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구에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한 가장 우연하고 경이로운 지적 탐구 서가명강 시리즈 37
천명선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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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동물을 먹고 사랑하고 동시에 혐오하는가

지금껏 상상해본 적 없는 새로운 관계 맺기를 위한 첫걸음

내가 참 좋아하는 서가명강 시리즈. 다양한 분야별로 어찌나 작고 예쁘면서 알차게 채워놓았는지 한권한권 읽을때마다 모든 책이 마음에 쏙 드는 시리즈다. 이제 더 새로운 분야의 책이 나올 게 있나 싶을 정도로 다채로운데, 있었다. 여전히. 새로운 분야가. 이번엔 인간동물학이다.

동물에 대해 인간이 만들어내는 모순적이고 혼란스러운 이슈를 분석하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방향성을 찾고 싶었다. 물론 여전히 혼란 속에서 고민하고 있다. 동물이 인간과 동일한 사회적 지위를 누리며 모든 모순이 해결되고 인간과 동물이 영원히 행복하게 공존할 방법은 지금 당장은 없을 것 같다. 그렇다 해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인간과 동물을 둘러싼 갈등과 혼란을 이해하고 점진적인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어쩌면 그것이 시간과 공간을 우리와 공유하고 있는 이 존재들에 대한 가장 인간적인 애정과 책임의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p. 14)-들어가는 글 中-

인간은 지구에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인간은 언젠가부터 지구를 독차지하듯 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인간 외의 존재들에 대해선 인간보다 열등하다며 무시하기 일쑤였다. 인간은 늘 우리가 동물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아주 오래전 과거부터 '철학자들은 동물이 갖고 있는 모든 요소 중에서 인간과 비슷한 요소보다 인간과 다른 요소를 유독 강조했다. (p. 23)' 그리고 인간은 늘 '동물을 우리의 경험과 필요에 따라 분류한다. (p. 24)' 그 과정에는 '인간은 우월한 위치에서 동물을 구분하고 관리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이 전제되어 있다. (p. 27)'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인간만의 착각이 아닐까? '인간은 인간의 인지적 능력과 비교해서 동물을 이해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은 인간의 감각과 인지가 만들어내는 세계만 이해할 수 있으며, 이는 의식적으로 왜곡되고 의인화된 세계다. (p. 27)'

우리는 동물이 다른 존재를 인식하고 소통하는 방식에 대해 이제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인간은 동물과 비슷한 존재일 수도 있고 혹은 동물과 아주 다른 존재일 수도 있다. 다만 어떤 식으로 서로를 인식하는가와 별개로 어쨌든 인간과 동물은 소통과 관계 맺기가 가능한 존재들이다. 희한하게도 말이다. (p. 39)

관점을 바꿔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인간-동물 관계 속에서 동물이 처한 상황은 어떤가? 동물이 겪는 경험은 어떤가? 동물의 삶, 특히 인간이 만들어놓은 세상 속의 삶은 어떤가? 우리는 동물이 인간과 함께 사는 삶에 대해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p. 49)

'동물이 인간다울 필요는 없다' (p. 66) 너무나 당연한 말인데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새삼스러운 뜨끔함이 느껴졌다. 우리가 인간으로서 동물을 바라봐온 프레임에는 생각보다 다양하게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지점들도 있었다. 동물의 노동이라던가 실험용 존재 라던가 동물이 느끼는 고통의 정도라던가... '동물에 대한 인간의 모순적인 태도를 성찰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은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p. 69)'

과학자들이 예측한 바에 따르면 지금 우리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2300년경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바다 생물중 대다수가 멸종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한다. (p. 91)

