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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온 전화 바우솔 작은 어린이 9
홍종의 지음, 심상정 그림 / 바우솔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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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름만 들어도 저절로 신이 날 것 같은 난다, 신난다. 하지만, 난다는 전혀 신이 나지 않습니다. 오늘도 지시와 훈계 일색인 엄마의 전화에 답답하고 화가 난 난다. 엄마아빠가 이혼하고 일 년이나 지났는데, 보고 싶고 안기고 싶은 엄마는 없고 늘 휴대전화로 하루의 일정을 챙겨주는 엄마가 야속하기만 합니다. 학원을 오갈 때마다 엄마 휴대전화 메시지로 난다의 출입이 체크되기 때문에 꼼짝달싹 못하고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 숨통이 탁 트일 일이 생겼습니다. 엄마가 숲에 가셨다 휴대폰을 잃어버리고 오셨거든요. 그래도 엄마는 공중전화로 난다의 스케쥴을 지시하시는데, 잃어버린 휴대폰의 메시지를 확인할 길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다는 일상을 탈출합니다. 그래봤자 무작정 걸어 다니며 전시된 옷이나 거리에서 파는 인형들을 구경하고 작은 공원을 산책했을 뿐이지만요.

  부르르르르. 부르르르르.

  난다의 허벅지가 휴대폰 진동으로 떨렸습니다. 발신자 번호를 보니 엄마의 휴대폰입니다. 깜짝 놀란 난다가 내키지 않은 손길로 전화를 받았을 때, 목소리의 주인공은 엄마가 아닌 아기 뱀 꽃분이와 청설모 바람돌이입니다.

“난 아기 꽃뱀이야. 목에 패랭이꽃처럼 예쁜 꽃목걸이를 걸고 있지. 비늘은 햇빛을 받으면 초록빛이 나. 몸은 또 얼마나 날씬한데.”

  정말 믿기지 않지만, 난다는 아기 꽃뱀과 통화를 했습니다. 낮에 걸려온 전화에서는 난다의 의심으로 인해 성질 급한 청설모가 전화를 끊고 말았지만, 늦은 저녁 공원에서 난다가 무섭고 쓸쓸한 마음을 가득 안은 채 건 전화에서는 아기 꽃뱀에게서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아기 꽃뱀에게 엄마가 꼭 필요할거라 생각한 난다의 생각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며 자연을 벗 삼아 혼자 씩씩하게 살아가는 아기 꽃뱀의 이야기를 들으니, 여태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신을 돌봐주지 않는 엄마아빠를 원망만 해왔던 모습이 부끄러워지고 앞으로는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럼. 난 혼자서도 잘해. 나무와 풀, 하늘과 바람, 그리고 별과 달이 내 엄마야.”라고 말한 아기 꽃뱀의 말처럼..

  사람들의 생활을 더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물건 때문에 오히려 인간적인 면이 사라지면서 쓸쓸한 경우가 많이 생겼습니다. 전화도 그 중 하나지요. 옛날 같으면 그리운 사람이 있을 땐 달려가 얼굴을 보고 왔을 텐데, 지금은 전화기의 숫자 버튼만 누르면 쉽게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만남의 횟수가 줄게 됩니다. 또 얼굴이 보이지 않기에 때론 전화기 저편에 있는 사람의 감정을 알아채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만약, 휴대전화가 없었더라면 난다의 엄마아빠가 이혼을 하셨더라도 난다를 보러 더 자주 오시고 더 많이 안아주며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을 테지요.

  「숲에서 온 전화」는 엄마가 잃어버린 휴대전화로 인해 동물들과 이야기 나누고, 그 속에서 용기를 얻는 소녀, 난다의 이야기입니다. 엄마의 공백과 늘 바쁘기만 한 아빠에게만 의지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행복한 생활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마음을 이끌어주는 이야기는 동화이기에 가능한 설정에서 맑은 수채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며 씩씩한 난다의 앞날을 그려볼 수 있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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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와 심술궂은 왕비 - 명작 그 뒷이야기 2
토니 브래드먼 지음, 안민희 옮김, 사라 워버턴 그림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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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조에 물을 받아 본격적인 목욕에 들어가기 전에 물놀이를 하던 딸아이가 갑자기 천정을 보고 다급하게 외치는 말, “엄마, 거미!” 겁 많은 딸아이를 생각해서 얼른 잡아야 하는데, 이게 좀 커서 저도 손을 대기가 겁이 나더군요. 그래서 잠시 망설이고 있는데, “엄마, 샬롯이야!” 하고 말합니다. 이게 무슨 소리야? 하고 생각해보니, 요즘 끌어안고 사는 「샬롯의 거미줄」의 영향이었습니다. 이럴 땐, 엄마가 장단을 잘 맞춰줘야 하잖아요. “이야! 그럼 샬롯이 무슨 글씨를 쓰나 한 번 볼까? 대단한 가온? 눈부신 가온?” “겸허한 가온!”

