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책에 쓰여있는 소개문구를 통해 그 책의 선택여부가 정해지곤 했는데 언제가부터 그 책을 소개한 누군가의 문장으로 인해 책을 읽게 되곤 한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내가 관심있어 하던 소설가가 추천하는 작품이라면 일단 믿고 읽어보고 싶어진달까. 조해진 소설가는 이 책에 대해 '<마주>는 소중히 읽혀야 한다' 라고 했다. 그 한 문장으로 나는 이 책을 마주하게 되었다.
'결혼식 전날 밤, 내 전생의 마지막 날이자 현생이 시작되기 직전의 밤 (p. 18)' 이라던가 '나는 포토라인 앞에 선 적이 있다. 평일이었고 대낮이었다. 눈앞에서 플래시가 터지고 마이크를 든 사람들이 나를 에워쌌다. (p. 11)' 라는 식의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의 초반부는 있지도 않았던 일을 있었던 것처럼 시작해서 이 책이 판타지 장르인가? 의심하게 했고,
"얘가 그 비탈과수원집 딸? 참하게도 생겼네. 천상 여자네, 천상 여자야 (p. 23)" 라던가 '나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여자답다는 말을 들었고 아무리 귀엽게 보이고 싶지 않아도 이미 생긴게 귀여워서 어쩔 수 없이 귀여워지곤 했다 (p. 24)' 라던가 '내가 다가가보고도 싶었던 학교 내 모 단체의 여학우들은 이런 나에게 어떤 틈도 내주지 않았다. 그들은 마치 내가 타도해야 할 여성성의 재현물 그 자체인 것처럼 대했다. (p. 51)' 라는 식의 문장을 보면 이 소설은 여성성을 주제로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기도 했지만,
아니었다.
이 소설은 지극히 현실적인 현실을 다루고 있었고 지극히 인간애적인 인간애를 다루고 있었다. 묘하게 비껴나가게 읽혀지긴 하지만;;;
그리고 의외로 이 작품의 주인공은 여자여자하고 소설의 화자이기도한 나리도 아니고 나리가 줄창 얘기하는 수미도 아니었다. 서사를 관통하는 핵심인물은 '만조 아줌마'라고 할수 있었다. '마주'함을 알려준 인물, 만조 아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