그러나 지구온난화의 책임이 인간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행위에 따라 지구온난화와 멸종을 백퍼센트 막을 수 있다는 생각도 따지고 보면 인간중심주의적인 해석이다. 그러나 위기를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이 인간인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우리는 '동물의 멸종이 우리의 책임인가'를 묻기보다 '우리가 이런 변화들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p. 99)'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생존과 미래를 위한 질문이고 그 해결책을 찾는데 가장 앞장 설 수 있는 것이 인간이긴 할 것이다. 그렇다면 가만이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해러웨이는 현시대가 인류세가 아니라 '툴루세chthulucene'임을 주장한다. 인간과 비인간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인간이 다른 종, 더 나아가 지구 자체와의 얽힘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함께 살아가고 함께 번성하고 협력하는 태도와 방식이 필요하다. 나아가 인간이라는 종, 생물학적 관계에 한정되지 않고 새로운 친족을 만들어보는 것은 비인간 존재와 환경에 대한 책임을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p. 126)

한국식 발음을 어떻게 해야할지 정립되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툴루세 혹은 쑬루세 라는 단어를 이 책을 통해 처음 봤다. 책뒤편에 적혀 있는 참고문헌 [트러블과 함게하기] 라는 책에서 나온 말인듯 했다. 검색을 좀 해보았다.

『트러블과 함께하기』 라는 책을 쓴 도나 해러웨이(Donna J. Harraway)는 대학에서 동물학, 철학, 문학을 전공하고 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류세보다는 자본세나 플랜테이션세와 같은 명명을 선호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하나의 이름을 또 제안한다. ‘쑬루세’(Chthulucene)라는 이상한 발음과 철자의 이름을. “이것은 그리스어 크톤khthôn과 카이노스kainos의 합성어로, 손상된 땅 위에서 응답-능력을 키워 살기와 죽기라는 트러블과 함께하기를 배우는 일종의 시공간을 가리킨다. 더 자세한 내용잉해는 이 책을 읽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 덧붙여 놓는다. (참고기사 http://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404193)


여하튼 핵심은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은 더욱 필요하다. (p. 127)' 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옳고 그름을 떠나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기 (p. 209)' 다.


각 동물이 생태계에서 담당하는 모든 기능을 인간이 다 이해하고 있느냐도 문제다. 그것은 사실상 불간으한 일이다. 이런 복잡한 관계를 전부는 아니더라도 가능한 한 많은 부분 이해한 다음에야 인간은 비로소 어느 지점에 개입하고 어느 정도로 개입할지, 이에 대해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논의하고 합의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이러한 과정을 짧은 시간 내에 해내기란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 (p. 209)

동물관련 사건사고 뉴스를 본적이 많지만 그동안 너무 단순하게 이해해왔구나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폭력사건이 되기도 하고 여하튼 굉장히 다층적이고 복잡한 사건사고였었다. 동물권 관련 법안 논의가 활발해진 것은 다행한 일이나 어느 정도까지 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 동물 복지 정책은 선언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p. 221)' 선언이 정책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합의가 되어지길 바랄 뿐이다.

다른 존재에게 공감하고 배려한다는 것, 이것은 인간이 지금까지 진화해오면서 멸종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중요한 능력이다. (p. 238)

동물과 동물 문제를 바라볼 때 인간을 지구에 살고 있는 다른 종들과 같은 위치에서 보고, 기존의 윤리적인 틀을 겸허한 눈으로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태도는 동물뿐 아니라 인간의 미래에도 도움이 된다. 때로는 경이롭고 때로는 무덤덤한 동물이라는 존재, 그 존재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어나갈 필요가 있다. (p. 240)

인간의 공감능력이 동물과의 관계맺기에서 이렇게 중요한 희망이 될 줄이야.

동물에 대해 환경에 대해 그닥 관심 없는 사람들일지라도 이 작고 얇은 책한권이 건네는 다양한 논점들을 읽고나면 한번쯤 다시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그래 지금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이긴 하지...라고. 이 작고 얇은 책한권읽었다고 그 모든 다양한 문제들의 해결책을 얻을 수 있을거라 쉽게 생각하진 말자. 해결책을 찾는 것은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인간종 우리 모두의 몫이니.

인간동물학은 이 모든 관심과 노력을 분석하고 기록하며 의미와 가치를 부여한다. 그리고 이러한 의미와 가치가 인류세를 넘어 이후의 공존을 준비하는 과정을 만든다고 믿는다. (p. 249)

나또한 저자의 이 믿음에 한마음 더 보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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