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하노이
김남일 외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베트남이라니, 생전 한 번이라도 가볼 것 같지 않은 나라가 바로 베트남이다. 그 연유는 베트남의 문화나 역사나 경제 발전이나 자연 경관에 있지 않고, 단지 내 게으름과 생소한 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편협함 때문이다. 하지만 뜬금없이 베트남이라니~! 우리나라와 얼룩진 역사가 걸쳐져 있는 못내 속이 불편한 사이가 아닌가 말이다. 어떤 책에 보니, 반 만년 동안 다른 민족을 침략한 적 없는 나라라고 자랑스레 말한 글귀를 읽었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거의 유일하게 우리가 침략한 나라가 바로 베트남이 아닌가 말이다. 물론 미국에게 어느 정도 입지를 탄탄하게 굳히기 위해 파병했다고는 하나, 사실 전쟁 후 가난했던 우리나라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베트남 전쟁 덕분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파병한다는 구실을 내세워 전쟁 물픔을 공급을 허가받았는데, 그 당시 비싼 무기들을 수출할 수 있는 여력은 안되니까 그것은 일본이 먹고, 우리는 우리 군인들이 쓸 필수품이나 음식 등을 보내 큰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베트남 입장에서도 한국인 관광객이 뭐 그리 좋을까. 이 책을 쓴 사람의 말로는 베트남 전쟁을 미안해 하면 지나간 일은 다 잊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말로 넘어간다는데, 사람들이 순박해서인지 착해빠져서인지 분간이 안 된다. 그래도 대인배인 것은 확실하다.

 

그것을 유추해볼 수 있는 역사적 사실이 많다. 일단 베트남은 프랑스에게 100년간 지배를 당했고, 그 전에는 중국에게 그랬고, 일본에게도 패전까지 5년간 당했다고 한다. 우리는 중국에겐 조공을 바치는 등 완벽하게 사대를 했지만, 일본에게 35년 간의 역사를 도둑 맞았을 때는 말 그대로 환장할 노릇이었다. 한국인의 문화에는 '한'이 있다고 하는데, 이 감정은 아마도 일제강점기에 증폭되지 않았을까 싶다. 35년도 이런 반응인데, 베트남 사람들은 어떻게 견딜까 모르겠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질기고 강한 민족이 탄생했는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든다. 그랬으니 미국을 상대로 유일하게 이긴 민족이 될 수 있었겠지. 보면 볼수록 들으면 들을수록 가관인 역사와 놀라움의 역사가 튀어나오는 곳이 베트남이라고 생각된다. 그 중 하노이는 천년 간의 수도로 세워졌으니 얼마나 우여곡절이 많을 것이며, 애틋하고 애달픈 이야기들이 많이 있을까.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이 나왔다. 하노이는 그저 도시가 아니고, 그저 역사가 아니고, 이야기거리라고.


사실 나는 이 책에서 '하노이'에 끌린 것이 아니라 '스토리텔링' 즉 이야기에 끌렸다. 여행기라고 하기엔 지극히 내밀하고, 일기라고 하기엔 수많은 사람들의 감정들이 함축되어 있는, 그런 묵직하지만 은근한 이야기에 끌렸다. 솔직히 베트남의 역사만큼 아프고 처절한 것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그런 만큼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가 더욱 귀하고 값지지 않은가. 바오 닌의 끼엔처럼 말이다. 이 나라의 강한 구심점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단결 일치해서 통일을 해냈던 호 아저씨이다. 모든 사람들이 호 아저씨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생각하면서 살아가다니, 그 나라의 미래가 어떨까 기대되지 않은가. 지금 비록 남한은 자유진영 안에서 선대의 희생 덕분에 경제적인 성장은 이루었지만 한 민족끼리 일치 단결하지 못해 62년째 별거하고 있는 남북한을 본다면, 그리고 서로에 대한 감정도 그리 좋지 못한 지금의 현실을 본다면, 단결이란 구호 아래 공산주의를 표방한 호치민의 사상을 놀랄만큼 선진적이다 할 수 있겠다. 여타의 공산주의와의 차별화를 단결에 두었던 호치민 정신은 지금도 베트남에 살아 숨쉰다. 이제 전세계적으로 공산주의의 자취를 찾아볼 수 없는 이 지구땅에서 이기적인 인간에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념이라는 사실을 증명한 공산주의는 유일하게 인민을 위한 지도자인 호치민 선생이라는 민족적 지도자만 있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베트남이 미국을 이기고 공산화가 되었다는 것은 좀 안타까웠는데, 어쩌면 그것이 바른 선택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베트남 사전으로도, 역사서로도, 그냥 저냥 읽을 수 있는 소소한 소설이나 수필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책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