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님의 이야기를 떠올리고 아차 싶어 사진을 찍었는데 이미 이렇게 거의 다 먹은 사진이다. 휘낭시에도 하나 먹었는데 흔적도 없이 사라짐...ㅎㅎ
오늘은 여성주의 책이랑 원서랑 많이 읽으려고 마음 단디먹고 카페에 왔다. 대학로에 이곳이 새로운 내 아지트가 되었는데 사장님이 엄마처럼 다정다감하고 이곳저곳 비치된 싱싱한 식물들이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곳이다. 처음 이곳엘 왔을때 식물들이 너무 싱싱해서 가짜인가 의심스러워 물었다. 사장님은 다 진짜라고. 알아서들 잘 자란다고 답했다. 득도한 고수의 여유가 느껴지는 대답이었다. 서재에서 나처럼 식물 못 키우는 분들을 발견할때마다 반가웠었다. 나도 종종 선물 받은 식물을 죽게했으니까. 그런데 요즘 내가 일 하는 곳에 살려야만,살리고 싶은 식물이 있다. 그래서 잘 자라는 녀석들을 보면 저절로 눈길이간다.
카페 오기전 미루고 미루던 방문을 했다. 두 통의 음료를 손에 들고 동네 지구대를 찾았다. 처음보는 경관님이 문을 열어주었다. 나는 ˝3주전 만취해서 자살소동을 벌였던 사람입니다. 큰 일을 치를 뻔 했는데 살려주셔서 감사했어요. 소박하나마 성의 표시하려고 사왔는데 다음 달부터는 택배로 보내려고요. 첫 인사는 직접 뵙고 해야할 것 같아서...˝하고 음료 박스들을 내밀었다. 그런데 원칙상 받을 수 없다는 대답에 아쉽기도 하고 뭐 이런것도 못 받게 했나 세상이 참 각박해졌다는 생각도 들었다. 억지로 놓고 가더라도 일일이 주인을 찾아 돌려주는 등 조치를 해야해서 오히려 번거로워 지신다고 했다. 그렇게 돌아서려는데 OOO씨? 하고 내 이름을 누군가 부른다. 돌아보니 어쩐지 친근한 얼굴의 좀 더 연배가 있어보이시는 경관님이 환히 웃으며 다가오셨다. 나는 ˝어떻게 제 이름을 기억하시냐고!˝놀라 물었다.
3주전 꼬치집에 혼자 갔다가 호기심에 한라산21도를 골랐었다. 16도랑 가격이 동일해서 이왕이면 쎈걸 한 번 마셔보자 하며 호기롭게 도전. 그날 퇴근하며 살짝 나는 멜랑꼴리했고 ‘그 사람‘과 썸 타는 중이라 혼란스러웠다. 그런 저런 복잡한 마음 상태가 한라산21도와 만나 사고를 치고 만 것이다. 전에 글에도 썼지만 더 많은 일들이 있었다. 경관님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일들도 줄줄이 이야기해 주셨다. 고맙고 민망하고 미안했다. ˝이 은혜를 어떻게 다 갚나요..˝하고 왈칵 눈물이 날 것 같아 입술을 깨무니 경관님은 술을 끊으라고 했다. 어떻게 그러냐는 눈빛으로 경관님을 쳐다봤다. 경관님도 술을 끊은지 7-8년이 되셨다고. 혼자는 마시지 말라는 타협안으로 우리는 합의를 봤다.
살리는 사람들은 너무 덤덤하게 그 일을 해내는 것 같다. 나도 남은 인생은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을 돕고 웃음짓게 하는 존재로 지내고싶다.
하나 더!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관심이 있었지만 뭐부터 해야할지 몰라 엄두를 못냈었는데 나의 페럴만이 즐기는 스포츠라 용기를 내 등록했다. 멘탈이 강화되는 스포츠고 공을 주고 받는 과정이 심리적으로 타인과 교감하는 측면이 있어서 만족감을 주기도 한다고. 출근 때문에 오전 7시 20분 타임으로 스케줄을 잡았는데 2주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하고 싶던거 다 하고 싶다. 하고 싶은 말 참지 않고. 쓰고 싶은 것도 다 쓰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