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 가족 최고의 식사! ㅣ 샘터어린이문고 11
신디위 마고나 지음, 이해인 옮김, 패디 보우마 그림 / 샘터사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배고픔은 사람을 너무 빨리 어른으로 만듭니다. 무엇을 입을까, 어떻게 하면 엄마아빠에게 용돈을 한 푼이라도 더 받을 수 있을까, 친구와 어떤 재미난 일을 해볼까 등등.. 어린아이나 청소년다운 고민을 하는 게 정상이지만, 가난은 오늘 하루의 배고픔을 어떻게 견딜까 고민하고 병원에 가지 못해 빨리 낫지 않는 가족을 걱정합니다. 가장 근본적인 욕구가 해결되지 못하면 아이들은 갑자기 엇나가거나 반대로 너무 빨리 성숙해져 버립니다.
‘우리 가족 최고의 식사!’ 맑은 수채화로 그려진 표지에 다섯 아이들. 버너 위에 올려 진 작은 냄비의 뚜껑을 활짝 열지 못하고 주걱을 젓고 있는 큰 아이 주변에서 네 명의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춤을 추며 하얀 이를 드러내며 밝게 웃고 있는 모습은 곧 있을 식사시간을 매우 기대하는 모습입니다.
집안에 먹을 것이 모두 떨어진 상태에서 큰 딸 시즈위에게 어린 동생 넷을 맡기고 할아버지의 병간호를 떠나신 엄마의 안쓰러운 마음은, 이미 성장해 엄마의 마음으로 동생들을 보살피는 시즈위의 행동으로 대변됩니다. 배가 고파 기운이 없어 쓰러진 동생들의 모습을 보며 시즈위는 퍼포먼스를 준비합니다. 냄비에 물을 붓고 끓이면서 아이들에게 식사를 하고 나면 바로 잘 수 있게 씻고 오라고 말합니다. 먹을 수 있다는 희망에 아이들이 모두 씻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후 다시 버너 주위로 모여 들지만, 가장 어린 동생부터 차례차례 잠이 들고 맙니다. 아이들 모두 행복한 식사에 대한 꿈을 꾸겠지요?
시즈위는 물만 가득한 냄비를 데우던 버너를 끄고 기도합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희망의 선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것은 최고의 식사였습니다. 고맙습니다. 하지만 아버지, 내일은 다른 걸 보내 주시면 안 될까요? 제발? 그렇게 해주시리라 믿고 미리 감사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날 아침 이웃에 사는 엄마의 절친한 친구 마날라 아줌마가 휴가를 가셨다가 돌아오시면서 시즈위 가족에서 커다란 선물을 해주십니다. 커다란 바구니와 네 개의 비닐봉지에 가득한 음식들입니다. 미리 믿고 감사드린 시즈위의 기도가 현실이 된 것입니다. 이제는 진짜로 동생들을 위한 맛있는 아침식사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배고픔에 힘이 없어 쉽게 일어나지 못한 동생들은 맛있는 냄새에 끌려 굶주린 독수리처럼 음식 위를 덮치듯 하며 식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시즈위는 그런 동생들을 꾸짖지 않습니다. 먹고 싶은 만큼 원하는 방법으로 먹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음식을 먹던 막내 동생들 쌍둥이가, “언니, 이건 정말로 최고의 식사야!”라고 말했을 때 시즈위는 목을 치밀고 오르는 감정에 말을 잇지 못합니다. 그리곤 생각하죠. ‘너희들에겐 지금의 이 식사가 가장 멋지겠지만, 내겐 지난밤의 식사야말로 최고의 식사였어.’
세월이 흘러 동생들이 모두 자라 결혼하고 아이들을 키우게 되었을 때, 시즈위는 동생들에게 ‘희망의 식사’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고, 그 후로 시즈위 가족 모두에게 그 ‘희망의 식사’는 ‘전설적인 식사’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세상에는 굶어죽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나 어린 아이들에게 기아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동반하며 서서히 죽게 만듭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하루에 13,700명, 그러니까 6.4초마다 굶어죽는 사람들이 생긴다고 합니다. ‘우리 가족 최고의 식사!’의 배경은 수십 년 전이지만, 과학문명이 발달한 현대에도 이렇게 굶어죽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그저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너무 넘쳐나는 것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도 많지만, 너무 없어서 기본적인 생존권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은 지금, 우리의 마음과 시선을 붙잡아 매는 짧은 동화 ‘우리 가족 최고의 식사!’는 우리에게 아직 ‘희망’이 있음을 전하면서, 알지 못하거나, 알고 있어도 외면하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