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결단 - 위기의 시대, 대통령의 역할은 무엇인가
닉 래곤, 함규진 / 미래의창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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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가장 위대한 역사적 사건 13가지를 살펴보는 이 책은, 그런 위대한 사건 뒤에는 항상 대통령의 결단이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자신의 당을 버리고서라도, 자신의 재임 가능성을 포기하더라도, 그 자신의 안위조차도 생각하지 않고서라도 항상 국가를 위해, 국민들을 위해 자기 한 몸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 11명의 미국 대통령을 살펴보면서, 미국이 대략 200년 밖에 안 된 신생국가에서 초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 민주주의가 어떻게 실현되고 뿌리내렸는지, 헌법을 얼마만큼이나 제대로 수호하려고 노력했는지, 대통령의 권한 즉 행정부의 비중을 얼마나 키워갈 수 있었는지가 낱낱히 밝혀져 있다. 과거부터 미국 대통령에 대한 책을 보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을 보면, 물론 안 그러신 분들도 몇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국가가 가야 할 정치 철학이나 인간으로서 꼭 지켜야 할 대의나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 사례는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꼭 미국영웅주의를 내세울 때 항상 그러듯이, 나라를 위해서, 인류 평화를 위해서 등등을 들어 뭔가 고군분투하는 것을 봤는데 현실의 민주주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이것이 태생부터가 민주주의로 시작한 미국과 군주제를 외세의 힘으로 포기하게 된 한국의 상황이 물론 다른 것이 맞겠지만, 그래도 피를 뿌려 가며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들고 일어났던 국민들이 무색하게 우리네 지식인들, 지도자급이 되는 사람들은 자기 밥그릇만 챙기기 바쁜 것만은 확실하다.

 

그래서 밥상머리 교육이 중요하고, 태생이 중요하고, 그가 살아왔던 가풍이나 배워왔던 학교의 교풍 등의 영향을 무시하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는 들은 것만큼, 본 만큼 배우는 존재이니, 주변이 다 부정부패를 하고, 사리사욕을 채우는데만 앞장 선다면 갓 정치계에 입문하는 사람들도 물이 드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과거에는 민주화운동 했던 사람들이 그 명예를 차고 정치를 많이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돈이 좀 있어서 먹고 살만 하니까 명예욕심이 생겨서 정치에 도전해보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 걱정이다. 정치가 자신의 이름을 높여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 무식에 대해 존경을 금할 순 없겠지만, 정말 졸부 근성, 못 배운 것 다 티내는 근성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이러니 가진 자나 배운 자에게 노블레스 오블레주를 기대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이다. 가지고 있으면 나누고 가진 자가 더 먼저 나라를 위해 전쟁에 나가고 희생하는 것이 기본으로 삼았던 미국이라는 나라와는 하늘과 땅 차이일 수 밖에 없다, 아직은. 아직은 문화가 그렇기에, 아직은 민주주의 역사가 60년 정도밖에 안 되었으니. 우리에게 많은 것을 바랄 수도 없지 않을까. 그래도 우리는 가난한 7,80년대를 벗어날 수 있는 강력한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는 만날 수 있었던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밖에 없다. 개발도상국조차도 되지 않던 나라를 그런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그런 독재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감수하는 지도자가 필요한 것만은 확실하다. 단지 임기 5년만 가지고 어떤 성과를 기대한다는 것이 어렵긴 하니까.

 

그래서 미국의 세련되어 보이는, 자신을 희생하더라도 국민과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미국 대통령이 참 멋있어 보였다. 그런 12명의 대통령들의 미국 역사를 만드는 위대한 결정 중에서는 이제껏 가져왔던 자신의 신념을 버릴 수 밖에 없었던 결단도 있었고, 미국의 헌법을 지키기 위해 인류의 권리에 대해 우유부단한 태도를 취해온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미국 역사 더 나아가서 세계 역사에 한 획을 긋는 결정이었음을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링컨이 남북전쟁을 노예해방전쟁으로 선포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초강대국인 미국은 사라지고 작은 주로 이루어진 연방정부만 남아있을 것이다. 그의 뼈아픈 결단으로 미국은 연방정부의 권한이 더 강해질 수 있었고, 미합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를 지켜낼 수 있었다. 예전에 링컨이 실은 노예제도 폐지를 옹호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의 인간성을 의심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링컨이 개인적으로는 노예제도가 폐지되었음을 원했지만, 대통령으로서의 연설에서는 인간으로서 인간이 고통을 당하는 것이 불쌍해서 노예제 폐지를 지지하나 대통령으로서 법으로 선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누누히 강조했다. 그것은 헌법에서 정하는 행정부, 즉 대통령의 권한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헌법보다 더 해석의 여지가 있는 독립선언서를 기초로 생각을 구체화하고, 노예제의 폐지가 연방정부를 구하는 일임을 알게 된 순간, 예리하고 정확한 말로 노예폐지를 선언했고, 그로써 연방정부를 구해낼 수 있었다.

