서얼로서 출세의 길을 걷지 못했던 성대중의 상황 때문에 나온 말은 아닐 것이다. 그 만큼 심사숙고해서 진리를 찾고자 거듭 노력한 결과, 얻어낸 것이지 않을까.

 

여기에 나온 수많은 인물 중에서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은 딱 한 사람이 있다. 꿈을 가진 사람이 진정한 부자라고 한 모하메드 이브라힘이 바로 그 사람이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500만 명 이상의 이동통신 고객을 확보해서 억만장자로 성장한 사람이다. 전화도 없고, 제대로 작동하는 우체국시설도, 믿을 만한 교통수단도 없는 그 곳에 휴대전화 하나로 온 가족이 훨씬 더 윤택하게 살 수 있으니 얼마나 획기적인지... 이제까지 비싼 이동통신은 아프리카인들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치부했었는데 그게 아니였던 거다. 셀텔로 7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본 그는 이렇게 말한다. 통신이 있어야 비로소 사람들은 자신의 기업을 세울 수 있고, 정보의 자유로운 교환이야말로 지배자가 대중매체를 통제하는 국가에서 민주주의를 촉진할 수 있다고~~ 의사인 그의 아내도 모국인 수단의 열악한 의료환경을 개선시키고자 고군분투 중이라니 정말 잘 맞는 한 쌍의 커플이다. 10년 이상 그와 함께 한 투자자는 그를 이렇게 평한다.

"모하메드 이브라힘은 1등급 사업가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사람들은 너무 드뭅니다.

그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이야할 게 하나도 없습니다."

정말 나도 유감스럽다. 이런 기업가가 좀 많아도 세상은 훨씬 살기가 좋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 가만 보니, 여러 기업인들이 나왔짐나 환경지향적인 기업은 나오지가 않았다. 요즘엔 그런 방향으로 승승장구하는 곳도 좀 있을 텐데 독일의 기업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조금은 알겠다 싶다. 진정으로 존경할 만한 사람들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부와 성공을 이루어냈다는 사람들을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빠진 것 같아 조금 아쉽다. 하긴 세상의 모든 백만장자를 넣으면 책이 아마 백과사전이 될 테지... 돈이 없으면 기본적인 생활조차 영위할 수 없는 요즘 세상에 '부와 성공'을 원하는 게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목적이 좋다고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정신 바짝 차려서 '부와 성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부의 비밀>에 나온 10가지 부의 비밀 중 하나인 '성실의 힘'을 잊으면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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