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와 호루라기 바우솔 작은 어린이 8
강원희 지음, 김혜진 그림 / 바우솔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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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

  1983년 초등학교 5학년 때, 우리 집 텔레비전으로 유일하게 볼 수 있었던 채널 KBS에서 가슴을 후비고 드는 노랫말과 함께 방영되었던 생방송 이산가족 찾기를 틈만 나면 보면서 얼마나 많이 울고 웃었는지 모른다. 그 때를 기억해보면 내게 단 한 명의 이산가족이 없다는 사실을 다행으로 생각하면서도 극적으로 만나는 이산가족들의 상봉장면을 보며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 채 텔레비전 속의 사람들과 기쁜 감정을 공유했다. 그 이유는 비단 우리가 같은 역사와 핏줄을 이어받았기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세계 곳곳에서 유혈사태나 전쟁이 끊이지 않고 그로 인해 일가족 모두가 몰살당하거나 헤어져 사는 가슴 아픈 장면을 볼 때마다 여전히 내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흐르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보면 ‘가족’이란 것은 가난하고 힘든 상황에서도 꼭 같이 있어야 한다는 것, 절대 떨어져서 살면 안 된다는 것을 어린 나이에도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기 때문기 때문이리라.

  ‘화가와 호루라기’는 젊고 능력 있는 화가가 갓 결혼해 아내가 아기를 임신한 채로 6.25전쟁을 맞아 이산가족이 되었다가 40여년의 세월이 흐른 뒤 이름만 지어주었던 아들을 만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어려운 시절 아들을 오래 지켜주지 못하고 일찍 세상을 뜨신 어머니의 유품인 사진 한 장과 나비 브로치만을 가지고 험난한 세상에 던져진 소년 한결이가 석간신문을 배달하는 구역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를 만난다. 화가는 구경하는 사람들이 그림을 손으로 만져 때가 탈까봐 늘 호루라기를 불며 그림을 그린다. 한결이는 화가가 그린 그림 중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꼭 빼닮은 그림을 발견하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다시 만난 것 같은 기분에 그림을 훔치고 만다. 훔친 그림에 대해 용서를 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화가는 한결이에게 호루라기를 선물하고 홀연히 사라진다. 그 후 한결이는 어려움 속에서 나쁜 길로 빠져 들 때마다 호루라기를 보며 마음을 고쳐먹고 경찰관이 되는데, 불의의 교통사고로 경찰복을 벗고 서점을 차린다. 어머니의 그림을 계기로 만난 어여쁘고 착한 소녀와 사랑을 하고 결혼해 아들도 낳은 지 한참이 지난 어느 날, 신문에서 그 옛날 자신에게 호루라기를 선물하고 떠난 화가가 프랑스에서 귀국하는 기사를 접하며 아들과 함께 찾아간 자리에서 서로가 부자임을 알아보고 뜨거운 눈물과 함께 포옹을 한다.

