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삶을 사랑할 수 있는가 EBS 오늘 읽는 클래식
한상원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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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반철학의 정신은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영감을 주는가?

철학적 종합 예술, 철학적 전복의 길

니체의 저작 중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라는 책을 몇년 전에 읽은 적이 있다. 유명한 책이었고 철학책이었기에 굉장히 어렵지 않을까 겁을 내며 읽었었는데 다 읽고 난 기분이 묘했더랬다. 쉽게 읽자면 우화처럼 쉽게 읽히는 책이었고 어렵게 읽자면 온갖 은유의 의미들을 분석하느라 어렵게 읽히는 책이었기에 해설을 다 읽고 난 후에도 온전히 내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기묘한 책이었다. 여러모로 숙제처럼 남아 있는 그 책에 대해, 내가 좋아하는 EBS북스 클래식 시리즈로 해설서가 나왔다니 반가운 마음에 언능 집어들었다.

우리의 삶은 왜 이렇게 허무할까? 지금의 나는 왜 이렇게 초라해 보일까? 나는 어째서 자신의 삶을 긍정하지 못하고 이토록 비겁하게 운명에 굴종하는가? 이런 물음이 문득 내면에서 제기된다면, 당신은 프리드리히 니체를 읽어야 한다. 왜냐하면 니체는 '디오니소스적 긍정'을 설파한 철학자이기 때문이다. (p. 4)

이 책은 EBS북스의 '오늘 읽는 클래식' 시리즈로 나온 만큼 시리즈의 동일 구성을 그대로 따른다. 일단 책이 작고 얇아 본문의 어려움에 관계없이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를 시작할 수 있게 하고, 서문에서 필요성을 본문에서 배경과 해설을 그리고 마지막에 길잡이 책들을 알려주는 구성이 그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조로아스터의 독일식 표기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가요에도 유명한 그 '아모르파티'라는 말은 로마에서 유래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니체가 최초로 사용한 말이라고 한다. 즉 니체가 조로아스터 라는 인물의 입을 빌어 인생을 사랑하라고 '아모르파티'라고 설파하는 책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라는 책인 것이다.

인생에 대한 화두는 언제어디서든 던져져온 화두이기에 지금의 시대에도 유의미하다. '니체를 통해 이 시대의 삶을 반추해보는 것, 그것이 이 책을 통해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강조점이다. (p. 8)' 라는 저자의 말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불행하다고 여기는 이 시대에 삶에 대한 긍정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를 권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왜냐면... '아모르파티'라는 말을 하면 왠지 웃으면서 빙글빙글 돌아야 할 것 같은 밝은 분위기가 연상되므로.ㅎㅎㅎ

니체가 생애 내내 다루었던 것은 고대 그리스에서 현대에 이르기가지 서구 정신이 천착해온 과정을 전복하고 해체하는 일이었다. 이것은 그리스의 예술 정신을 파헤친 [비극의 탄생]에서 그의 철학적 주저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말년의 저작들을 관통하는 일관된 문제의식 이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니체는 서양 철학의 정수라고 불리는 형이상학을 극복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p. 25)

한 사람의 지금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살아온 과거의 시간을 알아야 하듯이 책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그 책을 쓴 저자의 인생에 대해 알아두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특히나 철학책인 경우 저자가 어떤 삶의 여정을 통해 생각이 어떻게 변했기에 그러한 철학적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므로 사상가의 인생알기는 중요한 포인트다. 이 시리즈의 책들이 대부분 그렇듯 짧고 굵게 작가와 저작의 배경을 설명해주는 부분이 개인적으로 참 좋았고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총 네 부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각각에는 제목이 달려 있지 않지만, 조심스럽게 제목을 달아본다면, 1부는 '우리의 세계에 대한 가르침', 2부는 '낡은 도덕과 새로운 도덕', 3부는 '새로운 서판을 위하여', 4부는 '새로운 삶을 향하여' 로 정할 수 있을 것 같다. (p. 39)

작고 얇은 책이긴 하나 해설서이니만큼 원작을 읽기 전에 읽으면 좋을 책이 있고 원작을 읽고 나서 읽으면 좋을 책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인데, 이 책의 경우 후자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은 전자에 속한다고 생각하며 읽었던 터라 아무래도 이 책은 작고 얇긴 해도 어렵긴 어려웠던 것 같다;;;) 내가 이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라는 책을 읽었기에 기억을 더듬어 그 내용들에 대해 언급하는 이 책의 설명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지만 원작을 읽지 않았다면 어땠을지...는 잘 모르겠다.

니체의 사상은 우리에게 커다란 감동을 준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얼마나 사랑하면서 살았던 것일까? 또 우리는 우리 자신의 존재를 고양시키려고 얼마나 노력했을까? 이런 질문을 제기하면서 이 책을 읽는다면 그것은 독자에게 커다란 숙고의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p. 127)

본문의 설명들은 전공자이자 전문가인 저자가 요약해주고 있기에 가능한 내용들이었으리라는 생각이 물씬 들었다. 니체의 철학을 설명하기 위해 다른 철학자들의 철학적 개념들도 종종 사용되곤 하는데 그 철학들을 완전히 이해하지 않고서는 설명해줄 수 없을 내용들이었다. 여하튼 저자는 니체의 철학이 지닌 긍정의 의미를 강조하며 독자에게 그 긍정의 에너지를 전달해주려 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우리는 니체를 넘어서는 니체의 독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철학은 그러한 방식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될 수 있다. (p. 35)' 라는 책의 앞부분에서 저자가 말한 문장에 더 큰 울림을 받았다. 이 시대 철학을 왜 읽어야 하는가? 철학이 없기 때문에 시대가 이 지경이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철학책이든 철학책이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그래서 생각을 좀 하며 사는 시대, 철학적 사고를 좀 하며 사는 시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현실이 너무 무식해져가고 있는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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