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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의 연인
유민주 지음, 오수연 원작 / 은행나무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스타라고 하는 별천지의 인물과 실제로 만나 사랑에 빠져볼 수나 있을까. 아니, 그들과 만나 평범하게 이야기하고 웃고 떠들고 싸울 수나 있을까. 그들의 놀라운 생활방식에 적응하는 것을 고사하고 그들의 사고방식에 황당해지는 것은 아닐까. 물론 내가 보는 스타의 이미지는 어디까지나 카메라에 비친 모습이기 때문에 스타라고 하는 종족에 대한 진실을 알기란 무지 어려운 일일 거다. 드라마 <온 에어>에서 보여졌던 불합리하고 힘들고 외로운 직업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끝내는 모를 것이고~~ 아마도 내가 생각하기엔 나는 죽을 때까지 그 실체를 알지 못하고 죽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스타를 꿈꾸게 되는 건 스타가 우리에게 불러일으키는 행복과 기대심리 때문이 아닐까.
외국 영화 <노팅힐>은 정말 잘 만들어진 로맨스 영화로, 나는 수도 없이 봐도 또 보고 싶은 몇 안 되는 영화 중에 하나이다. 그건 아마도 휴 그랜트의 바보스러우면서도 귀여운 매력을 유감없이 발산해주었고, 그의 그런 모습이 유명한 스타를 만날 때의 우리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신선한 매력을 우리 한국에서 마구 발산하기 위해 만들어진 드라마가 바로 <스타의 연인>이다. 유감스럽게도 그 드라마는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들었다. 드라마를 잘 챙겨서 보지 않는 나로선 한 회도 못봤기에 뭐라 할 말이 없지만~ 배우의 연기가 문제인지, 스토리가 흡입력이 없었든지, 현실성이 떨어진다든지 드라마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난 잘 모르겠지만, 드라마가 책과 내용이 똑같다면 난 배역의 심리 묘사가 문제라고 하고 싶다.
만약 드라마 대본을 손에 쥐고 봤다면 난 다른 견해를 냈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내가 드라마를 전혀 보지 않았기에 단순히 책에 대해서만 평가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류스타인 이마리와 서울대박사 김철수라는 인물에 대한 묘사는 아주 적절했다. 적당히 보여주고 안 보여준 게 잘 드러나서 상황을 유추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살짝 긴장감을 주는 것도 좋았다. 그런데 뭐가 문제냐 하면, 한류스타인 이마리라는 인물이 뭣하러 그런 가난한 김철수랑 엮기게 되는 그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독자는 사랑에 빠지더라도 그 둘이 사랑에 빠지는 그 순간을 정확하게 포착해내고 싶어한다. 백 번 양보해서 모든 로맨스 독자는 안 그렇더라도 나는 꼭 그렇다. 그런데 김철수와 이마리가 한 달도 채 못 되는 시간 동안 대필해주는 책 때문에 같이 일본의 여러 명소를 다니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것까진 좋았는데, 되돌아보면 그 때가 사랑에 빠진 때였는데, 그 부분이 확연히 다가오지 않았던 게 불만이다. 사랑이 찌릿 전기가 통해야만 이루어지는 건 아닐지라도 아니, 그 대상이 한류스타 이마리이면 뭔가 달라야 하지 않나 싶다. 내가 평소에 보는 로맨스 소설에는 그런 의미심장한 부분, 꼭 보고 있는 내 심장이 바닥으로 툭~ 떨어질 것 같은 부분이 등장하는 데 이 소설은 상당히 싱겁게 사랑이 시작된다.
물론 김철수란 인물은 가진 것이 없어 자존심 때문에 사랑하는 여자도 떠나보내야 했던 사람이지만, 그래서 그에겐 어쩌면 '사랑'이라는 감정이 사치일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그는 그렇게 이마리에게 모진 말이나 내뱉으며 자신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써왔던 것이지만, 그 속내를 알게 되어도 눈물겹거나 안타깝거나 하지 못했다. 그건 독자와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중요한 부분에서 실패한 거다. 그 남자가 그렇게 모진 말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독자가 알고는 밉지만 정말 미워할 수 없게 만들어야 로맨스가 성공한다. 독자의 응원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그들의 사랑에~ 독자가 김철수란 인물이 이마리라는 보석을 가질 수 있는 자격이 되는지 판단할 때 그에 합당한 이유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독자는 외면할 수 밖에 없는 거다.
어려서 부모가 돌아가시고 고아원을 운영했던 할머니 밑에서 살가운 정도 느껴보지 못하고 고아보다 더 고아인 것처럼 살아왔던 이마리와 밤무대 가수였던 엄마가 돈을 훔쳐고 도망을 가서 엄마의 동료였던 이모 세 명에게서 겨우 연명할 수 있었던 김철수는 생각보다 공통점이 많은 사람들이다. 어쩜 소울메이트라 부를 정도로~ 그런데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은 남에게도 사랑을 베풀 수 없다는 걸 아는가. 여기엔 할머니에게 인정을 받지 못해 허망한 인기로 먹고 살았던 이마리와 사랑은커녕 남에게 싫은 눈치조차도 견디지 못해 자아상이 완전 삐뚤어진 김철수 둘이 있다. 그들 중엔 조금 더 사랑을 받은 사람이 이마리이니까 그녀가 적극성을 띠는 건 좋은데 그것이 머리 빈 여배우의 변덕으로 보이기도 하니, 참~ 이렇게까지 몰입이 되지 않기도 또 처음인 듯 하다.
그래도 한 장면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김철수가 이마리에게 돌멩이로 줄을 긋고서 이 선을 넘어오지 말라고, 자신의 아픔을 되새기는 짓을 한다. 그 때 사랑을 찾기 위해, 이제껏 수동적으로 있었던 자신의 인생을 되찾기 위해 강해진 이마리가(사실 그녀가 이렇게 강경하게 나오는 것에 대한 설명이 좀 있으면 좋겠다) 겁도 없이 성큼 그 선을 넘어가버린다. 그 때 풀어난 김철수의 눈빛은 형형했고, 진심이 담겨있었다. 그러나 바로 꼬리를 내려버리고 말았지만~ 아이구~ 좀 강하게 밀어붙일 순 없었나. 물론 철수, 니 마음은 내가 이해해~ 별천지의 여성이니 언감생심 꿈에도 꿈을 수 없었겠지. 잃어버린 것은 그저 잊어버리라고 세뇌하는 너이니까~~ 그러나 사람이 결정의 순간을 알아야 하잖아~ 사람에게 주어진다는 그 세 번의 기회, 그 중 하나였을 텐데 왜 놓쳤어? 나중에 엄청 후회하려고~~~
또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이마리와 김철수가 일본의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이마리가 소감을 간단하게 말하면 김철수가 그것으로 초고를 쓰고 나서 이마리에게 보여주었던 부분이다. 둘의 관계보다는 그 초고의 내용이 너무 좋았었다.
그 때 왕궁 터에 해가 지고 있었다.
모든 아름다운 것은 사라지기 마련이고, 그곳은 사라진 것들을 추억하기 좋은 장소였다.
그렇게 서 있자니 시간이 이제는 잊어도 좋다고, 이제 그만 앞으로 가라고 속삭이는 듯 했다. (p. 100)
캬~ 정말 잘 쓴다 싶었다. 그리고 이마리에게 욕심을 품어서 그 뒤로 그녀를 피하는 김철수에게 이마리가 확실하게 대드는 장면이 삽입되었다면 뭔가 썸씽을 바라는 우리 독자에겐 더할 나위가 없었을 거다. 에이~ 아쉽네,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