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적인 사랑과 비교할 때 실천적인 사랑이란 잔혹하고 무서운 것이니까요. 몽상적인 사랑은 어서빨리 만족할 만한위업을 달성하여 모든 사람들이 자기를 우러러봐 주길 갈망합니다. 그러다 보면 정말로, 그렇게 모든 이들의 시선을 받고 칭찬을 받기 위해서 목숨조차도 내놓을 것이지만, 다만그것이 오래 지속되지 않고 마치 연극 무대에서처럼 어서 빨리 성사된다는 조건으로만 말이죠. 하지만 실천적인 사랑, 그것은 노동이자 인내이며, 어떤 이들에게는 말하자면 완전히 학문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 P122
‘자기앞의 생‘과 같은 작가가 쓴 이야기같지 않은점이 가장 좋았다. 16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에피소드들이 대체로 실랄한 풍자를 담고있으며 어찌보면 잔혹동화를 읽는 느낌이 들어 잔상이 오래 남았다. 평단에 의해,언론에 의해,여론에 의해 마지막 순간까지 고통받았을 그의 삶을 생각했을때 어쩌면 그의 고뇌를 응축한 내용이아니었나 싶다.
최근 몇해동안 개인적으로 스트레스지수가 높은 일들이 몇가지 거듭되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내삶의 무게가 묵직하게 느껴졌다. 무게에 짓눌리면 사람은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한다. 더 열심히 살아가거나 더 열심히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이 소설속 진이와 민주가 그런면에서 대칭적이었다. 하지만 진이도 본질을 외면하려 한 것은 민주와같았고 상황이 역전되면서 ‘그것을‘ 직시할 수 밖에 없는 상태가 된다. 민주도 변화시킬 정도로.우리 삶도 냉정하게 관조할 수가없다. ‘내것‘이기 때문이다.-타자의 삶도 마찬가지-반면 소설 작품을 읽는것은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객관적인 상황들을 반복해서 체화하다보면 불가능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 정성과 순도에 따라 학습량은 비례한다. 독서의 궁극적 가치다. 이 소설덕분에 삶은 유한하므로 순간순간을 마음을 담아 더 가치있는 인생을 살아야함을 되세긴다. 주어진 사명을 향해 단지 걸어가는것이 아닌 좀 더 분명하게 노력하기로. ‘운명이 명령한 순간이자 사랑하는 이와 살아온 세상, 내 삶의 유일무이한 존재인 나 자신과 작별해야 하는 순간이다. 그때까 오기 전까지, 치열하게 사랑하기를. 온 힘을 다해 살아가기를...‘P.386
8. 도서관 사서는 열람자를 적으로, 백수로(백수가 아니라면 그 시간에 일터에서 일을 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언제든지 도둑질을 할 수 있는 자로 생각하여야 한다. - P256
말하기는 쉽다. 죽는게 내가 아니고 소크라테스라면, 그러나 바로 나 자신의 문제가되면 사정은 전혀 달라진다. 지금은 내가 여기에 있지만 얼마후에는 더 이상 여기에 존재하지 않게 되리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우리는 아주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 P288
리얼리스트에게는 기적에서부터 믿음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믿음에서부터 기적이 나오는 것이다. - P56
만일 내가 진료 시간을 잡기 위해 치과 의사에게 전화를걸었는데 그가 다음 주에는 단 한 시간도 비어 있지 않다고말한다면 나는 그의 말을 믿을 것이다. 그는 건실한 직업인이니까 바쁜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그런데 사람들이 나보고 학회나 토론회에 참석해 달라 하고 논문집을 감수해 달라 하고 글을 써달라 하고 학위 논문심사 위원이 되어 달라고 할 때 내가 시간이 없다고 대답하면 아무도 내 말을 믿지 않는다. 그들은 내게< 허어, 이 친구보게. 자네 같은 사람이 왜 시간이 없어? 남아도는 게 시간아니야? >하는 식으로 말한다. 이렇듯이 사람들은 우리 같은인문주의자들을 건실한 직업인으로 여기지 않고 시간이 펑펑 남아도는 게으름뱅이로 여긴다. - P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