 

공격적이고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헌법에 대해 약간의 변칙 적용하는 것도 불사하는 루스벨트의 경우에는 다소 민주주의라고 하는 기본 이념을 반하는 행위라고도 할 수 있으나, 그가 밀어 부치지 않았다면 파나마 운하의 건설은 평생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 되었거나 과거 프랑스가 만들다말았던 것을 이유로 들어 파나마를 빼앗겨 유럽과의 분쟁의 소지를 만들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루스벨트의 성급하고 독선적이고 독단적인 성격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탱크 같은 돌진력이 지금의 미국을 만들었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콜롬비아가 파나마의 영구대여를 못 하게 하니까 내전을 지원해주어 혁명을 일어나게 했던 것은 아니냐 하는 의혹에 휩싸였던 것은 사실이었고, 그런 비난에 절대로 굽히지 않았던 루스벨트는 미합중국의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파나마 운하가 미국을 큰 부자로 만들어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다양하고 개성 만점인 대통령들이 등장한다. 각각의 성향이나 가치관이 너무 달라 하나씩 보고 있으면 무슨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만큼 재미있는데, 여러 대통령들에게서 그들의 고뇌와 생각, 가치관을 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미국의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인지, 위기의 때에 대통령이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서인지 어떤 관점에서라도 보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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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람다 2012-04-21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시크릿 오브 주얼리 - 추억을 간직하는 보석 이야기
송경미 지음 / 시공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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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에게 보석이란 단지 재산의 일종이나 투자의 대상, 혹은 사치품일 뿐은 아니라는 생각에서 출간된 책이 바로 <시크릿 오브 주얼리>이다. 보기만 봐도 황홀하게 해주는 에메랄드 목걸이가 떡 하니 표지에 걸려있는 이 책은 이름도 생소한 앤티크 주얼리 살롱 '갤러리 람'을 운영하는 송경미 씨가 냈다. 어찌된 연유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일본에서 태어난 한국 사람인 송경미씨는 일본에서 교토에 있는 도시샤 대학교의 상학부(경영경제학부)을 전공하면서 동시에 학예원 과정을 수료하였다고. 학예원이 큐레이터 즉, 미술관의 모든 일을 수행하는 사람이라는 뜻인 줄 이 책 때문에 처음 알게 되었다. 경영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이 어찌 예술 분야에 관심이 있어 영국 소더비 옥션 하우스에 부속된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를 수료했나 했더니, 일본에서도 큐레이터 공부를 했던 것이었다. 어쨌든 그녀는 사람을 잘 만나, 운명의 앤티크 주얼리 분야의 대가 밑에서 모든 노하우를 전수받아 아직 젊은 나이에 앤티크 주얼리 분야에 자신의 이름을 걸 수가 있었다고 한다. 그는 바로 아리카와 가즈미, 아마도 그녀가 일본에서 태어났던 것도 큰 도움이었을 것이다. 일본인들을 상대할 수 있는 예법을 제대로 알 수 있을 테니까. 그가 30년 동안 고생고생해서 얻은 모든 노하우을, 인맥을 아낌없이 얻어내어 그녀는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앤티크 주얼리란 제작된 지 백 년이 지난 보석, 장신구, 공예품을 의미한다.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점차 희귀해지므로 1930년 즈음에 제작된 것도 당시 미술 사조의 디자인적 특징만 있다면 앤티크 주얼리로 받아들여진다고 한다. 한 번 알게 되면 매혹적인 앤티크 주얼리에 빠지게 될 텐데 그러면 돈이 있는 사람들은 너나 할 것없이 사들이지 않겠나. 그렇다면 앤티크 주얼리를 찾을래야 찾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 희귀성이야 말할 것도 없다. 나는 이번에 처음 앤티크 주얼리를 알게 되었지만, 정말 예쁜 것이 많았다. 물론 그것이 100년 전의 것이고, 누가 썼는지도 알지 못하는 것이지만 가격만 적당하면 몇 가지 정도는 구입할 용의도 있다. 에메랄드, 다이아몬드 등 휘황찬란한 보석이 박힌 것이 대부분이라 내가 구매할 만큼 적당한 가격대가 없다는 것이 애석할 뿐이다. 


