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베포포와 마법의 동전
구메 준이치 지음, 김난주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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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을 말하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이나 믿음, 배려와 같은 정신적인 가치들과 함께 꼭 ‘돈’을 말한다.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돈이 없는 인생은 불행하다(현자들은 ‘불편하다’라고 표현한다)고들 말한다. 돈이 절대적인 가치가 될 수 없고 돈 때문에 불행한 인생을 사는 것 보다 너무 부족하지만 않으면 된다고 말들 하지만, 그건 스스로 이성적인 사람들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의 아주 이상적인 말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소유의 개념과 함께 등장한 돈은 아무리 채워도 만족할 수 있을 만큼 채워지지 않고 이로 인한 불행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라베포포와 마법의 동전’은 어떻게 돈이 탄생했으며,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돈이 사람을 어떻게 황폐화 시키는지, 욕심과 불신, 증오와 폭력을 낳는 돈이 아닌 새로운 개념의 유통에 대해 주인공 소년 윌버의 신비로운 여행과 함께 들려주고 있다.

  열세 살 소년 윌버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자애로운 어머니와 성실한 아버지 그리고 누나들과 행복한 날을 보내던 어느 날, 분노한 무리들이 던진 돌에 어머니를 잃고 만다. 그 이유가 무리한 사업의 확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금전적인 피해를 보게 만든 아버지 때문임을 알게 되었어도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은 윌버는 문명사회가 잃어버린 지혜를 여전히 지닌 전설적인 인물이 살고 있다는 로키 산맥의 아메리카 원주민 보호구역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현자 니데바노(과거와 미래를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는 자)를 만나 ‘돈이 왜 사람을 불행하게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니데바노는 ‘인간의 불행은 상상력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앞날을 예측하고 다양한 경우를 상상하지만, 타인의 일에는  좀처럼 상상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임을 지적한다. 즉 인간은 보통 자신의 사정만 생각하고 다른 것은 어떻게 되든 개의치 않기 때문에 자신의 상황을 철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쉬 득을 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돈이 처음에는 생활필수품에서 조개껍데기나 동물의 뼈와 같은 귀중품으로, 동과 철, 그리고 지폐로 옮겨가는 과정과 돈의 한계를 깨닫고 그것을 지켜주는 무리와 그 대가로 이자를 받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과정들을 설명해 준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부와 권력이 집중되고 힘을 소유하게 되는데, 그 힘을 정당하게 사용한다면 가장 효율적일 테지만, 돈을 가진 자가 마음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목숨을 희생시키고 전쟁도 불사한다. 본래 태양과 달과 지구의 선물에 감사해 하던 한 종류의 인간이 돈 때문에 세 종류의 인간으로 나뉜다. 필요한 최소한의 돈으로 살아가려는 ‘사랑하는 사람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갖고 싶어 하는 ‘꿈꾸는 사람들’, 돈 자체를 목적으로 사는 ‘욕심 많은 사람들’이다. 윌버는 자신의 아버지가 쉴 줄 모르고 앞으로만 전진하며 조그만 행복에 만족하지 못했던 ‘꿈꾸는 사람들’에 속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니데바노가 가르쳐 준 세 가지 종류의 유형은 정확하게 갈리는 것이 아니라 보통 한 인간 속에 두루 섞여 있다. 순수와 욕심의 중간인 회색 지대에 있는 사람들은 신의 마음과 악마의 마음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밤 하늘을 보며 니데바노는 신비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옛날 마나라쿠 족 사회에서 돈 때문에 점점 불행해지자, 세 종류의 사람들 가운데 사랑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땅을 찾아 떠나 비옥한 땅에 도착한다. 그곳을 ‘사라베포포(성스러운 땅)’라 이름 짓고 기도와 감사의 마음으로 살아가는데 우연히 이곳을 지나던 외지인에 의해 또다시 화폐가 지닌 위력에 휘둘리게 된다. 그 대안으로 새로운 개념의 목제 동전 ‘유라’를 만들게 되는데, 이 동전으로 자신이 줄 수 있는 것이나 해줄 수 있는 일, 상대에게 받고 싶은 것이나 해주었으면 하는 일이 있을 때 값을 지불할 수 있다. 유형의 물건에서 무형의 도움까지 모두 대상이 되고 자진해서 무언가를 제공하고 타인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했기에 누가 얼마나 더 많은가가 아니라 얼마나 의미 있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했다. 이 ‘유라’마저도 사용이 금해지는 상황에 처해지자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돈’을 만들었고 이로 인해 마술의 힘으로 물건을 끌어들이는 수상한 사람들이라는 오해를 사게 되어 사라베포포에서 쫓겨나게 되었어도 그들은 불행하지 않았다. 유라이프라는 신비한 열매나 보이지 않는 돈마저도 필요 없게 된 성숙한 정신을 지닌 강한 사람들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난 윌버는 ‘돈 자체는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니고, 문제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이 중요하기 때문에 돈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지, 또는 불행하게 하는지에 대한 질문 자체가 무의미함을 느낀다.

