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빵 터졌다.
와우 계엄령.
이 소설 현실감 쩌는데?! 싶어서.
그리고 생각해보니...
정말 그때 재난문자는 울리지 않았다.
불행은 그런 것이었다.
이 소설, 이거이거 우리 모두가 겪었던 불행을 이야기하고 있었네?!!!
'주머니에 넣어뒀습니다' (p. 240)
두번째 메모는 이제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거기에
'Deus ex machina' (p. 241)
데우스엑스마키나 라니. ㅍㅎㅎㅎ. 이 작가 ... 이거이거 그리스비극처럼 이 작품을 쓴거였구나?!
지금 시대에 비극이라고 하면 슬픈극인가보다 단순히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만 고대그리스 시대의 비극은 그저 슬프기만 한 극이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당대의 모든 문화적 요소를 총집합시킨 그리스비극은 슬픔을 포함해 모든 감정을 뛰어넘는 메세지가 있는 극이었다. 후반기에 극의 갑작스런 해결장치로 신적 등장을 사용하곤 했는데 이 소설에서 그 장치를 이렇게 사용하다니... 신박한걸?!!! 멋지다, 작가! ㅎ
여하튼, 개인적으로 빵 터지긴 했지만 이 소설의 내용에서 웃음이 나는 건 아니었다. 반대로 소설은 점점 더 진한 슬픔의 공감대를 탄탄히 구축하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존재들을 하나둘씩 상기시키며...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을 두어작품 읽어본 적 있는데 의미는 이해하지만 공감까지 되진 않았더랬다. 그러니 재미를 찾는 것은 더욱 어려웠고... 그런데 이 소설은, <말뚝들>은 의미와 재미 그리고 감동과 공감 그 모든 것을 해냈다.
우리가 함께 슬퍼해야 할 존재들에 대해 우리가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반드시 함께 슬퍼해야 한다. <말뚝들>이 그 연대의 시작을 어렵지 않게 특별하지 않게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말뚝들>이 내민 손을 많은 사람들이 꼭 잡아주길 바란다.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