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면 쓸수록마치 꿈을 꾸듯 이끼만 잔뜩 돋은 인적 없는 습지에서걸음을 내딛는 듯하고, 단어들의 틈새를 헤치고 나아가 불분명한 것들로 가득 찬 공간을 넘어가야 할 것만같아요. 내겐 당신을 위한 언어도, 당신에게 말해야 할언어도 없으며, 부정적인 방식을 통해 지속적인 비존재 상태로 있는 당신에 대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감정과 정서의 언어 바깥에 있는당신은 비언어입니다.

🌸🌸🌸🌸🌸 - P61

이 편지처럼, 내가 쓴 책들은 마치 출구가보이지 않는 통로에서 자꾸만 겹겹이 드리워지는 천들을 하나씩 들추며 나아가듯, 이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것 속에 가라앉아 있던 당신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일까요?

🌸🌸🌸🌸 - P70

‘당신은 덫입니다. 숨 막히게 하는 무언가를 가진채, 역겨운 슬픔의 냄새를 풍기며 당신에 대한 가상의친밀감을 만들어내요. 나를 비난하려 가까이 다가오죠. 내가 존재하는 이유가 당신 때문이라고 믿게 하며,
당신의 죽음을 우위로 두어 내 존재 전부를 깎아내리려 합니다.
- P71

모든 기쁨의 순간이 슬픔에서 나왔고 모든 성공은 알지 못하는 형벌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데서, 나는 두려움을 느낍니다. - P72

옛날에 대학 입학 자격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유행지난 오래된 주름치마를 입고 시험을 보러 갔던 일, 떠난 사랑을 돌아오게 해줄 거라는 희망을 품고 고행하는 심정으로 치통을 참았던 일이 바로, 희생은 ‘돌려받는다‘는 이 원칙에 따른 거였어요. 죄인을 구원하기 위해 자신의 고통을 내어주는 기독교인의 의무는 결국이기적인 목적에서 나왔던 것이지요.
- P72

이곳에서 나는 그림자 뒤를 쫓을 뿐입니다.
- P73

나는 당신이 소설 《제인 에어》의 등장인물인 현명하고 독실한 헬렌 번즈 속에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어요. 그녀는 음산한 브로클허스트 기숙학교에서 제인이 만난 연상의 친구입니다.  - P74

나는 그녀처럼 ‘착하지 않다. 나는 쫓겨났다. 그러니 이제는 사랑 속에서 살 수 없고, 단지 고독과 지성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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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7 0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17 07: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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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란 없다. 나는 누군가의 자식이고, 사람은 각자의 차례대로 이 세상에 태어난다. 그러고는 어딘가에 소속된다.
나는 그 굴레에서 스스로 벗어나기 위해 온갖 시도를 다 해보았다. 하지만 그 일을 해낸 사람은 없었다. 인간이란 모두 어딘가에 더해진 존재다.
- P9

자기 위장僞裝 증세가 있음. 몇 년에 걸쳐 집요하게 계속되어현재 상태에 이름, 자신이 실재하는 존재인지에 대해 혼란을 느끼는 편집적偏執的 성격으로 판명됨.
- P10

나는 나 자신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심지어는 내게서 아주 멀어질 수 있을 것 같아 스와힐리어까지배웠다. 나는 열심히 공부했고 몹시 노력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왜냐하면 스와힐리어로 말한다 해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속된다는 게 바로 그런 것이다. - P12

그러다가 분명 경범죄를 저지르게 될 것이고, 이후에는 우편 차량 습격을 도모하게 되리라. 여기서 내가 우편 차량 습격‘ 이라고 한 것은 그 말이 문맥과 아무런상관이 없어서이다. 문맥과 상관없는 말을 할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정말이지 나는 문맥과 아무런 관계도 갖고 싶지 않다.

나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내가 그의 말을 이해할 수없는 누군가를 줄곧 찾고 있다. 동류 의식을 느끼고 싶은 욕구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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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임금은 여성으로 하여금 유난히 많은 양의 ‘가사노동을 어떻게든 하도록만들었고, 이탈리아 자본은 다른 산업 국가들보다 남성을 가사 서비스에서 더많이 해방시켜 공장에서 최대한 착취를 당하게 만들었다.
- P23

결국 가장 덜 불안정한 일자리는 남성의 몫으로 돌아가고, 여성은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가장 심하게 다격을 입는 부문, 즉 낙후된 부문에 몸담기 시작했다.
공장에서 일을 시작한 여성들은 가장 나중에 고용되고 가장 먼저 해고되었다.
- P24

