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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으로 읽는 세종대왕실록 ㅣ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4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2월
평점 :
누군가 ‘나는 5000년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것이 불행하다. 이 오랜 시간의 역사를 공부하려고 하면 머리에 쥐가 날 것 같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 태어났더라면 적어도 역사공부 하는데 있어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아마도 입시를 앞두고 학업에 부담을 느끼는 학생의 말인 것 같아 안쓰럽기도 하고 웃음이 나기도 했는데, 나 역시도 너무나 복잡한 우리나라 역사를 대할 때마다 겁부터 나고 질려하기 때문이다. ‘세종대왕실록’의 저자 박영규 선생님은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아서 우리 역사를 바로 알지 못하고 가까이 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이들을 위해서 한 권으로 읽는 역사 시리즈(조선왕조실록, 고려왕조실록, 고구려왕조실록, 백제왕조실록, 신라왕조실록 등)를 계속해서 집필하고 알리고자 하신 게 아닐까 싶다. 책 한권을 읽고 세상을 다 아는 듯한 착각에 빠진 사람들이 가장 무서운 사람들이라고 하는데, 그 한 권의 책이 진실 혹은 진실에 가장 가까운 이야기를 담거나 진실을 찾아 어렵고 힘든 과정을 그렸다고 한다면 그리 큰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본다.
‘세종대왕실록’은 조선의 역사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세종의 시대를 기록한 책이다. 누구든지 가장 위대한 역대 임금을 뽑으라고 하면 주저 없이 세종대왕을 꼽는데, 정작 세종대왕의 진면목에 대해 말해주는 책이 없음을 의아하게 생각한 저자는 ‘목이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직접 세종에 관한 책을 쓰게 되면서 왜 세종대왕에 대한 책이 없었는지를 알게 된다. 그것은 세종에 대해 알고자 하는 마음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알리고 싶지 않아서도 아닌 세종에 관한 사료가 너무 많아 세종을 연구하는 자들에게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기에 섣불리 나서서 명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책을 내지 못했던 것이다. 이 엄청난 일을 해내신 저자 박영규 선생님께 감사하며 책을 읽었다.
1부에서는 태종의 셋째 아들로 태어나 그 누구도 권력의 중심에 설 수 있을 것이라 생각지 않았던 충녕이 왕위를 계승하는 과정과 즉위 후 여러 방면으로 모범적인 왕의 면모를 과시한 세종대왕의 업적과 생애를 그려내고 있다. 왕 스스로 게을리 행동하지 않고 늘 배우고 익히는 것을 생활화하고 백성 앞에서는 자애로운 왕으로, 대의 앞에서는 타협을 불허하고 실리에 입각한 외교와 실용주의에 입각한 인재의 등용이 기적 같은 업적들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임을 알려 준다. 거기에 위대하다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훈민정음의 창제에 얽힌 세종대왕의 고뇌와 열정, 노력이 잘 드러나 있다. 또한 세종을 잘 이해 할 수 있도록 가족과 친인척에 대해서도 기술되어 있다.
2부에서는 세종대왕의 재위 기간(31년 6개월)의 역사적 사실을 세종 사후 김종서, 황보인, 정인지의 감수와 허후, 김조, 정창손 등 6명에 의해 편찬된 ‘세종실록(세종장헌대왕실록)’을 연도 별로 요약해 놓았다. 정치와 경제, 사회제도, 예와 악을 비롯한 여러 방면에 이르러 발전하고 정착(안정)하는 과정들이 세세히 기록되어 있다. 나라의 굵직한 사안들 말고도 세종의 종기와 눈병 같은 개인사, 세종의 가족사, 한성의 큰 화재나 원금을 넘는 이자를 받는 것을 금하고 관비의 출산 휴가와 같은 사회적 이슈가 될 만한 일들에 대한 기록 등 조선시대 전기의 사회와 문화에 대해 쉽게 접근하고 알 수 있도록 했다.
3부에서는 세종시대의 인재들에 대해서 기록하고 있다. 조정안에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황희정승, 소를 타고 피리를 불던 것으로 유명한 맹사성, 유학을 삶의 가치관으로 여기던 시대에 스스로 본이 되었으며, 정승의 벼슬에 올라서도 초가집 한 칸과 베옷, 짚신을 신고 비가 오면 집 안에서 우산을 쓰고 비를 피했다는 청빈의 대명사 류관을 소개한다. 영토개척과 국방의 주역으로는 대마도 정벌의 이종무, 야인을 토벌하고 변방을 안정시킨 최윤덕과 김종서, 세종의 학문적 스승들로 인재집합소 집현전과 변계량, 충녕과 효령의 스승 이수, 술로 아까운 생을 마감한 천재 윤회, 정인지를 소개하고 있다. 눈부신 과학의 발전의 주역인 정초, 이순지, 장영실과 음악의 거장 박연까지 세종시대를 더욱 빛나게 해 준 주역들을 소개한다.
사람들은 아는 것만큼만 보고 사랑한다. 세상에 무수히 존재하는 가치 있는 것들도 그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보며, 느끼는 사람들만이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다. 우리에게 남겨진 것이라고 해서 숨을 쉬듯 당연히 받아들이던 모든 것들이 결국 우리 조상들의 피와 땀이었던 것을 알게 된다면 더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며 자랑스럽게 생각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글 하나만 보더라도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하기까지 겪었던 수많은 난관을 미리 알고 있었더라면 아무생각 없이 난도질당하는 우리글을 지키는데, 적어도 한 사람의 힘은 실어줄 수 있을 것이다.
‘역사 대중화’의 사명을 띠고 역사를 전하고자 노력하는 박영규 선생님 같이 우리의 뿌리를 직접 파헤칠 수는 없더라도 오랜 세월 존재하며 우리의 자긍심을 높여 주고 후대에게 물려 줘야 하는 것들을 파괴하지 않고 잘 보존하는 것만이라도 잘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