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와 토종 씨의 행방불명 / 신통방통 곱셈구구>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여우와 토종 씨의 행방불명 - 우리가 알아야 할 생물 종 다양성 이야기
박경화 지음, 박순구 그림 / 양철북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겨울방학에 아이와 함께 ‘반쪽이 고물 자연사 박물관’이라는 전시를 관람했다. ‘반쪽이의 육아일기’로 유명한 최정현 선생님이 온갖 쓰레기를 이용해 만든 예술품들을 한데 모은 전시였는데,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폐타이어를 이용한 납작하게 누운 방울달린 고양이가 바닥에 놓여있어 호기심을 자아내게 했다. 길에서 자동차에 깔려 죽은 고양이를 표현한 것이기에 제목이 ‘로드 킬’이었다. 가끔 도로에서 비둘기나 개, 고양이가 죽어 있는 것을 보았을 땐 불쌍하다는 생각에 앞서 못 볼 걸 보았다는 불쾌한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작품으로 표현한 ‘로드 킬’은 끔찍한 피와 살덩이가 배제된 상태라 그런지 이성적인 생각이 먼저 들어왔다. 이 고양이는 왜 하필 달리는 차에 뛰어들었을까? 도시에서 살아가려면 자동차와 같은 위험한 물건을 피해야 한다는 본능 정도는 발달되어 있어야 하는 건 아닌가? 얼마나 아팠을까? 등등...

이 같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니 ‘로드 킬’을 당하는 동물이 도시의 개나 고양이 뿐만 아니라 사람들 발에도 밟혀 죽는 달팽이나 지렁이도 생각나고, 깊은 산중에 새로 생긴 터널이나 도로로 인해 죽은 곰이나 고라니 같은 동물까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곳의 주인은 원래 죽어간 동물들이었는데, 사람들 마음대로 선을 긋고 소유로 정하고 편의를 위해 아스팔트를 깔면서 얼마나 많은 동식물이 사라졌는가 하는 문제에 생각이 도달하니 마음이 답답해졌다.

제목과 표지그림만 보고는 우화 정도로 생각했던 「여우와 토종씨의 행방불명」은 인간들에 의해 우리 땅에서 사라져간 식물과 동물 즉, 이 땅의 생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만을 우선시하는 인간에 의해 적당히 영양분을 빨아들여 자신의 몸이 감당할 만큼의 열매를 맺던 우리 토종씨앗들이 20세기 후반에만 무려 90% 가까이 사라져 버리고, 돈벌이에 혈안이 된 종묘회사들이 내놓은 자살씨앗을 사 농사를 짓고 있는 현실이 버젓이 되풀이 되고 있다는 글을 읽고는 미래에 식량 때문에 전쟁이 일어난다는 예측이 생각보다 훨씬 앞서서 실현될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돈벌이에만 골몰한 결과, 사 먹는 생수로 인해 지하수가 말라붙어 그 지역 일대는 생활용수까지 다른 지역에서 공수해 사용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고, 자연 생태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쓰레기가 인간에 의해 인간의 수명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 지구에 악영향을 미치는 쓰레기를 만들어내 생태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건강한 땅에서 자란 식물이 동물의 먹이가 되고, 동물은 식물의 열매를 먹어 식물의 번식을 돕는다. 동물의 똥은 건강한 땅을 만드는 좋은 거름이 되고 큰 동물이 죽으면 작은 동물들이 먹고, 곤충과 미생물이 먹고 분해해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잘 맞물린 톱니바퀴마냥 자연스럽게 굴러가던 자연은 이 중 어느 하나만 문제가 생겨도 생태계가 교란되고 그 여파는 사람들에게 돌아온다. 때문에 자연과 사람은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아니, 사람은 자연의 일부이기에 자연의 법칙에 순응해야만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를 잘 알면서도 늘 일신의 안락함과 만족을 위해 우리 후손들은 고사하고 현재 살아있는 사람들의 안위마저 위협당하고 있는 지금, 이미 늦었다 생각 말고 살아있는 모든 것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고 최대한 피해를 덜 주려고 노력하는 행동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때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벌 할아버지 세용그림동화 4
로리 크레브스 지음, 김현좌 옮김, 발레리아 시스 그림 / 세용출판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딸아이와 처음으로 극장에서 본 영화가 ‘꿀벌 대소동’이었다. 그전에도 함께 보고 싶은 마음에 극장을 찾았다가 어둡고 큰 소리에 민감한 딸 때문에 반도 못보고 나온 애니메이션이 있어서 걱정을 하며 들어갔는데, 의외로 재미있게 보아 아직도 많은 장면들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평생 꿀만 만들다 가는 벌 인생(?)에 회의를 느낀 주인공 벌 ‘베리’가 세상 밖으로 나와 보게 된 아름다운 풍경과 도처에 산재한 위험으로부터 간신히 빠져나온 후, 인간들이 꿀벌들이 애써 모은 꿀을 훔쳐간다는 사실에 분개해 재판을 거는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벌이라는 존재가 우리 인간이 볼 때 하찮은 생물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얼마나 짜임새 있게 생활을 영위해 나가는지 알면 알수록 놀라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 벌들의 놀라운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그림책이 나왔다. 바로 「벌 할아버지」