여성 해방 운동은 다른 무엇보다도 가정을 사회적 차원으로 간주하며, 여성을 사회 전복의 중심인물로 본다. 그리하여 여성들은 스스로를 자신이 놓인 정치적 틀의 모순점으로 상정하고, 정치 투쟁과 혁명 조직을 보는 전체 관점의 문제를 다시 열어젖힌다. - P25

이 글에서 우리는 가장 먼저주부를 여성 역할의 중심인물로 두려고 한다. 또, 모든 여성, 심지어 집 밖에서 일하는 여성까지도 주부라고 상정한다. 어디에 살든 어느 계급에 해당하든, 세계어디서나 여성의 위치는 가사노동이 가진 독특한 성격에 따라 결정된다. 그리고가사노동의 이런 독특한 성격은 노동 시간이나 본질뿐만 아니라, 가사노동이 만들어 내는 삶의 질 및 관계의 질로 측정된다.  - P26

우리가 자본주의적 생산에 꼭 필요하다고 믿는 노동 계급 주부의 역할이 다른 모든 여성의 지위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임을 명백히 보여 주고자 한다. 따라서 여성이라는 카스트caste에 관한 분석은 모두 노동 계급 주부의지위를 분석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 P26

남성이 청년기의 결정적 시기를 혼자서 새로운 가정을 부양하는 데 보내는 반면, 여성은 대체로 이런식의 제한을 받지 않고, 또 항상 집안일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노동 규율에서 훨씬 더 멀어지기 마련이다. 그 결과, 여성은 생산 흐름에 혼란을 초래하여 자본에 더 높은 비용을 발생시킨다. 이것이 임금 차별의 한 구실이 되고, 차별적 임금은 자본의 손실을 몇 번이고 다시 만회해 준다.  - P27

자본주의가 등장하면서 여성 억압이 시작된 것은아니다. 자본주의가 등장하면서 여성은 여성으로서 보다 더 강력하게 착취당했고, 마침내 여성 해방의 가능성이 열렸다.

🤔🤔🤔🤔🤔 - P28

유치원에서 시작되는 이런 낯선 교화가 가족 분열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결정적 증거는, 대학에 진학하는 (소수의) 노동 계급 아이들이 지나치게세뇌당해 더 이상 자신의 공동체와 대화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 P30

맑스 Karl Marx 이래로 자본이 임금을 통해서 지배하고 성장한다는 사실, 즉 자본주의 사회는 임금 노동자와 그들을 직접적으로 착취하는 일을 근간으로 하고 있음이 분명해졌다. 노동 계급 조직들이 분명히 밝히지도 않고 생각해 보지도않은 것은, 바로 이 임금을 통해서 임금 없는 노동자에 대한 착취가 조직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 - P33

임금을 통한 자본의 지배는 일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이 노동 분업의 법칙에 따라 기능하도록, 또 당장은 아니더라도 궁극적으로 자본의 지배를 확장하고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기능하도록 한다. 이것이 학교가 존재하는 근본 이유이다. 아이들은 마치 자신에게 이익이 되려고 학습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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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슬픈 것은, 애정이며 여타의 감정이 카나리아처럼 새장 밖으로 날아가버렸다는 사실이었다. 그들만의 작은 세계에남아 있던 부모와 자식 간의 따사로운 정마저 자취를 감추면서 각자자신만의 구석에서 웅크린 채 오들오들 떨어야 했다. 바짝 날이 선 쿠포와 제르베스, 나나 세 사람은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증오가 가득한눈빛으로 서로를 삼켜버릴 듯 악다구니를 했다. 무언가가 부러져버린것 같았다. 행복한 사람들의 심장을 다 같이 뛰게 만드는 기계 장치같은 가족의 근본적인 원동력이 망가져버렸던 것이다.  - P155

세탁부 여인은 장의사 일꾼인 바주즈 영감과 이웃한 데서도 많은고통을 받았다. 그들의 방은 아주 얄팍한 벽으로 나뉘어 있을 뿐이었다. 그가 입에 손가락을 넣기만 해도 그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저녁에 그가 돌아오면 제르베즈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좆았다. 그가 서랍장 위에 검정 가죽 모자를 내던질 때면 흙을 한 삽 퍼올릴 때 나는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벽에 걸린 검정 외투가 벽을 스칠 때면 밤의 새가 날갯짓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 한가운데에 내팽개쳐진 검정 옷은 방 전체에 초상의 기운을 가득 뿜어냈다. - P157

작업장에는나나처럼 아직 처녀인 계집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퇴폐적인 분위기가 가득했다. 난봉기가 충만한 여직공들은 제대로 묶지도않은 흐트러진 머리와, 입은 그대로 잠을 잔 것처럼 마구 구겨진 드레스 자락에 싸구려 댄스홀과 불경한 밤의 냄새를 담아 고스란히 작업장으로 옮겨왔다.  - P208

