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강간당하지 않으려면 여자가 창녀처럼 입지 말아야지"라는 토론토 한 경찰관의 한 마디가 캐나다, 인도, 싱가포르, 멕시코, 핀란드, 독일, 남아프리카 공화국 및 미국 수많은 도시에서 이에 항의하는 잡년 행진(sult Walk)이라는 이름의 가두시위를 촉발했다. p.40


얼마 전 강남의 한 거리에서 3명의 여성들에게 한 남자가 말을 걸었다. 자기들 일행과 같이 놀자고 제의한 것인데 여성들은 거절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 남자는 여성들의 곁에 계속 머물며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여성들은 '결혼했다, 남친 있다'고 재차 말하고 그럼에도 그가 떠나지 않자 분노한 한 여성은 그에게 화를 내며 담배꽁초를 직접적으로 혹은 그 옆으로 던졌다.( 해당 여성은 그 남성에게 직접 던지지 않았다고 하나 개인적으로 둘 다의 경우 큰 차이가 없다는 전제 하에 글을 남기려 한다.) 그러자 가까이에서 이를 지켜보던 그 남성의 친구는 화가 났는지 달려와서 담배를 던진 여성에게 주먹질을 한다. 그 모습이 마치 길거리에 있는 오락 기구인 펀치머신에 주먹질하는 것처럼 보여서 일명 이 사건은 '압구정 펀치남'으로 명명된다. 이 모습이 인근 카메라에 잡혀 지상파 방송에서도 취재하고 한동안 sns와 블로그 등에서 논란이 있었다. 


처음에 여론은 남성의 폭력에 손가락질을 했다. 그러나 담배 불을 던졌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이 여성은 일부 누리꾼에게 비난을 받았다. 그 행동 역시 '폭력'이며 담배 불에 화상을 입을 수 있었다는 둥 쌍방과실이라는 둥 말이 많았다. 이 논란을 보며 든 생각은 역시 '피해자다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이정도구나 하는 답답함이었다. 담배불을 던진 행위로 당시 여성들의 거절을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만남을 요구하던 남자의 집요함은 지워졌다. 그 남성에게 직접 혹은 옆으로 담배 불을 던졌다는 그 행동으로 친구인 남성에게 주먹질 당해(담배 불을 맞은 혹은 맞을 뻔한 당사자도 아닌 친구가 대리 복수)이 여성은 얼굴 뼈가 내려 앉았다는데 이 잔인한 사실마저 무뎌졌다. 뉴스 사회면을 보다 보면 헤어지자는 여성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보복하는 남성들의 사건 사고를 심심치 않게 접한다. 이혼 하고도 집요하게 만남을 요구하거나 좋아한다는 고백을 받아들이지 않는 여성을 스토킹하거나 결과는 참혹했다.


이번 논란을 보면서 시민들의 의식 수준이 이런 만큼 여성들의 '거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해 흉악 범죄를 일으키는 사건들이 앞으로도 없어지지 않겠구나 느꼈다. 이게 과연 사법부 만의 문제일까? 



남성과 여성간 권력관계에 주목하는 지배 이론(급진 페미니즘)은 1979년 캐서린 맥키넌에 의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배 이론은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는 정형화된 양식이 경제, 정치, 가족 영역에서 여성이 경험 하는 불평등의 원인이라고 본다. 이 이론은 사회제도나 축적된 문화 체계가 남성은 지배하고 여성은 지배받는 양상을 공고화하고 있다고 본다. 법 역시 여성을 성적 대상이자 열등하고 남성에게 의존적인 존재로 본다는 점에서 여타 사회제도와 공모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p.39





경찰 신고에 기분 나빠...전 연인 살해 30대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52715330003875?did=NA


비슷한 시기 두 사건이 있었다. 경찰은 폭력 신고에 불만을 품고 조사 받고 나오자 마자 연인을 수 차례 찌른 사람은 신상공개를 하지 않고 초면인 또래 여성을 살해해 유기한 사람은 신상공개를 했다. 여성을 향한 남성들의 살인이 압도적으로 많음에도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사체 유기와 계획성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가 아니었을까싶다. 여기 관련해서 최재천 교수의 논리적인 설명을 덧붙인다. 





