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7년 대지가 출간되었을 때,존속살해,형제살해,근친상간,성폭력,청소년과 어린 자녀 학대 등 약자를 대상으로 한 온갖 잔혹한 폭력이 난무하는 재앙의 세상과, 감히 글로 표현해선 안 될 금기였던 죽음과 살인,출산의 장면 등은 당대 독자들에게 크나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p.655 해설


이 설명대로다.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설명을 해보자면 북쪽으로는 샤르트르를 두고 있는 이곳은 '쭉 뻗은 지평선이 수묵화의 먹선처럼, 땅과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드넓은 하늘과 함께 끝없이 펼쳐진 곳이다.'(p.24) 이 거대한 곡창지대인 보스평야는 그 먹거리의 크기만큼 수많은 목숨들이 탐하고 욕망하는 땅이다. 플친 유부만두님이 이 책을 읽고 '전원일기 다크'버전이라고 설명해 주었는데 정말 탁월한 비유라고 생각하며 읽는동안 무릎을 쳤다. 전원일기만큼 '대지'에는 수많은 인물들이 얽히고 설켜 마치 그들도 자연의 일부인양 서로 정답게 마시고 먹다가도 이기심과 미움으로 다투느라 그야말로 쉴틈이 없다. 


그의 땅 사랑은 목숨을 내놓게 만드는 여인을 향한 사랑과 같았고, 그녀를 위해서라면 살인도 마다않을 그런 사랑이었다. 아내도 자식도 그 누구도 아닌, 인간이 결코 아닌 그것은 바로 땅이었다! 그런데 이제 늙어서, 그의 아버지가 힘에 부쳐 마지못해 그에게 넘겨주었듯이, 이 연인을 자식들에게 넘겨주어야 했다.- P32


그 중에서도 중심 인물들은 이 두 집안을 주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선 땅을 너무나 사랑했지만 나이가 들어 농사를 접고 어쩔 수 없이 자식들에게 재산을 넘기려 하는 아버지 푸앙과 아내 로즈, 한량처럼 놀음이나 하면서 알콜중독으로 살아가는 첫째 아들 제쥐크리스트(예수그리스도라는 별칭), 결혼한 둘째이자 딸인 파니,욕심많고 성질이 더러워 주민들도 잘 건들지 않는 막내아들 뷔토. 이렇게 위태로운 삼남매가 있다. 그리고 삼남매의 사촌 누이이자 뷔토와 결혼하는 리즈와 그녀의 동생 프랑수아즈가 재산과 그로인한 질투,원망으로 끝없이 갈등을 빚다가 막장으로 치닫는다. 


농부의 고난은 사실상 계속되고 있었다. 농부는 모든 것, 즉 사람들,수많은 요인들, 그 자신에서 고통받았다. 봉건제 아래서 귀족들이 먹잇감을 찾을 때마다 농부는 내몰리고, 추격당하고, 전리품으로 끌려갔다. 영주들이 서로 사사로이 전쟁을 벌일 때마다 농부는 살해당하지 않으면 파멸로 끝났다. 초가집은 불타고 밭은 쑥대밭이 되었다. 그다음에는 우리네 논밭을 유린한 도리깨 중에서도 최악인 대군대가 왔고, 돈에 매수된 용병 패거리들이 때로는 프랑스의 아군으로 때로는 프랑스의 적군으로 쳐들어왔고, 전화에 휩쓸린 자리에는 헐벗은 땅만 남았다.- P100


흙을 사랑하고 땅을 귀하게 여기는 이 순박한 농부들이 왜이렇게들 잔인한지 갸우뚱하며 찬찬히 들여다보면 대를 이어온 땅에 대한 집착과 더불어 외부적인 요인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왕과 귀족으로부터끝없이 핍박당하고 전쟁으로 짓밟히다가 부르주아에게 또 갈취당하기를 반복하면서 그들은 더욱 땅에 목숨을 걸고 내것으로 만들기 위해 짐승으로 변했다. 교육을 받을 여유도 없고 필요도 느끼지 못하는 이들은 변화는 더디게 수용하고 그래서 정치에 쉽게 희생양이 된다. 그렇게 절망은 악의로, 분노로 분출되어 스스로와 가족은 물론 이웃들을 갉아먹는다.