  화가의 귀국 후, 한 인터뷰에서 사회자의 말이 가슴을 파고든다. ‘40년 세월은 한 예술가가 예술의 꽃을 피우기에는 짧은 시간이지만 가족을 잃은 한 가장이 견디기에는 긴 세월이었을 줄 압니다.’ 즐거운 일은 하루가 한 시간 같으나 괴로운 일은 한 시간이 하루 같고 한 달 같으며 일 년 같을 것이다. 가족과 헤어진 40년의 세월은 느끼는 사람에 따라 400년의 세월과도 맞먹는 시간인 것이다.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70만 명이 넘는 이산가족이 생존해 있다. 이들의 고통스런 날들을 모두 합한다면 그 슬픔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지금의 어린이들은 이러한 아픔을 모른다. 곧 이 시대를 이끌어 갈 주역인 아이들이 모르는 아픔은 치유대상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씌어진 ‘화가와 호루라기’는 어렵지 않게 이산의 아픔을 같이 느끼고 생각하게 해주는 좋은 책이다. 부디 이 땅의 아이들이 이러한 아픔을 나 몰라라 하지 않고 제 일처럼 느끼며 이산가족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섰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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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아, 평화를 믿어라 - 엄마의 전쟁 일기 33일, Reading Asia
림 하다드 지음, 박민희 옮김 / 아시아네트워크(asia network)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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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에 일곱 살 난 딸아이가 “엄마,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을걸 그랬어.”하고 말했다. 어린아이가 할 소리가 아닌지라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불이 나서 사람이 타 죽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아빠가 집에 없고 혼자 있을 때 집에 불이 나면 아프게 죽을 것 아니냐고. 그러니까 아예 태어나지 않아서 그런 무서운 일을 당하지 않는 게 더 좋지 않느냐고 묻는데, 가슴이 철렁했다. 당장 딸아이에게 엄마아빠도 없이 우리 딸이 집에 혼자 있을 일이 없다, 엄마아빠가 회사에 출근해도 유치원에서 생활할 때는 선생님들이 돌봐주시고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엄마가 올 때까지 할아버지할머니가 돌봐주시니 혼자 있을 일이 없다고 말해주며 안정을 시켰다. 엄마의 마음은 이런 사고로 다치거나 죽을 것을 염려하는 딸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진다. 하물며 생때같은 자식들이 산산조각이 나서 죽고 온 가족이 몰살을 당하며, 몇 시간 전에 눈 마주치고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며 기뻐하고 감사하던 이웃이 죽었다고 한다면 그 고통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아이들아, 평화를 믿어라’는 1975년부터 1990년에 걸쳐 레바논 기독교도와 무슬림이 무력 충돌한 국내 분쟁(레바논 내전)으로 생명에 위협을 받고 10대에 미국으로 이민을 갔던 기자 ‘림 하다드’의 일기다. 조국을 잊지 못하고 부모님과 함께 다시 레바논 베이루트로 돌아와 전쟁기자인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사랑스런 두 자녀를 낳아 행복한 삶을 살던 중, 명목상 헤즈볼라(이스라엘에 대항하는 레바논 최대 무장단체, 정치조직, 사회복지단체)를 겨냥한 이스라엘과의 전쟁에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 레바논과 죽어간 사람들, 고통 받는 사람들의 33일간의 전쟁일기이다. 레바논 내전 당시에는 자신을 지켜 줄 부모님이 계셨지만, 남편이 전쟁의 소용돌이 중 한 가운데를 지켜야 하는 현재는 지켜야 할 두 아이가 있는 엄마의 입장에서 끔찍한 전쟁을 체험한다.

  성경에서부터 시작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은 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UN이 박해당한 유대인의 정착을 위해 검토한 지역 중 최종 후보지의 하나인 팔레스타인을 지목하면서 시작된다. 수천 년 동안 살아온 땅의 절반을 유대인에게 내주라는 UN에 반발한 팔레스타인과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자신들의 땅에 들어선 유대인 사이의 폭력사태가 시작된 것이다. 쫓겨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레바논의 남부에서 난민이 되어 떠돌게 되고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레바논에서도 큰 사회적 문제가 된다. 레바논을 주도하던 마론 카톨릭교도가 레바논 내 무슬림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규합해 세력을 키우자 자체 민병대를 조직해 1975년 4월 15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탄 버스를 공격해 26명을 살해하면서 레바논 내전이 시작되었다. 이 내전으로 인해 ‘중동의 파리’라 불리던 베이루트와 유적지들은 처참하게 무너지는데, 억만장자 사업가 ‘라피크 하리리’에 의해 다시 되살아난다.

 그러나 어렵게 재건된 레바논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군인 2명을 납치하고 8명을 살해하면서 다시금 무너져 내리고 만다. 2006년 7월 13일부터 8월 14일까지 33일간의 전쟁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온몸에 소름이 돋고 머리카락은 곤두서며 머릿속은 하얘지고 가슴은 먹먹해지며 눈시울이 붉어진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아닌 민간인을 살해했다. 젖먹이 아기부터 노인들, 외국인들에게 가차 없이 폭탄을 터뜨려 죽인다. 피난민과 부상자를 구하려는 평화유지군도 손쓰지 못하게 만들었다. 사회기반 시설은 거의 무너졌고, 우유공장마저 폭파했다. 당장 어린 자식들에게 먹을 것을 주지 못하는 ‘림’의 타들어가는 마음은 아이를 가진 부모(림의 첫째 아이 야스민은 내 딸과 불과 20여일의 차이가 나는 동갑내기다.)라면 누구라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무차별 공격 금지에 관한 국제적 인도주의 법률을 위반하고 집속탄(한 개의 어미 폭탄이 폭발하면 함께 탑재된 수많은 작은 폭탄이 사방으로 흩어져 연쇄 폭발한다. 살상 반경이 넓고 대상도 무차별적이다.)을 민간 지역 근처에서 사용했다. 레바논 총리가 수없이 정전을 위해 국제사회가 나서줄 것을 눈물로 호소해도 UN 안전보장이사회는 거부했다. 미국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는 이스라엘에게 레바논을 공격할 때 ‘극도의 자제력’을 발휘하라고 말할 뿐이다. 죽음을 무릅쓰고 피난길에 나선 ‘림 하다드’에게 ‘복수’라는 낯선 감정이 속에 용솟음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 직접 당하지 않고 책으로만 접해도 이런데, 속절없이 죽임을 당하기만 하는 사람들은 오죽하랴.