성폭행범 혀 깨물자 "멀쩡 남 불구 만드냐" 대한민국 법이 이랬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67416

59년전 성폭행범 혀 깨문 그녀 평생 죄인 꼬리표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66751






여성 형량이 남성보다 무거운 이유? 최재천...사회적 맥락을 고려해 형량을 내려야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5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3-06-05 18:0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이 책 시작하셨군요.
저 담배꽁초 사건은 모르던건데 아니, 싫다는데 집요하게 매달린 놈들의 잘못이 지워지고 다 잘못한게 되어버렸네요.
새삼 느끼지만, 여성을 욕하기는 얼마나 쉬운가요. 남자의 잘못-설사 그게 성범죄여도-이 밝혀지면 일단 중립 기어 박고 양쪽 말 들어보겠다, 라고 하면서 여자의 잘못이 밝혀지는 순간 그 여자는 손가락질 받는 쌍년이 되잖아요. 아무리 그게 잘못됐다고 해도 세상이 바뀌는 속도는 정말이지 너무나 더디네요.
저도 곧 따라 읽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어제 책장에서 꺼내서 펼쳤는데 글씨 너무 작아서 바로 덮었어요 ㅠㅠ 언제 읽죠 ㅠㅠ

청아 2023-06-05 18:13   좋아요 6 | URL
더뎌도 너무 더디죠. 문제를 의식하는 사람일수록 더 답답하게 느껴질 것 같아요.
사람 얼굴이 박살이 났는데 ...기다렸단 듯이 가해자를 옹호 하더라구요.
강간범 혀 깨문 최말자씨도 59년이 걸렸으니 말 다했죠.
그래도 다락방님이 선별해주신 책들 읽으며 문제의식 갖고 살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ㅠ.ㅠ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까요. 아웅...ㅠ.ㅠ

은오 2023-06-07 01: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강남 저 사건 보고 열불이 나더라고요. 여자들이 거절할 때 하는 단골 멘트가 ˝남자친구 있어요˝잖아요. 근데 이게 사실 애인 유무 상관 없이 그냥 ˝싫어요˝ 하면 남자들이 지 자존심 상한다고 뭔 일 낼까봐 다들 돌려서 하는 말이고 말이죠. 근데 이렇게 말해도 저런 일이 생기고.... 어휴. 진짜 X같습니다.

청아 2023-06-07 08:13   좋아요 3 | URL
네! 은오님. 여성의 의견을 묵살해 벌어지는 사건들이 대부분이죠. 언제쯤 여성의 거부가 존중 받을 수 있을까요? 사회 전방위적인 각성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해요. 미디어에서도 더 노력해줬음 좋겠고 어설픈 성교육 보다는 이런 문제를 학교에서도 가르쳐야 하고요.

그레이스 2023-06-07 18: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법적으로는 담뱃불을 던진 행위도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거절을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해서 요구하는 태도에서 받는 폭력성은 증명할 방법이 없는 답답함이 있네요.ㅠ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한 폭력이야 말할 것도 없구요.
편견의 시선은 더 답답하고!

청아 2023-06-07 21:31   좋아요 3 | URL
네~계속 거절했음에도 집요하게 만남을 요구했는데 담배를 던진 행위로 얼굴가격과 동급으로 취급되어 결국은 맞을 짓을 했다로 이어지는걸 보고 경악했습니다. 온전하고 완전한 피해자가 되기 위해서는 언제까지, 그야말로 티끌하나 없어야 되는건가 하고요.
이런 기이한 현상,문제야말로 사회적으로 깊이있게 논의되면 좋겠어요

베터라이프 2023-06-07 19: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실 많은 여성들의 ‘노‘를 남자들은 좋지만 부끄러워서 대꾸하는 ’예스‘로 받아들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그리고 여혐은 커뮤니티마다 자정이 안 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 다른 사회정치적 배경 다 떠나서 나중에는 이 점이 사회를 병들게 할 거라 여겨지네요. 얼마전에 일독한 스리니바산의 글에서도 극단적인 남자 일부가 자신에게는 ’섹스할 권리‘가 있다고 오판하더군요. 섹스할 권리라니 참으로 충격적입니다. 불행하게도 체제가 이런 문제 대부분을 개인의 책임으로 몰았으니 이 지경에 이른게 아닌가 싶네요.

청아 2023-06-07 21:38   좋아요 2 | URL
그렇죠! 특히 미디어에서 그런 함의를 알게 모르게 퍼트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걸 보고 자란 청소년들이 이런 결과를 낳고 있겠죠. 특히 포르노가 그 역할을 앞장서 하고 있고요. 정치의 양극화가 심각해지면서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각종 혐오를 낳고 있고요. 자살,출산률과도 무관해 보이지 않습니다. 구조적 문제라 제대로된 성찰과 문제의식이 시급합니다.

기억의집 2023-06-16 2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무조건 화가 나도 아무런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더라구요.쌍방폭행으로 걸린다고. 엘리베이터에서 성추행한 남자 때렸던 여자도 폭행으로 걸린다 하니깐.. 법이 문제가 많죠. 법이 개법이라 그런가 봅니다…..

청아 2023-06-16 22:31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이예요. 우리 사법부에서는 정당방위의 범위가 너무 협소하죠. 현실이 이러니
대리 복수해주는 드라마도 나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