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다. 요즘 방송되는 ‘금쪽이‘방송을 가끔 볼때마다 애매하게 생각했던걸 필리스 체슬러는 오래전에 이미 간파했다. ‘금쪽이‘에서 오은영박사의 분석은 날카로워서 볼때마다 감탄을 자아내지만 거기에 늘 뭔가가 빠져있다. 바로 ‘정치적 의견‘이다
아마 오은영박사가 모르지는 않을것이다. 이 모든 육아문제에 깔린 사회적 문제와 고질적인 역학관계를. 그러나 그녀는 언급할수가없다. 그래서 어딘가 늘 비어있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개인상담에서 그녀는 좀더 정치적요소를 가미했을수도 있다. 상대에 따라 조절해가면서 말이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에 정치적요소가 지배적인데도 공론화할수 없다는게 결코 작지않은 문제임을 이제서야 실감한다.
이것을 방송에서 대놓고 문제제기하고 짚어줄수 있어야 사회는 근본적으로 변화할수있다. 너무나 영향력있고 도움이되는 방송임에도 남녀차별적 요소를 내세우고 지적할수 없다는게 답답하다.
예를들면 육아분담이나 외국의 사례를 끌어올수도 있을거고 이런 분석은 저출산문제의 보다 실질적 해결책을 위한 모색이 될수있다.






나는 텔레비전과 같은 매체를 통해서 이뤄지는 감정 호소에 반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텔레비전은 그것이 없었더라면 사실을 완전히 잘못 알거나 고립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을 교육하는 기능을 종종 하고 있다.
낮 시간대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초기 페미니즘 의식화 그룹의명맥을 잇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정치적인 관점은 없다. 이런 정치적인 관점의 실종이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 P48

 보험회사와 제약회사가 의료 서비스를 좌지우지하고, 정부의 지출 삭감으로 질높은 정신과 치료는 대다수 사람들이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말은 이제 외상을 입은 환자들에게 무엇을 해줘야 하는지는 알게 됐지만 우리에게 페미니즘의 방식으로 가난한 여성들을 치료하고 교육하는 병원이나 치료 시설은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약물치료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다. 임상적으로 볼 때우울증이나 신경증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페미니즘 관점에서의정보와 지원에 접근할 수 있게 해줄 필요가 있다.
- P56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5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넬로페 2021-12-27 11:34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 이 프로 아직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 tv라는 매체가 그 모든 걸 보여줄 만큼 관대하지는 않을 듯 해요^^

청아 2021-12-27 11:44   좋아요 7 | URL
네! Tv는 사실상 굉장히 정치적이면서도 정치적인 주장을 할 수 없는 매체인듯해요. 특히 여성문제는 다분히 정치적문제임에도 정치에서 배제되기도하고요.
일부 20대청년들이 sns를 통해 여성혐오적 발언을 하는걸보면 건강한 토론장소가없어서 비뚤어진 비난만을 더 하게되진 않았나 싶어요. 방송이 어쩌면 그런 역할을 할수있지 않을까 생각하게됐어요.^^*

persona 2021-12-27 12:43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제가 상담에 회의를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문제가 있는 사람이 고쳐지는 게 아니라 고칠 의사가 있는 사람을 고치는 것이거든요. 문제가 있는 핵심인물이 정말 안 바뀌는 사람이면 가족상담이 더 효과가 좋을 거라고 하고 그 주변인을 적응할 수 있게끔 유도해요.
저는 미미님이 느끼는 답답한 것중 상당수가 이런 문제랑도 닿아있을 거 같아요. 얼마전에 올려주신 이야기도요(미미님이셨죠? 아니었나?) 문제가 있는 남편이나 시어머니라는 사람들이 고쳐지기 어렵기 때문에 아내/엄마에게 솔루션을 준 거에요. 여자분만 변화할 수 있었거든요. 심리학에서 정치적인 의견이나 페미니즘 시각으로 내담자를 보는 거 자체가 내담자 비밀 누설 금지 만큼 ㅐ금기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자기에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사실 정치적인 관점 빼고 말해도 오해되기 쉽고 싸움만 나기 십상인 거 같아요. 정말 안 바뀝니다.
그런 면에서 정말 오은영 선생님이 감정 전이도 안 하시고, 또 자기
감정 강요도 안 하시고 되게 잘 하시는 거 같아요.

