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이나 신선하게 읽은 소설이었는데 이 책이 십년 전의 작품이었다니~! '작가의 말'을 생략하는 이유가 마지막 문장 때문일 수도 있었구나! 개정판으로 이번에 새로 내면서 거의 모든 문장을 다시 쓰는 정도로 표현을 고쳐 썼다는데, 처음의 작품이 어땠을 지 궁금해졌다. 시간을 따로 내어 언젠가 꼭 초판본으로 찾아 읽어봐야 겠다.
여하튼 소설에서도 그러했듯 작가의 말에서 중요한건, 맥락에 대한 두 입장에 대한 '차이' 였다. 이 작품 발표 당시 문학잡지에 글을 발표하는 SF작가에 대한 평이 그렇게 상반되었었다니...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나는 '순문학을 주로 다루는 잡지의 주목받는 지면에 우주 전쟁 이야기를 실을 수 있는 소설가'같은 것이었는데, 그 우주 전쟁 이야기가 바로 이 작품 <청혼>이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두 개의 문학장 사이에 놓은 '라그랑주 포인트'에서 처음 발표되었다. 어느 쪽 문학장에서도 충분히 이해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p. 156)' 작가의 말이 작품해설은 아니었지만 이번의 경우 '해설'에 들어맞는 내용들이었다.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도 신기했던건, 순수 문학과 SF 문학 사이에서의 '차이'를 이런 작품으로 소설적으로 형상화낼 수 있는 작가의 작가적 능력이었다. 그 작가적 능력을 발휘해 소설의 마지막 문장 만큼이나 작가의 말 마지막 문장도 훌륭했는데... '함대가 나아갈 우주를 채우는 건 어느 시대 어느 공간에 속해 있을지 알 수 없는 새 독자들의 몫이다. (p. 162)'
ps. <미래과거시제> 라는 책도 표지가 소설들의 내용을 함축적이면서 온전히 다 담고 있어서 신선했는데 이번 책도 그랬다. 표지가 참으로 작품의 내용과 잘 어울려서 그또한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