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와 호루라기 바우솔 작은 어린이 8
강원희 지음, 김혜진 그림 / 바우솔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

  1983년 초등학교 5학년 때, 우리 집 텔레비전으로 유일하게 볼 수 있었던 채널 KBS에서 가슴을 후비고 드는 노랫말과 함께 방영되었던 생방송 이산가족 찾기를 틈만 나면 보면서 얼마나 많이 울고 웃었는지 모른다. 그 때를 기억해보면 내게 단 한 명의 이산가족이 없다는 사실을 다행으로 생각하면서도 극적으로 만나는 이산가족들의 상봉장면을 보며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 채 텔레비전 속의 사람들과 기쁜 감정을 공유했다. 그 이유는 비단 우리가 같은 역사와 핏줄을 이어받았기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세계 곳곳에서 유혈사태나 전쟁이 끊이지 않고 그로 인해 일가족 모두가 몰살당하거나 헤어져 사는 가슴 아픈 장면을 볼 때마다 여전히 내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흐르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보면 ‘가족’이란 것은 가난하고 힘든 상황에서도 꼭 같이 있어야 한다는 것, 절대 떨어져서 살면 안 된다는 것을 어린 나이에도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기 때문기 때문이리라.

  ‘화가와 호루라기’는 젊고 능력 있는 화가가 갓 결혼해 아내가 아기를 임신한 채로 6.25전쟁을 맞아 이산가족이 되었다가 40여년의 세월이 흐른 뒤 이름만 지어주었던 아들을 만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어려운 시절 아들을 오래 지켜주지 못하고 일찍 세상을 뜨신 어머니의 유품인 사진 한 장과 나비 브로치만을 가지고 험난한 세상에 던져진 소년 한결이가 석간신문을 배달하는 구역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를 만난다. 화가는 구경하는 사람들이 그림을 손으로 만져 때가 탈까봐 늘 호루라기를 불며 그림을 그린다. 한결이는 화가가 그린 그림 중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꼭 빼닮은 그림을 발견하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다시 만난 것 같은 기분에 그림을 훔치고 만다. 훔친 그림에 대해 용서를 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화가는 한결이에게 호루라기를 선물하고 홀연히 사라진다. 그 후 한결이는 어려움 속에서 나쁜 길로 빠져 들 때마다 호루라기를 보며 마음을 고쳐먹고 경찰관이 되는데, 불의의 교통사고로 경찰복을 벗고 서점을 차린다. 어머니의 그림을 계기로 만난 어여쁘고 착한 소녀와 사랑을 하고 결혼해 아들도 낳은 지 한참이 지난 어느 날, 신문에서 그 옛날 자신에게 호루라기를 선물하고 떠난 화가가 프랑스에서 귀국하는 기사를 접하며 아들과 함께 찾아간 자리에서 서로가 부자임을 알아보고 뜨거운 눈물과 함께 포옹을 한다.

  화가의 귀국 후, 한 인터뷰에서 사회자의 말이 가슴을 파고든다. ‘40년 세월은 한 예술가가 예술의 꽃을 피우기에는 짧은 시간이지만 가족을 잃은 한 가장이 견디기에는 긴 세월이었을 줄 압니다.’ 즐거운 일은 하루가 한 시간 같으나 괴로운 일은 한 시간이 하루 같고 한 달 같으며 일 년 같을 것이다. 가족과 헤어진 40년의 세월은 느끼는 사람에 따라 400년의 세월과도 맞먹는 시간인 것이다.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70만 명이 넘는 이산가족이 생존해 있다. 이들의 고통스런 날들을 모두 합한다면 그 슬픔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지금의 어린이들은 이러한 아픔을 모른다. 곧 이 시대를 이끌어 갈 주역인 아이들이 모르는 아픔은 치유대상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씌어진 ‘화가와 호루라기’는 어렵지 않게 이산의 아픔을 같이 느끼고 생각하게 해주는 좋은 책이다. 부디 이 땅의 아이들이 이러한 아픔을 나 몰라라 하지 않고 제 일처럼 느끼며 이산가족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섰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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