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이야기
이재숙 지음 / 연인(연인M&B)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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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피곤함의 연속이었다. 해도 해도 줄지 않는 업무는 되려 쌓이는 것 같았다. 30~40대 직장인이라면 대부분 나와 처지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이번만큼은 편안하고 내게 휴식이 될만한 책을 읽고 싶어졌다. 그렇게 선택된 책이 이재숙 작가의 첫 수필집 <그들만의 이야기>이고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땐 내 선택이 괜찮은 선택이었구나 라고 생각했다.

 

이 책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특별하지 않지만 소소한 즐거움이 있는 이야기를 묶어 놓은 책이다. 이재숙 작가의 첫 번째 이야기 '어머니와 휴대폰'을 읽고 이 책의 내용이 생각보다 더 만족스러울 거 같다 느낌이 들었다. 선물 받은 휴대폰에 아이처럼 즐거워하시며 자식들이 당신을 이만큼 챙겨준다고 자랑하고 싶은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얼마 전 부모님의 휴대폰을 바꿔드린 기억이 났다. "내 휴대폰만 TV가 나오지 않아. 광섭이 휴대폰은 잘 나오는데 내 것만 안 나와." 친구분의 휴대폰을 부러워하는 아버지를 보고 가장 최신형으로 바꿔드렸다. 그다음부터는 "광섭이건 이제 고물이지…." 하시며 너털웃음을 지으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본 적 있기 때문이다. 사실 부모님은 최신 스마트폰을 사드려도 사용하지 못하실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에 한 번 라인 스티커를 날리시는 부모님의 모습에 진작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 죄송스러웠다.

 

각 에피소드의 배경이 되고 있는 대부도, 제부도, 한드미마을, 모란시장 등은 누가 봐도 특별하지 않은 공간이며 살면서 누구나 한두 번쯤은 다녀왔을 법한 친근한 곳이다. 거기에 기교가 섞이지 않은 담백하고 정갈한 작가의 문장은 그곳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책을 읽다가 '아! 이곳에서 이런 일이 있었는데….' 하며 잠시 잊고지냈던 추억과 마주하는 순간순간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어쩌면 그리워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십 대에 나는 모든 일에 거침이 없었다. 하지만 서른 중반이 되자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고 도전한다는 것이 가끔 무서울 때가 있었다. 그래서 망설이게 되고 결국 포기하기를 여러 번 반복해왔다. 하지만 음식이 맛이 없다는 가족의 타박에 요리 학원에 다니고, 요리 대회에 참가하는 모습부터 젊은 사람도 어려워하는 포토샵, 수영, 다이어트 수업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무언가에 도전하고 하나하나 성취해가는 작가의 모습에 좋은 자극이 되었다. 평범한 수필집이라 생각했는데 예상외의 깨달음이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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