그가 바느질 도구상과 지물포, 모자 가게 여주인을 차례로 섭렵한다고 해도 그다지 놀랄 게 없었다. 그는 그 모두를집어삼키고도 남을 만큼 아가리가 큰 남자였기 때문이다.
- P228

몹시 우쭐해진 랑티에가 몸을 뒤로 젖히면서 쭉 뻗는 바람에 비르지니의 몸 위로거의 눕다시피 한 꼴이 되었다. 그녀의 남편은 낡은 담벼락 색 같은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의 흐릿한 눈에서는 아무것도 읽을수가 없었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그의 붉은색 콧수염의 털이 저실로움직기렸다. 모자 제조업자처럼 매사에 당당한 남자가 아니라면 누구라도 그 모습을 보면서 일말의 두려움을 느꼈을 터였다.
- P237

제르베즈를 무엇보다 우울하게 만든 것은, 자신이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바로 그 시각에 온 동네가아름다워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진창 속에 빠져 있을 때는 머리 위를 환하게 비추는 햇살이 달갑지 않은 법이다.  - P240

그녀가 돌아오지 않자, 배를 기다리던 쿠포 부부는 망할 계집이라고 욕을 해댔다. 그러면서도 나나가 언젠가는 돌아오리라 믿었다. 지난번 겨울에는 2수어치 담배를 사러 갔다 오는 데 꼬박 3주가걸린 적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 나나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번에야말로 한바탕 거방지게 노는 듯했다. 해가 바뀌어 다시 6월이 되었지만 햇살이 눈부시게 비치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젠 정말 끝인것 같았다. - P256

오! 그렇고말고! 그들은 서로어디 살고 있는지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모두 한 배를 탄 처지였으니까. 그 배의 이름은 추위와 배고픔이었다. 
- P280

한때 그녀는 짐승의 시체처럼 흉물스럽기 찍이 없는 이곳 한 귀퉁이에서 사는꿈을 꾼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귀가 멀어 저 벽들 뒤에서 나지막이 울리는 크나큰 절망의 음악 소리를 미처 듣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발을 들여놓은 후로 추락이 시작되었다. 그랬다, 빈곤한 노동자들끼리 아래위로 겹겹이 살아가는 초라한 공동주대에서의 삶은 불행하게 끝날 수밖에 없다. 이곳에서는 모두가 콜레라와 같은 가난에 전염되고 마는 것이다 - P308

캄캄한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며 여섯 개 층을 올라가는 동안 제르베즈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녀를 몹시 아프게 하는헛헛한 웃음이었다. 오래전에 품었던 자신의 이상이 떠올랐던 것이다. 별 탈 없이 일하면서 언제나 배불리 빵을 먹고, 지친 몸을 누일 깨끗한 방 한 칸을 지니고, 아이들을 잘 키우고, 남자한테 맞지 않고 살면서, 마지막에 자신의 침대에서 죽는 것. 이제 이 모든 게 얼마나 이루어졌는지를 생각해본다면 이거야말로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그녀는 더 이상 일도 하지 않았고, 배불리 먹기는커녕 허기를 달래기도 힘든 지경이며, 오물 더미 위에서 잠을 자고, 딸은 거리의 여자가 되었고, 남편에게 얻어맞는 것은 일상이었다. 이젠 길거리에서 죽는 일만이 남았다.  - P309

사실 쿠포를 납치한 것은 여자가 맞긴 했다. 그 여자의 이름은 저승사자 소피 였다.
주정뱅이들의 다정한 마지막 동반자.
- P314

<목로주점>이라는 일견 낭만적인 주점을 연상시키는 제목을 고집한 것은 바로 그
‘낭만성‘ 뒤에 숨겨진 삶의 아이러니와 이중성을 드러내기 위함이었다. 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면서 한순간이나마 배고픔과 삶의 신산함을 잊고 행복감에 젖을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장소인 선술집은, 달콤한 마약 같은 탈을 쓴 치명적인 도살용 도끼나 다를 바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 선술집의 주인 이름이 콜롱브(비둘기)라는 사실은 그 선한이름 뒤에 감추어진 치명적인 비극성과 아이러니를 더욱더 강조한다.
- P342

졸라는 이처럼 일반화가 가능하면서도 다의적이고 은유적인 단어를 소설의 제목으로 사용함으로써 그 단어에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한 생명을 부여했다. 아쏘무아르는이야기 속에서 점차 그 외연을 확장해나가면서, 주인공 제르베즈에게는 치명적인 전락과 파멸을 아기하는 악과 빈곤함, 무기력함의 근원으로, 쿠포를 비롯한 수많은 노동자에게는 그들의 삶을 좀먹고 망가뜨리는 괴물 로 변모해가는 것이다.  - P342