  33일간 계속 되었던 이스라엘 공격으로 1,000여명의 레바논 사람들이 죽었고 그 중 3분의 1이 어린이고 4,000여명이 부상당했으며 97만 명이 이재민이 됐다. 레바논 인구의 25%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리고 나머지 75%의 인구도 정신적 충격에서 안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공항, 항구, 전력시설 등을 비롯한 31개의 주요 기반시설이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파괴되었고 다리 80개, 도로 94개도 파괴되었다. 25개의 주유소와 900개가 넘는 사업장이 파괴됐다. 국제사면위원회는 이스라엘이 33일간 공군이 7,000번이 넘는 공습을 했고 해군이 2,500번 폭격, 집속탄 400만 발을 발사했다고 결론지었다. 산업 분야의 3분의 2가 파괴되었고 발전소를 폭격해 누출된 기름은 170킬로미터에 이르는 해안선에 퍼져있어 환경재앙을 초래했다. 전쟁이 끝난 후 ‘림 하다드’가 남편과 함께 둘러본 현장은 지옥이 따로 없었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 이웃을 잃은 사람들, 터전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게 의무라 생각했다던 서문의 말이 백 번, 천 번, 만 번 이해되고 공감된다.

  왜 그랬을까?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그 땅에서 살 자격이 있는 것처럼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도 같은 자격이 있다는 것을 왜 인정하지 않을까? 그리고 세계는 이스라엘이 저지른 만행을 어째서 보고만 있었을까? 이렇게 복수는 복수를 낳고, 그 복수는 또 복수를 낳고, 죽고 죽이는 일을 언제까지 할 생각일까? 나 역시 기독교도지만 이 책을 보는 순간 침묵하신 하나님이 정말 이해되지 않는다. 하나님의 선택된 백성들이 저지른 만행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러나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또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 하더라도 나는 ‘림 하다드’와 같은 소망을 갖는다. 세상은 분명 평화를 원하고 아랍인과 유대인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싶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고 웃을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임을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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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베포포와 마법의 동전
구메 준이치 지음, 김난주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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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을 말하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이나 믿음, 배려와 같은 정신적인 가치들과 함께 꼭 ‘돈’을 말한다.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돈이 없는 인생은 불행하다(현자들은 ‘불편하다’라고 표현한다)고들 말한다. 돈이 절대적인 가치가 될 수 없고 돈 때문에 불행한 인생을 사는 것 보다 너무 부족하지만 않으면 된다고 말들 하지만, 그건 스스로 이성적인 사람들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의 아주 이상적인 말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소유의 개념과 함께 등장한 돈은 아무리 채워도 만족할 수 있을 만큼 채워지지 않고 이로 인한 불행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라베포포와 마법의 동전’은 어떻게 돈이 탄생했으며,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돈이 사람을 어떻게 황폐화 시키는지, 욕심과 불신, 증오와 폭력을 낳는 돈이 아닌 새로운 개념의 유통에 대해 주인공 소년 윌버의 신비로운 여행과 함께 들려주고 있다.