처음 이 책을 봤을 때는 앤티크 주얼리에 대한 책일 거라곤 생각도 못했고, 그저 다양한 회사에서 나온 주얼리 중 내 맘에 들만한 것들이 혹시나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에서 보았던 것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앤티크 주얼리 쯤이나 되지 않으면 주얼리에 대한 책이 나올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알려도 주고, 향수를 자극하기도 하고,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려면 누군가의 꿈이자 역사이자 사랑의 증표였던 였던 주얼리여야 하지 않는가. 그러니 공장에서 대량생산되어 전세계로 퍼지는 주얼리라면 특별한 향수나 추억을 담으려면 상당히 오래 걸릴 테니까 말이다. 주얼리에 대해서 무엇을 말하려는가 궁금했는데, 바로 이런 부분이었구나 하고 수긍하게 된다. 몰랐을 때는 전혀 아무런 생각도 없다가 이제 다 보고 나니까, 즉 앤티크 주얼리에 대해 좀 알고 나니까 앤티크 주얼리에는 뭔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길을 걷다가 주얼리가 이뻐서 가던 길을 멈춰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그것은 내 짝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솔직히 이 책에 실린 주얼리만으로도 눈이 호강해서 평생 다른 주얼리를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아름다운 것, 그리고 내 맘에 쏙 드는 것도 발견해버렸으니까 말이다. 몇 되지 않은 주얼리만 소량 생산하는 그런 디자이너의 작품은 앤티크 주얼리만큼은 아니더라도 비쌀 텐데, 아쉬울 따름이다. 어쨌든 눈이 즐겁고 귀가 즐거운 독서 여행이었다. 


참고로,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보석에 문외한인 사람들을 위해서 뒷편이라도 용어 사전을 달아두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스텀 주얼리만 해도 인터넷으로 찾아보아 겨우 알게 되다니, 더디 걸리는 것이 아쉽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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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투표한다, 그러므로 사고한다 1881 함께 읽는 교양 12
장 폴 주아리 지음, 이보경 옮김 / 함께읽는책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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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07년에 선거 전에 발간되어 프랑스 전역을 뜨겁게 달군 놀라운 책인데, 이렇게 한국에서도 중요한 두 가지 선거를 앞두고 발간이 되다니 참으로 놀라운 우연이다. 책을 본격적으로 보기 전에, 추천사와 한국어판 서문과 프랑스판 서문을 읽고 내심 프랑스와 한국의 정치 상황이 다르긴 다르지만, 그쪽 나라는 우리보다는 좀 더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민주주의를 펼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서 여대생이 몸을 파는 등 문제가 많은 나라이지만, 그래도 '프랑스'라고 하면 문화적 강대국이 아닌가! 그런데 좀 쉬다가 책 뒤표지를 봤더니 참 공감되는 문구가 있었다.

 

"그놈이 그놈, 어느 놈이 되더라도 내 삶은 달라지지 않아."

정치인의 음모는 성공했다.

이 말을 듣고 문화적 강대국이라는 프랑스도 우리처럼 정치에 대해 무관심하고, 정치인들을 신뢰하지 않으며, 누굴 뽑으나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정치인들이 시민이자 유권자인 우리에게 원하는 음모라는 것도 말이다. 


이 책은 단순히 투표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지 않다.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것, 행동하는 모든 것, 가지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해 함의하고 논한다. 특히 정치에 대해서는 깊이 이야기한다. 아니, 정치는 우리가 걷고, 말하고, 생각하는 모든 곳에 숨겨져 있고, 그 모든 인간의 행동이 정치적인 것이라고까지 이야기한다.


