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의 법칙 - 충돌하는 국제사회, 재편되는 힘의 질서 서가명강 시리즈 36
이재민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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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하는 국제사회, 재편되는 힘의 질서

서가명강 시리즈 36 인 이 책은 내가 지금까지 읽어봤던 서가명강 책들이 그랬듯 역시 유익한 책이었다.

국내 정세가 혼돈이라 더욱 여유가 없는 시기이긴 하지만 언제부턴가 우리는 우리의 국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국제사회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자연스레 깨달았던 것 같다. 더구나 코로나19를 겪으며 세계는 점점 서로 더 밀접한 관계라는 것을 절감하기도 했다. 국제 사회는 지금 어떠한가? 그 이해를 위한 기본에 국제법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배웠다. 국제사회도 어려운데 국제법이라고? 헐 하며 손사래를 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생각보다 국제법은 우리의 일상에 이미 너무나 가깝게 너무나 흔하게 들어와 있었다.

휴대폰의 GPS기능은 국제 규범의 결과다. 애플의 아이폰은 국제 규범에 따른 교역으로 우리 손에 왔으며, 우리 스마트폰 역시 국제 규범에 따라 만들어지고 수출된다. 즉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국제 규범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 언젠가부터 편의점에서 담배 판매대가 판매자 앞쪽에서 뒤쪽으로 이동했다. 이것 역시 2003년 WHO에서 채택되어 2005년 발표한 담배 규제 협약 때문이다. (p. 212)

국제법이라고 하니까 괜히 어렵게 생각했지 우리의 일상을 기초하는 다양한 규범들은 이미 국제적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운전을 하고 자연스레 전화를 건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다. 기차와 버스를 타고 여행도 하고 맛있는 곳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닌다. 넷플릭스로 영화를 시청하고 네이버에서 최저가 상품을 검색한다. 이러한 일상은 어떻게 가능해진 걸까? 물론 이를 가능하게 한 기술적 발전이 그 출발점이다. 그다음에는 이를 운용하기 위한 여러 '규범'이 정비되었기 때문이다. (p. 11)

우리의 모든 일상에는 서로 공유하는 규범들이 있고 그 규범들을 공식적으로 명시한 것이 법이라 할때 인터넷을 통해 세계가 연결되는 지금 우리의 일상 규범엔 국제적 규범 즉 국제법이 들어와 있다. 하지만 빨라지는 기술과 변해가는 환경을 따라잡지 못한 국제적 규범들은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있다. 그 혼돈 속에서 각 나라들은 자국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각축적을 벌이고 있는바 이 상황에선 역시 힘의 질서가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영향은 특히 국제법의 세계엔 더더욱 미미하다. 그러니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살아갈 우리 개개인, 특히 젊은 세대가 국제 규범의 중요성을 알고, 이를 적절히 활용하는 데 이 책이 조그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p. 15)'라는 저자의 바람은 바람을 너머 당위에 가깝게 다가온다.

저자는 크게 4챕터로 나누어 국제질서를 국제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해 준다. 신냉전, 디지털 시대, 우주 경쟁 그리고 이 모두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전환점 이 그 4개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2000년대에 들어서서 주요국 간 갈들이 다시 커지며 새로운 진영 대결이 시작되더니, 이제 급기야 '냉전 2.0' 시대가 시작되었다. 바로 신냉전 시대의 개막이다. 냉전 1.0에 비해 냉전2.0은 더 복잡해지고 더 정교해졌다. 그만큼 신냉전은 여러 국가에 많은 고민거리를 안기고 있다. 우리가 지금 미·중 갈등 사이에서 어려운 고민을 계속하는 것도 냉전 1.0보다 훨씬 복잡한 함수를 제시하는 냉전 2.0시대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p. 20)

냉전시대는 끝난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차라리 이념분쟁을 바탕으로 한 미·소 갈등의 냉전 1.0은 간단한 거였다. 신냉전 시대의 이해에는 국제법에 대한 이해가 필수요건이다. 그런데 이 국제법이란 것이 역사를 거슬러봤을때 400년 전 베스트팔렌 조약으로 만들어진 체제가 여전히 적용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국제사회가 얼마나 급변했는데 현 국제질서도 이 때의 제제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니 문제가 안 생길래야 안 생길 수가 없는 것이다.