  열세 살 소년 윌버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자애로운 어머니와 성실한 아버지 그리고 누나들과 행복한 날을 보내던 어느 날, 분노한 무리들이 던진 돌에 어머니를 잃고 만다. 그 이유가 무리한 사업의 확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금전적인 피해를 보게 만든 아버지 때문임을 알게 되었어도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은 윌버는 문명사회가 잃어버린 지혜를 여전히 지닌 전설적인 인물이 살고 있다는 로키 산맥의 아메리카 원주민 보호구역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현자 니데바노(과거와 미래를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는 자)를 만나 ‘돈이 왜 사람을 불행하게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니데바노는 ‘인간의 불행은 상상력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앞날을 예측하고 다양한 경우를 상상하지만, 타인의 일에는  좀처럼 상상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임을 지적한다. 즉 인간은 보통 자신의 사정만 생각하고 다른 것은 어떻게 되든 개의치 않기 때문에 자신의 상황을 철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쉬 득을 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돈이 처음에는 생활필수품에서 조개껍데기나 동물의 뼈와 같은 귀중품으로, 동과 철, 그리고 지폐로 옮겨가는 과정과 돈의 한계를 깨닫고 그것을 지켜주는 무리와 그 대가로 이자를 받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과정들을 설명해 준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부와 권력이 집중되고 힘을 소유하게 되는데, 그 힘을 정당하게 사용한다면 가장 효율적일 테지만, 돈을 가진 자가 마음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목숨을 희생시키고 전쟁도 불사한다. 본래 태양과 달과 지구의 선물에 감사해 하던 한 종류의 인간이 돈 때문에 세 종류의 인간으로 나뉜다. 필요한 최소한의 돈으로 살아가려는 ‘사랑하는 사람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갖고 싶어 하는 ‘꿈꾸는 사람들’, 돈 자체를 목적으로 사는 ‘욕심 많은 사람들’이다. 윌버는 자신의 아버지가 쉴 줄 모르고 앞으로만 전진하며 조그만 행복에 만족하지 못했던 ‘꿈꾸는 사람들’에 속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니데바노가 가르쳐 준 세 가지 종류의 유형은 정확하게 갈리는 것이 아니라 보통 한 인간 속에 두루 섞여 있다. 순수와 욕심의 중간인 회색 지대에 있는 사람들은 신의 마음과 악마의 마음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밤 하늘을 보며 니데바노는 신비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옛날 마나라쿠 족 사회에서 돈 때문에 점점 불행해지자, 세 종류의 사람들 가운데 사랑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땅을 찾아 떠나 비옥한 땅에 도착한다. 그곳을 ‘사라베포포(성스러운 땅)’라 이름 짓고 기도와 감사의 마음으로 살아가는데 우연히 이곳을 지나던 외지인에 의해 또다시 화폐가 지닌 위력에 휘둘리게 된다. 그 대안으로 새로운 개념의 목제 동전 ‘유라’를 만들게 되는데, 이 동전으로 자신이 줄 수 있는 것이나 해줄 수 있는 일, 상대에게 받고 싶은 것이나 해주었으면 하는 일이 있을 때 값을 지불할 수 있다. 유형의 물건에서 무형의 도움까지 모두 대상이 되고 자진해서 무언가를 제공하고 타인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했기에 누가 얼마나 더 많은가가 아니라 얼마나 의미 있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했다. 이 ‘유라’마저도 사용이 금해지는 상황에 처해지자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돈’을 만들었고 이로 인해 마술의 힘으로 물건을 끌어들이는 수상한 사람들이라는 오해를 사게 되어 사라베포포에서 쫓겨나게 되었어도 그들은 불행하지 않았다. 유라이프라는 신비한 열매나 보이지 않는 돈마저도 필요 없게 된 성숙한 정신을 지닌 강한 사람들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난 윌버는 ‘돈 자체는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니고, 문제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이 중요하기 때문에 돈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지, 또는 불행하게 하는지에 대한 질문 자체가 무의미함을 느낀다.