마을에서 벌치기 할아버지로 유명한 분이 자신의 할아버지라는 게 무척 자랑스러운 소년은 할아버지와 함께 꿀을 얻기까지의 양봉의 전 과정을 돌아본다. 안전을 위해 단단히 무장을 하고 훈연기로 연기를 내뿜은 후 벌집을 살피면서 벌들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들여다볼 수 있으니, 호기심 많은 나이의 소년에게 할아버지는 좋은 친구이자 선생님이 된다. 수만 마리의 일벌들이 꽃꿀을 모아 방에 저장하면 집벌들이 날개의 바람으로 꽃꿀을 말려 꿀을 만들면 수확을 하게 된다. 그리고 기나긴 겨울 동안 벌들이 먹을 수 있게 꿀을 남겨두는 것으로 한해의 양봉을 마무리한다.  

 

이 과정만 본다면 ‘꿀벌 대소동’의 베리가 지적한 것처럼 사람들이 값없이 자신들의 노고로 만들어진 꿀을 가져가 벌들이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정말 억울하겠다 싶었는데, 책 말미에 수록된 벌에 대한 다양한 상식란을 읽어보고는 야생의 꿀벌들은 질병과 해충으로 인해 대부분 죽고 말아 양봉가들이 벌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많은 수의 벌들이 죽어 가면 그만큼 식물들의 번식도 줄어들고, 식물이 줄어들면 먹을 것을 찾지 못한 벌들이 또 그만큼 줄어들 것이니 그대로 두면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어 벌도 식물도 건강하게 자랄 수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양봉가들은 벌을 관리해주며 꿀을 얻고, 벌들은 건강한 몸으로 식물 주변을 날아다니며 순조롭게 번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니 사람과 벌은 서로 공생하는 관계라 할 수 있겠다.