  책을 읽고 나면 늘 수동적으로 책에 쓰여 진 글들을 이해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었던 나와는 달리 이제 일곱 살 난 딸아이는 책을 읽고 난 후 생각하는 게 사뭇 깊이도 있고 다양한 각도로 바라보는 모습을 보여줘서 신선함과 함께 부러움을 느낍니다. 아마도 다독을 하고 책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이 거의 전무했던 제가 자란 세대와 아이가 자라는 요즘 세대의 차이가 사고의 차이를 만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옛이야기를 읽든, 명작동화를 읽든 주인공의 불행에 가슴 아파하고 마음 졸이다가 해피엔딩에 대해 내 일처럼 기뻐할 줄만 알았지 그 후에 어떻게 되었을까를 상상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상상조차 못 할 일입니다. 그런데,「신데렐라와 심술궂은 왕비」는 내 빈곤한 상상력을 여지없이 건드려주며 유쾌한 상상의 나래를 펴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재투성이 신데렐라가 계모와 언니들에게 모진 구박을 받다가 마법의 도움으로 왕궁의 잔치에 참여하고, 신데렐라의 미모에 반한 왕자는 신데렐라가 떨어뜨리고 간 유리 구두 한 짝을 들고 전국을 누비며 그 주인공을 찾아 드디어 행복한 결혼에 이릅니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명작동화 「신데렐라」의 전반적인 내용과 해피엔딩입니다. 하지만 보통의 부모들이라도 자신의 아들에게 예쁘고 총명하며 집안까지 좋은 배우자를 선택하기 바라는데, 하물며 일국의 왕자가 결혼할 때 왕과 왕비의 바람은 오죽했을까요.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는 이웃나라의 참한 공주를 왕자의 배우자로 점찍고 있었을 부모님에겐 왕자의 신데렐라를 향한 사랑은 배신감을 불러 일으켰을 것입니다. 이렇게 단순히 해피엔딩을 그려내기에는 조금만 생각해 봐도 문제점이 다분합니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고 그나마 시아버지는 사랑스런 신데렐라에게 다정하지만, 왕비인 시어머니는 다릅니다. 늘 예쁘장한 얼굴 말고는 볼 것이 없다고 무시하고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말만 일삼는 시어머니에게 신데렐라는 자신도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로 결심하고 취직을 합니다. 하지만 첫 직장에선 신데렐라의 재능을 필요로 했던 것이 아니라 명성만을 원했기 때문에 실망하고 맙니다. 위기는 기회라고, 이참에 자신이 진정 자신 있게 할 수 있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한 신데렐라는 ‘그것’을 찾게 되죠. 바로 아름답게 꾸밀 수 있는 재능 말이죠. 신데렐라는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며 그 재능을 인정받게 되었고, 시어머니인 왕비까지도 자신을 맡기게 해 10년은 젊어보이게 만드는데 성공하며 간절히 소원하던 사랑을 얻게 됩니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장점 하나로 살아가기엔 이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노력하지 않고 얻어지는 것은 햇살과 공기뿐일 것입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우울증에 걸리기 딱 십상이었던 신데렐라는 자신에게 온 행운을 잠시 머물다 가게 하지 않고 오랫동안 생각하고 노력해서 행복을 자신의 손으로 빚었습니다.

  짧지만 만화 같은 삽화와 재미있고 신선한 「신데렐라와 심술궂은 왕비」, 아이와 함께 엉뚱하고 재미난 뒷이야기 꾸미기를 같이 해봐야겠습니다. 앞으로 책을 읽고 나면 늘 그 뒷이야기를 상상할 제 모습을 상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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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최고의 식사! 샘터어린이문고 11
신디위 마고나 지음, 이해인 옮김, 패디 보우마 그림 / 샘터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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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고픔은 사람을 너무 빨리 어른으로 만듭니다. 무엇을 입을까, 어떻게 하면 엄마아빠에게 용돈을 한 푼이라도 더 받을 수 있을까, 친구와 어떤 재미난 일을 해볼까 등등.. 어린아이나 청소년다운 고민을 하는 게 정상이지만, 가난은 오늘 하루의 배고픔을 어떻게 견딜까 고민하고 병원에 가지 못해 빨리 낫지 않는 가족을 걱정합니다. 가장 근본적인 욕구가 해결되지 못하면 아이들은 갑자기 엇나가거나 반대로 너무 빨리 성숙해져 버립니다.