  니데바노는 깨달음을 얻은 윌버에게 새로운 세상에서 모범적인 인간과 사회구조를 배울 수 있도록 ‘이리포스’라는 지구에서 5백 광년이나 떨어진 별을 여행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리포스’는 한 사람의 내부가 완전한 균형을 이루어 성의 구별이 없고 인구 17만 5천명의 사고가 모두 하나로 이어져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아는 신비한 곳이다. ‘부분으로 살 수 없다’고 하는 ‘이리포스’의 사람들은 거래에 있어서 각자의 내면에 있는 정보 즉, 내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나는 무엇을 줄 수 있는가를 서로 교환하며 수요와 공급을 끼워 맞추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물건에는 값이 없는데 내주는 것의 가치가 아닌 상대가 그것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에 따라 값을 정하게 되어 있다. ‘이리포스’에서는 돈의 많고 적음으로 행복을 결정짓지 않고 자신의 진실에 따라 보다 아름답고 즐겁게 사는 곳이다. 이곳에서 윌버는 상념의 에너지 박물관을 방문해 넘쳐 나는 돈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 몰라 고뇌하는 사람, 평생을 바쳐 모은 거액을 사용할 길을 찾지 못한 채 죽어간 사람, 오직 돈을 위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희생하고 쫒기듯 일만 하며 살다가 병에 걸려 죽은 사람 등의 상념의 에너지를 보게 된다. 이러한 에너지는 진실에 직면하면서 정화되어 ‘미래의 사명’을 발견하고 세상 사람들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평화로운 대지에서 논밭을 일구는 모습으로, 사제를 털어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하는 모습으로 바뀐다. 마지막으로 회갈색의 가스에 뒤덮인 지구의 영상을 보며 지구 사람들의 상념의 에너지를 평화롭고 조화롭게 만들기 위해 명상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환상 같은 우주로의 여행은 윌버에게 평온을 주었고 여행 내내 들도 다녔던 엄마를 죽게 만든 ‘원한의 돌’을 버림으로써 더 홀가분해지게 된다.

  돈 자체가 행복과 불행을 결정짓는 게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결정한다는 상식적인 깨달음 말고도 윌버의 마음속 여행은 보여 지는 모든 것은 과거에 비해 넘쳐나지만 상대적 빈곤감이 커진 이 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렸거나 잊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 준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렵다. 눈에 보이지 않는 동전은 거리감이 꽤 느껴지고 거래를 통해서 마음속 움직임을 배운다는 것은 어려우나, 조화를 잃은 파동은 좀 알 것 같다. 60억이 넘는 지구인들이 자신을 위한 상상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한 상상을 더 자주, 더 많이 한다면 섬세하고 아름다운 파동으로 바뀔 수 있을 텐데, 이런 꿈을 꾸는 건 너무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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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으로 읽는 세종대왕실록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4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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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나는 5000년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것이 불행하다. 이 오랜 시간의 역사를 공부하려고 하면 머리에 쥐가 날 것 같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 태어났더라면 적어도 역사공부 하는데 있어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아마도 입시를 앞두고 학업에 부담을 느끼는 학생의 말인 것 같아 안쓰럽기도 하고 웃음이 나기도 했는데, 나 역시도 너무나 복잡한 우리나라 역사를 대할 때마다 겁부터 나고 질려하기 때문이다. ‘세종대왕실록’의 저자 박영규 선생님은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아서 우리 역사를 바로 알지 못하고 가까이 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이들을 위해서 한 권으로 읽는 역사 시리즈(조선왕조실록, 고려왕조실록, 고구려왕조실록, 백제왕조실록, 신라왕조실록 등)를 계속해서 집필하고 알리고자 하신 게 아닐까 싶다. 책 한권을 읽고 세상을 다 아는 듯한 착각에 빠진 사람들이 가장 무서운 사람들이라고 하는데, 그 한 권의 책이 진실 혹은 진실에 가장 가까운 이야기를 담거나 진실을 찾아 어렵고 힘든 과정을 그렸다고 한다면 그리 큰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본다.

  ‘세종대왕실록’은 조선의 역사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세종의 시대를 기록한 책이다. 누구든지 가장 위대한 역대 임금을 뽑으라고 하면 주저 없이 세종대왕을 꼽는데, 정작 세종대왕의 진면목에 대해 말해주는 책이 없음을 의아하게 생각한 저자는 ‘목이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직접 세종에 관한 책을 쓰게 되면서 왜 세종대왕에 대한 책이 없었는지를 알게 된다. 그것은 세종에 대해 알고자 하는 마음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알리고 싶지 않아서도 아닌 세종에 관한 사료가 너무 많아 세종을 연구하는 자들에게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기에 섣불리 나서서  명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책을 내지 못했던 것이다. 이 엄청난 일을 해내신 저자 박영규 선생님께 감사하며 책을 읽었다.

