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할머니, 책 읽어 주세요 - 여성 운동의 큰어머니 이이효재 우리 인물 이야기 27
박정희 지음, 최현묵 그림 / 우리교육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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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시할머니가 100세 가까운 나이인데도 살아 계시다고 하면 사람들은 깜짝 놀란다. 아무리 의학이 발달하고 평균연령이 늘어났다 해도 100년 가까이 살아 있는 사람을 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래 산다는 것이 축복이기도 하지만, 건강이 따르지 않으면 본인은 물론 자손들까지 힘겨운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한 세기를 살다간 사람이 뿌린 씨앗과 생명력은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작년 99세로 별세하신 할머니와 올해 100세로 별세하신 시할머니는 죽음으로 하많은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늘 두 분의 할머니를 볼 때마다 건강 이외에 생각했던 것이 내가 그렇게 오래 살게 된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였다. 내게 하나뿐인 딸아이에게 짐을 지우지 않고 노년까지도 주체적이고 아름답게 살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를 고민했고 이 고민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아직은 장년의 시기에 무엇을 하고 살지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리지 못했지만, 70을 전후한 나이에는 ‘책 읽어주는 할머니’로 살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된 연유는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2년간 책읽어주기 봉사를 하면서 아이들과 교감하며 많은 감동과 보람을 얻어서이다.

 

이름도 낯선 ‘이이효재’란 분이 80이 넘어 진해 기적의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도서관 할머니, 책 읽어 주세요’란 책을 처음 보고 ‘어머나, 내 꿈처럼 살고 계신 분의 이야기잖아!’ 하며 즐겁게 책장을 넘겼다. 그러나 두껍지 않은 이 책에 짤막하게 쓰인 이이효재 할머니의 88년 이야기는 너무도 고단하고 가슴 벅찬 일로 가득해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식민지 시대에 목회자의 딸로 태어나 온갖 험한 일을 겪고 만주와 미국을 오가며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던 이이효재.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김좌진 장군을 도와 청산리 전투에서 큰 공을 세우는데 기여한 이범석 장군을 살렸던 고모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모처럼 나라를 위해 살고 싶다는 꿈을 꾼 이이효재.

 

 

 

미국에서 사회학과 신학을 공부하고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와 한국 사회를 연구하는 학자가 되어 한국 여성들의 삶이 왜 그렇게 힘든지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여성 차별의 가장 큰 희생자였던 70년대 여성 노동자들의 편에 서서 여성의 문제 해결에 여성이 앞장서야 한다는 것을 몸소 실천한 이이효재.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우리나라의 인물에 대해 정말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많은 것을 누리고 살면서 이러게 살 수 있도록 모든 에너지와 삶 전부를 내어 준비한 이들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사는 게 너무 당연시 되는 게 아닌가, 학교에서 가르치는 많은 과목 중에서 우리인물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면 아이들에게 좋은 모델이 되고,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무엇이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지 더 빨리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생겼다.

 

이이효재 할머니가 꿈꾸고 가꿔온 세상, 모두가 평등한 세상이 나와 딸아이로 인해 조금 더 모양이 갖춰지길 꿈꾸는데, 그러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할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이야기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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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2012-02-29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책을 쓴 박정희입니다. 오늘 아침 선생님의 글이 저를 무척 행복하게 하는군요.
이이효재 선생님은 우리나라 모든 여성들이 영원이 고마워해야 할 큰 어른이시지요.
해방 후 우리나라 여성 운동의 이론을 제공해 온 분이시거든요.
원래 이 원고보다 세배 많은 분량을 줄이고 줄이느라 오랜 세월이 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