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레몽 뚜 장의 상상발전소
김하서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겉표지에 반해 읽기 시작한 책, '레몽 뚜 장의 상상발전소'

언뜻 프랑스 어느 작가의 책인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제목이지만 서울을 배경으로 시작되는 한국소설이다.

 

여기 삶이 힘에 부치는 세 사람이 등장한다.

마태수, 조, 홍마리..이들은 당췌 빛이 보이지 않는 버겨운 삶 속에서 우연히 바람처럼 다가와 달콤하게 속삭이는 레몽 뚜 장의 목소리를 접한다.

 

'무엇이든 상상해봐, 현실로 만들어줄께'

 

현실을 벗어날 길이 없는 이들에게 레몽 뚜 장의 상상발전소는 유일한 안식처이자 구원의 손길이었다.

하지만 그가 안내하는 상상의 세계는 그저 잔혹할 뿐이다. 왜냐하면 현실을 거부하는 이들의 상상 따윈 그저 '욕망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니까.

 

"너 자신에게 붙잡혀선 절대 안돼. 항상 잊지마.

네 뒤엔 항상 또 다른 네가 쫓고 있다는 걸" -158p

 

뭔가 동화스럽고 환타지스런 내용을 기대했던 내게

이 책은 현실을 부정하고 외면하는 상상의 세계가 가져오는 섬뜩함과 파괴력을 낱낱히 보여주던 으스스함 그 자체였다.

 

언뜻 톰 크루즈가 주연했던 영화, '바닐라 스카이'를 연상시켰던 이 책은

진짜 현실을 외면한 채, 상상으로 날조된 기억을 진짜라 믿으며 오히려 나락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자, 이제 어떻게 상상할 거냐며.

 

단지 하루하루를 견디기 위해 일어나지 않을 일들을 상상하는 건 결코 위안일 수 없다며

망가져가는 현실은 모두 무책임한 상상에서 비롯된 거라고 말이다.

 

책 자체가 현실과 상상이란 비현실의 세계를 명확히 나누지 않고

더려 그 경계선상에서 왔다갔다하기에 뭐가 뭔지 되새기기 위해서는 뒷장으로 갔다 앞장으로 갔다 오가야 했던,

 

개인적으로는 읽기 수월치 않았던 책이지만 뭔가 오늘도 현실 속 자신과의 약속을 외면하고

달콤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누군가에겐 솔깃, 그리고 자극이 되었던 책이라는 거로 마무리 해 봅니다.

 

"상상은 푸딩처럼 달콤하고 말랑하지만, 실체는 모호하고 끔직한 것이죠....

잊지 말아요. 인생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잔인한 시소게임이라는 걸." -29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