한 챕터씩 보면서, 정치가 우리에게 최면을 거는 요소를 하나 하나 바라보면서 어떤 면이 우리에게 허상을 쫓게 하고, 우리를 정치에 대해서 배타적으로 만들게 하는지, 혹은 우리의 눈을 가리며 우리가 다른 길로 빠지게 하는지를 설명한다. 이제까지 정치에 대해서 막연하게 생각해 왔던 것들이나 전혀 정치적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까지 예를 들어서 풀어서 설명한다. 게다가 더 좋은 것은 쉽사리 풀어 설명이 되지 않을까봐 뒷면에 한 면씩 [고찰하기]를 두어 쉽게 설명해준다는 것이다. [고찰하기]를 읽기 전까지는 논리에 휩쓸려서 헷갈려했던 것도 그 부분을 보면 한 번에 밝혀 알게 되니, 딱 알맞다.


가장 인상깊었던 점이라면 6장의 <정해진 미래에 적응하고 꿈꾸던 미래는 포기하라>란 제목의 글인데, 딱 봐도 제목이 이해되지 않아서 더 많이 생각하고 읽었던 부분이라 더 기억에 남았다. 정말 내가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던 허상이 눈앞에서 딱 사라진 기분이랄까. 미래를 예측하고 싶어하는 욕망은 인간 누구에게라도 있다. 그런 욕망으로 미래 예측하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다  보면 오히려 없었던 현상이 새롭게 생긴다. 일기 예보나 교통 혼잡 예보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어떤 도로가 혼잡하다고 하면 사람들은 그 길로 안 가게 되어 오히려 다른 도로가 혼잡해질 수 있고, 이는 새로운 미래를 생성해버린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미래를 예측해주는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오히려 이것으로 세상을 가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미디어의 활용으로 주가를 조작한다거나 선거를 앞두고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인간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이는 전문가들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자신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누군든지 똑바로 생각하기만 하며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을 뻔히 무시하고 카리스마 있게 주장하는 그 말에 주의를 기울이는 순간, 우리는 미디어의 꼭두각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일기예보나 도로 사정을 예보해주는 미디어는 어쩔 수 없이 계속 우리에게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고, 그로 더불어 그 외 다양한 매체들도 인간은 버릴 수 없다. 그저 이것이 악용될 수 있다는 것만 제대로 숙지할 수 밖에 없을 뿐. 


 어떤 것을 깔끔하게 떨어지는 결론이 나오고 어떤 것은 반대이다. 하지만 그 나름의 재미와 새로운 세상을 보는 것 같은 스릴만은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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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하노이
김남일 외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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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이라니, 생전 한 번이라도 가볼 것 같지 않은 나라가 바로 베트남이다. 그 연유는 베트남의 문화나 역사나 경제 발전이나 자연 경관에 있지 않고, 단지 내 게으름과 생소한 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편협함 때문이다. 하지만 뜬금없이 베트남이라니~! 우리나라와 얼룩진 역사가 걸쳐져 있는 못내 속이 불편한 사이가 아닌가 말이다. 어떤 책에 보니, 반 만년 동안 다른 민족을 침략한 적 없는 나라라고 자랑스레 말한 글귀를 읽었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거의 유일하게 우리가 침략한 나라가 바로 베트남이 아닌가 말이다. 물론 미국에게 어느 정도 입지를 탄탄하게 굳히기 위해 파병했다고는 하나, 사실 전쟁 후 가난했던 우리나라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베트남 전쟁 덕분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파병한다는 구실을 내세워 전쟁 물픔을 공급을 허가받았는데, 그 당시 비싼 무기들을 수출할 수 있는 여력은 안되니까 그것은 일본이 먹고, 우리는 우리 군인들이 쓸 필수품이나 음식 등을 보내 큰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베트남 입장에서도 한국인 관광객이 뭐 그리 좋을까. 이 책을 쓴 사람의 말로는 베트남 전쟁을 미안해 하면 지나간 일은 다 잊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말로 넘어간다는데, 사람들이 순박해서인지 착해빠져서인지 분간이 안 된다. 그래도 대인배인 것은 확실하다.