2차대전 종식후 세계대전은 없었다지만 여기저기 전쟁은 끊이지 않았다. 그나마 세계대전으로 번지지 않는 것이 국제법 덕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국제 사회는 법률전쟁이 더 뜨겁고 논리 대결이라 해도 힘의 질서는 작용하기 마련인데 한국은 얼마나 국제법을 이해하고 활용하고 있는 걸까... 걱정이다.

넷플릭스와 같이 인터넷으로 콘텐츠를 송출하는 디지털 OTT 기업 혹은 IT 기업들은 어떻게든 세금을 줄이려고 애쓰고 있다. 이들은 이익 대비 세금이 적은 국가 즉, 법인세가 낮은 국가의 법을 따르고자 한다. 넷플릭스의 경우, 미국 본사 외에 세율이 적은 네덜란드에 '넷플릭스 인터내셔널'이라는 법인을 하나 더 두어 네덜란드 법인에서 이용권을 구매해 한국에 되파는 식으로 법인세를 아끼고 있다고 한다. 넷플릭스 뿐만 아니라 구글, 애플과 같은 IT기업들도 법인세율이 낮은 싱가포르나 아일랜드에 세운 법인을 통해 매출을 확인하고 궁극적으로 세금을 덜 내는 방식을 택한다고 보도되괴 있다. 이게 가능한 것은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디지털 활동에 대한 통일된 용어나 정의, 규범이 없기 때문이다. (p. 83)

400년 전 베스트팔렌 조약이 체결되던 당시 디지털 시대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그 체제를 바탕으로 한 국제법에 디지털 시대에 대한 규범이 있을리가;;; 강력해진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을 포함한 각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합의를 위한 다양한 시도들은 이어지고 있으나 얼마나 합의될 수 있을까? 그것이 과연 국제법으로 정착되기 까지 얼마나 걸릴까? 그 과정에서 인터넷 강국이라는 한국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우리의 이익은 우리만이 지킬 수 있다. 디지털 시대는 더욱 그러하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결정되기 때문이다. (p. 114)' 라는 저자의 말 앞에 후덜덜해지는데... 이또한 걱정이네;;;

남극과 북극 역시 우주와 비슷하다. 호기심의 대상이던 지역이 인간의 활동 대상이 되면서 새로운 규범 문제를 안게 되었다. 온난화로 인해 예기치 못했던 새로운 바다를 우리가 만나게 되면서 북극해에 애한 규범을 새로 만드는 것이 지금 시급한 국제적 현안이다. (...) 우주와 남북국을 둘러싸고 법률전쟁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꼭 기억하고 새로운 동향을 주시해야 한다. (p. 168)

이 책을 읽다보면 걱정에 걱정을 더하게 되고 마음이 급해진다. 이렇게 시급한 현안들이 가득한데 국제법 관련 이해와 노력을 한국사회가 얼마나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서다. 저자는 '기존 규범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우리가 적극 참여해 '메이드 인 코리아'의 블록을 여러 영역에 확산 시키는 것 (...) 이것이 바로 앞으로 우리나라가 전개할 수 있는 건설적이고 법률전쟁적인 접근법이다. (p. 189)' 라면서 조언하고 '국제 규범을 전략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접근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일에 모두가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기를 바란다. (p. 214)' 라며 응원하지만 글쎄... 잘 모르겠다. 한국 사회가 한국의 법전문가들이 그렇게 잘 하고 있을런지...

이 공부를 위해서는 세계사를 공부하고 국제 뉴스를 팔로우업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이 모든 논의가 이루어지는 의사소통 수단인 영어에 익숙해지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국제법에 관심이 있다면, 점점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 커질 것이다. 국제무대 혹은 국제기구에서 활동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성을 가지는 것이다. (p. 226) 자세한 사항은 외교뷰에서 발행한 국제기구 진출 가이드북을 참조하는 것도 좋다. (p. 227)

앞으로 미래를 만들어갈 젊은 세대가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해 좀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내로라하는 똑똑한 학생들이 모두 의대에 몰려갈 것이 아니라 과학에서 국제법에서 이름을 알리고 그렇게 국제사회라는 힘의 질서에 한국의 자리를 좀더 넓혀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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