할아버지와 함께 양봉을 하며 소년은 자연스럽게 자연의 이치를 깨달아갈 것이고, 욕심을 채우기 위해 마지막 남은 꿀 한 방울까지 모두 챙기는 것이 아니라 벌들이 먹을 양식도 채우는 의미를 알게 될 테니 이 또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가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알 낳는 일을 맡은 여왕벌, 오로지 여왕벌과 짝짓기를 하기 위해 존재하는 수벌, 애벌레 돌보기와 정리는 물론이고 여왕벌의 시중과 전사로서의 역할, 꽃꿀과 꽃꿀 그리고 물을 모으기도 하는 엄청 바쁜 일벌인 암벌에 대해 읽으면서 상대적으로 많은 일을 하는 암벌이 너무 가엾기도 하고, 수벌은 너무 게을러 보여 ‘공평하지 않은 자연의 섭리’에 암벌을 대신해 살짝 화도 나고, 재주 많은 벌들이 집을 짓고 꿀을 모으는 일련의 과정들이 참 신기해 앞으로 벌을 보게 되면 예사롭지 않게 볼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발해를 왜 해동성국이라고 했나요? - 해동성국 발해에 대한 궁금증 48가지 왜 그런지 정말 궁금해요 40
송기호 지음, 문종인 그림 / 다섯수레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5천년의 역사 속에서 2백여 년 정도의 세월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우리 역사에서 경중의 정도를 기간으로만 따진다면 2백여 년의 세월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할 것이나 그 속에 담긴 역동성으로 따진다면 짧은 기간이라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고구려 멸망 후 30년이 지난 698년 대조영이 세운 ‘발해’는 겨우 228년간 지속되다 926년에 거란족의 침입으로 멸망하고 만다. 거란족이 침입했을 당시 싸움도 하기 전에 고려로 망명한 관리들이 있을 만큼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져 멸망을 앞당겼던 발해는 ‘양은냄비’를 떠오르게 한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확보하고 8-9세기에 전성기를 누려 ‘바다 동쪽에서 융성한 나라’라는 뜻을 가진 ‘해동성국’이라 불렸으면서도 금세 멸망하고 만 모양이 마치 금세 끓어올랐다 식고 마는 양은냄비와도 같기 때문이다.

지금의 남북한처럼 통일신라와 발해가 있던 시기를 남북국 시대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역사책 대부분이 신라를 중심으로 쓰였기 때문에 발해에 대한 기록이 얼마 없다고 한다. 발해의 역사를 처음 쓴 것이 조선 후기의 실학자 유득공에 의해서였다고 하니, 우리가 그나마 발해의 존재를 알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이분의 공이 정말 크다.

이미 남의 땅이 되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조사해 보는 것도 여의치 않은 마당에 아이들에게 잃어버린 우리 역사의 일부를 보여주려고 한 「발해를 왜 해동성국이라고 했나요?」는 송기호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졌다. 발해사를 우리 역사 속에 올바르게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연구 결과가 이 책에 ‘발해에 대해 갖게 되는 궁금증을 48가지의 질문과 대답’으로 축약되어 있다. 

발해는 어떤 나라인가부터 시작해 통일신라와의 교류, 일본과의 교류, 발해의 고유 문화를 보여주는 유물, 발해의 종교, 문자, 학교, 노래와 춤, 옷, 장신구, 무덤 등 그 시대 생활상과 발해의 역사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발해에 대한 연구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과 북한 러시아, 일본에서도 연구 중인 국제적 연구 분야임을 알게 된다. 멸망 후 200년이 지나도록 발해를 부흥시키고자 했던 1000년 전 사람들이 같은 민족임에도 관심 갖지 않고 타국의 역사 속에 귀속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화가 나고 슬플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살면 살수록 세상에 대해 알고 이해해야 할 부분도 많은데, 한때 우리 땅이었으나 이제 남의 나라 땅이 되어버린 역사의 한 귀퉁이쯤 모른다고 무슨 큰 일이 있겠냐 싶지만, 우리가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이라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다면 앞으로 더 큰 것을 잃게 될 수밖에 없음을 인지하고 이제라도 우리 역사의 큰 줄기 안에 자리했던 발해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우와 토종 씨의 행방불명 / 신통방통 곱셈구구>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신통방통 곱셈구구 신통방통 수학 1
서지원 지음, 조현숙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대부분의 아이들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수학을 그리 어려워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손가락 발가락만 있어도 거의 해결이 되는 정도이기에... 그런데 구구단이 나오는 2학년이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주변의 선행을 좋아하는 엄마들은 벌써 1학년 때 구구단을 다 외우게 했다고 하는데, 미리 하느라 엄마와 아이 모두 힘 드는 것 보다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교과 과정이 아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고려해서 만들어졌다고 보기에) 조금의 노력으로 금방 깨칠 수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한 나는 아직 구구단을 외우라고 하지 않는다. 그래도 주변에서 구구단하는 아이들이 많기에 관심을 보이는 딸에게 같은 수가 계속 늘어나는 구구단의 원리에 대해서만 설명해주었다. 그러면서 우리 딸도 곧 구구단을 외우느라 스트레스 받을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떻게 하면 쉽고 재미있게 구구단을 접하게 해줄까 고민하게 되었다.