  1부에서는 태종의 셋째 아들로 태어나 그 누구도 권력의 중심에 설 수 있을 것이라 생각지 않았던 충녕이 왕위를 계승하는 과정과 즉위 후 여러 방면으로 모범적인 왕의 면모를 과시한 세종대왕의 업적과 생애를 그려내고 있다. 왕 스스로 게을리 행동하지 않고 늘 배우고 익히는 것을 생활화하고 백성 앞에서는 자애로운 왕으로, 대의 앞에서는 타협을 불허하고 실리에 입각한 외교와 실용주의에 입각한 인재의 등용이 기적 같은 업적들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임을 알려 준다. 거기에 위대하다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훈민정음의 창제에 얽힌 세종대왕의 고뇌와 열정, 노력이 잘 드러나 있다. 또한 세종을 잘 이해 할 수 있도록 가족과 친인척에 대해서도 기술되어 있다.

  2부에서는 세종대왕의 재위 기간(31년 6개월)의 역사적 사실을 세종 사후 김종서, 황보인, 정인지의 감수와 허후, 김조, 정창손 등 6명에 의해 편찬된 ‘세종실록(세종장헌대왕실록)’을  연도 별로 요약해 놓았다. 정치와 경제, 사회제도, 예와 악을 비롯한 여러 방면에 이르러 발전하고 정착(안정)하는 과정들이 세세히 기록되어 있다. 나라의 굵직한 사안들 말고도 세종의 종기와 눈병 같은 개인사, 세종의 가족사, 한성의 큰 화재나 원금을 넘는 이자를 받는 것을 금하고 관비의 출산 휴가와 같은 사회적 이슈가 될 만한 일들에 대한 기록 등 조선시대 전기의 사회와 문화에 대해 쉽게 접근하고 알 수 있도록 했다.

  3부에서는 세종시대의 인재들에 대해서 기록하고 있다. 조정안에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황희정승, 소를 타고 피리를 불던 것으로 유명한 맹사성, 유학을 삶의 가치관으로 여기던 시대에 스스로 본이 되었으며, 정승의 벼슬에 올라서도 초가집 한 칸과 베옷, 짚신을 신고 비가 오면 집 안에서 우산을 쓰고 비를 피했다는 청빈의 대명사 류관을 소개한다. 영토개척과 국방의 주역으로는 대마도 정벌의 이종무, 야인을 토벌하고 변방을 안정시킨 최윤덕과 김종서, 세종의 학문적 스승들로 인재집합소 집현전과 변계량, 충녕과 효령의 스승 이수, 술로 아까운 생을 마감한 천재 윤회, 정인지를 소개하고 있다. 눈부신 과학의 발전의 주역인 정초, 이순지, 장영실과 음악의 거장 박연까지 세종시대를 더욱 빛나게 해 준 주역들을 소개한다.

  사람들은 아는 것만큼만 보고 사랑한다. 세상에 무수히 존재하는 가치 있는 것들도 그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보며, 느끼는 사람들만이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다. 우리에게 남겨진 것이라고 해서 숨을 쉬듯 당연히 받아들이던 모든 것들이 결국 우리 조상들의 피와 땀이었던 것을 알게 된다면 더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며 자랑스럽게 생각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글 하나만 보더라도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하기까지 겪었던 수많은 난관을 미리 알고 있었더라면 아무생각 없이 난도질당하는 우리글을 지키는데, 적어도 한 사람의 힘은 실어줄 수 있을 것이다.

  ‘역사 대중화’의 사명을 띠고 역사를 전하고자 노력하는 박영규 선생님 같이 우리의 뿌리를 직접 파헤칠 수는 없더라도 오랜 세월 존재하며 우리의 자긍심을 높여 주고 후대에게 물려 줘야 하는 것들을 파괴하지 않고 잘 보존하는 것만이라도 잘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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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만화 - 그림쟁이 박재동이 사랑한, 세상의 모든 것들
박재동 글.그림 / 열림원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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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여 년 가까이 정기구독을 하고 있는 ‘좋은생각’의 표지 뒷면을 보면 늘 따뜻한 그림 세상을 만날 수 있다. 판화가로 유명한 이철수님의 정겨운 판화와 함께 몇 마디 안 되는데도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는 그림에 붙인 글들을 볼 때마다 ‘참 대단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생태화가 이태수님의 정밀화와 붙인 글도 마찬가지다. 그 뿐인가? 단 한 컷으로 우리나라와 세계 곳곳에서 이슈가 되는 문제를 명쾌하게 표현해주는 신문의 시사만화를 보면 내 나름대로 이름붙인 ‘압축의 미학’에 감탄할 때가 많다.