  ‘우리 가족 최고의 식사!’ 맑은 수채화로 그려진 표지에 다섯 아이들. 버너 위에 올려 진 작은 냄비의 뚜껑을 활짝 열지 못하고 주걱을 젓고 있는 큰 아이 주변에서 네 명의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춤을 추며 하얀 이를 드러내며 밝게 웃고 있는 모습은 곧 있을 식사시간을 매우 기대하는 모습입니다.

  집안에 먹을 것이 모두 떨어진 상태에서 큰 딸 시즈위에게 어린 동생 넷을 맡기고 할아버지의 병간호를 떠나신 엄마의 안쓰러운 마음은, 이미 성장해 엄마의 마음으로 동생들을 보살피는 시즈위의 행동으로 대변됩니다. 배가 고파 기운이 없어 쓰러진 동생들의 모습을 보며 시즈위는 퍼포먼스를 준비합니다. 냄비에 물을 붓고 끓이면서 아이들에게 식사를 하고 나면 바로 잘 수 있게 씻고 오라고 말합니다. 먹을 수 있다는 희망에 아이들이 모두 씻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후 다시 버너 주위로 모여 들지만, 가장 어린 동생부터 차례차례 잠이 들고 맙니다. 아이들 모두 행복한 식사에 대한 꿈을 꾸겠지요?

  시즈위는 물만 가득한 냄비를 데우던 버너를 끄고 기도합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희망의 선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것은 최고의 식사였습니다. 고맙습니다. 하지만 아버지, 내일은 다른 걸 보내 주시면 안 될까요? 제발? 그렇게 해주시리라 믿고 미리 감사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날 아침 이웃에 사는 엄마의 절친한 친구 마날라 아줌마가 휴가를 가셨다가 돌아오시면서 시즈위 가족에서 커다란 선물을 해주십니다. 커다란 바구니와 네 개의 비닐봉지에 가득한 음식들입니다. 미리 믿고 감사드린 시즈위의 기도가 현실이 된 것입니다. 이제는 진짜로 동생들을 위한 맛있는 아침식사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배고픔에 힘이 없어 쉽게 일어나지 못한 동생들은 맛있는 냄새에 끌려 굶주린 독수리처럼 음식 위를 덮치듯 하며 식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시즈위는 그런 동생들을 꾸짖지 않습니다. 먹고 싶은 만큼 원하는 방법으로 먹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음식을 먹던 막내 동생들 쌍둥이가, “언니, 이건 정말로 최고의 식사야!”라고 말했을 때 시즈위는 목을 치밀고 오르는 감정에 말을 잇지 못합니다. 그리곤 생각하죠. ‘너희들에겐 지금의 이 식사가 가장 멋지겠지만, 내겐 지난밤의 식사야말로 최고의 식사였어.’

