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광光

이게 진짜지 말입니다 물광이 빛나니, 불광이 깨끗하니하는 얘기는 이제 고향 앞으로 갓,이지 말입니다 이건 물불을 안 가리는 광이라서 말입니다 제가 지난 휴가 때 용산역을 지나는데 말입니다 거짓말 아니고 말입니다 바닥에 엎어 자던 노숙자 아저씨가 제 군화 빛에 눈이 부셔 깼지 말입니다.

우선 구두 약통에 불을 질러버리고 말입니다 불로 지져둔군화에 약을 삼삼하게 바르지 말입니다 바르고 바르고 약이 마르면 또 바르는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흠집을대하는 우리의 기본적인 자세지 말입니다 깊게 파인 흠집을 약으로 메우는 것은 신병들이나 하는 짓 아닙니까 그렇게 하고 작업이라도 하면 그 약만 떨어져나오지 말입니다

중략

김병장님 그런데 참 신기하지 말입니다 참말로 더는 못 해먹겠다 싶을 때, 이렇게 질기고 징하게 새카만 것에서 광이 낯짝을 살 비치니 말입니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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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4-30 13:5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박준 시집 보니 반갑네요ㅎㅎ 저에겐 몇안되는 읽어본 시인 ㅋ 시인다운 멋진 표현~! 저도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운다고 달라지는건 없겠지만‘ 산문집도 추천합니다^^

청아 2021-04-30 13:56   좋아요 5 | URL
덕분에 두 권 빌려서 틈틈히 읽고 있어요.😆
오~산문집 제목부터 끌리는데요?!!

페넬로페 2021-04-30 14:06   좋아요 5 | URL
저도 찜합니다^^

청아 2021-04-30 14:10   좋아요 5 | URL
네~♡ 함께 읽어용!ㅋㅋㅋ

scott 2021-04-30 16:1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분 어린이용 그림책도 썼는데 (박준시인의 아버지가 키우는 개 ‘단비‘가 주인공)
진심, 언어 천재인것 같아요 ㅎㅎ
몇줄만 여기 옮겨 볼께요.
[안녕?
안녕, 안녕은 처음 하는 말이야.
안녕, 안녕은 처음 아는 말이야.
안녕은 마음으로 주고 마음으로 받는 말이야.
그래서 마르지 않아.

안녕은 같이 앉아 있는 거야.
안녕은 노래야.
안녕은 가리어지지 않는 빛이야.
안녕은 부스러기야.
안녕은 혼자를 뛰어넘는 말이야.
안녕은 등 뒤에서 안아주는 말이야.
안녕은 눈을 뜨는 일이야.
안녕은 어제를 묻고 오늘 환해지는 일이지.
안녕은 밥을 나누어 먹는 거야.
그러다 조금 바닥에 흘리고는 씨익 웃는 거야.

안녕은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일이고,
셈하지 않고 들어주는 일이지.
그게 무엇이든.

안녕은 차곡차곡 모으는 마음이야.
마음을 딛고, 우리는.
안녕, 안녕.]

청아 2021-04-30 16:05   좋아요 4 | URL
와 좋은데요?!! 역시 문학적 감수성은 장르를 뛰어넘네요 ~♡ 이걸 알고계신 스콧님도👍👍

행복한책읽기 2021-04-30 17:45   좋아요 4 | URL
오호. scott님 이 그림책 구입하셨군요. 망설이고누르지 않았는데. <셈하지 않고 들어주는 일이지> 진짜 좋습니다^^

페넬로페 2021-04-30 18:16   좋아요 4 | URL
지난 2월~~
박준시인과 그의 아버지의 인터뷰가 신운에 실렸었는데 그 기사의 제목이
‘트럭 몰던 아버지의 감수성, 아들 박준의 시로 피었다‘ 였어요~~
아버지와 산을 같이 오르고, 덕수궁, 경복궁에도 가고~~
아버지에게 감수성을 많이 물려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청아 2021-04-30 18:24   좋아요 4 | URL
아~!! 이 시집에도 아버지가 종종 등장해요😊

행복한책읽기 2021-04-30 17: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시상에. 읽고 리뷰도 썼는데 어찌 첨 읽는 느낌이라니 ㅋ 저는 박준 시인이 직장생활하며 시를 쓰는게 인상적이었어요. 자식. 선배 시인보다 낫네.라고 생각했다는^^;;;

청아 2021-04-30 17:47   좋아요 3 | URL
역시 소설처럼 시를 다시 읽는것도 새로운 느낌인가요?! 아니 직장다니면서 시도 썼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

붕붕툐툐 2021-04-30 22: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이 시 왤케 웃겨요?ㅎㅎㅎㅎㅎㅎ

청아 2021-04-30 22:55   좋아요 2 | URL
그쵸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