 

그것을 유추해볼 수 있는 역사적 사실이 많다. 일단 베트남은 프랑스에게 100년간 지배를 당했고, 그 전에는 중국에게 그랬고, 일본에게도 패전까지 5년간 당했다고 한다. 우리는 중국에겐 조공을 바치는 등 완벽하게 사대를 했지만, 일본에게 35년 간의 역사를 도둑 맞았을 때는 말 그대로 환장할 노릇이었다. 한국인의 문화에는 '한'이 있다고 하는데, 이 감정은 아마도 일제강점기에 증폭되지 않았을까 싶다. 35년도 이런 반응인데, 베트남 사람들은 어떻게 견딜까 모르겠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질기고 강한 민족이 탄생했는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든다. 그랬으니 미국을 상대로 유일하게 이긴 민족이 될 수 있었겠지. 보면 볼수록 들으면 들을수록 가관인 역사와 놀라움의 역사가 튀어나오는 곳이 베트남이라고 생각된다. 그 중 하노이는 천년 간의 수도로 세워졌으니 얼마나 우여곡절이 많을 것이며, 애틋하고 애달픈 이야기들이 많이 있을까.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이 나왔다. 하노이는 그저 도시가 아니고, 그저 역사가 아니고, 이야기거리라고.


사실 나는 이 책에서 '하노이'에 끌린 것이 아니라 '스토리텔링' 즉 이야기에 끌렸다. 여행기라고 하기엔 지극히 내밀하고, 일기라고 하기엔 수많은 사람들의 감정들이 함축되어 있는, 그런 묵직하지만 은근한 이야기에 끌렸다. 솔직히 베트남의 역사만큼 아프고 처절한 것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그런 만큼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가 더욱 귀하고 값지지 않은가. 바오 닌의 끼엔처럼 말이다. 이 나라의 강한 구심점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단결 일치해서 통일을 해냈던 호 아저씨이다. 모든 사람들이 호 아저씨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생각하면서 살아가다니, 그 나라의 미래가 어떨까 기대되지 않은가. 지금 비록 남한은 자유진영 안에서 선대의 희생 덕분에 경제적인 성장은 이루었지만 한 민족끼리 일치 단결하지 못해 62년째 별거하고 있는 남북한을 본다면, 그리고 서로에 대한 감정도 그리 좋지 못한 지금의 현실을 본다면, 단결이란 구호 아래 공산주의를 표방한 호치민의 사상을 놀랄만큼 선진적이다 할 수 있겠다. 여타의 공산주의와의 차별화를 단결에 두었던 호치민 정신은 지금도 베트남에 살아 숨쉰다. 이제 전세계적으로 공산주의의 자취를 찾아볼 수 없는 이 지구땅에서 이기적인 인간에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념이라는 사실을 증명한 공산주의는 유일하게 인민을 위한 지도자인 호치민 선생이라는 민족적 지도자만 있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베트남이 미국을 이기고 공산화가 되었다는 것은 좀 안타까웠는데, 어쩌면 그것이 바른 선택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베트남 사전으로도, 역사서로도, 그냥 저냥 읽을 수 있는 소소한 소설이나 수필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책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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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세계경제원론 03 : 경제 주기 내인생의책 청소년을 위한 세계경제원론 3
바바라 고트프리트 홀랜더 지음, 김시래.유영채 옮김, 이지만 감수 / 내인생의책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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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책들은 항상 내용이나 디자인이 깔끔, 깜찍해서 마음에 든다. 특히 이번에 나온 세계경제원론 시리즈는 양장본인 것도 마음에 드는데 집에 비치해두었다가 아이들과 같이 뉴스를 볼 때마다 찾아보고 설명해주는 생활 속의 경제 공부가 이루어진다면 어릴 때부터 경제 관념이 제대로 잡혀있을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우리 가정에는 경제 관념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탓에 카드 돌려막기로 인한 큰 아픔을 겪었다. 그것이 돈이라는 속성과 카드와 카드수수료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기에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경제 교육은 가장 중요하단 생각이다. 어떤 방송에서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돈을 올바르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어릴 적부터 용돈을 관리하는 법을 배워서 경제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의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의 논리는 외국 가정에서는 자녀들에게 아주 어릴 때, 보통 만 5살 정도부터 용돈을 적은 액수에서부터 주기 시작해서 그 제한된 금액 안에서 저금도 하고, 준비물도 사고, 간식도 먹고, 기부도 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돈을 자기 스스로 관리하는 나이가 보통 대학교를 들어갔을 때, 즉 만 19세 정도 때부터 돈을 알게 되니 5살부터 돈을 관리해온 외국 사람들과는 개념 자체가 다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 말을 들었던 순간, 정말 적극적인 동의를 안할 수가 없었다. 나만 해도 용돈을 받기보다 필요할 때마다 타다 쓰던 버릇이 남아있으니 돈이 모자라도 절약을 한다기보다는 그냥 대충 쓰고 부족한 것을 또 달래야지 하기 바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개념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그런 버릇을 어릴 적부터 들였다면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에는 틀림이 없다. 확실히 경제 개념이 없기는 없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런 책은 집에 꼭 하나씩 있어야 한다. 이번에 본 책은 [03 경제 주기]편이지만, [01 경제학 입문]부터 소장하고 있으면, 막히는 단어나 개념을 제대로 설명해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어른 중에 '수요'나 '공급' 하나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겠지만, 사람이 제대로 알아야 정확한 설명이 가능하고, 또 어른 특히 엄마나 아빠가 이런 것을 멋들어지게 설명해주어야지 부모에 대한 신뢰감이 상승되지 않겠는가. 내 생각에서는 말로 조르르 알려주는 것은 엄마가 무척 똑똑해서 지레 기가 죽을 수도 있고, 스스로 알아가려는 연습이 안될 수도 있으니까 같이 책을 찾아서 알아가는 것이 더 좋을 듯 싶다. 뒷장에 보면 색인이 나와있으니까 찾고 싶은 용어는 바로 찾을 수 있다. 