졸라는 <목로주점>의 서문에서 이 작품을 "민중을 묘사한 최초의 소설로 거짓말을 하지 않고 진실을 얘기하는, 민중의 향기를 담은 소설"
로 규정했다. 졸라가 민중을 소재로 한 소설을 구상하게 된 것은 1864년 공쿠르 형제가 발표한 『<제르미니 라세르퇴>의 서문을 접하고 난 후부터였다. 성명서 형태의 서문에서 공쿠르 형제는 민중에게도 문학에감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할 것을 주장했다.
- P347

<목로주점> 이 연재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졸라는 일약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작가, 가장 뜨거운논쟁의 중심에 선 유명 인사가 되었다. 『목로주점은 처음으로 빅토르위고의 <레 미제라블>의 인기를 뛰어넘은 소설이었다. - P351

<목로주점>은 신문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 같은 부분을 삭제했음에도 불구하고 우파와 좌파, 부르주아와 민중, 양쪽 모두의 분노를 자아냈다

부르주아 계층의 독자는 민중이 얼마나 경멸스럽고 사회에 위험한존재인지를 새삼 확인하며 은밀한 쾌감을 느낌과 동시에, 목로주점의 노골적인 언어와 몇몇 장면의 음란함에 역겨움을 나타냈다. 한편민중 계층에 속하는 독자는 졸라가 노동자들의 빈곤과 타락상을 그처럼 생생한 언어와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 데 고통 받았다.  - P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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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5 2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15 2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1-09-16 11: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실을 얘기하는, 민중의 향기를 담은 소설이고,
<레 미제라블>의 인기를 뛰어넘은 소설이었군요. 꼭 읽어야겠네요. 장바구니에 쏘옥~~

미미 2021-09-16 12:29   좋아요 1 | URL
한 사람의 인생이 1,2권에서 극명하게 갈립니다. 에밀 졸라의 날카로운 문장들도 좋았어요~♡
 

랑티에는 다른 이들에 관해서는 말이 매우 많은 반면, 자신에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어디에 사는지조차 말하려고 하지 않았다.  - P12

아니, 그들은 서로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지만 이미 그것에 관해 얘기하고 있는 것과 다를 바없었다. 전날의 일이 무거운 돌덩이처럼 그들의 가슴을 짓눌렀다.
- P38

그녀가 먼저 모자 제조업자를 유혹한 게 분명했다. 그녀의 눈빛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랬다, 추악한 소문에도 불구하고 음흉하기 짝이 없는 랑티에는 여전히 동네 사람들의 애정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그는 예전과 변함없이 아주 반듯한 신사의 매너로모두를 대했다. 또한 신문을 읽으면서 동네를 거닐거나, 여자들한테상냥하고 정중하게 대하면서 늘 드롭스나 꽃 같은 것을 건넸다. 그렇고말고! 그는 본능에 충실했을 뿐이다. 어쨌거나 그는 남자가 아닌가.
- P74

당연하게도 나태와 빈곤함이 자리 잡은 곳에는 불결함이 따라왔다.
- P87

쿠포와 랑티에는 말 그대로 제르베즈의 진을 빼놓았다. 마치 초를 태우듯 그녀를 남김없이 불태우고 있었다. 물론 함석공은 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다. 하지만 모자 제조업자는 그 반대로 아는 게지나치게 많은 게 문제였다. 적어도 불결한 속내를 감추기 위해 새하안 셔츠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처럼 유식함을 자랑했다. 
- P95

이곳이 그에게는 그 무엇과도바꿀 수 없는 달콤한 꿀이 흐르는 낙원이었던 셈이다. 이런 젠장! 실컷 먹어치우고 난 후 접시에 아직 음식이 남아 있기를 바랄 수는 없는법이다. 그는 지금 자신의 배에 화를 내고 있는 셈이었다. 그가 그들집안을 말아먹은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 P97

그녀는 자신의 삶의 한 부분과 세탁소, 가게 주인으로서의 자부심, 그리고 그 밖의 감정을 그날, 그곳에 묻고 온 것이다. 그랬다.
벽들은 텅 비어 있었고, 그녀의 마음 역시 그랬다. 그것은 완전한 파산이자 나락으로의 추락이었다.  - P132

이 교활하기 짝이 없는 사내는 쿠포 부부를재 소화하기도 전에 벌써 푸아송 부부를 먹어치우고 있었던 것이다.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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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15 09: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장들이 다 좋네요~! 곧 리뷰 올리시겠어요 😆

미미 2021-09-15 09:57   좋아요 2 | URL
그런가요?😆 아직 반도 안읽었어요! 아마도 내일 올릴듯. 근데 지금까지 내용으로 봐서 뒷얘기가 너무너무 궁금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