마을 사람들은 그가 미친 척하는 것인지, 정말로 미쳤는지 알 수 없었다. 그 정도로 그의 분노는 광기로 비쳤다. 그는 선 채로 마차를 빠르게 몰며, 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대꾸도 않고, 달리는 말에 주의하라고 외치지도않고 거리를 지나다녔다. 밤에도 어떤 때는 이쪽에서, 또 어떤 때는 저쪽에서 마차를 타고 달려오는 그를 만나기도 했는데, 어디를 다녀오는지 알 수 없지만 악마를 만나고 오는 것이 분명했다. - P496


아버지가 나누어준 땅과 결혼하면서 아내로부터 얻은 땅이 보태져 마을 소작농 중에서 가장 큰 땅을 차지했던 뷔토는 잠시동안 행복을 누렸고 타고난 농부답게 열정을 바쳤다. 하지만 그에게는 처제 프랑수아에 대한 멈출줄 모르는 욕망이 땅을 향한 갈증만큼 강해 스스로도 그 둘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에 이른다. 거기다 결혼전에는 동생과 가디건 하나를 같이 두르고 다닐만큼 정답던 리지도 재산이 생기고 남편도 얻자 동생과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어버린다. 결국 자매는 소송으로 재산이 나뉘고 뷔토는 이에 마치 자신의 팔다리가 잘려나간듯 분노하며 폭발하고 되돌릴 수 없는 불화와 죽음으로 향한다. 


별들과 태양의 거대한 역학 속에서 우리의 불행은 그 무게가얼마나 될까? 하느님은 우리를 개의치 않는다! 우리는 매일매일 무시무시하게 싸워야만 빵을 얻는다. 그런데 우리가 태어난 모체이며 우리가 되돌아갈 그곳, 죄를 저지를 만큼 우리가 사랑하는 땅, 우리가 악행을 저지르고 파렴치하게 굴어도 알 수 없는 목적을 위해 끊임없이 생명을 다시 만들어내는 땅, 그 땅만은 영원히 살아남는다.- P652


뷔토가 욕망하던 처제 프랑수와즈의 남편인 장 마카르는 루공 마카르총서의 그 마카르 집안 사람인데, '목로주점'의 여주인공 제르베즈의 남동생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동안 읽은 작품들과 달리 이 소설에서 중심 인물들 밖에서 겉도는 외부인으로 묘사된다. 실제로도 군생활을 마친 후 목수로 살다가 이 마을로 흘러들어온 그는 어쩌면 이 막장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일 수도 있다. 장의 위치에서 에밀졸라는 덤덤하게 최후의 승자가 누구인지 밝힌다. 그건 바로 농부들의 피,땀,눈물을 머금은 땅이다. 에밀졸라의 자연주의는 때로 잔인하리만치 냉정하다. 하지만 어찌하랴. 현실이 그런것을! 나는 그래서인지 아직 에밀졸라가 더 읽고 싶다. 










그동안 읽은 루공마카르 총서


  

  

 




이제 남은 루공마카르 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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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1-07 19:50   좋아요 3 | URL
5시 30분에 일어나셔야 하옵니다!!!
그 시간은 제가 아들이랑 아침 밥 먹는 시간이에요.
모닝콜 해드릴게요ㅋㅋㅋ
졸라 1 위 하시려면 누구보다도 발빠르게!!!!🏃‍♀️🏃‍♀️🏃‍♀️

미미 2022-01-07 19:52   좋아요 3 | URL
5시반🤦‍♀️ㅋㅋㅋㅋ최대한 해보겠습니다 후... 마니아의 길은 험난하네요ㅋㅋ👍

서니데이 2022-01-07 21: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미미 2022-01-07 22:07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해요^^♡ 즐겁고 포근한 주말 보내세요!!

thkang1001 2022-01-07 21: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좋은 밤, 행복한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미미 2022-01-07 22:08   좋아요 2 | URL
네 ^^♡감사해요!! 굿밤되시고 유쾌한 주말보내세요!!

러블리땡 2022-01-08 00: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좋은 밤 되세요 ^^

미미 2022-01-08 07:35   좋아요 1 | URL
러블리땡님 감사해요^^♡ 행복한 주말되세요!!

페넬로페 2022-01-08 00: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는 소설을 예술적이고,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해 주시는 미미님!!
저도 올해는 루공마르크 총서로 고고할 예정이예요**

미미 2022-01-08 07:41   좋아요 4 | URL
반가운 소식입니다♡.♡
페넬로페님도 졸라세계의 감동과 환희를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이 작품도 좋고 제르미날과 인간짐승도 훌륭해요!!
감사해요ㅎㅎ행복한 주말되세요^^♡

thkang1001 2022-01-08 0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감사합니다!

2022-01-08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08 0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08 0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08 0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bookholic 2022-01-08 1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 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저도 루공마카르 총서를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미미 2022-01-08 18:42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북홀릭님^^* 이 작품은 다른점보다 재산을 물려준 후 푸앙의 비극이 인상적이었고요.앞쪽 절반은 약간 지루하실수도 있어요(푸앙은 노년의 비극이라서 따로 간략히 페이퍼 쓰고싶을정도) 총서 중에서 개인적으로<제르미날>과 <인간짐승>을 강력추천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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