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학교 울렁증 ㅣ 내인생의책 작은책가방 4
조반나 라메라 지음, 김현주 옮김, 김지윤 그림 / 내인생의책 / 2010년 9월
평점 :
“학교 같은 건 없었으면 좋겠어.
학교 만든 사람이 미워!
나 학교 안다니면 안 돼?”
유치원 다닐 때는 유치원이 싫다던 딸아이, 학교 가면 좀 나아질까 했는데 학교도 마찬가지다. 한 날은 진지하게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아이에게 “정말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은 거구나. 그런데 학교에서 세상 살아가는 방법과 좋은 습관을 익히는데, 학교를 그만두면 어떤 방법으로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배우고 익힐지 계획표를 작성해서 가져와. 그러면 엄마와 아빠가 함께 검토해보고 좋다 생각되면 그때 학교를 그만두자.”고 말했다. 그러자 아이는 잠시 생각해보더니 ‘계획표 짜는 게 더 힘들겠다. 그냥 학교 다닐래.’ 한다.
2학년도 막바지를 향해 가는 요즘은 다행히도 단짝 친구도 생기고 끔찍하게 싫어하던 줄넘기도 곧잘 하면서 친구와 함께 하고 싶은 놀이나 줄넘기 이야기를 하며 학교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하곤 해 가슴을 쓸어내린다. 아마도 우리 아이가 바로 그 무시무시하다는 ‘학교 울렁증’에 걸렸었던 게 분명하다.
「학교 울렁증」의 주인공인 마테오도 우리 딸과 같은 2학년이다. 예쁘지만 잔소리가 많고 이것저것 시키는 것도 많은 선생님도 맘에 안 들고, 공부나 축구를 잘하는 아이들끼리 노는 것도 맘에 안 든다. 특별하게 잘 하는 것 없이도 아이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고 싶지만,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아이들이 야속하기만 해 마음속에 병이 생겼는데, 그 병이 바로 ‘학교 울렁증’이다.
마테오의 엄마는 아들의 증상을 치유하고 날마다 학교 가는 걸 즐겁게 만들어주기 위한 계획을 짠다. 이름 하여 ‘웃음 짓기 프로젝트’인데,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고 먼저 웃음으로 다가서고 인사하며 하루 동안 경험했던 웃음과 좋은 일들을 모아보는 것이다. 엄마의 말씀에 선뜻 동의하진 않았지만, 밑져야 본전이라고 바로 실천에 들어간 마테오는 점차 아이들과 더 친해졌고, 이 때문에 오히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제때 하지 못해 곤란을 겪으면서 좋은 습관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하는 계기가 된다. (참고로 딸아이가 스스로 생각해낸 방법 중 하나는 친구들에게 미운 말을 하고 싶을 때면 그 주머니 안에 대고 말을 한다며 ‘욕 주머니’를 가지고 다니던 때가 있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왜 아이가 타인과 잘 섞이지 못하고 유별난 행동을 할까 고민했는데, 지금 이 책을 읽어보니 긍정의 감정이든 부정의 감정이든 무조건 누르지 않고 표현함으로써 더 건강한 정신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많은 아이들이 또래 집단에서 원활하게 지내지 못해 학교에 대한 거부반응을 보이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은 ‘자신감’을 키워주는 일 같다. 학교 다니는 아이들에게 공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겠지만, 공부 이외에도 운동이나 미술, 유머, 친화력과 같은 부분에서 자신이 각별하게 관심 갖고 있는 분야나 소질이 있는 부분의 기량을 높일 수 있도록 부모도 함께 관심을 갖고 지도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요즘 우리 딸아이에게 생긴 단짝친구와 잘 통하는 이유 중 하나는 둘 다 말도 안 되는 상상 이야기를 잘 지어낸다는 것이다. 들어보면 어이가 없을 정도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인데도, 둘은 대화할 때마다 신이 나서 어쩔 줄을 모른다. 이렇게 대화가 통하는 아이가 있다면 ‘학교’를 생각하다 해도 ‘울렁증’보다는 얼른 가고 싶은 ‘조급증’이 생기지 않을까?
물론 우리 딸아이의 ‘학교 울렁증’이 아직 완치가 된 건 아니기에 수시로 가기 싫단 얘기를 하긴 하지만, 이만큼 좋아진 것에 희망을 갖고 부디 학교라는 곳이 아이들 그리고 선생님과 더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