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내가 진료 시간을 잡기 위해 치과 의사에게 전화를걸었는데 그가 다음 주에는 단 한 시간도 비어 있지 않다고말한다면 나는 그의 말을 믿을 것이다. 그는 건실한 직업인이니까 바쁜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사람들이 나보고 학회나 토론회에 참석해 달라 하고 논문집을 감수해 달라 하고 글을 써달라 하고 학위 논문
심사 위원이 되어 달라고 할 때 내가 시간이 없다고 대답하면 아무도 내 말을 믿지 않는다. 그들은 내게< 허어, 이 친구보게. 자네 같은 사람이 왜 시간이 없어? 남아도는 게 시간아니야? >하는 식으로 말한다. 이렇듯이 사람들은 우리 같은인문주의자들을 건실한 직업인으로 여기지 않고 시간이 펑펑 남아도는 게으름뱅이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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