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펼쳐보는 크로스 섹션 - 18가지 건축물과 교통기관의 내부를 본다 한눈에 펼쳐보는 크로스 섹션
리처드 플라트 지음, 최의신 옮김, 스티븐 비스티 그림 / 진선아이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가 유치원을 다녔던 2년간, 집에서 유치원까지 10분 남짓한 시간을 늘 아이 손을 잡고 계절의 변화와 거리에 대해 많이 보고 듣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는 맨홀 뚜껑을 열고 지하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는 통신선이나 가스관 등 이와 관계 된 일을 하시는 분들에게 ‘아저씨들 거기에서 물고기 잡아요?’하고 물어 배꼽을 쥐게 만들기도 하고, 아이에게 장단을 맞추느라 물고기 잡고 있다고 대답하는 분에게는 ‘많이 잡으면 저도 한 마리만 주세요.’하고 말해 또 한 번 웃게도 만들었다. 친절한 아저씨들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시는데, 아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그렇게 복잡한 것들이 우리가 밟고 다니는 땅 아래에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또 그 길목에서 여러 차례 나대지의 터를 고르고 시멘트를 붓고 한 층씩 올라가고 창틀이 끼워지고 외벽이 칠해지는 동안 모든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보면서 집이 만들어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란 걸 간접적으로 경험해 보기도 했다.

이렇듯 세상엔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오물이나 흘러가는 길이 있을 거라 생각했던 땅 속에 첨단을 주름잡는 통신망이 복잡하게 깔리고, 반듯한 네모 모양 블록을 쌓듯이 만들어지는 거라 생각했던 집이 터를 고르게 하는 순간부터 전선이 지나는 자리, 하수가 지나는 길, 계단이 놓일 곳 등을 일일이 계획하고 계산해야 하는 것은 그 일을 직접 하시는 분들이나 알고 있지 보통 사람들은 생각하지 못한다. 때문에 「한눈에 펼쳐보는 크로스 섹션」을 보았을 때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실재로 책 속에 소개된 거대한 건축물과 교통기관 중 지하철역을 제외한 곳은 이용해 본 경험이 없기에 그 크기가 사실적으로 다가오지 않지만, 이들 건축물과 교통기관을 무 자르듯 싹둑싹둑 잘라 그 단면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정말 신선하게 다가왔다.

늘 전쟁의 위험에 노출되었던 14세기에 적군의 침입에 대비해 튼튼하게 지어졌던 성, 멀리 볼 수 없는 인간의 눈을 대신해 망원경으로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천문대, 16세기 신대륙의 보화를 약탈해 나르던 웅장한 선체 갤리온, 낭만적인 바다여행을 꿈꾸게 하는 크루즈선, 해양에서 가장 무서운 무기의 하나로 알려진 잠수함, 수백 미터 아래 깊은 터널을 뚫고 석탄을 캐내는 탄광, 전투무기 탱크, 바다 밑 자원을 캐내는 해저유전, 기독교 신앙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성당, 하늘을 나는 여객기인 점보제트기, 많은 부분이 자동화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의 손길이 꼭 필요한 자동차 공장, 긴급구조에 요긴하게 쓰이는 헬리콥터, 꿈의 무대라 불리는 오페라하우스, 20세기 초에 고속 여객 기관차였던 증기기관차, 복잡한 지하철역, 거대한 수산물 공장이라 불리는 트롤 어선, 철근과 엘리베이터의 발명으로 가능하게 된 초고층 건물 중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꿈의 우주왕복선까지 내부구조와 재질은 물론 유지하기 위한 설비와 필요한 인원 등 세세하게 소개해주고 있다.

반듯한 도로와 전철출입구가 앞뒤로 달랑 둘 뿐인 곳에서 살다보니 어쩌다 서울에 한 번 갈라치면 정신없는 지하도와 무수한 숫자푯말들이 공포로 다가와 심란해지는데, 그렇게 복잡한 곳을 설계하고 만들기까지 얼마나 힘들까 싶은 게 그 모든 사람들에게 절로 존경심이 생긴다. 다양한 교통수단과 건물에 대한 단면들을 낱낱이 보여주면서 현 시점에서 문제시되고 있는 점(예를 들어 자동차 공장을 모두 로봇으로 대체했을 때 생기는 일, 크롤 어선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물고기를 잡아들임으로써 야기되는 인류의 미래 등)도 살짝 짚어주어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을 마냥 편안하게 즐기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자각을 심어주고 있어 호기심과 더불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라 한 번에 쭉 훑어보기보다는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와 함께 찬찬히 들여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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