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며 상실에 대한 이야기다.하지만 동시에 모든 것이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아고타는 소설 속에서 화자를 통해 또 다른 상상을 하는 작가다. 그렇다면 그가 진심으로 바랬던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일까. 암울한 시대를 산 작가들은 때로 아주 운이 좋은 걸 수도 있다. 평온한 삶에는 결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고 느끼고 쓸 수 있으니. 정작 덤덤할 수 없는 것들에 덤덤하고 작은 것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는 과장된 부조화가 나름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짧지만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 이곳저곳에서 작가의 자전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사전 정보가 이 소설에 대한 감정을 더 복잡하게 바꿔놓았다. 읽는 동안 이건 일단 소설이라고 자꾸 되세김질을 해야했다. 앞으로는 되도록 작품을 다 읽고 나서 작가 이력을 찾아봐야겠다.+ scott님의 클레식을 배경으로 틀어놓고 읽다가 이전에 반복청취한 Dying swan을 들으며 읽었는데 어두운 느낌이 이 소설과 너무 잘 어울린다.<<시간이 갈라진다. 유년의 빈 공백은 어디서 다시 찾을 것인가? 어두운 공간에 갇힌 일그러진 태양은? 허공에서 전복된 길은 어디서 되찾을 것인가? 계절들은 의미를 잃었다.내일, 어제, 그런 단어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현재가 있을 뿐. 어떤 때는 눈이 온다. 또다른 때는 비가 온다. 그리고 나서 해가 나고, 바람이 분다. 이 모든 것은 현재이다.그것은 과거가 아니었고, 미래가 아닐 것이다. 지금 일어나고 있다. 항상. 모든 것이 동시에. 왜냐하면 사물들은 내안에서 살고 있지 시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안에서는, 모든 것이 현재이다.p.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