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이곳에선 대대적인 사회적 실험이 진행 중이고, 이 야동의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게 우리 문화를 어떻게 형성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 우리는 여자를 폄하하고 비하하는 이미지에 둘러싸여 있으며, 우리 문화 전체가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P.319
포르노 시장은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게일 다인스는 1953년 창간한 휴 헤프너의 잡지 '플레이보이'를 시작으로 온라인으로 옮겨온 현재의'포르노랜드'를 추적했다. 전후 가족중심,이성애중심의 확산은 많은 남성들에게 반발을 불러왔고 그 증오와 혐오의 대상은 다름아닌 여성이었다. 휴 헤프너는 이런 분위기에 탑승해 남성들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메뉴얼화해 대성공을 거둔다. 타깃은 중상류층 남성이었고 도구는 대상화된 여성성이었다. 그는 문학란이란 공간을 만들어 다른 잡지와 차별화했고 그렇게 읽을꺼리라는 고상한 취미를 포르노 이미지에 추가한다.
플레이보이가 가판대에 등장한 때는 여성을 혐오하고 가족을 찬양하던 바로 이 시기였다. 1950년대의 테마를 취사 선택한 『플레이보이』 편집자들은 창간호에서부터 싱글 여자를 플레이보이 독자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규정했다. 싱글 여자가 남자에게 결혼이라는 족쇄를 채우고 재정적 출혈을 일으킬 기회를 노린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플레이보이』 창간호의 첫 번째 주요 기사는 "1953년 미스 꽃뱀"이 제목이었다. - P60
그들은 단순한 잡지가 아니라 소비 이데올로기를 팔았다. 지적이고 현대적인 남성 이미지를 만들어 기존의 핀업걸로 상징되는 값싼 포르노 이미지, 하층민의 느낌을 버리고 고급화를 추구했다. 플레이보이의 성공은 펜트하우스와 허슬러라는 경쟁사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포르노 업계는 자본을 끌어들였고 규모와 시장이 커졌으며 판로를 넓힌것이다. 여성의 몸을 전장으로 삼은 전쟁에서 여성 몸의 성애화가 더 노골화, 본격적으로 상품화하게 되었다. 이 사업가들은 억만장자가 되었다.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노골적인 하드코어를 선보이기도했다. 그로인해 일부는 법적소송에도 휘말렸지만 든든한 자본이 있으니 로비를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끔 법을 바꿀 수도 있었다.
디지털 미디어가 부상하면서 포르노의 주요 유통경로는 인터넷으로 이동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포르노에 접근이 가능해 진것이다. 인터넷에서 소비되는 포르노 영상물들 역시 점점 자극적이고 노골적으로 변해왔다. 특히 곤조포르노 속에서 여성들은 이제 더이상 인격이 아니며 오로지 성적 대상물로써 남성들의 만족만을 위해 기능한다. 나는 이 책을 쓴 게일 다인스가 묘사하는 곤조 포르노 영상이 여성에게 가하는 고문으로 여겨졌다. 분명 이런 행동은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범죄이고 합리화할수 없는 잔인한 모욕이다. 한 여성에게 여러명의 남성이 함께 가하는 이런 행위에는 사랑이 없을 뿐 아니라 최소한의 인권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이런 잔인한 행위가 용납되는걸까?
사회는 마약을 허용하지 않는다. 본인에게 해로울 뿐 아니라 약물의 남용으로 인해 타인에게도 고통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강도를 더해가는 지금의 곤조 포르노도 마찬가지다. 반포르노 운동가이자 미디어 연구자, 명예교수인 게일 다인스가 세계 여러 국가를 돌아다니며 강연을 하고 만난 학생들 중에는 포르노에 중독된 남학생들도 있었다. 그들은 포르노로 인해 여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주입되어 정상적인 관계를 갖는데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증언한다. 가학적인 영상에서 쾌락을 느끼는 사람은 점점더 그런 이미지에 무뎌지게 되고 새로운 자극을 찾게된다. 심지어 아동에게 아무런 성적 관심이 없던 사람도 포르노 시청과정에서 유사 영상을 접하는 횟수가 늘어 실제 범죄로 이어졌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한다.
2007년 미국 정부가 아동 포르노 소지 범죄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아동 포르노 소지로 유죄 판결을 받은 남자 중 85%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부적절한 접촉에서부터 강간에 이르는 성범죄 행위를 저질렀다." P315
여성대상 성범죄, 살인에서 눈에 띄는 점은 가해 남성들이 하나같이 반복하는 특정 표현이다.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아서." "헤어지자고 해서." "나를 무시해서." 이들은 유독 여성의 마음을 얻는 것에 실패한 책임을 여성에게 돌린다. 그것도 가혹하게. 이런 이성간의 괴리감은 어디에서 오는걸까? 포르노랜드에 담긴 이 '사실'들은 현실에서 여성들과 남성들간의 소통 불가능한 지점들, 오해와 반목과 혐오의 한가지 이유를 밝혀주고 있다. 그들 전부가 그렇진 않겠지만 곤조포르노와 같은 수동적이고 비인격화된 여성의 이미지는 남성사회에 많은 것들을 전달한다. 그것은 불평등한 사회적 시스템의 암묵적 공모와 더불어 여성을, 인격을 말살해도 되는 존재로 탈바꿈 시킨다. 한나 아렌트의 말처럼 사실이 고통스럽더라도 우리는 알아야한다. 거기서부터 대안을 모색할 수가 있다. 포르노라는 인권 사각지대에서 말살되는 것은 여성들의 인격만이 아니다.
포르노 제작에서 특히 중요한일은 그 이미지 속 여자의 인간성을 갈가리 찢는 것인데, 이는 많은 포르노 이용자들이 현실 세계에서는 여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여성폄하적 문화 속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 남자는 여전히 어머니, 자매, 딸, 친구, 연인, 아내와 함께 애정을 기반으로 한 관계를 이어나가려 애쓴다. 많은 남자가 포르노에 나오는 여자에게 할 만한 감정이입 - 여자가 안타깝게 느껴져 포르노 시청 경험을 망칠 만한 감정이라면 어떤 것이든 모조리 파괴하려면, 포르노 속 여자를 남자가 사랑하는 주변 사람과는 분명히 구별되도록 구획할 필요가 있다. 이때 포르노 제작자들이 쓰는 가장 뻔한 기술은 보지년, 창녀, 걸레, 정액받이, 개보지 등의 호칭을 사용함으로써 그 여자를 언어로 분리하는 것이다. 곤조 포르노에서 여자는 절대 여자로 불리지 않으며, 그 대신 성적 대상물로 격하된다. - P156
어떤 집단을 비인간화함으로써 그 집단에 속한 개인에게 가하는 잔혹한 행위를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는 방식은 포르노 제작자들이 처음 생각해낸 게 아니며, 이미 수많은 압제자가 그 유효성을 증명했다. 나치 선전기구는 유대인을 ‘카이크kike‘라고 부르며 폄하하는 데 성공했고, 인종차별주의자들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인간이 아닌 ‘깜둥이nigger‘로 규정했으며, 동성애 혐오자들은 레즈비언과 게이에게서 인간성을 벗겨내는 용어를 거의 무제한으로 가지고 있다. 사회적으로 폄하되는 집단에 속하는 개인의 인간성을 일괄적으로 비가시화하면 그들에게 폭력적인 행위를 가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 P158
*곤조gonzo포르노: 미국 주류 포르노는 크게 두 가지, 장편 포르노와 곤조 포르노로 분류된다. 플롯 중심의 장편과는 달리 곤조는 성행위만 주로 집중해서 보여주며 폭력성이 더 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