  니데바노는 깨달음을 얻은 윌버에게 새로운 세상에서 모범적인 인간과 사회구조를 배울 수 있도록 ‘이리포스’라는 지구에서 5백 광년이나 떨어진 별을 여행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리포스’는 한 사람의 내부가 완전한 균형을 이루어 성의 구별이 없고 인구 17만 5천명의 사고가 모두 하나로 이어져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아는 신비한 곳이다. ‘부분으로 살 수 없다’고 하는 ‘이리포스’의 사람들은 거래에 있어서 각자의 내면에 있는 정보 즉, 내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나는 무엇을 줄 수 있는가를 서로 교환하며 수요와 공급을 끼워 맞추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물건에는 값이 없는데 내주는 것의 가치가 아닌 상대가 그것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에 따라 값을 정하게 되어 있다. ‘이리포스’에서는 돈의 많고 적음으로 행복을 결정짓지 않고 자신의 진실에 따라 보다 아름답고 즐겁게 사는 곳이다. 이곳에서 윌버는 상념의 에너지 박물관을 방문해 넘쳐 나는 돈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 몰라 고뇌하는 사람, 평생을 바쳐 모은 거액을 사용할 길을 찾지 못한 채 죽어간 사람, 오직 돈을 위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희생하고 쫒기듯 일만 하며 살다가 병에 걸려 죽은 사람 등의 상념의 에너지를 보게 된다. 이러한 에너지는 진실에 직면하면서 정화되어 ‘미래의 사명’을 발견하고 세상 사람들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평화로운 대지에서 논밭을 일구는 모습으로, 사제를 털어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하는 모습으로 바뀐다. 마지막으로 회갈색의 가스에 뒤덮인 지구의 영상을 보며 지구 사람들의 상념의 에너지를 평화롭고 조화롭게 만들기 위해 명상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환상 같은 우주로의 여행은 윌버에게 평온을 주었고 여행 내내 들도 다녔던 엄마를 죽게 만든 ‘원한의 돌’을 버림으로써 더 홀가분해지게 된다.

  돈 자체가 행복과 불행을 결정짓는 게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결정한다는 상식적인 깨달음 말고도 윌버의 마음속 여행은 보여 지는 모든 것은 과거에 비해 넘쳐나지만 상대적 빈곤감이 커진 이 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렸거나 잊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 준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렵다. 눈에 보이지 않는 동전은 거리감이 꽤 느껴지고 거래를 통해서 마음속 움직임을 배운다는 것은 어려우나, 조화를 잃은 파동은 좀 알 것 같다. 60억이 넘는 지구인들이 자신을 위한 상상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한 상상을 더 자주, 더 많이 한다면 섬세하고 아름다운 파동으로 바뀔 수 있을 텐데, 이런 꿈을 꾸는 건 너무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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