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운하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읽은 박경리 작가의 <가을에 온 연인>도 마찬가지지만 이번에 읽은 <푸른 운하> 역시 1960년대에 쓰인 작품이라 믿기 어려운 작품이었다. 지금은 사라져 없어진 환승 버스나 '환'이라는 금전단위가 시대적 배경 때문에 등장하지만, 별다른 궁금증 없이 500페이지에 달하는 책장을 넘긴 것을 보면 읽는데 어색함이 없었던 것 같다. 마치 잘 짜인 시대극, 그중에 60~7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아침 드라마를 한 편 보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소설 <푸른 운하>는 한 시골 소녀 송은경이 서울로 상경하면서 시작한다. 은경은 어머니 강영숙의 여고 후배인 허찬희의 집에 머물게 되는데 허찬희는 국회의원 김상국의 부인이다. 평소 서울에서의 생활을 동경하고 있던 은경은 계모의 횡포에 조용할 날이 없던 고향에서 벗어나고 싶었기에 서울에서의 이런 삶이 만족스러워 과거 힘들었던 삶을 잊게 하였다. 서울로 떠나는 전날 그녀에게 고백했던 오빠의 가장 친한 친구 박지태의 존재마저도… 그렇게 차츰 서울 생활에 적응하던 중 국회의원 김상국의 비서인 이치윤이 은경의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이치윤은 정식으로 이혼은 하지 않은, 그래서 아직 결별 상태인 미모의 아내 경란과 한 아이가 있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은경의 눈에 이치윤이 아직 아내를 잊지 못하는 듯 보였다. 남몰래 이치윤을 향한 사랑을 키워갈 때쯤 까맣게 잊고 지내던 집착남 박지태의 등장과 치윤의 친구이자 있는 집 자식인 김남식의 갑작스러운 프러포즈, 그리고 이치윤의 아내 경란의 등장은 스무 살 은경을 시험에 들게 한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1960년대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현대적인 인물이 등장한다. 첫 번째 인물은 이치윤의 아내 경란으로 남편이 있음에도 자유분방한 성격을 통제할 수 없는 현대적인 여성으로 그려지며, 김남식이란 인물은 자신도 은경을 사랑하지만, 친구인 치윤과 은경이 서로 사랑하는 것을 알고 그들의 사랑을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건 없이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인물로 그려진다. 마지막까지…. 1960년대를 살아가며 사랑하는 이들의 모습과 현시대를 살아가며 사랑하는 우리네 모습은 분명 다를 것이다. 각자 사랑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진정한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서로 이해하고 존중해야 하는 것은 변함없을 것이다. 이 책을 덮는 순간 잊고 지냈던 사람이 생각이 났다. 아마 이미 늦었겠지만, 다시 사랑한다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랑을 해보고 싶게 만드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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