사실 학교 다닐 때 배운 것이기는 해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GDP(국내총생산)나 GNP(국민총생산)를 구별이 되지 않는다. 이 책에는 하나만 나와있어서 헷갈릴 염려는 없는데 어디선가 주워듣고 온 아이가 물어보면 난감하겠다. 하지만 여기에 나온 것만이라도 제대로 설명해주고 영어를 아니까 풀어서 설명해주면 쉬울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가 많이 아느냐 모르냐가 아니라 아이가 집에서도 경제 공부를 할 수 있느냐이다. 아니, 생활 속에서 경제 관념을 갖추어지고 있느냐이다. 요즘 세상에서 신용불량자도 많고, 경제가 점차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는 터에 경제 관념을 모르고, 혹은 안 가르치고 사회에 내보내는 것은 무기 없이 전쟁에 나가는 것과 같지 않을까. 무엇이든지 스스로 해볼 수 있는 기회와 여지를 남겨주고 돈에 대한 개념을 확실하게 잡아두는 것이 필요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유용하다. 


[03 경제 주기]에서는 경제가 과학과 같이 일정한 규칙과 흐름을 가지고 있다는 것부터 시작한다. 일정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그것이 '주기'라고 불려질 수가 없으니 오를 때가 있고 내려갈 때가 일정하게 순환된다는 것부터 가정하고 설명이 되는데, 솔직히 요즘 시대를 설명하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있어 조금 안타깝다. 하지만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먼저 살펴봐야 하는 것이 순서이니까 지나가버려서 지금 상황에 맞아들어가는 것 같지 않아도 일단 가정하고 시작한다. 워낙에 '경제'라는 개념이 방대하고 다양한 요소에 의해 좌우되는 분야이다 보니, 책 중간 중간에 <대체 나랑 무슨 상관이지?> 라는 코너를 만들어서 다양한 일화나 사례, 용어 등을 소개하고 있는데 책의 내용의 흐름은 끊기지 않고 같이 봐두면 좋을 것 같은 용어나 일화를 넣어줘서 이해를 돕기도 한다. 디자인 면에서 말하자면 글꼴 중에는 네이버에서 제공한 글꼴이 더러 나와서 눈을 즐겁게 했고, 전반적으로 귀엽고 깜찍했다. 이왕 출판하는 것, 예쁘고 감각적으로 만들기 소원하는 내겐 딱 좋았다. 멋 없게 만들어진 책은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가독성이 부족하기에 책으로서 실격이다. 특히나 청소년용 책은!!!! 그래서 이 책은 디자인까지 나무랄 데가 없었다. 은은한 배경책을 넣어줘서 눈이 피로하지 않았던 것도 좋았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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