청아 2021-12-27 12:54   좋아요 7 | URL
저 맞아요!ㅋㅋㅋㅋ 이게 결코 여성혼자(또는 당사자)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에도 그런 금기등 여러요인으로 그렇게 하더라구요. 그래봤자 근본 해결이 안되는데 (가족모두의 문제임으로)참 아쉬운부분이예요. 이걸 저또한 일정부분 어쩔수없다,당연하게 여겨왔다는데 너무 충격이었어요. 오은영박사가 결혼식때 아버지로부터 남편에게 건네지는 방식이 마음에안들어 남편과동반입장 했다는 얘기를 한 프로에서 했거든요? 분명 여성으로서 사회적문제를 뼈속깊이 실감하실텐데 주어진 여건에서 할 수 있는걸 하고 계신것같아 멋져요. 그런데 만일 정치적의견을 표현할수 있는 분위기가 된다면 또 얼마나 더멋지고 훌륭한 상담이될까 오프라윈프리 안부러울꺼다 그런 아쉬움도이젠 있어요. 아웅ㅎㅎ

persona 2021-12-27 13:30   좋아요 6 | URL
암투병 이후 유튜브에서 다양한 활동 하실 때 무척 놀랐었어요. 저는 테레비 나오는 눈 찐한 무서운 아줌마라고만 생각했었거든요. ㅋㅋㅋ 자라고 보니 말씀을 너무 잘하시고 사려깊으셔서 늦게야 반한 거 같아요. ㅎㅎㅎ 방과후학교였나? 그런 식으로 여자아이들만 모아놓은 데서 하는 심리치료에서는 좀더 여성적인 시각에서도 말씀해주셨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그런데 미미님 말씀과 페이퍼 읽고 보니까 우리가 요즘 시대엔 또 영웅을 많이 잃었다는 생각도 드네요.

청아 2021-12-27 13:37   좋아요 6 | URL
네! 이전부터 쭉 잃어왔을걸요?ㅠ 우리 어머님들도 마찬가지고요. 저희 엄마는 화가가 되고싶었대요. 그런데 전혀 가능하다고 생각도 하지 않았죠 형제가 12에다 가난한 농부의 집에서 자랐거든요. 페미니즘 공부하면서 절감해요. 인류의손실이구나하고요. 총균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그러더라구요. 여성을 차별하는것은 인류절반의 재능을 낭비하는것과 같다구요. 오은영박사만 봐도 그렇죠. 여성들의 현실이 정치성을 잃으면서 남성들만의 막장정치가 활개를 치고있어요. 부디 더 많은 가능성들이 열리면 좋겠어요

persona 2021-12-27 13:42   좋아요 6 | URL
저희 엄마도 그런 말씀 자주 하셔서 제가 스케치북이랑 물붓이랑 물감 선물로 드렸거든요? 그런데 이젠 그릴 수가 없대요. 못 그리겠대요. 그 말씀 듣고 넘 슬펐어요. ㅠㅠ 그래놓고 맨날 제 그림만 휴대폰 카메라에 담으시거든요. 상담 기법중에 역할극 있잖아요 그런 거 배우다 보면 너무 화가나요. 폭력적인 부모는 바뀌지 않는데 그런 부모를 마음에 상처 입은 아이가 연기해보면서 부모를 이해한다거나 강간 당한 사람이 상담 받지 가한 사람이 상담받으러 오진 않잖아요? 그런 것들 자체가 사회학이나 정치학 보다도 좀 무력한 것처럼도 가끔 느껴져요. ㅠㅠ 오랫동안 잃어왔단 말이 왜케 가슴 아플까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청아 2021-12-27 13:50   좋아요 5 | URL
저희 엄마도 사다드렸는데 어색하신지 안그리시더라구요. 그냥 공책 중간에 스케치하는데서 만족하시는듯해요. 페르소나님은 재능을 물려받으신것 같아요! 프로필그림도 너무예뻐요ㅎㅎ 뭐든 그렇더라구요. 정작 봐야할 사람은 책도 안읽고요. 그래도 읽고 생각하고 쓰는건 파급력이 있을꺼예요! 오늘 페르소나님과 얘기나눠서 도움이 많이되었어요 감사해요!!😉