  책을 펼치면 앞뒤로 책을 소개하는 글이나 의도가 많이 나와서 지루해질 때가 있는데, 박재동 선생님의 ‘인생만화’는 짧은 양력을 제외하고는 너무도 깔끔하게 본론으로 들어간다. 한겨레신문 창간호부터 8년에 걸쳐 한 컷짜리 만평을 연재하셨다고 하는데, ‘인생만화’에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가 아닌 나와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출근길 하루도 빠짐없이 휴지를 줍는 할머니를 보며 휴지가 아닌 세월을 쌓는 것이라 생각되는 건 박재동 선생님처럼 내게도 쌓아서 아름답게 완성될 그 무언가를 소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동네만 해도 휴지를 모으고 다니시는 할머니들을 열 명 넘게 안다. 정말 생활이 궁핍해서 다니시는 분들도 있지만,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시간을 때우려 일을 시작하신 분도 있다. 그러고 보면 휴지를 줍는 것은 세월을 쌓기도 하고 버리게도 만드는 것이구나. 정년퇴직을 한 달 앞두고 몸이 아파 회사를 그만 두신 친정엄마가 자식들에게 용돈 받아쓰는 게 미안하다며 몇 달 전부터 빌딩 청소를 다니시는데, 갑자기 신문 보던 것 버리지 말고 모아달라는 말씀을 하셨다. 이유를 물으니 ‘빌딩 청소하면서 나오는 폐지를 모아 팔았더니 돈이 조금 되더라. 이제는 종이 한 장도 모두 돈으로 보인다.’고 하신다. ‘죽으면 썩어질 몸 아껴서 무엇 하냐?’면서 늘 쉬지 않고 일하시는 부모님에게서 어렵게 사는 자식들에게 행여나 부담주지 않을까 하는 속내가 빤히 비쳐지기에 폐지 모으는 엄마의 모습은 내 마음을 아릿하게 만든다.

  오십도 안 되어 하얘진 머리카락 때문에 꼬마들에게 할아버지 소리를 듣는 서글픔은 피곤한 날 예민하게 빈자리를 찾으며 흰머리를 방패로 노약자석에 앉을 때에는 슬그머니 사라진다. 왜 안 그럴까? 나도 임신했을 때 버스에 오르면 ‘누가 자리 좀 양보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나온 배를 한껏 더 내민 경험이 있기에 백번 이해하고도 남는다. 하하하.

  ‘아들이 열여섯 살이 되면 친구로 대하라’는 인도 성현의 말처럼 아들을 친구로 대하려는 박재동 선생님의 노력의 결과(?)로 컵라면 용기에 수북이 쌓아놓은 담배꽁초더미를 ‘바벨탑’이라 부르며 내 보기엔 억지인 것 같지만 ‘감각이 있다’라고 표현하는 대목에선 어이없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세상 그 어떤 부모가 자식 앞에서 객관적일 수 있을까? 절대,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모를까.

  진달래가 피면 진달래를 그려야 하고, 개나리가 피면 개나리를 그려야 하고, 목련이 피면 목련을 그려야 하는데, 또 매화가 피었다. 그림 그리는 게 업인 박재동 선생님은 참 복이 많은 분이구나. 그려야할 소재를 고민하지 않아도 철마다 '날 그려주세요‘하고 벙긋벙긋 웃는 꽃들이 있으니 그 기쁨을 ’내가 천년을 살아야 하는 이유‘에 담아 놓으셨다.

  도심 속의 너구리도, 매미도, 터진 감과 단풍도 난지도 같은 방마저도 모두 그림의 소재가 되고 생각의 물꼬가 트이게 하는 것은 아마도 박재동 선생님만이 가지고 계신 ‘눈’일 것이다. 그 이전에 누구에게나 똑같이 보이는 것을 다르게 받아들이고 채색할 수 있는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비 온 뒤에 짙은 색으로 변하는 나무 등걸이나 깨알같이 작고 예쁜 꽃을 보고 감동할 수 있는 준비된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생만화’는 내내 손에 들고 시간과 정성을 들여 보아야 하는 책이 아니다. 손닿기 쉬운 곳에 두고 생각 날 때마다 아무 곳이나 펼쳐 놓고 읽을 수 있는 편안함과 잠시라도 사색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준다. 그래서 더 좋은 ‘인생만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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