  세월이 흘러 동생들이 모두 자라 결혼하고 아이들을 키우게 되었을 때, 시즈위는 동생들에게 ‘희망의 식사’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고, 그 후로 시즈위 가족 모두에게 그 ‘희망의 식사’는 ‘전설적인 식사’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세상에는 굶어죽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나 어린 아이들에게 기아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동반하며 서서히 죽게 만듭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하루에 13,700명, 그러니까 6.4초마다 굶어죽는 사람들이 생긴다고 합니다. ‘우리 가족 최고의 식사!’의 배경은 수십 년 전이지만, 과학문명이 발달한 현대에도 이렇게 굶어죽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그저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너무 넘쳐나는 것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도 많지만, 너무 없어서 기본적인 생존권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은 지금, 우리의 마음과 시선을 붙잡아 매는 짧은 동화 ‘우리 가족 최고의 식사!’는 우리에게 아직 ‘희망’이 있음을 전하면서, 알지 못하거나, 알고 있어도 외면하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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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위한 응원가 - 어머니 머릿속에 지우개가 생겼습니다
나관호 지음 / 생명의말씀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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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치매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한건 1년 전쯤, TV에서 30대 정도 되는 주부가 치매에 걸려 요양생활을 하면서 가족과 생이별 하는 장면을 보았기 때문이다. 같은 빌라에 살고 계시는 60대 후반인 시어머님의 경우 눈에 띄게 기억력이 감퇴되었고, 어떤 이야기를 해 드리면 중요한 것을 반대로 기억하시거나 중요하지 않은 것을 부각시켜 이야기 하실 땐 은근히 치매를 의심하게 되는데, 의심이 현실로 나타났을 때 ‘어떻게 하지?’ 하며 걱정을 사서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어머니 스스로도 ‘내가 혹시 치매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신다는 말씀을 들었을 때, 선뜻 걱정 마시라는 말도 하지 못했다. 문제는 나이 드신 어른보다는 이제 30대 중반인 내가 더 걱정된다. 압력밥솥에 밥을 해서 그릇에 담아 놓은 걸 어디에 두었는지 찾지 못해서 침대 밑과 장롱 속을 샅샅이 뒤진 일도 있고, 한 번 집 밖을 나설 때마다 두 세 번씩 문을 잠갔다 풀었다 하며 들락날락 할 때도 많다. 버스카드가 든 지갑을 놓고 온다거나 가스 밸브가 잠겼는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서이다. 돈도 계획을 세워 지출될 항목대로 분류하다가 전화를 받거나 가족 중 누군가가 말을 걸어오면 세던 돈을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서 넓지도 않은 집을 헤매고 다닐 때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젊은 사람의 기억력이 이 정도면 정말 심하지 싶어 책도 많이 읽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며 최대한 많이 웃으려 노력하고 있다.

  ‘어머니를 위한 응원가’는 80넘은 노모의 치매에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어머니께 진 사랑의 빚을 갚는 아름다운 이의 사모곡이다. 기독교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전문가답게 저자인 나관호 선생님은 어머니의 치매를 불치병으로 보지 않고 관심과 사랑을 기울이면 얼마든지 호전될 수 있는 것이라 본다. 젊은 시절 쉽게 아이를 갖지 못했고 낳은 자식도 넷이나 먼저 다른 세상으로 보내신 후, 나관호 선생님을 낳아 기르신(후로도 자식 하나를 더 잃으셨으니 그 정성이 어떨지 짐작이 된다.) 어머니의 아들 사랑과 섬김은 극진하다. 과일을 사도 상한 과일을 사고, 돈이 아쉬운 이들에겐 꿔서라도 돕는 착하고 어진 어머니의 모습과 지극한 사랑이 자식들에게 숫자로 셈하고 기록할 수 없을 만큼 좋은 성품으로 나타난 것 같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데, 아들을 오빠라 부르며 과거와 현재를 분간 못하고 우울과 기쁨 사이를 수없이 넘나드는 어머니를 보며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쏟아 붇는 선생님의 모습은 정말 존경스럽다. 그러나 나관호 선생님이 어머니를 대하는 모든 생각과 말, 행동은 어머니를 위한 ‘빚진 자의 응원가’일 뿐이다.

  치매에 걸린 어른들을 대하는 방법, 불안을 없애는 방법, 웃게 만드는 방법, 치매 노인을 바라볼 때 가져야 할 마음가짐 등 작가가 어머니를 대하며 터득한 노하우를 소개하고, 치매 노인을 모시며 받는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도 소개해 주는데, 이는 치매에 걸린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에게도 땅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과 아픔을 주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풀지 못한다면 또 다른 병자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나관호 선생님은 치매 노인을 둔 가정의 구성원들은 비바람과 폭풍이 몰아칠 때 구름 위로 올라가 비를 피하는 독수리의 기질을 가지고 긍정적인 생각과 행복한 마음으로 고통의 폭풍 위를 날기를 권하신다.

  이 책을 계기로 인터넷을 검색해 본 결과, 오랜 세월 ‘노망’이라 불리면서 나이를 먹으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해 방관되거나 버려져 수많은 불효자를 양성해 온 ‘치매’가 사랑과 정성으로 치유될 수 있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예 : 2005. 11. 11. 국민일보 쿠키뉴스 「85세 할머니,29세 손자와 ‘캠퍼스 커플’」)