persona 2021-12-27 13:57   좋아요 6 | URL
감사합니다. 저 부모님이 저에게 주신 긴 글이나 기록물 몰래 모아놓는 중이에요. 글은 맞춤법 손좀 보고요. 그림이나 낙서는 그대로 해서, 양이 차면 정식으로 ISBN받는 거 아니더라도 소책자처럼 만들어주려고요. 이펍으로 만들거나요. 제목은 “ㅇㅇㅇ씨 70년 흑역사” 막 이렇게 해서 보여줘야지 벼르고 있어요 ㅋㅋㅋㅋ 육아일기 아니고 본격 부모 관찰일기 ㅋㅋㅋ
저도요. 미미님 좋은 말씀, 페이퍼 늘 감사합니당!

청아 2021-12-27 14:03   좋아요 6 | URL
너무 멋져요👍👍 감동받으실것 같아요.ㅠㅠ

mini74 2021-12-27 13:54   좋아요 10 | 댓글달기 | URL
댓글이 왜 더 슬프죠. 저희 엄마는 꿈이 뭐냐고. 오빠 등록금 대기도 바빠서 생각도 못했다고. 그러다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시곤 넘 놀라셨대요. 저 나라의 흑인노예( 유모) 가 나보다 더 잘 먹고 행복해 보여서. 여성과 광기 저도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

청아 2021-12-27 13:59   좋아요 7 | URL
으앗ㅠㅇㅠ 엄마들의 꿈도 바람과함께 사라져버리는듯 해요. 그러고보면 여성에게 정체성이란 처녀와 엄마밖에 없는것 같아요. 이 책 팩폭 장난아니예요 미니님. 문장문장이 비수로 꽂힙니다 😄

새파랑 2021-12-27 13:55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미미님과 같은 글이 차별적 요소를 조금씩 바꾸는데 힘이 될거라 생각이 듭니다. 한번에 바꾸기는 힘드니까요~ 미미님을 방송계로~!!

청아 2021-12-27 14:02   좋아요 7 | URL
아앗ㅋㅋㅋ여기는 읽어봐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함께 공부할수있어 너무 좋네요. 독후감에 쓸건데 방송계는 20대가 토론하며 채워주었으면 좋겠어요!😆

stella.K 2021-12-27 16: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치인들이나 대선 후보들은 무슨 말이나 다 하는데 말이죠.
문제가 될만한 거 요리조리 피하는 거는 거죠.
나중에 골치 아프니까.
그래서 좋은 게 좋은 거란 말을하게 되는가 봅니다.
저만 하더라도 알라딘에 20년쯤 터잡고 있다보니 그냥 좋은 말이나
사적인 얘기나 하지 쟁점화될만한 얘기는 잘 안하거든요.
괜히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훅치고 들어 올까 봐.
그런 점에서 예전의 알라딘이 그립기도 해요.
예전에 카뮈의 <이방인> 번역 문제로 불길이 화아악~!ㅋㅋ

청아 2021-12-27 16:10   좋아요 3 | URL
그런일이 있었군요! 정치적인 문제들은 우리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도 일부 특권층에게만 과도하게 권리가 쏠려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놈의 대표성으로 할말 다하고
막말도 주워담지도 않고 말이죠. (직업군중 정치인들 수명이 가장 길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었습니다. 아마 김영하작가인듯)그러면서 자기들 배만채우니...
말할 권리, 특히 정치적인 말을 할 권리가 얼마나 특권이 되었는지 오늘에서야 실감했어요. 특히 방송에서 그게 자유롭게 이뤄지지않는 현실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