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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해방 - 개정완역판
피터 싱어 지음, 김성한 옮김 / 연암서가 / 2012년 9월
평점 :
단순히 강아지를 좋아하는 반려인이기에 호기심이 간 책, '동물 해방'.
지난 1975년 첫 출간된 이후 동물에 대한 잔혹행위에 브레이크를 걸었다던, 이른바 동물 해방 운동의 도화선이 된 책이다.
흔히, 동물도 사람과 다를 바 없이 하나의 생명체로서 존중되어야 함엔 누구나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그럼에도 인간보다는 하위 종으로서 실험의 대상이 되거나 식용으로 공장식 사육되는 현실에는 어쩔 수 없는 거 아니냐며 눈을 감는 듯도 하다.
이렇듯 동물 애호가라 하는 사람들조차 이중적인 잣대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문제가 바로 '동물 해방'.
어떻게 동물을 바라봐야 하는지, 자칭 동물 해방을 외치는 전문가의 의견이 궁금했다.
이 책의 저자, '피터 싱어'는 실천윤리학의 거장이다. 주로 인간의 가치를 비롯한 생명 윤리를 가르치지만
그를 유명세를 타게 한 것은 바로 동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거부하는 '동물 해방'이었다.
이 책에서 그가 말하는 동물해방은 간단하다.
동물도 인간처럼 기쁨을, 고통을 느끼는 존재이기에 약자라는 이유로, 함부로 정당한 이유없이 착취하거나 억압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동물에 대한 대다수의 잔혹행위나 착취는 무관심이 아닌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 지적한다.
거의 모든 일반인들이 연구를 위한 동물 실험, 혹은 비좁은 공간에서 평생을 갇혀 공장식으로 사육되다 도축되는 동물들의 처우,
그 실태를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의식을 갖지 못한 채, 당연시 여겨 왔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습관적 무지'에 철퇴를 가하기 위해 제대로 된 인식이 필요하다며
숱한 사례 가운데 대표적인 종차별주의로 꼽히는 '동물 실험'과 '식용동물의 사육'에 주목한다.
개인적으로도 동물실험이란, 과학적인, 혹은 의학적인 목적 하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되어 온 것이 아닌가 싶었던 터라
이 책에 나열된 실제 동물실험 사례들을 읽으면서 그야말로 그 현실에 역겨움과 거부감이 솟구치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 미국에서 매해 1천만에서 1억 마리의 동물을 대상으로 자행되고 있는 동물 실험들이
황당하게도 인간에게 도움이 될 지 어떨지에 대한 확신도 없이 얼토당토한 이유로 행해지고 있었다.
정말이지 인류 발전과는 별 관계도 없을 싸이코 같은 실험에 잔인하게 고통을 가해 결국 죽음으로 모는 실험이 그렇게나 많은 줄이야..
그가 주장하는 것은, 모든 동물실험의 중단이 아닌 '직접적이면서 긴급한 목적에 필요하지 않은 실험의 즉각 증단'이다.
또한 동물실험을 대체할 방법이 있다면 굳이 동물의 생명을 앗아갈 필요가 없다는 것.
그나마 중요하다고 발표된 동물실험 사례나 보고서임에도 수십만 동물들에게 고통을 가해 얻어낸 결과가
대체적으로 뻔하고 하찮아 의미없는 것이 태반이라 기가막힐 따름이다.
더불어 저녁 식탁 위에 마주한 고기가 살아있었을 적 당한 고통을 떠올린다면,
그는 식용으로 사육되는 동물의 사용과 학대는 그 규모만으로도 다른 종류의 학대를 크게 넘어선다고 말한다.
식용으로 사육되는 가축들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도축되는 마지막까지를 다룬 3장은
차마 꼼꼼히 읽을 수가 없었다. 누군가 말했던 것처럼 고기를 먹기 위해 직접 키우고 도축해야 한다면
채식주의자가 많아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어쨌거나 피할 수 있는 고통이라면 최소한 보호장치를 마련해줘야 하지 않나 싶다.
그는 동물해방을 위한 방편으로 '채식주의'를 내걸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채식이건 잡식이건 간에 최소한 동물에 대한 학대가 무분별하게 자행되는 것은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특히나, 고통을 가하지 않고 대체할 수 있는 방편이 있다면 그쪽으로 가는 게 마땅하다.
어쨌거나 생명에 대한 경시는 동물에서 결국 인간에 대한 학대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실태를 제대로 인식하려는 노력, 그리고 바로잡으려는 시도가 시급하지 않나 싶다.
정말이지, 생각보다 읽기가 수월하지 않았던 책.
가볍게 시작했다 동물에 대한 그 잔인함과 사악함에 할 말을 잃어버리게 된,
하지만 육식을 즐긴다면, 혹은 반려인들이라면 한 번쯤 펼쳐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현실은 제대로 직시할 필요가 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