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은 집 짓고 싶은 집 - 아파트와 단독주택 사이에서 고민하는 당신을 위한 삶이 깃든 좋은 집 17
강영란 지음 / 한빛라이프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학창시절, 내가 지은 집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싶다는 치기 어린 마음으로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고, 지금은 건축을 업으로 사는 사람이라 건축 관련 서적을 일부러라도 찾아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건축 관련 서적이 출간되면 베스트셀러보다도 궁금해진다. 건축 관련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나만의 집을 짓고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로부터 사진 한 장과 함께 이런 집은 평당 얼마나 들어? 라는 질문을 종종 받게 된다. <살고 싶은 집 짓고 싶은 집>의 저자이며 현재 아이디어5 건축사사무소 대표인 강영란은 평당 얼마에 집을 지었는지라는 지식보다는 건축주에게 어울리는 좋은 집에 대해 설명하고 싶은 마음에 <살고 싶은 집 짓고 싶은 집>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 역시 이러한 질문들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나 보다.

 

 

이 책은 12명의 건축가가 지은 17채의 좋은 집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자신이 소개하는 17채의 좋은 집을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건강한 집, 독특한 개성을 살린 집, 예스러움과 모던함이 어우러진 집 마지막으로 건물을 되살려 추억을 다시 짓는 집으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다. 잘 꾸며진 집의 인테리어 사진만 나열하는 잡지 형식의 책이 아닌 내 집을 짓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건축 용어나 건축 상식이 부족한 건축주들이 집을 지을 때 알아 두면 좋을 건축 시공법이나 건축 재료(징크패널, 스타코 등)의 장단점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아마 나만의 집을 갖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기 전부터 나만의 집을 갖고 싶은 꿈이 있었고, 조금씩 구체화 시키고 있었다. 나는 코난 하우스처럼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집보다 대지와 하나가 되고 자연스러운 집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 17채 중 내가 꿈꾸는 집과 가장 가까운 집은 제주도의 돌집 플로팅 L이라 생각했다. 사실 이 책 처음에 나오는 집인 만큼 인상이 깊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 집의 건축주는 건축가 조재원의 고모였는데 아름다운 기존 식생을 그대로 살린 채 집을 들어서길 바랐다고 한다. 그래서 원래 자연 경관과 지형을 해치지 않고 그곳에 최대한 어울리게 짓다 보니 필로티 구조로 계획되어 떠 있도록 지어졌다. 거실 한편에 걸터앉기 편한 높이의 마루가 있는데 툇마루 덕분에 집안이 입체적으로 보이며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이 한층 깊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축사가 추천하는 좋은 집을 발품 하나 팔지 않고, 또 집주인의 허락 없이 구경하는 일이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자신의 사적인 공간을 공개하고 싶은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안면이 없다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좋은 집의 사진뿐만 아니라 설계 도면과 시공법 그리고 그 집을 사는 건축주의 삶 등이 담겨 있어 힘들이지 않고 친근하게 엿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언젠가 내 집을 짓게 된다면 내 삶을 어떻게 담아내야 좋은 집이 될 수 있을까 하며 마음껏 상상하고 구상해볼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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