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버스데이
아오키 가즈오 지음, 홍성민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생일 축하해요, 언니”  


10여 년 전 내 생일에 가수 임창정의 CD와 함께 건네받은 작고 귀여운 생일카드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세 마디가 적혀 있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몇 년 안 되어 직장 동료로 만난 동생. 동생은 첫 직장이라 내게 의지하는 마음도 많았고 천성적으로 사람을 잘 따르고 배려해 주는 게 몸에 배인 아이여서 더욱 사랑스러운 아이였는데, 마침 그 아이는 언니가 없었고 나는 여동생이 없었기에 더더욱 서로에게 각별한 애정을 느꼈던 것 같았다. 많은 사람을 절망에 빠뜨렸던 IMF로 동생도 변변한 직장이 없을 때인데도, 좋은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다며 미안해하면서 “나중에 돈 벌면 더 좋은 것 많이 사줄게요.”하며 웃던 동생이 생일카드의 내용이 깔끔한 것에 대해서도 설명을 덧붙인다.

“언니에게 주는 생일카드에 세상에 있는 모든 축복의 말을 다 쓰고 싶었어요. 그런데, ‘생일 축하해’라는 말 안에는 이미 그 사람이 태어난 것을 축하하고, 지금 내 앞에 있는 것을 축하하고, 앞으로도 좋은 일 가득하라는 바람이 모두 들어가 있는 것 같아서 다른 말들이 모두 거추장스럽게 느껴졌어요. 언니, 생일 축하해요.”

맞다. 임종을 앞둔 어머니가 자식을 보고 마지막으로 남기고 가는 말이 “밥 잘 챙겨먹어라”였다는, 그래서 더 서글프고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을 느꼈다는 어느 유명인사의 말처럼, “생일 축하해”라는 말 속에도 상대방을 향한 모든 축복의 언어가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때문에 그 말을 들으면 내가 세상에 태어난 게 정말 기쁘고 자랑스럽고 대견하게 생각된다.

그런데 아스카는 감수성 예민한 열한 살 생일에 “넌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라는 잔인한 말을 듣는다. 그것도 자신을 낳아준 엄마에게서. 이로 인한 충격으로 아스카는 사람과 사람사이를 소통하게 해 주는 ‘말’을 잃게 된다. 아스카가 마음의 상처로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된 것을 뒤늦게 알게 된 오빠 나오토와 담임인 하시모토 선생님의 도움으로 시골에 계신 외할아버지 댁에서 요양을 하게 된 아스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지극한 정성으로 다시 말을 찾게 되고, 거기에 강인한 심성까지 얻게 된다. 사람의 생명도 자연의 신비로움 가운데 하나라는 것, 마음과 마음이 만나 마음으로 대화하는 것을 배운 아스카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가지만, 더 이상 움츠러들기만 하는 과거의 아스카는 사라지고 느끼는 것을 그대로 표현하고, 용기를 내어 친구를 도울 줄 아는 눈부신 아스카만 남는다.

할아버지와 중증 장애인 친구 메구미와 영원한 이별을 하면서도 다시 일어서는 아스카, 엄마가 자신에게 매정하게 굴었던 이유가 어린 시절의 상처 때문이었음을 알고 용서하는 아스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할머니와 하시모토 선생님, 나오토 오빠와 계획했던 아스카의 열두 번째 생일파티에서 엄마아빠의 사랑을 확인하는 아스카.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한 카페에서 테마 책읽기의 주제로 선정한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책’에 「해피 버스데이」를 추천하는 댓글을 읽고 ‘꼭 한 번 읽어봐야지!’ 하며 다짐했던 「해피 버스데이」는 책장을 몇 장 들추지 않았는데도 가슴을 저릿하게 만들며 마음을 사로잡는다. 자신들이 만든 틀 안에서만 상대방을 보고 이해하던 사람들의 마음을 되돌리게 만든 아스카의 ‘마음의 풍부함’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나의 마음을 채워주었다. 

책 속에서...

“쏘일 때도 가끔 있긴 하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좋은 체험이 되지. 아스카야, 자신의 입장에서만 보면 사물의 본 모습을 보지 못한단다. 상대를 믿는 것, 용서하는 것은 자신을 소중히 하는 것이기도 해.” - 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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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체력 2009-02-18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얼쑤님~ 축하드립니다.*^^*
잘 지내시지요? 늘 가온이와 함께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길 바래요~^^

얼쑤 2009-02-19 0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마나.. 강철체력님...
고맙습니다. *^^*
강철체력님도 잘 지내시지요?
알라딘, 참 이쁘네요..
댓글 달렸다고 메일도 보내주고..
따뜻한 봄에 만나요, 우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