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눈뜰 때 소설Y
이윤하 지음, 송경아 옮김 / 창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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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먼저 주목한 K-스토리의 등장

한국계 최초 휴고상 노미네이트 이윤하 작가 신작

디즈니+ 시리즈 영상화 확정

소설Y의 일곱번째 작품 <호랑이가 눈뜰 때> 가제본 서평단에 당첨되었다. 가제본에는 편지가 하나 첨부되어 왔는데, 추천사와 작가의 인삿말이었다.

추천사에서 심완선 평론가는 한국계 미국인인 이윤하 작가가 '로커스상' 데뷔 소설부문을 수상하고 '휴고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던 작가라면서 한국문화적 요소를 적극 활용하여 SF소설을 쓰는 작가를 소개하고,

"저는 어린 시절의 절반을 한국에서 보내며, 부모님으로부터 영리한 호랑이와 구미호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때 만난 옛날이야기가, 우주의 별들 속에서 펼쳐지는 미래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게 되어 영광입니다. 즐겁게 읽으시길 바라요. 감사합니다"

라는 인삿말에서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한국의 옛날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었음을 밝힌 것처럼,

이 소설에는 전래동화적 판타지가 SF를 배경으로 넘쳐흐르고 있다. 제목부터 그런 느낌이 퐉 오지 않는가. '호랑이가 눈뜰 때' 라니.

"우주군 사령부가 우리에게 알리고 있다. 주황 호랑이 부족의 환이 반역죄로 기소되었으며 자기 제복의 명예를 더럽혔다고. 환을 체포하기 위해 발부된 영장이 있어. 체표되면 군법 재판에 회부될 거다" (p. 25)

열세 살 호랑이령 주황 세빈은 우주군 생도에 지원한 후 날마다 어떤 답장이 올지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여느날 처럼 부족훈련에 집중하고 있을때 우주군에서 소포와 편지가 동시 배달되었다. 소포는 세빈이 존경해마지 않는 삼촌이자 우주군 선장인 환의 칼이었고 다른 하나는 세빈을 우주군 생도로 합격시켰다는 통지문이었다. 그야말로 '수상쩍은 '우연의 일치'로 보이는 (p. 41)' 상황이었다. 삼촌이 반역죄로 체포되었다는 것은 충격이었지만 우주군 생도가 되었다는 사실은 세빈을 들뜨게 했다. 그리고 삼촌이 연루된 사건의 진실에도 다가가볼 수 있을 터였다.

"네 선서를 명심해라. 너는 별들 사이로 나아가서 크고 작은 동료들을 만나고, 전사의 방식을 배울 거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너를 이끄는 나침반은 부족의 방식이어야 한다." (p. 44)

부족의 대표 가모장님은 세빈이 우주군으로 떠나기 전에 부족의 맹세를 하게 했다. 손바닥에 칼자국을 남기는 그야말로 혈맹이었다. 그리고 세빈을 부모보다 더 살뜰히 챙겨주던 순이이모는 행운의 징표로 은장도를 주었다. 그런데 세빈의 우주군 합류는 시작부터 좀 이상했다. 우주군도 아닌 특별조사관이라는 사람이 나타나 함선에 동승하더니 훈련한번 받지 않아본 생도 신분인 세빈에게 '비상사태'에 대해 알려주었다.

침입자 경보 침입자 경보 모든 승무원은 침입자를 격퇴할 준비를 하라 (p. 124)

하지만 정말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특별조사관이 알려준 국경분쟁을 도우러 가느라 생도 훈련을 시켜줄 여유가 없다는 그런 정도가 아니었다. 분쟁지역으로 가는 우주선을 누군가 공격했고 침입했으며 탈취하고 있었다. 수백명의 승무원들은 모두 기절가스에 당했고 멀쩡하게 남은 사람은 세빈의 생도 방에 함께 있던 지와 유나, 남규 뿐이었다. 그리고 특별조사관의 비서였던 민.

"들어가. 너를 보호하기 위해서야"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야"

나는 민의 말을 되풀이했다. 어쩔 수가 없었다. 나는 다시 미소 짓고 있었다. (...)

문이 불길한 짤깍 소리와 함께 닫혔다. 민은 창살 맞은편에서 나를 노려보았다. 이번에는 목소리에 다정함의 흔적이 없었다.

"자, 세빈. 넌 반역자 환 선장에 대해 네가 아는 걸 모두 말하게 될 거야" (p. 161)

세빈은 친구 생도들과 함선을 구하기 위해 나선 참이었다. 민에게 이끌려 저도 모르게 들어간 곳은 감금실이었고, 알고보니 민은 여우령이었다. 구미호 말이다. 세빈은 함선에서 삼촌 환의 냄새를 맡았으나 분명치 않았고 찾는 지휘관들은 아무도 없었으며 여우령에게 홀려 감금되기까지 했다.

"너희 삼촌은 강력한 물건을 훔쳐서 '천 개의 세계' 당국에 넘기는 대신 자기 목적을 위해 사용하려고 했어. 그는 그것을 평화롭게 사용해서 세계들이 비옥해지고 번영할 수 있도록 테라포밍하는 대신 자기 적을 파괴하려고 했어."

"드래곤 펄?" (p. 165)

세빈은 태어난 순간부터 '적'으로부터 부족을 구하기 위한 훈련을 받으며 자랐으나 '적'이 누구인진 몰랐다.

세빈이 존경해마지않던 삼촌 환은 반역죄를 저질렀다는데 믿을 수 없었고 잡혀갔다는 삼촌의 냄새가 세빈이 탄 우주선에서 나니 혼란스러웠다.

게다가 자신을 홀려 감금시켜놓고는 세빈도 공모자라며 죄를 추궁하는 민을 보며 세빈은 지금 상황이 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 배를 탈취한 침입자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왜 이런 짓을? 그런데 세빈 앞에 삼촌 환이 나타났다.

"우리가 뭘 했느냐가 중요한게 아니지. 우리가 앞으로 뭘 할 것이냐가 중요한 거지" (p. 205)

우주선에서 멀쩡한 존재는 십대의 생도 4명과 민 그리고 침입자들이다. 각기 다른 능력을 지닌 어린 생도들의 파란만장 함선구하기 대작전은 이제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소설Y시리즈의 한 작품이니만큼 역시나 청소년들의 성장이 뚜렷이 읽히는 밝고 명랑한 소설이었다. 디즈니플러스 영상화 확정이라더니 정말 그럴 모양인지 시리즈물로서 미리 여기저기 심어놓은 회수되지 않은 떡밥들도 보이고... 후속작이 궁금해지는 작품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SF에 잘 사용되지 않는 한국 전통의 전래동화적 요소들이 넘쳐나니 때론 과한가싶다가도 꽤 흥미로운 시도같아 보이긴 했다. 여하튼, 호랑이령 세빈의 힘찬 출발에 응원을 보낸다. 이제 눈을 떴으니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모험을 보게 되려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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