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와 현대 미술 잇기 - 경성에서 서울까지, 시간을 건너는 미술 여행
우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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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의 숨결과 현대의 몸짓이 맞물리는 우리 그림 이야기

이 책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원인 저자가 <한겨레>토요판에 연재한 미술 칼럼 '우진영의 한국 근현대 미술 잇기'와 이후 웹진 <아르떼>로 지면을 옮겨 연재한 미술칼럼 '우진영의 한국 근현대 미술 산책' 글들을 보완해 만들어졌다.

원래 예술가가 되고 싶어 어린 시절 거의 모든 예술 분야의 사교육을 받았다는 저자는 나름 좋아했고 꽤 열심히 했지만 사춘기 무렵 '내게는 예술적 재능이 없다'를 깨닫고 미술사학도가 되었다고 한다. '한국 근현대미술사'를 전공한 저자에겐 '쓰고 싶다'는 강한 열망까지 있어 그림을 보고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고 이렇게 책까지 나왔으니 요즘말로 성공한 덕후가 아닐까 싶다.

총5부로 구성된 이 책에선 매 글마다 두 명의 화가가 다루어 진다. 한명은 근대, 한명은 현대다. 한국 서양화의 역사는 길지 않기에 사실 근대와 현대가 구분이 되려나 싶기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거의 매글마다 덧붙여진 현대화가 작가들의 인터뷰에선 매번 비슷한 답변이 있었다. '한국의 근대 작가들을 많이 알지는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작가를 알게 되었다' 라고... 그러니 일반 독자로서 우리는 얼마나 생소한 작가들이겠는가, 고로 이참에 한국 서양화가들에 대해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근대 화가와 현대 화가를 묶은 기준은 오롯이 작가의 감상에 따른 결과물이다. 감상이란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것이라 독자가 보기엔 왜 이 두 화가를 엮었는지 공감이 안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또한 이 책을 감상하는 재미중 하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 책은 읽는다기보다는 감상한다는 마음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내겐 그러했다.

그림을 잘 모르는 나라서 더구나 한국의 서양화에 대해선 거의 무지하다할 정도인 나라서 이 책이 재미가 있으려나 싶기도 했는데, 왠걸 첫 글부터 호기심이 일었다. 근대 화가로 김주경의 [북악산을 배경으로 한 풍경]과 현대 화가로 정영주의 [도시-사라지는 풍경531]을 다루었는데 이게 근대와 현대가 바뀐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두 그림에서 느껴지는 시대감이 영 달랐다.

글을 읽어나갈수록 드는 생각이, 근대로 구분된 화가의 그림들을 보면서 그 시대 우리나라에 이렇게 잘 그리는 서양화가들이 많았다고? 싶었다.

내가 서양화라고는 했지만 이게 맞는 표현이 아니긴 하다. 수묵화를 그린 화가들도 다수 등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수묵화도 전통적 방식으로 그려진 것은 아니라 서양화를 배운 사람들이 나름 서양화적 다른 방법을 고민하고 발전시키고 반영하며 그린 그림들이라 또 아주 틀린 표현이 아닌것 같기도 하다.

그림이라는 것이 그리는 사람도 주관적 해석을 해서 그리는 거고 보는 사람도 화가와 다른 주관적 해석을 해서 보는 것이다 보니 때론 화가의 해석을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전문가라고 할 저자도 어떤 그림에선 뭔지 모르겠고 혼란스럽다 하니 일반 독자는 오죽하랴. 하지만 저자는 '그냥 내 식대로 해석하지 뭐'라고 결론 내리고 감상을 넘어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사실 독자로서 따라가기 어려운 부분은 그림에 대한 감상 보다는 이런 저자의 상상의 영역이다. 게다가 저자가 열심히 쓴 문장들을 나름 투영해 볼 대상인 그림이 실려있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어서 대략난감해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들어떠하고 저런들어떠하리, 새로운 것을 감상한다는 것 자체가 쉼의 시간을 주는데.

그러니 '미술사는 인문학의 꽃이다. 우진영은 그 명제를 글로 증명해냈다'며 표지에 거창하게 둘러댄 홍보문구처럼 책속에 인문학도 역사도 그닥 없다고 해서 욕할 것 없다. 한국의 근대와 현대에 이런 멋진 그림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 만으로도 이 책을 감상할 이유는 충분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의 크기가 너무 작은 것은 좀 아쉬웠다. 하지만 이또한 괜찮다. 그림이 궁금해져야 미술관에 가서 직접 보고싶다는 열망이 생길 테니까.

언제부턴가 이런저런 외국미술관과 협약된 대규모 전시회들이 성황이라는 소식을 심심찮게 듣기도 하고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론 잘 모르는 작가더라도 소규모 전시더라도 부러 찾아가고 싶어질 것 같다. 한국에도 이런 멋진 작품들을 그려내는 화가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으니 말이다. 그러다 내가 열광할만한 애정하는 화가를 발굴하게 될지도 모르지 않겠는가.

그나저나 미술관에 가본지 꽤 오래전인 것 같다. 이 책을 읽고나니 갑자기 너무나 미술관에 가보고 싶어진다. 어떤 그림이든 그림을 보고 일상을 잊고 온전히 그림에 대한 감상만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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