「신통방통 곱셈구구」의 명호도 초등 2학년생으로 구구단을 잘 외우지 못해 선생님과 친구들, 그리고 엄마에게 시도 때도 없이 시달림을 받게 된다. 명호가 꾀를 부리고 안하려는 게 아니라 정말 열심히 하는데도 숫자들이 서로 뒤죽박죽되어 명호 머릿속도 뒤죽박죽이다. 구구단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던지 꿈도 온통 구구단에 대한 것만 꾼다. 엄마는 명호에게 혹여나 도움이 될까봐 집안곳곳에 구구단표로 도배를 하는 것도 모자라 똥을 쌀 때도 구구단을 소리 내어 외우라고 하신다. 착한 명호, 엄마의 명 받들어 구구단을 외워보지만 자꾸 틀리고, 틀렸다는 엄마의 고함소리에 너무 놀라 나오려던 똥이 다시 들어가는 사태가 벌어진다. 

이만하면 정말 중증이다. 명호는 자신이 분명 곱셈구구의 저주를 받았다 생각하며 그 저주를 풀기위해 의사선생님을 찾아가기에 이른다. 의사선생님은 명호의 상태를 금방 파악하시며 신비한 알약 한 알에 곱셈구구가 1단씩 외워진다며 제일 처음 손바닥 모양을 한 알약을 꺼내주신다. 그리고는 “우리 손은 손가락이 몇 개지?” “5개요!” “그럼 손이 2개 있으면?” “10개” “손이 3개면?” “15개”... 하는 식으로 손가락을 연상시켜 5단의 의미를 가르쳐주신다. 명호는 자신이 5단을 너무 쉽게 외우자 신이 났고, 이후 병아리 다리를 연상해 2단을, 자동차 바퀴로 4단을, 문어다리로 8단을 외우게 된다. 8단의 숫자가 너무 커서 헷갈리면 “팔팔 뛰어도 64등이야!”하고 의사선생님이 도와주신다. 이렇게 의사선생님의 도움으로 능숙하게 구구단을 외운 명호는 얼른 학교에 가서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자신의 구구단 실력을 보여주고 싶어 월요일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글을 쓰신 서지원 선생님이 어렸을 때 구구단을 너무 못 외워 고생했던 경험과 선생님을 닮아 역시나 구구단 외우기에 재주가 없는 아이를 위해 신통방통하게 잘 외워지는 곱셈구구 방법을 고민하다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책을 읽고 난 딸아이는 “팔팔 뛰어도 64등이야!”와 “칠칠치 못하게 49점이네!”를 들려주며 깔깔댄다. 아직 구구단을 외워야하는 부담이 없는 딸아이는 이 책만으로도 구구단에 대한 두려움은 가까이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눈에 펼쳐보는 크로스 섹션 - 18가지 건축물과 교통기관의 내부를 본다 한눈에 펼쳐보는 크로스 섹션
리처드 플라트 지음, 최의신 옮김, 스티븐 비스티 그림 / 진선아이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가 유치원을 다녔던 2년간, 집에서 유치원까지 10분 남짓한 시간을 늘 아이 손을 잡고 계절의 변화와 거리에 대해 많이 보고 듣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는 맨홀 뚜껑을 열고 지하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는 통신선이나 가스관 등 이와 관계 된 일을 하시는 분들에게 ‘아저씨들 거기에서 물고기 잡아요?’하고 물어 배꼽을 쥐게 만들기도 하고, 아이에게 장단을 맞추느라 물고기 잡고 있다고 대답하는 분에게는 ‘많이 잡으면 저도 한 마리만 주세요.’하고 말해 또 한 번 웃게도 만들었다. 친절한 아저씨들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시는데, 아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그렇게 복잡한 것들이 우리가 밟고 다니는 땅 아래에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또 그 길목에서 여러 차례 나대지의 터를 고르고 시멘트를 붓고 한 층씩 올라가고 창틀이 끼워지고 외벽이 칠해지는 동안 모든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보면서 집이 만들어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란 걸 간접적으로 경험해 보기도 했다.