  ‘어머니를 위한 응원가’는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지만, 와야 할 것이 내게로 올 때 당황하지 않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좋은 지침서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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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과 한국인 사이
고철종 지음 / 다산라이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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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섰으며, 선진국의 척도라는 OECD에 오래전에 가입하고도 스스로 선진국, 선진국민이라고 당당하게 말 할 수 없는 나라, 5천년 찬란한 역사를 내세우며 무한한 자긍심을 갖고 있으면서 집단적 열등감에 사로 잡혀 있는 나라, 세계 최강의 시위대를 자랑하고 분신과 새끼돼지 사지 찢기와 같은 극한의 퍼포먼스를 거리낌 없이 펼치는 나라, 성공에 대한 확실한 데이터가 없어도 아이비리그를 향해 끝없이 질주하는 나라, 남의 자식 공부 잘하는 꼴은 못 보기 때문에 특목고 설립을 반대하고, 온갖 비리가 모두 폭로되었어도 ‘휠체어 연출’로 무마가 되는 나라, 세계 최고와 세계 최초와 같은 화려한 수식어로 표현되는 삼성과 LG의 제품들이 어느 나라 상표인지 인지시키지 못하고, 세계 속에 ‘동방의 핵’ 북한은 알아도 ‘동방의 등불’의 존재는 알리지 못하는 나라. 이 나라는 모두 내가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대한민국’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들은 기자로서 명성이 자자한 저자 고철종 선생님이 기자 생활을 통해 얻은 고찰을 근거로 출판된 ‘세계인과 한국인 사이’에 나오는 자랑스럽지 못한 우리의 모습들이다. 자신이 가진 격을 웃도는 곳이나 부족한 곳에 있으면 불편함을 느끼는 게 인간의 당연한 모습이지만 환경이나 목표가 바뀐다면 그에 따라 품격도 바뀌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백 번 공감한다. 우리 스스로 선진국임을 부끄럽지 않게 말할 수 있고 세계 속의 한국이란 말이 공허한 울림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세계에서 통하는 고품격 한국인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최상위 1%의 엘리트도 제대로 지니고 있지 못하는 세계인의 기준을 지켜라. 공중도덕은 물론 나이나 계급, 체면 때문에 홀로 부담하는 지불문화를 고쳐야 한다. 한 치 앞을 못 보고 즉흥적인 인기성 발언이나 상스런 말을 일삼는 국가 지도자보다는 선견지명과 통찰력 있는 잘 난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정당한 부자마저도 모두 죄인 취급해서도 안 되고, 특정 분야에 도통한 영웅을 꿈꾸고 인정해야 한다. 또한 완벽한 인간이 있을 수 없듯이 완벽한 영웅 역시 없다는 것을 잊지 말라. 체면을 챙기는 것보다 실속을 따지고 원칙을 정해 놓았어도 유연성은 있어야 하며 명분보다는 실리를 따지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값싸고 형편없는 중국산 제품을 헐뜯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 정정당당하게 겨루어야 한다. 우리 것을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세계 최고와 국수주의에 의한 세계 최고를 분간해라. 우리 스스로가 중심국 마인드를 가지고 능동적인 틈새 국가로서의 장점을 누려라. 작은 차이가 일류를 가리기 때문에 디테일에 강해야 한다. 한국이 고도 산업국가로 떠오른 데는 서구의 6분의 1, 일본의 3분의 1수준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지만, 빠른 스피드가 부작용을 최소화하지 않는다. ‘빨리빨리’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속도조절에도 성공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자식에게 노후를 맡겨 왔지만, 막을 수 없는 고령화 시대의 노후 대책은 스스로 준비해야 하며, 스스로 미래를 창조하고 끝까지 책임을 지는 리더와 안목을 갖춘 국민이 되어야 한다.

  PART 1 을 읽으면서 내내 부끄러웠다. PART 2를 읽으면서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내 행동에서 수정할 부분을 파악했다. PART 3을 통해서 부끄러워 움츠렸던 어깨를 피며 선진 대한민국을 위해 나부터 바뀌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이루어 낸 ‘한국인’ 우리에겐 위에서 언급한 부끄러운 모습들도 많지만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만한 자랑스러운 면모 역시 많이 갖추고 있다. 지금 우리가 인정하는 선진국 역시 완벽하지 않다.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모순을 해결하고 상처를 치유하듯이 우리도 우리가 가진 못난 부분을 치유해야 한다. 세계 영토 0.07%의 크기를 가진 나라, 세계 인구 0.7%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국력은 세계 9위다. 외형으로만 세계 10위 권 안에 드는 나라가 아닌 내면도 세계인의 품격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위기에 관한 한 세계 최강의 민족, 뛰어난 개인적 자질과 언제든지 가능한 단합의 힘을 이용해서 우리 아이들에게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을 물려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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