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마지막 순간 - 삶의 끝, 당신이 내게 말한 것
브렌던 라일리 지음, 이선혜 옮김 / 시공사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처음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우리에게 친근한 미국 인기 드라마 [ER] 의 배경이 된 책이라는 책 소개 때문이었다. 미국 드라마 [ER]은 무려 15시즌이라는 오랜 기간을 방영했기에 많은 에피소드 중 책의 배경이 되는 에피소드를 직접 찾을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혹시 아는 분 있다면 이 서평에 댓글을 달아주길 바란다. 이 책은 미국 최고의 종합병원인 뉴욕 프레즈버티어리언 병원에서 일주일에 7일을 근무하는 내과의사, 브렌던 라일리가  2010년 겨울의 2주 동안 벌어진 일들을 한 권의 책에 담은 것이다.

 

이 책에는 건강 상태와 기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필요로 하는 것과 원하는 것에 관해 대화를 나눌 단 한 명의 주치의도 없이 이 병원 저 병원을 떠도는 말기암 환자 앳킨스, 호소하는 증세와 실제로 관찰되는 증상이 다른 환자 토스카, 어느 날 갑자기 자살로 생을 마감한 환자 프레드, 섬망 증상에 시달리는 치매 환자 마사 등 그의 환자들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읽다 보니 작가는 고용주나 병원 눈치를 보지 않고 의사로서의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이 시대에 드문 '진짜' 의사로 보인다.

 

그는 지금의 미국 병원들은 비용 효율을 추구하고 있으며, 필요할 때면 언제 어디라도 달려와 주는 의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즉, 환자와 인간 대 인간으로 교류하는 '진짜' 의사를 만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한다. 책 속에서 작가는 환자가 마지막 순간에 왜 그런 증세를 보이고 또 그 원인이 무엇인지 뛰어난 통찰력으로 작은 단서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의사이기 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환자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고 노력하고 있었다.

 

이 책은 이미 의료민영화가 된 미국의 의료 실태를 고발하는 책이기도 하다. 의료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가난한 환자가 주를 이루던 병원에서 20년 동안 일을 한 작가는 필요한 진료를 받지 못하는 탓에 고통받거나 사망하는 사람을 너무나 많이 보았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과잉 진료를 받고 있는 불평등을 몸소 체험했다고 한다. 얼마 전 안재욱이 지주막하출혈 수술비로 5억여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내야 한다는 기사를 접한 나로서는 미국의 의료 실태가 어느 정도인지 예측할 수 있었다. '더 아픈' 환자들은 '더 빨리' 퇴원한다. 포괄 수가제 적용을 받는 병원들은 수익이 전적으로 '환자 처리 수'에 달린 상황이라서 환자들 입원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려 애쓰고 있다고 한다. 이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어머니가 어깨 수술을 하셨다. 수술이 끝나자 3일 후 환자가 많아서 입원환자를 오래 받아둘 수 없다며 동네 병원에 가서 입원하라고 하더라. 어이가 없었다. 이름 꽤 있는 병원이라 찾아가 수술했더니 돈이 되지 않는 입원환자는 병원에 오래 두지 않겠단다. 결국, 어머니는 강제(?)퇴원을 당하고 다른 병원에서 2주 정도 계셔야만 했던 불쾌한 기억이 생각난다.

 

의사인 작가의 시점으로 쓰인 책이라 일반인인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미국의 현 의료 실태를 생생하게 알 수 있는 책이었다. 비록 미국 의사의 이야기지만 이는 곧 우리에게도 다가올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우리에게 아직 '진짜' 의사가 많이 남아있길 바라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