이렇듯 세상엔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오물이나 흘러가는 길이 있을 거라 생각했던 땅 속에 첨단을 주름잡는 통신망이 복잡하게 깔리고, 반듯한 네모 모양 블록을 쌓듯이 만들어지는 거라 생각했던 집이 터를 고르게 하는 순간부터 전선이 지나는 자리, 하수가 지나는 길, 계단이 놓일 곳 등을 일일이 계획하고 계산해야 하는 것은 그 일을 직접 하시는 분들이나 알고 있지 보통 사람들은 생각하지 못한다. 때문에 「한눈에 펼쳐보는 크로스 섹션」을 보았을 때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실재로 책 속에 소개된 거대한 건축물과 교통기관 중 지하철역을 제외한 곳은 이용해 본 경험이 없기에 그 크기가 사실적으로 다가오지 않지만, 이들 건축물과 교통기관을 무 자르듯 싹둑싹둑 잘라 그 단면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정말 신선하게 다가왔다.

늘 전쟁의 위험에 노출되었던 14세기에 적군의 침입에 대비해 튼튼하게 지어졌던 성, 멀리 볼 수 없는 인간의 눈을 대신해 망원경으로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천문대, 16세기 신대륙의 보화를 약탈해 나르던 웅장한 선체 갤리온, 낭만적인 바다여행을 꿈꾸게 하는 크루즈선, 해양에서 가장 무서운 무기의 하나로 알려진 잠수함, 수백 미터 아래 깊은 터널을 뚫고 석탄을 캐내는 탄광, 전투무기 탱크, 바다 밑 자원을 캐내는 해저유전, 기독교 신앙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성당, 하늘을 나는 여객기인 점보제트기, 많은 부분이 자동화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의 손길이 꼭 필요한 자동차 공장, 긴급구조에 요긴하게 쓰이는 헬리콥터, 꿈의 무대라 불리는 오페라하우스, 20세기 초에 고속 여객 기관차였던 증기기관차, 복잡한 지하철역, 거대한 수산물 공장이라 불리는 트롤 어선, 철근과 엘리베이터의 발명으로 가능하게 된 초고층 건물 중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꿈의 우주왕복선까지 내부구조와 재질은 물론 유지하기 위한 설비와 필요한 인원 등 세세하게 소개해주고 있다.

반듯한 도로와 전철출입구가 앞뒤로 달랑 둘 뿐인 곳에서 살다보니 어쩌다 서울에 한 번 갈라치면 정신없는 지하도와 무수한 숫자푯말들이 공포로 다가와 심란해지는데, 그렇게 복잡한 곳을 설계하고 만들기까지 얼마나 힘들까 싶은 게 그 모든 사람들에게 절로 존경심이 생긴다. 다양한 교통수단과 건물에 대한 단면들을 낱낱이 보여주면서 현 시점에서 문제시되고 있는 점(예를 들어 자동차 공장을 모두 로봇으로 대체했을 때 생기는 일, 크롤 어선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물고기를 잡아들임으로써 야기되는 인류의 미래 등)도 살짝 짚어주어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을 마냥 편안하게 즐기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자각을 심어주고 있어 호기심과 더불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라 한 번에 쭉 훑어보기보다는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와 함께 찬찬히 들여다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